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69)
마존현세강림기-970화(968/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1화)
1장 침습하다 (1)
“아래?”
원탁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를 가 리킨다.
고전적인 의미로는 각국의 대표인 나이트들이 둘러앉는 테이블을 가리 키고, 광의적으로는 그 나이트들이 소속되어 있는 조직을 가리킨다.
그리고 지금 위긴스가 말하는 원 탁은 그 조직의 본단을 의미한다.
본단이라는 것은 지역이고, 지형 이다. 그리고 더 명백한 의미로
‘건물인데.’
바토르가 미간을 좁혔다.
“그러니까, 이 지하에 원탁이 있 다는 말인가?”
“정확합니다.”
“……이 지하에?”
보이는 거라고는 공터와 돌밖에 없는데, 이 아래에 거대한 시설이 있다는 말인가?
……뭐, 좋다.
그럴 수 있다. 총회도 그렇고, 삼 왕계도 그렇고…… 대부분의 무인들 은 일반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신들의 본단을 마련한다.
평범한 이들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
굳이 건물을 지하에 마련한다는 게 조금 과해 보이기는 하지만, 딱 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다.
문제가 될 부분은 따로 있었다.
“어떻게 내려가는 건데?”
“당연히 마법입니다.”
“마법?”
“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곳 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 습니다. 이 마법진을 움직이게 되 면……
“서, 설마 공간 전이? 그런 게 정 말 가능한 건가?”
“엘리베이터가 작동합니다……
바토르가 가만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보, 보지 마, 이 새끼들아! 사람 이 흥분할 수도 있지.”
마염들이 가만히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할 말을
하는 사람이 하나는 있기 마련이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보셨구만.”
“끄으웅.”
방진훈의 이죽거림에 바토르가 얼 굴을 붉혔다.
“마, 마법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 럴 수도 있지.”
“보통은 그렇게까지는 안 나가 죠.”
“제길.”
무슨 말을 해도 수습이 안 된다 는 걸 알아버린 바토르는 차라리 입 을 다물어 버리는 쪽을 택했다.
“그러니까……
강진호가 입을 열어 상황을 수습 했다.
“기관?”
“동양에서는 그런 식으로 부르는 모양이더군요. 비슷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법으로 움직이는 기계라 고 해야겠지요.”
“……신기하군.”
강진호가 흥미로운 눈으로 공터를 바라보았다.
과거 중원에도 기관진식이니 진법 이니 하는 것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의 것들은 조악한 눈속임에 불과했 다. 그게 통할 수 있던 이유는 당시
를 살던 이들의 과학적 지식이 심각 할 정도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나름 과학이 발전한 국가 였다고?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현대는 지식이 모두에게 공 유되는 시대다. 지식을 익히는 데 자격이 필요하지 않고, 원하면 모두 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대의 지식이라는 것 은 특정 계층의 지자(知者)들에게 공유되는 특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동시대의 지자들은 기하학을 논했지
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이름자도 쓰지 못하던 시대다.
그러니 조잡한 트릭이 통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런 부분 에 있어서는 서양의 무인계가 동양 보다 확실히 앞서 있었다.
“그럼 어떻게 들어가야 하지?”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시동을 걸 수 있으니까요. 저쪽 중심으로 모여주십시오.”
모두가 위긴스가 가리키는 곳으로 움직였다.
“조금 더 왼쪽. 그 돌 사이로.”
“여기?”
“예. 좋습니다.”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 에 모여 있는 돌무더기 쪽으로 다가 갔다.
그 광경을 보며 방진훈이 조응히 속삭였다.
“중세 영화 같지 않습니까? 엄청 신기한데?”
“ 조금.”
강진호조차 동의할 수밖에 없었 다.
얼굴을 붉힌 바토르가 추임새를 넣는다.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는데? 롤러 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야.”
“탈 수 있습니까?”
“기분이 그렇다고, 기분이!”
“타보지도 못한 양반이 기분은 어 떻게 알고?”
“……방진훈 이사, 이따가 나 좀 보지.”
“일없습니다.”
