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62)
마존현세강림기-963화(961/2125)
마존현세강림기 39권 (19화)
4장 상륙하다 (4)
“그럼 무사히 빠져나오신 겁니 까?”
전화를 받는 조규민이 바쁘게 담 배를 빨아들였다.
“식겁했으니까 그러죠. 걸리기라 도 했으면 진짜 작살나는 거였다니 까요.”
[그래서 돈을 그렇게 빨아갔냐?]“그게 제가 빤 겁니까? 회장님이 빠신 거지.”
조규민이 전화기 너머로는 들리지 않을 만큼 낮게 웃었다. 심통이 잔 뜩 나 있는 이현수의 목소리를 들으 니 절로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놀린 대가를 톡톡하게 치르기는 했지만, 여하튼 조규민도 얻은 게 없지는 않으니까.
“ 비행기는요?”
[이제 화물 내리니까, 그쪽으로는 피해 갈 일이 없을 거다.]“다행이네요.”
이번에는 농담이 아니다. 조규민 은 정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재경의 화물기에 밀 입국자가, 그것도 무인들이 타고 있 었다는 게 영국 측에 알려진다면, 재경이 입어야 할 피해는 어마어마 했을 것이다.
유형적인 피해도 추산하기 힘들지 만, 무형적인 피해는 천문학적일 게 분명했다.
‘회장님이 엄청 봐주신 겁니다, 이 양반아.’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영국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 안 좋은 인
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게 실질적 인 제제로 이어진다면 재경의 유럽 수출길이 막히는 사태가 벌어진다.
게다가 사정을 모르는 전략팀에서 는 갑자기 유럽이 자신들을 적대하 는 이유를 분석할 수도 없다. 상상 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다.
황정후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총회에 비행기를 내주었다.
‘그 대가로 그 정도 금액이면 완 전 공짜지.’
물론 이현수도 그 사실은 알고 있을 거다. 머리 하나는 조규민보다 더 팽팽 돌아가는 양반이니까.
그러니 군말 없이 입금을 했겠지.
“여하튼 조심하십시오.”
[조심하고 말고 할 거 없어.]“생각보다 별일이 아닌 모양이네 요‘?”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조심한다 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냐. 내가 조심해도 죽는 상황이면 죽는 거고, 사는 상황이면 살거든. 이건 내 손 을 떠난 일이야.]“……그런 델 왜 가셨어요?”
[내가 오고 싶어서 왔냐, 인마!] 성질은.조규민이 쓴웃음을 짓고는 담배를
비벼 껐다.
“여하튼 그럼 제가 더 지원해 드 릴 건 없는 거죠?”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이야기할 게 하나 있는데…….]“예.”
[한국으로 가는 화물기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 좀 해서 리스트 좀 뽑 아줘.]“..그건 왜요?”
[수틀리면 토껴야 하는데, 생각해 보니 돌아가는 비행기를 수배 안 해 놨다.]“미친.”
이현수의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는 건 취소다. 이 양반, 바보다.
“그걸 안 해놓고 가면 어떻게 합 니까! 헤엄 쳐서 돌아올 생각이세 요‘?”
[내가 여기 올 줄 몰랐다니까! 내 가 한국에 있었으면 알아서 수배해 서 준비했겠지. 그런데 다짜고짜 끌 려왔단 말이야!]“그럼 한국에 남은 사람들 중에 적당한 사람한테 시키면 되잖아요.”
[그런 적당한 사람이 없다고!] 답도 없다.“아니, 거, 사람 너무 쉽게 부리
는 거 아닙니까? 저도 고급 인력이 에요!”
[그럼 나는 뭐 저급 인력이냐, 인 마?]논리도 없다.
조규민이 한숨을 푹 내쉬자 달래 는 듯한 말이 돌아왔다.
[좀 도와줘라. 나도 죽겠다. 한국 에 돌아가면 거하게 한턱 쏠게.]“약속한 걸로만 따지면 형님은 저 를 일 년간 먹여 살려야 합니다! 밥 이 몇 낀 줄은 아세요?”
[진짜 거하게 산다니까!]“……알았습니다, 알았어요. 무사
히 돌아오기나 하세요.”
[오냐.]전화를 끊은 조규민이 고개를 설 레설레 내저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도 그의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머 금어져 있었다.
