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7)
마존현세강림기-97화(97/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22화)
4장 — 대기하다 (3)
이게 무슨 소린가?
황정후 회장을 얼씬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사단장은 두가지의미에서 정신 이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는 그가 직접 챙겨준다고 하는데도 무 슨 더러운 청탁이라도 받는 것마냥
싫은 티를 팍팍 낸다는 것이 충격이 었고, 다른 하나는 황정후 회장이라는 거인을 옆집 아저씨보다 쉬운 투 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황정후 회장님을 잘 아나?”
“안면만 있는 사이입니다.”
‘그럴 리가 없지.’
황정후 회장이 놀고먹는 사람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하나라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 사람이 일부러 시간을 내 새 파랗게 어린 놈을 일부러 챙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황정후 회장님이 뭐 특별한 것을
바라신게 아니다. 그저 너 하나 불 이익을 받지 않게 해달라고 하셨을 뿐이다. 황정후 회장님이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텐데?”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특혜지요.”
“어째서?”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 닙니까.”
“병영 문화라고 들었습니다. 물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하 고, 틀린 것이 있다면 항의해야겠죠.
묵묵히 불이익을 감내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강진호는 헛기침을 했다.
이런 식으로 말을 많이 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참 오랜만 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배려 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군대에 오는 사람은 아 무도 없을 겁니다. 다들 불합리한 것을 알지만 그것이의무라고 생각을 하고 군대에 오는 것이겠죠. 그 렇다면 저만 그 배려를 받는 것은 불공평한 일입니다.”
“쯧쯧.”
사단장이 혀를 찼다.
“군대라는 곳은 만만한 곳이 아닐 세. 물론 아무 일도 없이 전역하는 사람이 대다수지만,가끔씩은 정말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곳 이 군대라는 곳이야.”
“그렇다면 제가 감내해야 할 일입니다.”
강진호는 변하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사 제가 이 안에서 저 홀로 감 당하지 못할 일을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해야 할 것은 군대의 시 스템과 저 자신입니다. 외부의도움
을 받는 건 기준에 어긋납니다.”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정후 회장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대한민국의 장병들이 모두가 감 내하고 있는의무를 뒤틀 자격은 없 습니다. 일전에 한번 말을 해두었는데 제의견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 모양입니다. 제가 확실히 따로 말을 해두겠습니다. 그러니 저에 대 한 관심을 접어주시길 바랍니다.”
강진호는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저, 저런!”
대대장의 얼굴일 뻘겋게 달아올랐다.
그 말이 정론이라고 하더라도 사 단장의 앞에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할 말은 아니었다. 상위 계급에 대 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연장자에 대 한 예의도 아니었다.
“저놈의 자식이!”
“그만.”
“하지만 사단장님.”
“어허, 그만하래도.”
대대장이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자 사단장은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 었다.
“그렇지. 누구도 그의무를 뒤틀 자격은 없지.”
사단장이 껄껄대며 웃기 시작했다.
“하, 그놈 당돌하네, 당돌해.”
“너무 건방진 것 같습니다.”
“아니지. 저건 건방이라고 하는게 아니라 당돌하다고 하는 거지.”
“건방지다는 건 우리가 잘못하지 않았을 때 쓸 수 있는 말이지.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이게 청탁 아닌가.”
“개인적인 친분으로 신경을 좀 써
주는 것뿐이지요.”
“그게 청탁이지.”
대대장은 입을 다물었다.
“다른 사병들이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나와의 친분이 없다는 이유 하나뿐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불공평한 것이지. 기회가 균등하지 않았으니까.”
사단장의 말에 대대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도 비슷한 지위에 있는 대대장들이 인맥으로 인해 그보다 먼저 진급을 하는 경우를 목도한다면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청탁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이가 청탁을 했는데, 그저 눈을 감고만 있으면 편히 군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을 딱 잘라서 거절하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는 일 이 아니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냥 거절하는 것도 아니 고 훈계까지 들었구만. 그래, 그 말 이 맞지. 신성한 국방의의무를 누가 감히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의 구성원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
사단장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빙그레 웃었다.
“어린 녀석에게 한 방을 먹었는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군. 이 지 위에 올라오고 나서는 어디를가나 잘 봐달라는 말만 들었는데, 나한테 신경을 끄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래도 너무 건방진 것 같습니다. 저런 신병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그런 사람이니 황정후 회장님이 특별하게 신경을 써달라고 하는 거 겠지. 너무 강해서 부러질 것 같은 놈이로군.”
사단장의 노안이 방금 나간 강진호의 뒷모습을 그렸다.
‘강인하군.’
그의 선배들 중에서도 저런 사람 들이 있었다.
타협할 줄 모르고, 고개 숙일 줄 모르고, 오로지 정도만을 걷던 사람 들.
그랬기에 부러졌고, 쓰러졌고,도 태되었다.
자신이 이 지위에 올라온 것이 어 쩌면 그들처럼 당당하지 못하고 지 나는 바람을 피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새삼 회한이 밀려왔다.
“강진호 이병에 대해 특별 취급을 하지 말게.”
“……괜찮겠습니까?”
“본인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줘야 지.”
“하지만 이미 알아버렸는데 그게 쉬울지는……
대대장의 표정에서 사단장은 외압 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군의 처지를 새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황정후가 마음을 먹는다면 사단장의 목을 날려 버리는 것도 별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일개 대대장급 인 중령이야 오죽하겠는가.