방진훈과 바토르가 투닥대는 와중 에 위긴스가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의 손이 새하얗게 빛나며 허공 에 기이한 문양을 만들어내기 시작 했다.
“……폼은 나네.”
“ 인정.”
허공에 만들어진 형이상학적 문양 들이 빛을 발한다. 그러고는 돌무더 기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동시에 평 범해 보이던 돌무더기들이 갑자기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오
“오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잔뜩 긴장해야 할 광경이건만, 극 장에라도 온 것 같은 모양새다.
“이것들이, 긴장 안 하지?”
바토르가 소리치자 마염이들이 입
을 삐쭉 내밀었다.
지가 제일 홍분해 놓고는.
스으으으으으.
기이한 소음과 함께 뿜어져 나오 던 빛들이 점차 사그러들었다.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참을 기다리던 바토르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더 기다려야 하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긴스가 몸을 홱 돌렸다. 그러고는 어색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응?”
“아무래도 원탁에서 시동어를 바 꾼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데?”
“어, 그게 설명을 드리자면…… 좀 복잡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제가 집을 떠난 사이에 집 주인이 열쇠를 바꿔 버린 것 같은데……
바토르가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생각 안 했다고?”
“당연히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 열쇠가 좀 복잡해서…… 제거하고 새로 설치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못 건드렸을 거 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했네요. 대단 하다고 해야 할지.”
허허 웃는 위긴스를 보는 바토르 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그래서? 못 들어간다고?”
“바토르 님.”
“뭐.”
“문이라는 건 하나만 있는 게 아 닙니다. 사실 문이라는 개념도 우스 운 개념이지요. 사람이 들어갈 수만 있으면 다 문이라고 할 수 있으니 굳이 집착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 다.”
“그게 뭔 말인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지랄하고 자빠졌다.”
대놓고 욕을 퍼먹었지만, 위긴스 는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붉 어진 얼굴을 소매로 슬쩍 감췄을 뿐 이다. 이건 정말 그도 예상하지 못 한 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들어갈 건데? 여 길 부수면 되는 것 아냐?”
“어렵습니다. 이건 원탁으로 향하 는 문입니다. 공격으로 파괴될 만큼 대충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못 부순다고?”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멍청하긴.”
바토르가 혀를 찼다.
“사람이 들어갈 수만 있으면 다 문이라고 한 건 너 아닌가. 굳이 문 을 부술 필요가 없지. 이 아래에 원 탁이 있다는 뜻 아닌가.”
“……그렇지요.”
바토르가 옆쪽을 가리켰다.
“여길 막아놨다고 해도 대충 건물 이 있을 만한 곳을 파고들어 가면 될 것 아니냐. 건물이 도망가는 것 도 아니고.”
“바토르 님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상식적인 생각이라 감탄스럽군요. 하지만 아무래도 머 리를 쓰는 측면에 있어서는 바토르 님보다 마법사들이 더 뛰어나겠지 요.”
“주둥아리를 두들겨서 쭉 펴주기 전에 배배 꼬지 말고 직설적으로 말 하는 게 좋을 거다.”
“불가능합니다. 그런 가능성을 대 비해서 원탁으로 통하는 곳에는 공 간 왜곡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파고 들어 간다면 아마 숲 외곽으로 뚫고 나오게 될 겁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가능하니 마법이지요.”
“그럼 그 공간 전이……
“그건 안 됩니다.”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하자 바토르 가 시무룩해졌다.
“이건 되는데 그건 왜 안 되는지 이해를 못하겠군.”
“흐르는 물줄기를 트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흐르는 물줄기를 끓어서 다른 곳에서 나오게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아무리 마법 이라고 한들 세상의 법칙을 왜곡할 수는 있지만, 바꾸지는 못하는 법입
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
따지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전문가와 싸우 는 건 망신을 자처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공간 왜곡장을 해제할 수 있 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야?”
“제 능력을 모두 동원해도 지금부 터 열두 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그 말을 들은 방진훈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적당히 가서 밥 먹고 와도 될 것 같네요. 식사하러 가실?”
장난스레 말하긴 하지만, 꽤나 난 감한 상황이었다.