‘못 말린다니까.’
한국에서 사고를 치던 양반들이 이제는 영국까지 진출했다. 그들이 무슨 사고를 칠지 눈으로 지켜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감당하기 쉽지 않을 텐데.”
쿡쿡 웃으며 조규민이 몸을 돌려 옥상에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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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 거야, 이거?”
“낸들 아나?”
이명환이 슬쩍슬쩍 틈 사이로 눈 을 가져다 댔다.
‘교외로 빠지는 것 같은데?’
본다고 해서 뭘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곳이 한국이라면 대충 짐작 이라도 해보겠지만, 여기는 영국이 다.
대놓고 지도를 보고 있어도 이해 하기 힘들 텐데, 지도도 없이 실려
가고 있는 입장이 아닌가.
보이는 건 나무고 숲이요, 달리는 건 길이었다.
“처음으로 오는 해외여행이 이런 거라니.”
“그래서 뭐? 불만이야?”
“아니. 쩐다는 거지.”
그들이 지금 타고 있는 곳은 트 레일러에 실린 컨테이너였다. 미용 접 부위가 살짝 갈라진 낡은 컨테이 너이다 보니 조금이나마 밖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갑갑한 건 매한가지 였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버스 타고 이
동했는데.”
“버스로 가면 걸린다잖아.”
“……이게 불법체류자의 심정이구 나.”
이명환이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 았다.
불법체류자라……. 그 말이 딱 맞 다.
“그런데 제대로 설명을 못 들어서 그런데, 우리 누구랑 싸우는 거야?”
“말해주면 아냐?”
“모르지.”
공영길이 어깨를 으쓱했다.
중국 원정의 경험이 있는 마염들
과는 다르게 그는 이번이 처음으로 해외에 나오는 길이다. 그러다 보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양새였 다.
“아무래도 좋아. 누구든 걸리면 다 처발라 버리면 되니까.”
“진정 좀 해라. 왜 그렇게 들떠 있냐?”
“너는 벌써 몇 번 날뛰어봤잖아!”
“ 응?”
“우리는 이게 처음이라고.”
긴장과 흥분이 뒤섞여 있는 공영 길의 얼굴을 보며 이명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만도 하지.’
마염들이 강진호에게 죽고 싶을 만큼 수련을 받은 것처럼 공영길 등 도 바토르에게 허리가 부러지도록 수련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드디어 실전에 나서게 되었으니, 흥분이 되 는 것도 당연하다.
이명환만 하더라도 이중걸의 별장 으로 쳐들어갔을 때, 흥분으로 이성 을 잃지 않았던가. 물론 마공의 작 용이 강하기는 했지만, 그 때 마공 을 익히지 않았다고 해도 이성을 잃 는 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너무 흥분하지 마라.”
“인마, 나는……
“일단 들어.”
공영길이 입을 닫았다.
아무리 친구라고는 해도 이명환은 명백히 공영길의 상급자였다.
“실전은 재도전이 없다. 한 번 실 수하면 그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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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리란 말이 아니야. 죽더라 도 배운 건 다 써보고 죽어라. 흥분 해서 날뛰다가 제 실력도 발휘 못하 고 뒈지면 억울해서 죽어도 눈을 못
감을 테니까.”
“ 알았다.”
공영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흥분이 조금 가시고, 긴장이 그 자리를 메우기 시작한다.
‘정신은 차린 것 같네.’
이명환이 피식 웃었다.
언제 그가 이렇게 다른 이들에게 실전에 대한 것을 충고하는 입장이 되었을까?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애송이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를 가장 성장시키고 있 는 건 강진호가 전수해 준 마공이 아니라, 이 끊임없이 돌아가는 판세 일지도 모른다. 언제 실전에 돌입할 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그의 고삐 를 늦추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처럼.
“후우우우.”
이명환이 깊게 심호흡을 했다.
“이번 적은 지금까지 너희가 상대 한 이들과는 다르다.”
‘알고 있습니다.’
위긴스의 당부를 머릿속으로 떠올 린다. 하지만 괜찮다. 준비는 충분히 했으니까. 이미 마염들은 강진호의 지시로 슈발리에들과 몇 번의 대련 을 치렀다.
성향과 타입이 전혀 다른 서양의 무학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 있다. 그러니 변수는 없다.
