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65)
마존현세강림기-966화(964/2125)
마존현세강림기 39권 (22화)
5장 살육하다 (2)
[여긴 알바트로스 나인! 팔콘 에 잇, 응답하라! 팔콘 에잇!]무전기를 바라보는 켄드릭의 얼굴 이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무전기는 난리가 났다.
세 개 이상의 채널이 지원되는 무전기지만, 쏟아지는 무전을 감당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도한 채널이 동시에 접속하려다 보니, 말이 제대 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하나는 확실하다.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넘버가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숲 가장자 리에서 처음 들려온 무전이 점점 더 중심 쪽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럼 그 앞에 있던 이들은?
켄드릭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 다.
생각할 것도 없다. 무전을 보내던 이들이 더 이상 무전을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단 하나를 의미하니까.
최소 전투 불능.
그리고 객관적으로는 사망.
‘살아 있기만을 빌어야겠지.’
[알파에서 전달한다.]켄드릭이 긴장한 눈으로 무전기를 바라보았다.
지휘부에서의 전언이다.
[경계를 맡고 있는 이들 모두 지 금 당장 이글 원으로 이동한다. 다 시 한 번 전달한다. 전 병력, 이글 원으로 이동한다. 움직여!]다급함이 느껴진다.
그렇겠지.
지휘부는 그들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숲은 그냥 숲으로 보이겠지만, 그냥 숲이 아니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수많 은 부비트랩과 CCTV, 그리고 위성 감시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요새에 가깝다.
그런데…….
[밀린다! 못 막아! 후퇴! 후퇴한 다! 후퇴! 오, 오지 마! 으아아아아 악!]켄드릭이 얼굴을 굳혔다.
‘방금은 어디였지?’
이번에는 초소 이름마저 들리지
않았다. 이전에 들려온 무전으로 판 단했을 시, 적은 숲 안으로 침투 중 이다. 5km를 돌파하는 데 불과 십 분이 걸리지 않았다.
‘ 가능한가?’
켄드릭에게는 무리다.
방해없이 전력으로 주파한다고 해 도 5km를 십 분 만에 뚫을 수는 없 다. 평지라면 무리 없이 가능하겠지 만, 이곳은 원시림이 살아 있는 숲 이다. 평소 속도의 반도 낼 수 없 다.
개인이 전력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가능할까 말까 한 속도다. 그런데
저 다수가 저항을 받으며 이동하는 데 이 속도를 유지한다고?
지옥의 군단이라도 온 건가?
“이, 이동은?”
“간다!”
윌셔의 떨리는 목소리에 켄드릭이 이를 악물었다.
‘이글 원이 어디지?’
머릿속에 지도를 그린다. 그러고 는 몸을 돌려서 전력으로 달리기 시 작했다.
윌셔도 그를 쫓아 달린다.
‘빌어먹을.’
달리는 와중에도 켄드릭은 이를
악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누군가가 쳐들어왔다는 것은 알겠다. 납득하 기 어렵지만, 빤히 벌어지는 일을 부정할 만큼 그는 멍청하지 않다.
하지만 그가 납득할 수 없는 것 은 적의 진군 속도였다.
‘이게 가능한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다.
나이트 르보는 영국 무인들이 대 놓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과도한 경계를 지시했다. 지금 이 숲을 지 키고 있는 이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다.
영국의 정예들이다.
그런 이들이 과도한 근무표에 욕 을 할 만큼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 다.
나이트 르보가 프랑스의 정예병들 을 직접 이끌고 쳐들어온다고 해도 이런 속도는 내지 못할 것이다. 그 들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을 물리치 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릴 테니까.
그런데…….
[아아아악! 아악!] [사, 살려줘! 놈들이 온다! 다, 달 아나!]무전기 너머로는 끔찍한 비명밖에 들리지 않는다. 켄드릭을 더 당혹스 럽게 만드는 것은 무전기에서 들리 는 이들의 절망 어린 목소리였다.
