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60)
마존현세강림기-961화(959/2125)
마존현세강림기 39권 (17화)
4장 상륙하다 (2)
“ 런던이라……
이현수는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네온사인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영 좋지 않은 위치로군.’
런던은 영국의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가장 큰 적은
대륙에 있는 타 국가가 아니라 같은 섬에 존재하던 스코틀랜드였다는 점 을 감안한다면, 납득이 가능한 위치 다.
하지만 납득이 가능할 뿐, 영국의 지정학적인 위치는 지금 이현수들에 게 꽤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 다.
‘콜이 떨어지면 구름같이 몰려들 겠군.’
도버 해협을 통해 배로 이동하든,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단번에 날아 오든, 영국은 대륙과 지나치게 가깝 다. 요즘 같은 시대라면 지원 요청
이 떨어지는 순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병력이 바글바글 몰려올 것이 다.
결국 무인계의 수는 그 국가의 인구수를 바탕으로 한다.
중국의 무인계가 감히 타 국가가 범접하지 못할 만큼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데는 삼왕의 존재도 있겠 지만, 10억이라는 인구를 바탕으로 무지막지한 수의 무인들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하나의 국가를 따져 본다면 딱히 대단한 인구를 자랑하는 나라
는 없지만, EU 가입국의 총 인구는 5억이 넘는다. 미국이나 러시아도 감히 따라가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수다.
물론 연합이라는 특성상 5억이라 는 인구를 갖춘 단일 국가의 힘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비효율의 극을 달리더라도 인구 5천만에 불과한 한 국의 총회가 넘볼 수 있는 수는 아 니었다.
‘게다가 우리는 소수로 왔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병력 대 병력으로는 애초에 게임 이 성립하지 않는다. 총회가 그나마
유럽, 그러니까 원탁에 비벼볼 수 있는 건 상급 무인의 질뿐이다.
그 부분에서는 확실히 앞서는 포 인트가 있다.
다만…….
‘그것 하나만 믿고 영국으로 쳐들 어가는 게 과연 제정신으로 할 짓인 가?’
출발할 때까지는 딱히 이런 생각 을 하지 않았다.
무대포로 들이미는 건 강진호의 특기이고, 이제는 총회의 특기이기 도 하다. 언제나 그랬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그런 것이다.
단 하나의 차이점만 빼면 말이다.
‘나는 전투원이 아니라고!’
이게 문제다.
총회가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이현수는 언 제나 한발 뒤에 떨어져 있었다. 강 진호가 벌이는 일을 최대한 객관적 으로 보고 보조하거나 수습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하 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한발 뒤에 떨어진 관람석이 아니라 전장, 그 자체니까.
그리고 전장에서 이현수의 가치는 뭐라고 해야 할까…….
굳이 그 가치를 찾아야 한다면,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장의 한 가운 데서 서로 날리는 F—word를 번역 해 줄 수 있다는 정도일까?
그래. 다시 말해 아무짝에도 쓸모 가 없다는 뜻이다.
애초에 이현수는 총회 내에서도 전투 자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 나름대로 무공을 익혀서 일반인보다 야 강하다고는 하지만, 총회 내에서 이현수보다 약한 이는 찾아보기 힘 들다.
사상 최약의 무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이현수가 아 닌가.
그러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 다.
사람은 저마다 올바른 쓰임새가 있다. 그를 전투원으로 쓰는 건 숟 가락으로 라면을 먹는 것과 같은 일 이다.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 현수.”
“예!”
이현수가 몸을 홱 돌렸다. 강진호
가 그를 보고 있었다.
“준비는?”
“곧 상륙한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두었습니다.”
이 사람이 전혀 그런 생각을 하 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지금이라도 런던에 내리게 되면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지원이나 하 면 안 되냐고 건의해 보고 싶은 마 음이 굴뚝같지만, 강진호가 그걸 받 아들일 리가 없다.
“탈출 루트는?”
“일단 확보는 해두었습니다만
이현수가 슬쩍 창밖을 바라보았 다.
“현장 답사를 해보지 못하고, 지 도 등으로 파악한 루트라 완벽하다 자부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공항 은 군사시설이라 정확한 지도를 확 보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오 O
”
M..•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이현수는 그 이상 확언할 수 없었 다.
처음 방문하는 공항의 지형을 정 확하게 파악하고 완벽한 탈출로를 만든다?
물론 그게 가능한 조직이나 사람 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만 전문적 으로 하는 정보 조직도 세상에는 존 재하니까.
모르지. CIA나 SVR 정도 되는 놈들이라면 런던 공항의 화장실 개 수가 몇 개인지도 완벽하게 파악하 고 있을지.
하지만 총회는 그게 불가능한 단 체다. 일단 유럽에 관심을 가져 본 역사도 없거니와, 설사 관심을 가졌 다고 해도 타국의 공항이 어떻게 생 겨 먹었는지를 왜 파악한단 말인가.
그러니 저 무뚝뚝한 표정이 원망
스러울 수밖에.
“그 부분은 제가 맡겠습니다.”
다행히 위긴스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원을 해줄 이들이 있습니다. 맞이하러 올 겁니다.”
“지원이요?”
이현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은밀 함이 생명일 텐데요.”
“입이 무거운 이들이다.”
“사부님의 지인들을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원탁이 생각이란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들에게도
감시를 붙였을 텐데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위긴스가 싱긋 웃었다.
“원탁도 모르는 이들이니까.”
“••••••거.”
