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70)
마존현세강림기-971화(969/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2화)
1장 침습하다 (2)
“문이 부서졌다!”
나이트 채드윅은 넋이 나가는 심 정이었다.
‘뚫렸다고? 문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서 다 시 확인해 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는 건 받아들일 수 있다.
아무리 그들이 시동어를 바꾸었다 고는 하지만 나이트 위긴스는 영국 내에서도 인정받는 마법사였고, 그 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돌파 구를 찾을 가능성이 있는 자였으니 까.
그저 문이 열렸다면 전대 나이트 인 위긴스에게 찬탄을 보냈을 것이 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달랐다.
‘부쉈다고?’
그 문을?
이건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원탁의 입구는 그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신권이 강해지며 그들에 대한 박 해가 일어나기 전의 시대. 지금은 골든 에이지(Golden Age)라고 불리 는 마법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문이 다.
지금의 그들로서는 어떠한 방법을 써도 그 문을 부술 도리가 없었다. 시동어를 분실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면, 문을 포기하는 게 유일한 방법 일 정도다.
그런데 그 문을 부쉈다고?
‘불가능해!’
이미 일어난 일을 부정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다. 하지만 눈앞에서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광경을 본다 고 해서 그 모습을 보이는 그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된단 말인가.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 전, 그의 몸을 날려 버릴 것 같던 폭음을 두 귀로 들은 이상 부정할 도리가 없다.
상대가 위긴스이니만큼 끝까지 막 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 다.
위긴스라면 결국 방법을 찾아낸 다.
하지만 그게 패배는 아니었다. 지 금 이 순간에도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을 지원군들이 도착할 때까지 시 간을 벌 수 있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최소한 반나절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단 10분도 버티지 못하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그가 아는 모든 마법을 다 생각 해 봐도 문을 부술 수 있는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물리력?
폭격기라도 동원해야 한다. 개인 이 휴대 가능한 폭탄의 화력으로 저 문을 부순다는 건 불가능하다. 105 nun 곡사포나 전차포의 화력도 버텨 낼 수 있는 문이다. 그런데 저들이 무슨 수로 그 이상의 화력을 동원한 다는 말인가!
“나이트 채드윅!”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온다.
“명령을!”
나이트 채드윅이 입술을 질끈 깨 물었다.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저들이 문을 열었고, 지금 이 원탁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 다는 점이다.
“입구를 틀어막아라! 지원을 요청 해! 지금 당장!”
“예!”
“가터 기사단을 소환해! 저들을 막으라 전해!”
“그, 그들이 움직이겠습니까?”
“나이트의 명이다!”
그가 단호히 말했음에도 명을 받 는 이의 눈은 여전히 미심쩍은 눈치 였다.
“하, 하나 상대는 위긴스입니다. 가터 기사단은……
“그가 나이트인가!”
“나이트는 나다! 가터 기사단을 불러!”
“예, 나이트!”
전령이 뛰쳐나가자 나이트 채드윅 이 벽을 후려쳤다.
콰앙!
복도를 울리는 폭음이 터져 나왔 다.
‘빌어먹을, 위긴스!’
나이트 채드윅에게 있어서 위긴스
는 넘을 수 없는 벽과도 같았다. 하 필이면 그보다 5년 늦게 태어난 탓 에 그는 위긴스가 끝도 없이 앞서 나가는 꼴을 평생 지켜봐야 했다.
5년.
다른 세대로 취급당하기에는 너무 도 짧은 시간이고, 공정한 경쟁을 하기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다. 5년 먼저 태어난 사람과 같은 기준을 적 용받는다는 건, 후에 태어난 사람에 게는 너무도 억울한 일이었다.
더구나 그 상대가 역대급 천재라 면?
도저히 따라잡을 방법이 없어진
다.
평범한 이의 5년과 천재의 5년은 다르다. 펑범한 이가 5년 동안 십의 결과를 낸다면, 천재는 백, 천의 결 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위긴스가 바로 그런 천재였다.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고 해도 따 라잡기 힘든 자를 5년 뒤에 출발해 서 따라잡는 게 어찌 가능하단 말인 가.