그리고 변수가 없다면 그어떤 무학보다 마공이 강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건 이미 이명환이 몸 으로 겪고 자신한 일이다.
안정성이란 측면에서는 이견이 있 을 수 있겠지만, 그 파괴력에 관한
한 마공을 능가할 무공은 없다.
‘나는 강하다.’
이제 마염들은 더 이상 애송이 마인들이 아니다. 마공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마교의 마인들조차 우러 르고 배우려 하는, 진정한 마공의 후예들이 다.
‘유럽이라……
이명환이 입술을 말아 올렸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들이 유럽에 와 유럽의 무인들을 상대한 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너무나도 당 연해졌다.
세상 누구라도 상대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 누구라도 쓰러뜨릴 수 있다.
“ 명환아.”
“응?”
“속도가 줄어드는 걸로 봐서는 곧 도착하는 모양이다.”
“그래?”
이명환이 트레일러의 틈으로 눈을 가져다 댔다.
과연.
‘깊숙한 숲 같은데.’
완전한 어둠이 내려 있어서 확실 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깊은 숲
한중간 같았다.
“숲이네.”
“숲에 뭐 하겠다고 들어온 거래?”
“총회는 산속 아니냐? 여기도 마 찬가지 겠지.”
“아, 그렇겠네.”
이명환이 눈을 떼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 응?”
마염들 중 하나가 살짝 불안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명색이 원정이고, 여기는 영국인 데, 너무 소수로 온 거 아니냐? 우
리가 난동을 피우면 개떼처럼 달려 들 텐데.”
이명환이 눈을 찌푸렸다.
“윗분들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 고, 당연히 다 고려했겠지.”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회주님이 오셨잖아.”
회주라는 말이 나오자 다들 납득 하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주님과 함께 움직이는 이상 우 리가 할 건 뒤치다꺼리뿐이야. 방해 나 안 하면 다행이지.”
“그렇지.”
강진호의 이름은 그들에게 안정을
가져다준다.
평소의 강진호라면 몰라도 전장에 함께 섰을 때의 강진호는 세상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안전한 방패였 다.
다만…….
‘안심하지 마라, 이 병신들아.’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이명환은 알고 있다. 아직 마염들 은 진정한 의미로 강진호의 칼이 되 지 못했다는 것을.
손날보다 무딘 칼은 의미가 없다.
마염들이 진정한 강진호의 친위대
가 되기 위해서는 그저 전력에 보탬 이 되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염이 존재함으로써 강진호가 날개 를 달 수 있어야 한다.
‘아직 한참 멀었어!’
하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더 강해질 테니까.
지금도 강해지고 있지만, 그것보 다 더 빠르게. 언젠가는 강진호의 칼이 되는 그날까지 이명환과 마염 들은 강해지고 또 강해질 것이다.
“……회주님도 엄청 귀찮으시겠 다.”
“응?”
“혼자 하시면 더 편한데, 혼자서 다 할 수는 없으니까 쪼랩들 데리고 다니시면서 레벨업시키시는 거 아 냐?”
이명환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비유를 해도 꼭…….
“아니야?”
“영길아.”
“ 응?”
“닥치고 있어라.”
오 O ”
“o’.
그때, 차가 완전히 멈춰 섰다. 이
명환이 혀로 입술을 축였다.
‘시작인가?’
마음이 동하자마자 마기가 들끓기 시작한다. 단전 안에서 얌전히 잠자 고 있던 마기가 그의 전신을 내달리 기 시작했다.
“야, 진정해라. 무섭다.”
“미안하군.”
붉게 물든 눈을 주무른 이명환이 고개를 돌렸다.
컨테이너의 문이 열린다.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 사이로 담 배를 물고 있는 이현수가 서 있었 다.
“준비는?”
“……완벽합니다.”
“좋군. 가자. 회주님이 기다리신 다.”
“예!”
컨테이너에 탄 이들이 우르르 내 리기 시작했다. 이명환이 입술을 핥 으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이명환.”
“ 예?’’
“너무 날뛰지는 마라. 결국에는 동맹이 되어야 할 이들이니까.”
“명령입니까?”
“부탁이다.”
“노력은 해보겠지만……
이명환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장담은 못하겠네요.”
“썩을 놈.”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돌렸다.
어째 이놈들은 하나같이 강진호를 닮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