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64)
마존현세강림기-965화(963/2125)
마존현세강림기 39권 (21화)
5장 살육하다 (1)
“상황은 어때?”
“어떻긴 어때. 여기에 누가 오겠 어?”
“입조심해. 나이트 르보 쪽에 그 말이 들어가면 난리가 날 거야.”
“빌어먹을 바케트국 놈들.”
이를 가는 윌셔를 보며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불만이 팽배했다.
불만의 단초는 과중한 경계 업무 에서 시작됐다. 원탁이 위치한 주변 은 원시림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완벽하게 우거진 숲으로 조 성되어 있다.
원탁이 이곳에 위치한 것을 알고 찾아오는 이가 아니라면, 이곳에 뭐 가 있는지 짐작도 하지 못할 것이 다. 이 우거진 숲 안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 더 이상하니
까.
일단 시계(視界)가 확보되지 않는 다.
과도하게 우거진 숲은 가시거리를 모조리 차단한다. 원탁에서 일부러 내놓은 길 쪽이 아니라면 앞에 무언 가가 있을 거라 짐작하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곳에서 뭘 지키라는 거야?,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들이라 면 이쪽으로 쳐들어오지는 않을 것 이다. 그런데 경계를 하라니.
뭐, 좋다.
경계야 할 수 있다. 지금이 민감
한 시기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바가 아닌가.
하지만 사람이 들어오기도 힘든 이 숲을 빽빽하게 채워서 경계하라 는 명령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 다.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사람으로 틀어막겠다는 무식한 발상이다.
그리고 그 명령을 내리는 게…….
“왜 우리가 프랑스 놈 말을 들어 야 하는 거지?”
윌셔의 말에 켄드릭은 무의식적으 로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물론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명령을
내린 쪽은 나이트 채드윅이다. 하지 만 그 명령이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 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프랑스 놈이 영국에서 명령질이 라니.’
그들이 아무리 원탁에 속해 있다 고는 하나, 그들의 명령권자는 원탁 이 아니라 나이트다. 나이트는 그들 이 직접 뽑은 이가 올라가는 자리 다. 그 나이트를 조율하는 곳이 원 탁이고, 원탁의 명을 이행하는 이가 나이트다.
다시 말하면, 원칙적으로 원탁은 그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없
다.
물론 과거에 이런 일이 없던 것 은 아니다. 명령 체계를 무시하고 원탁이 직접 명령을 내린 적은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 같은 반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스터 역시 영 국인이었으니까. 그리고 나이트 위 긴스의 전임 나이트가 바로 마스터 아닌가.
그들이 원탁에 들어오기도 전에 마스터는 영국의 나이트였다. 그런 이의 명령을 받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거부감이 들 리가 없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달랐다.
‘정식 마스터도 아니란 말이지.’
켄드릭이 미간을 좁혔다.
생각하기도 싫고 짜증 나는 일이 지만, 나이트 르보가 정식으로 마스 터가 되어 명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든 이해해 볼 수 있다. 협의체의 결 정은 그들의 결정이기도 하니까.
EU에서 결정된 사항이 마음에 들 지 않는다고 EU 소속국이 그 결정 을 거부할 수 있는 건 아니잖은가. 따르긴 따라야 한다.
물론 그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 아 EU에서 탈퇴해 버린 영국의 입
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소속이 되어 있는 동안만큼은 그 결 정에 따라주어야 한다.
하지만 나이트 르보는 아직 마스 터가 되지 못했다. 지금의 그는 다 른 나이트들과 같은 나이트일 뿐이 다. 그런데 왜 그들이 나이트 르보 의 명을 따라야 한단 말인가.
“나이트 채드윅은 대체 무슨 생각 을 하시는 거지?”
“……입조심하라니까.”
“사실이 그렇잖아.”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만류하고는 있지만, 그도 사실 같
은 입장이다.
“마스터가 구류당했다는 건 모두 가 아는 사실이잖아. 그런데 마스터 를 구하려 드는 게 아니라, 혹시 누 가 그를 구하러 올까 봐 경계를 강 화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고.”
“생각이 있으시겠지.”
“생각? 무슨 생각? 그 프랑스 놈 의 발바닥을 핥을 생각?”
“입조심하라고 했다.”
“……빌어먹을, 나이트 위긴스가 있었다면 절대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그분이 있었다면 마스
터가 실각하는 일도 없었을 거라 고.”
켄드릭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속으로는 윌셔의 말 이 맞다고 생각했다.
나이트 위긴스.
‘배신자.’
나이트 위긴스는 나라를 버린 배 신자에 불과하다. 그에게 조금의 애 국심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원탁과 영국을 버리고 동양의 작은 나라로 투신하는 무도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만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
영국의 나이트가 나이트 채드윅이 아니라 나이트 위긴스였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마스터가 탄핵되는 과 정을 막아낼 수 없었다 하더라도, 그 나이트 르보가 감히 영국의 병력 을 자신의 것인 양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트 채드윅은 대체 무슨 생각 을 하시는 거지?’
정말 저 나이트 르보에게 복종할 생각인가?
입술이 맞물린다.
이건 이성의 영역이 아니었다.
영국인에게 있어서 프랑스인이란 언제나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 다. 모두가 통합으로 나아가는 시대 에 무슨 시시콜콜한 감정론이냐고 하겠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감정적 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대로 나이트 르보가 마스터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우린 그의 명을 따라야 하는 건가?’
끔찍한 일이다.
켄드린이 나무에 등을 기댔다.
이 의미도 없는 경계를 지속하기 에는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어디서부터 일이 꼬여 버린 걸 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나이트 위긴스, 아니, 전 나이트였던 위긴스를 생각하게 된다.