채드윅은 그렇게 평생을 위긴스의 위광에 짓눌려 살았다.
위긴스가 나이트의 직을 버리고 나서야 겨우 그의 존재를 지워내고
나이트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그 위긴스가 지금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적의 입장에서.
‘안 되지, 위긴스.’
위긴스에게 딱히 나쁜 감정은 없 다. 만약 위긴스가 나이트의 자리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그저 평생 을 위긴스를 모시는 평범한 무인의 위치에서 만족했을 것이다.
때로는 억울하고 화가 나겠지만, 굳이 살리에리의 예를 들지 않더라 도 천재의 위광에 가려 평생을 숨죽 이며 살아야 했던 범재들이야 수도 없이 많았을 테니까.
모두가 주인공일 필요는 없지 않 은가.
하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던 채 드윅을 주인공의 자리로 이끈 것은 바로 위긴스다. 그런데 이제 와 다 시 그 자리를 가져가겠다고?
‘그럴 수는 없지, 위긴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채드윅은 우물 안 개구리 라는 말이 나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물 안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고 있는 개구리에게 넓은 세상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행을 강요 하는 건, 바깥세상을 사는 이들의
아집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물 밖을 본 개구리는 다시 우물 안으로 돌아갈 수가 없 다.
애초에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우 물 밖을 보아버린 개구리에게 우물 안은 너무도 좁은 곳일 뿐이다. 다 시는 행복을 찾을 수 없다.
‘나를 우물 밖으로 끌어낸 건 당 신이니까.’
채드윅이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도 알고 있다.
가터 기사단이 그를 신뢰하지 않
는다는 것쯤은. 아무리 지금의 나이 트가 자신이라고는 하나 그들은 아 직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상대가 다른 이였다면 채드 윅을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 만 상대가 위긴스라면 그들은 채드 윅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을 위긴스에게 충성해 온 이들이니까.
‘하지만 너희 역시 거절할 수 없 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의 나이트 는 채드윅 자신이고, 위긴스는 그저 배신자에 불과하다. 배신자의 편을 든다는 것은 저들에게 있어서는 절
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아 무리 탐탁찮다고 해도 결국은 채드 윅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 다.
그게 권력이니까.
그때, 그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 다.
채드윅이 굳은 얼굴로 전화를 바 라보았다. 나이트 르보의 번호가 찍 혀 있다.
“채드윅 입니다.”
[원탁으로.]“알겠습니다.”
간단히 전화를 끊어버린 채드윅이
성큼성큼 걸어 원탁으로 향했다.
‘위긴스, 당신은 잘못 선택했어.’
무슨 방법을 사용해 문을 뚫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원탁 안으로 들어 온다는 건 자살행위에 불과하다.
평소의 원탁이라면 허를 찔렸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새로운 마스터의 선출을 위해서 지 금 이곳에는 원탁의 나이트들이 과 반수 이상 모여 있다.
나이트란 곧 국가를 대표하는 자 들.
무력이 각국에서 가장 강할 필요 까지야 없겠지만, 무력으로 인정받
지 못하는 이는 나이트에 지원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유럽 최강의 전 력들이 지금 이곳에 모두 모여 있다 는 말과도 같다.
‘당신의 목은 내가 베어주지.’ 적어도 나이트 르보의 손에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게 나이트 채드윅이 위긴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뭐가 많이 복잡한데…… 원래 이 런 겁니까?”
“아니, 뭐……
방진훈의 질문에 위긴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식으 로 원탁에 진입해 본 적은 없다 보 니 뭐라 대답을 못하겠군. 여하튼 내가 생각했던 위치까지 들어오기는 했네.”
“비켜봐! 끄으응!”
땅이 갈라진 틈새에 걸린 바토르 가 낑낑대며 몸을 밀어낸다. 장정 둘은 너끈히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틈이지만, 바토르에게는 이것마저 좁은 모양이었다.