‘대영제국의 기사들이 아닌가.’
수십 년간 나라를 지키고 세상을 수호하기 위해 무학을 익혀온 이들 이다. 그들의 굳건한 정신력은 일반 적인 병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 다.
그런데 저런 비명 소리라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체 뭘 봤길래?’
영국의 무인들이 단체로 겁쟁이가
되었을 리는 없다. 켄드릭 역시 지 금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들을 비웃 을 만큼 특출 난 정신력을 갖춘 것 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죽는 순간, 저리 비명을 지르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런데 그의 동료들이 저리 나약 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건 이쪽의 문제가 아니다. 쳐들어오는 이들의 문제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귀를 찢는 폭음이 켄드릭을 덮쳤 다. 켄드릭이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고개를 돌려 폭음이 터진 곳을 바라 봤다.
튀어 오른다.
켄드릭의 입이 헤, 벌어졌다.
달도 그 모습을 감춘 어둠 사이 로 거대한 무언가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나서야 켄드릭은 그것이 잘려 나간 아름드 리 거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 다.
“이 미친!”
직경이 2미터는 넘을 거대한 거 목이 장난감처럼 튕겨 오르고 있었 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다.
뭔가, 저 광경은?
중장비를 동원한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저 나무 하 나의 무게가 얼만데 저리 쉽게 튀어 오른단 말인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져야 저런 광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무가 튀어 오르는 곳과 켄드릭이 꽤나 멀리 떨 어져 있다는 정도…….
켄드릭이 화들짝 놀라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지금 안심한 건가?’
치욕적인 일이다.
적의 침투를 막아야 하는 무인이 적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안 심하다니. 무학을 익힌 이후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 다.
켄드릭이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안심한 게 아니다. 지금 켄드릭에 게 내려진 명령은 응전이 아니라 합 류니까. 내려진 명령에 충실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심한 것뿐이다. 정 말 그것뿐이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말도 안 되
는 변명을 되뇌며 켄드릭이 달리고 또 달렸다.
“가, 같이 가!”
윌셔가 뒤로 처지기 시작한다. 켄 드릭이 짜증을 부리며 속도를 조금 줄였다.
눈앞에 보이는 넝쿨을 검으로 잘 라내고, 나뭇등걸을 밟고 뛰쳐나간 다. 그런데도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직선으로 달리기에는 나무 가 너무 많고, 속도른 내기에는 발 밑에 걸리는 게 너무 많다.
‘교전 없이 달리는데도 고작 이 속돈데……
저들은 뭘 하고 있기에 저런 속 도로 이동한단 말인가.
콰아아아아아앙!
폭음이 또다시 들리는 순간, 켄드 릭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홱 돌아갔 다.
‘빌어먹을!’
나무가 튀어오르는 곳이 훨씬 가 까워졌다. 대충 눈대중으로만 봐도 그가 이동한 거리보다 저들이 이동 한 거리가 훨씬 많다.
‘이게 말이나 되냐고!’
머리로는 더 이상 정리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불
안해지기만 하니까. 켄드릭은 떠오 르는 생각들을 내치고 하나에만 집 중했다.
최대한 빠르게 합류한다.
합류해서…….
합류해서?
합류해서 뭘 어떻게 할 건데?
켄드릭의 떨리는 눈이 다시 옆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울창한 숲은 그들의 시야마저 앗 아갔다. 분명 막고 있는 입장이지만,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적.
아무도 막지 못하고 있는 적.
그런 이들을 막아야 한다. 그의 손으로.
켄드릭이 이를 악물고 달려 나갔 다.
“가, 같이 가자고!”
이제는 더 이상 윌셔의 투정이 들리지 않는다. 지금 달리는 속도를 늦추면 더는 뛰지 못할 것 같다. 점 점 더 늦어지기만 하겠지.
가고 싶지 않으니까.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 다. 그건 의지로 가능한 게 아니니 까.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버린 머리 로 켄드릭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 했다.