“열두 시간이라니.”
이 모든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은밀성이 아니라 신속성이다. 저들이 대처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몰 아붙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열두 시간?
그 열두 시간 동안 원탁이 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각지에 요청한 지원이 충분히 도달할 시간이다. 문 이 열릴 쯤에는 바글바글할 정도의
병력을 숲을 포위할 게 빤했다.
“……죄송합니다, 로드.”
위긴스의 얼굴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당황이 떠올라 있었다.
장난스러운 게 아니다. 위긴스는 지금 정말 당황하고 있었다. 완벽한 방어 마법진이 펼쳐져 있는 마법 회 로를 열고, 그 안에 새로운 시동어 를 밀어 넣는다는 것은 마스터가 직 접 나서도 열흘은 꼬박 걸릴 작업이 었다.
일이란 것은 필요성과 여유가 합 쳐져야 추진된다. 마스터에게는 필 요성이 부족했고, 여유는 더 부족했
다.
위긴스가 영국으로 쳐들어와 원탁 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그 말도 안 될 정도로 희박한 가능성에 대비 하기 위해서 최고위 마법사의 열흘 을 투자한다? 이건 손익의 개념으로 봤을 때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이 다.
그런데 누군가 그 멍청한 짓을 했다.
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다른 방법은?”
“……지금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흐 ”
강진호가 슬쩍 아래를 바라보았 다.
“이 아래에 뭐가 있지?”
“입구가 있습니다.”
“왜 들어가지 못한다는 거지?”
“방어 마법이 강력합니다. 웬만한 힘으로는 뚫을 수 없습니다.”
“너도 불가능한가?”
“이 마법진은 제가 만든 게 아닙 니다. 과거 세상을 오시하던 슈프림 메이지들의 유산입니다. 저는 감히 이 마법진을 해체할 수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주변에 펼 쳐진 공간 왜곡장을 열고 건물로 침
투할 길을 여는 정도입니다.”
“간단하군.”
강진호가 허공으로 손을 집어넣었 다. 아공간에서 적루를 꺼낸 강진호 가 천천히 검신을 검집에서 뽑아냈 다.
“그러니까, 여길 부수면 된다는 거지?”
“로드! 자, 잠시만!”
한 가지 사실은 명백하게 드러났 다.
마법에 대한 이해도는 위긴스가 높을지 모르지만, 강진호에 대한 이 해도는 다른 이들이 명백히 높은 모
양이었다. 강진호가 적루를 뽑아 든 순간, 강진호 주변에 몰려 있던 이 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멀리 떨어졌다.
“여, 여길 부수면 주변이 박 살……
바토르가 소리치는 위긴스를 잡아 옆구리에 꼈다.
“말릴 사람을 말려라, 이 멍청아.”
“아, 안 되는데!”
그 순간, 강진호가 허공으로 뛰어 오르는 모습이 위긴스의 두 눈에 생 생하게 들어왔다.
허공으로 5m는 떠오른 강진호의
전신이 붉고 검은 마기로 뒤덮인다. 불타오르는 듯한 마기는 적루에 모 여들어 거대하기 짝이 없는 마기의 검을 만들어냈다.
그 검이 그대로 휘둘러지며 바닥 에 내리꽂힌다.
그러더니…….
앙!
거대한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 같 은 폭발이 숲을 뒤흔들었다. 세상이 순간 대낮처럼 밝아지고 폭풍이 몰 아친다.
“히이이이이익!”
그 거대한 후폭풍에 총회의 무인 들이 바닥을 굴렀다.
나무가 뽑히고, 바위가 허공을 난 다. 그야말로 대폭발이었다.
눈을 멀게 만들 것 같은 섬광이 사라지고, 폭풍이 잦아들고 나자 공 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진이라도 난 듯 쩌억 갈라진 대지 아래로 길이 뚫려 있었다.
바닥에 내려선 강진호가 턱짓으로 갈라진 땅을 가리켰다.
“빨리 끝내지. 경찰이 오기 전에.”
경찰이 아니고 군대가 오겠지!
이 답도 없는 양반아!
위긴스의 속이 썩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