“……가지가지 하네.”
“뭐?”
“아닙니다.”
방진훈이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위긴스는 그런 방진훈에게 살짝 감탄하는 중이었다.
‘이렇게까지 깐죽거릴 수 있는 것 도 재능이지.’
그것도 바토르에게.
말이야 바른말이지, 머리에 정상 적인 뇌가 안착되어 있는 인간은 감 히 바토르에게 깐죽댈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바토르가 보이 는 것과는 다르게 이성적이라고는
하나, 그가 장난처럼 휘두른 손가락 조차 인간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 농을 건다는 건 웬만한 담량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다.
‘회주님과 오랜 시간을 보내서 그 런가?’
아니면 그냥 겁대가리가 없든가. 마지막으로 강진호가 뛰어 내려오 자, 모두가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위긴스.”
“예, 로드.”
“지금부터는?”
“원래대로라면……
위긴스가 쀼루퉁한 눈으로 강진호 를 보며 말했다.
“어차피 입구는 여기뿐이니, 차근 차근 밀고 들어가면 될 일이었습니 다. 이곳을 점거한 이상 저들을 독 안에 든 쥐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저희가 이곳에 침입했다는 걸 모두가 알았을 겁니다.”
“어차피 아는 거 아냐?”
바토르의 말이 위긴스가 으르렁대 듯 말했다.
“원탁 안에 있는 이들이 알게 되 었다는 뜻이 아니라! 원탁 밖에 있
는 이들도 모두 알게 되었을 거란 말입니다! 지금쯤 군대가 몰려오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설마 군대까지야.”
“……최악의 상황은 언제나 가정 해야 하는 법이지요.”
위긴스의 말에는 나무람이 묻어 있었지만, 강진호는 언제나 그렇듯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제 나름 철이 들어 평시에는 수많은 것들을 고려하는 강진호이지 만, 전장에서의 너무 많은 생각은 오히려 독이 된다. 때로는 단순한 게 정답일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 지?”
“속전속결 입니다.”
위긴스가 앞쪽을 가리켰다.
“원탁으로 향하는 길은 미로와 함 정으로 가득합니다. 저들이 모든 함 정을 발동시켰다면, 가는 길이 쉽지 는 않겠지요. 직접 막아서는 이들도 수도 없이 많을 테니까요.”
“흠.”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바토르가 씨익 웃었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하는
군.”
“……좋게 들으셨다니 다행입니 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하나 확인하지.”
“예, 로드.”
“네가 만들려는 결말은 뭐지?”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말하는 원탁이라는 곳이 최 종 목표인 줄은 알겠다. 그곳에 도 착하면 뭐가 있나?”
“나이트들이 모여 있을 겁니다. 마스터가 없는 이상 원탁을 지휘하 는 쪽은 나이트 르보나 나이트 채드
윅이 될 테니, 그들은 규정에 따라 원탁을 지켜야 합니다.”
“그럼 목적은 원탁이 아니라 나이 트로군.”
“예, 로드.”
“그들을 죽이는 게 목표인가?”
위긴스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그 가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 마나 많은 이들이 죽는가가 결정이 난다.
“……모두를 죽여서는 안 됩니 다.”
“그럼?”
“죽여야 하는 이는 나이트 르보,
그 하나입니다. 하지만……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이트 르보에 동조하여 그를 구 하려 들거나, 로드께 저항하는 이라 면 어쩔 수 없이 죽여야겠지요.”
“간단하군.”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죽여야 하는 건 나이트 르보, 그 리고 막아서는 이들. 맞나?”
“정확합니다.”
“좋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러고는 적루와 청루를 뽑아 들 었다.
“뒤처지지 말고 따라와라. 내가 길을 연다.”
“예!”
움직이기 시작하는 강진호를 보며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쩌면 지금 가장 신난 사람은 바토르가 아니라 강진호일지도 몰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