괜히 옆에 있었다가 입김만 스쳐도 목이 날아가는 것이 중령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을 지겠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황 회장님이 한 달에 한번은 부대에 들른다고 하셨으니, 그 때 잘 말씀을 드리면 되겠지. 저놈도 개인적으로 따로 연락을 하겠다 고 했으니까.”
“어린애가 말을 함부로 하면 괜히 진노만 사게 될텐데요.”
“안 그러길 바라는 수밖에 더 있
는가?”
사단장이 끌끌, 혀를 찼다.
“강진호!”
강진호를 따라 밖으로 나온 하진 남이 기겁을 하여 소리쳤다.
“야, 이 미친놈아. 사단장님이 계 시는 자리를 먼저 박차고 나오는 경 우가 어디 있냐! 포대장 모가지 날 아가는 꼴 보고 싶냐?”
“그 부분은 생각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일단 대기해.”
하진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일단 강진호를 나무라기는 했지 만, 강진호의 뒤편으로 그림자처럼 황정후의 후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 혼을 낼 수도 없고, 그렇다 고 이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더욱 그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대 대장실 안에서 다른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이리된 이상 대대장님이 나 오실 때까지 꼼짝없이 대기를 타야 한다.
“전화 한 통 해도 되겠습니까?” 강진호가 저 멀리 보이는 전화박 스를가리켰다.
“응?”
하진남은 덜컥 겁이 났다.
이놈이 안에서 한 말을 생각해 보 면 지금 당장이라도 황정후 회장에게 전화를 해서 잔소리를 늘어놓을 기세건만, 그 일이 터졌을 경우에 뒷감당이가능할 것인가.
“아, 안 돼. 일단 대기해.”
“잠깐이면 됩니다.”
“포대장이 대기하라고 하면 대기 하는 거야.”
“예,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두말없이 그 자리에 부 동자세로 서자 하진남은 남몰래 한 숨을 쉬었다.
‘이런 걸 보면 개념이 없는 놈은 아닌데.’
황정후 회장이라는 말을 직접 듣 고 나왔으니 조금 무례하게 군다고 하더라도 하진남은 그에게 손을 대 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아마 강진호도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강진호는 여전히 깍듯하게 하진남을 대하고 있었다.
“황정후 회장님과는 무슨 관계 냐?”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해봐.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정말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분이 이렇게 너를 따로 신경을 쓰신다고?”
“개인적인 친분이 조금 있는 정도 입니다.”
“그래?”
이걸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고.
자료를 보았을 때는 확실히 황정후 회장관의 혈연관계는 없었으니 그 말이 맞을텐데, 황정후 회장의 반응을 본다면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고 하기도 애매했다.
“오래 걸리네.”
하진남이 열리지 않는 대대장실 문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너, 황정후 회장님한테 전화하려 고 그러는 거지?”
“그렇습니다.”
“……지금 안 시켜줘도 부대가면 할 거지?”
“그렇습니다.”
“그래, 해라. 저기서 하고 이리로 와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경례를 하고는 전화박스 로 향했다. 하진남은 그 모습을 보 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쩌다 내 부대에 이런 일이
이런 드라마에서나 나올 만한 일 이 왜 하필 그가 있는 부대에서 벌 어진단 말인가. 그의 꿈이라고는 소 박하게 부대를 잘 운영해서 1차 진 급에 성공하는 것밖에는 없는데.
순조롭던 항해가 만난 난관이 암 초 정도이기를 바랐건만, 뜬금없이 배 바닥에서 크라켄이 뚫고 나온 기분이었다.
“내가 잭 선장도 아니고.”
하진남은 한숨을 푹 쉬고는 전화 기를 들고 있는 강진호를 바라보았
다.
‘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아무리 병사라고는 하나 개인적인 전화를 엿듣는다는 것은 예의에 어 긋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은가.
저 황정후 회장과 통화를 하는 신 병이라니, 대체 어떤 대화가 오가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게다가 혹시라도 둘의 관계에 대한 실마 리를 잡는다면 그 자신뿐만 아니라 대대장님과 사단장님께도도움이 될 지 몰랐다.
‘조금만 들어볼까?’
이건 결코 사심이 아니라 상관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진남은 천천히 전화 부 스를 향해 다가갔다.
강진호의 눈에 보이지 않게 뒤쪽으로 발소리를 내지 않고 다가간 하 진남이 천천히 귀를 기울였다.
‘뭔 말을 하는 거지?’
대화가 잘 들리지 않지 하진남이 좀 더가까이로가서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했잖습니까.”
아주 작게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회장님!”
좀 더 집중을 하자 말을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회장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황정후와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 맞아 보였다.
‘진짜 황정후 회장인가?’
TV에서나 보던 사람이 지금 눈앞 에 있는 병사와 통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직은 현 실감이 없어서인지, 이게 어떤 상황 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꿈을 꾸듯 몽롱해하던 하진남은 강진호의 다음 말에 현실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어떤 것도 필요 없다구요. 다음에도 같은 일이 있다면 저도가만히 있지는 않겠습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리 건대, 제 군생활에 대해 신경을 끄 십시오. 이건 권유가 아닙니다.”
너무 과하게 현실을 이해한 하진 남이 심장 어림을 부여잡고 그 자리 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