이현수가 묘한 눈으로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회주님을 만나서 원탁을 나오신 게 아니라, 그전부터 꿍꿍이가 있으 셨네요. 비밀결사도 조직……
위긴스는 두말없이 이현수의 머리 를 내려쳤다. 이현수가 머리를 부여 잡고 쭈그려 앉았다.
“내가 키운 조직이 아니라, 마스
터가 안배해 둔 조직이다.”
“……마스터요?”
“그래.”
“ 그걸••••••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마스터의 사조직을 위긴스가 어떻 게 아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마 스터가 아무리 공평하게 나이트들을 대했다고 해도 같은 국적을 가진데 다가 나름 총애하던 위긴스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는 건 너무도 당연 한 일이니까.
“마스터가 협조하는 겁니까?”
“아니지.”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마스터는 이런 일에 협조할 사람 이 아닐세. 만약 지금 마스터가 자 유의 몸이었다면, 그는 우리를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을 걸세. 자신보다 원탁이 우선인 사람 이니까. 본인이 숙청되는 일이 있어 도, 원탁이 우리에게 당하도록 내벼 려 두실 분이 아닐세.”
“그럼 어떻게?”
“마스터가 억류되었으니까.”
위긴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스터야 원탁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분이지만, 그 아랫사람들이
야 그렇지 않지. 그들에게는 원탁보 다 마스터가 중요하니까. 설사 마스 터의 뜻에 반하더라도 일단 마스터 를 구출해 내는 것을 우선할 수밖에 없네.”
“……그래서 그쪽에 연락을 하신 겁니까?”
“그렇지.”
이현수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 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쪽까지 생각 이 미칠 수 있을까?’
듣고 나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 계획을 설립해야
하는 일이 잦은 이현수는 이게 얼마 나 생각하기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 었다. 총회는 지금 억류된 마스터를 구출하러 가는 게 아니다. 마스터가 억류되고 원탁의 머리가 빈 틈을 노 려 원탁의 체제를 붕괴시키러 가는 길이다.
즉, 마스터 역시 아직은 총회의 잠재적인 적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마스터가 자신의 뜻을 전할 수 없는 틈을 타서 그의 사조 직에 접촉해 이쪽을 돕게 만든다?
이건 웬만한 사람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설사 생각을 한다 해도 실행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리스크가 너무 클 것 같습니다 만?”
만약 그들이 배신한다면 절대 좋 은 꼴은 보지 못할 것이다.
“괜찮네.”
“하지만……
“그들이 배신을 한다고 해도 공항 밖으로 우리를 데려가야 한다는 사 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여기서 잡힌다고 해봐야 밀입국을 시도한 동양인일 뿐이지. 잠시 억류되었다 가 본국에 송환될 뿐이야. 그리고
그들도 공항 한복판에서 싸움을 벌 이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확실히.”
무인계의 특성상 타인의 눈에 민 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곳에 있는 이들을 모두 제압하려면 필연 적으로 대규모의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건 영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부 담스러운 일이다. 사람의 눈을 모두 가릴 수는 없으니까.
“일단은 안전하게 공항을 벗어나 는 게 중요하네. 어차피 언제까지 그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어. 이건
속도전이야. 은밀함이 아니라 신속 함이 포인트지.”
확실히 이런 면에서는 사고의 차 이가 있었다.
이현수라면 이런 과감한 작전은 짜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변수를 줄이는 것과 허를 찌르는 것에 특화 되어 있다. 이현수가 작전의 주도권 을 잡았다면, 최대한 들키지 않게 공항을 빠져나가는 것에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긴스는 그런 것에는 딱 히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하는 가는 명백했다.
“ 로드.”
위긴스가 가라앉은 눈으로 강진호 를 돌아보았다.
“원탁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습 니다. 히스로 공항에 내려 칠턴 힐 스로 갈 겁니다.”
“……그게 어디지?”
“런던 북서쪽에 위치한 숲입니다. 영국에 익숙지 않은 로드께는 이렇 게밖에 설명을 드릴 수가 없겠습니 다.”
“원탁이 그런 곳에 있다고?”
“하하, 총회와 그리 다를 바가 없 잖습니까? 무인들은 결국 교외로 밀 려날 수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원탁 은 수많은 세월 동안 여러 번 그 위치를 옮겨왔습니다. 최근에는 그 곳에 있을 뿐이지요.”
“으..”
T그
•
“인적이 드문 곳이니만큼 칠턴 힐 스에 접어드는 순간부터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겁니 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들어봐야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다.
위긴스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원탁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싸운다 정도의 개념만 잡고 있으면 된다.
“시간은 얼마 정도 걸리지?”
“사실 이쪽과 정확하게 계획이 오 고 간 것은 아니라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교통편이 제대로 준비가 된다면 몇 시간이면 충분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더 걸릴 수도 있습니 다.”
“ 알았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비행기가 급강하
를 시작했다.
“도착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군.”
위긴스도 조금 감회가 새로운 얼 굴이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총회에 투신하여 영국을 떠날 때 만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영국으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원탁이 건재한 이상 배신자인 그가 유럽에 발을 들일 수는 없었을 테니 까.
마스터의 작은 변덕이 그에게 기 회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위긴스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단호하고 과감하게 움직일 것이다.
“ 로드.”
“음?”
“저를 믿어주십시오. 최고의 결과 를 만들어내겠습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믿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 어.”
강진호와 위긴스가 서로 마주 보 며 웃었다.
비행기의 랜딩기어가 활주로와 닿
는 충격이 그들을 덮쳤다.
“준비해라.”
“예!”
강진호의 낮은 목소리에 비행기 안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