그가 원탁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면 절대 이런 결론은 나오지 않았을 것 이다. 모두가 마스터가 자리에서 물 러나면 나이트 위긴스가 자연히 새 로운 마스터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확고한 후계를 잃어버린 결과, 마 스터는 원탁에 대한 지배력을 잃어 버렸다. 그 모든 게 지금 이 시점에
서 터져 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놈이 일부러 사람 뺑 이 치게 만드는 게 분명해.”
“적당히 좀 해라.”
“내 말이 틀렸어? 말이야 바른말 이지, 대체 여기에 누가 쳐들어온다 고 이렇게 경계를 시키냔 말이야. 뭐, 좋아. 경계야 할 수 있지. 그런 데 잠 잘 시간도 안 주고 있는 대 로 모조리 투입하는 건 사람 할 짓 이 아니잖아.”
“영국인이었으면 노동청에 신고했 을 거야.”
“그래봐야 내일까지야.”
“그러니까 지금까지 참고 있는 거 지. 이틀만 더 이 짓을 하라고 했으 면, 명령이고 뭐고 집에 가버렸을 거야.”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
켄드릭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원 탁은 현대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까. 일반적인 기업이나 조직에 적용 되는 룰이 원탁에는 적용되지 않는 다.
일반적인 기업에서의 무단이탈은 그저 해고 사유일 뿐이지만, 무인계
에서 무단이탈은 목숨을 걸어야 하 는 일이다.
그걸 다 알면서도 저리 말할 만 큼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윌셔만 이런 건 아니었다.
휴식을 위해 모인 이들도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입을 열면 불 만이 튀어나오니 서로 자제하는 것 이다. 어설프게 불씨를 던졌다가는 불만이 터져 버릴 것이고, 그 결과 는 결코 좋지 않을 테니까.
“교대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참자고.”
“그럼 뭐 해. 한 시간 쉬고 다시
나와야 할 텐데. 제길, 지금 삼 일 째 잠도 못 자고 있다고. 아무리 우 리가 무인이라지만 최소한의 휴식 시간은 챙겨줘야 할 거 아냐.”
“……내일 푹 자면 된다.”
“너, 아까부터 윗대가리들 편드는 데, 따로 뭐 언질받은 거 아냐?”
“적당히 해라, 적당히.”
3즈.
윌셔가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돌 렸다.
그 광경을 보며 켄드릭도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좋을 리가 없지.’
나이트 채드윅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아무리 나이 트 채드윅이 나이트 르보에게 동조 한다고 해도 다른 나이트들의 동조 가 없다면 마스터는 탄핵되지 않았 을 것이다.
그 말인즉, 대세가 이미 기울었다 는 것.
마스터가 탄핵된 시점에 이미 나 이트 르보가 원탁을 장악하는 건 정 해진 수순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 이트 르보와 대립각을 세워서 좋을 리가 없다.
자존심과 감정에 휘둘린다는 것은
조직의 수장이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는데…….
‘나도 어른은 못 되는군.’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감정적 으로는 동조할 수가 없다. 기분 같 아서는 차라리 나이트 채드윅이 시 원하게 반기를 들어주면 좋을 것 같 다.
영국에는 최악의 결과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끈적한 패배 감에 시달리지는 않을 테니까.
‘하루만 더 버티면 된다.’
하루만 지나면 모든 게 다 정리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든…….
그 순간이었다.
치이이익!
무전기가 날카로운 비프음을 토해 냈다.
“뭐지?”
웬만한 연락은 핸드폰으로 하고 있다. 무전기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만 쓰기로 합의가 되어 있다.
지루함에 지쳐서 장난을 하는 건 아닐 테고.
[여긴 팔콘 세븐.]어디지?
켄드릭의 머릿속에 지도가 펼쳐진 다. 팔콘 세븐이면 좌측 가장 끄트 머리다.
[뭔가 접근하고 있다. 아직 접근 하는 이들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 다.]“ 접근?”
켄드릭이 눈을 크게 떴다.
시계는 새벽 세 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무리 숲 외곽의 경계 지대 라고는 하나, 이 시간에 일반인들이 접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길을 잃은 트래킹족?’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가능성마저도 이어진 무전에 차단되고 말았다.
[다수로 보인다. 접근하는 속도가 빠르다. 대응하겠다.]켄드릭이 무전기를 움켜잡았다.
“최근접 초소들 지원! 지금 당장 팔콘 세븐을 지원하라! 다른 초소들 은 대기!”
[라져.]켄드릭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적인가?’
상식적으로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시간에 이 깊은 숲으로 접 근하는 다수, 그리고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이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원탁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적이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체 누가?
누가 감히 영국 땅에서 원탁을 노리고 달려든단 말인가.
원탁이 유럽을 지배한 이후로 그 누구도 감히 원탁의 본진을 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단순한 착각일지도 몰라.’
상황은 정확하게 파악했지만, 아 직 그의 머리는 영국 땅에서 누군가 가 원탁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상황
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 다.
치이이익!
날카로운 비프음이 다시 그의 귀 를 꿰뚫는다.
[여긴 팔콘 일레븐! 온다! 적이 온다!]‘일레븐?’
아니, 잠깐만. 아까 세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일레븐이 지?
팔콘 일레븐은 세븐으로부터 한참 뒤쪽 초소다. 그럼 세븐은? 세븐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간 다른 이들은? 이게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 가…….
[오, 온다! 온다! 으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악!]무전기 너머로 들려온 끔찍한 비 명 소리에 켄드릭의 피가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에서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