“알바트로스 포. 도착했습니다!”
질척이며 달라붙는 불안함을 날려 버리기 위해서인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미 현장에는 많은 이들 이 도착해 있었다.
켄드릭이 늦은 건 아니다. 애초에 이동하는 거리가 다 달랐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켄드릭은 어쩌면 자신이 조금 늦 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다.
가라앉아 있다.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음에도 분 위기는 더 이상 침체될 수 없을만큼 가라앉아 있었다.
“앞쪽으로 포진해! 대형에 합류해 라!”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 만 오랫동안 명령의 반응해 온 그의 몸은 켄드릭이 제대로 판단을 내리 기도 전에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대형이라고?’
초소의 앞쪽 거대한 공터.
그곳에 일백에 가까운 이들이 도
열해 있었다.
마치 바리게이트처럼.
일견 합리적인 진형이다. 켄드릭 은 기사. 상대를 몸으로 막거나 공 격한다. 그러니 전방에 서는 게 너 무도 당연하다. 후방은 마법사들이 나 성직자들이 서겠지. 지원을 해야 하니까.
합리적이다. 물론 합리적이다.
전방에 서 있는 이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불안과 공포에 젖어 있다 는 점만 빼면 말이다.
당연히 그렇겠지.
사람을 진정으로 공포에 떨게 만
드는 것은 강대한 적이 아니다. 보 이지 않거나, 예측할 수 없는 적이 다.
누군가를 상대해야 하는데 그 적 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 어떻게 공격해 올지도 예상할 수 없다면?
그건 상대할 수 없는 적 이상으 로 사람을 공포에 빠지게 만든다. 내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를 수 있다 는 뜻이니까.
켄드릭의 다리가 살짝 떨렸다.
알고 있다.
명령은 절대적이고, 이곳에서 도
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버텨내기 위해 서 지금까지 수련을 해왔으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무얼 위해서 이곳을 지키는 거지?’
우습지도 않은 일이었다.
적의 의도는 너무도 분명하다. 지 금 이 시점에 쳐들어온다는 것은 원 탁의 핵심부를 타격하거나 마스터를 구출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시점이 너무 공교로우니까.
다시 말해…….
지금 켄드릭은 나이트 르보를 지
키고 마스터를 풀어주지 않기 위해 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왜?’
이해할 수 없다. 납득할 수도 없 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대형에 합류해 있었다.
과거에 들은 적이 있다. 제식이라 는 것은 진형을 깔끔하게 만들기 위 해 배우는 게 아니라고. 앞으로 가 라면 가고, 뒤로 돌라면 돈다. 명령 이 떨어지는 순간, 머리가 생각하기 도 전에 몸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게 제식이라고.
지금 이 순간, 켄드릭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적을 막겠다고 대형을 갖춘다.
이런 병신같은 일이 또 어디 있 는가.
“아, 아니!”
켄드릭이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이었다.
“온다!”
그의 말이 거대한 고함 소리에 묻혀 버렸다. 그와 동시의 그의 눈 앞에 보이는 숲이 요동치기 시작했 다.
끝도 없는, 나무로 이루어진 드넓 은 숲은 마치 바다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지금 그 바다가 거대한 파도 가 밀려오는 것처럼 들썩인다.
그리고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앙 !
전방을 틀어막고 있는 나무들이 폭음과 함께 수수깡처럼 부러져 사 방으로 비산한다.
켄드릭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 졌다.
폭발과 함께 일어난 먼지구름 사 이로 거대한 무언가가 걸어 나온다.
아름드리나무 같은 거대한 팔과
다리, 조각상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몸뚱아리, 그리고…….
“크아아아아아!”
붉게 물든 두 눈, 그 괴물과도 같 은 몸을 감도는 알 수 없는 시커먼 기운까지.
지옥의 악마가 그대로 세상에 강 림한 것 같은 모습을 보며, 켄드릭 은 자신도 모르게 성호를 그었다.
주여.
당신의 어린양을 살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