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71)
마존현세강림기-972화(970/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3화)
1장 침습하다 (3)
“오, 온다!”
“막아! 목숨을 걸어서라도 막아!”
“뚫립니다! 저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막아! 막아내야……
서걱.
잘려 나간 몸뚱이에서 뿜어져 나 온 핏물이 복도를 새빨갛게 물들인
다.
“히이이익!”
“다, 달아나!”
평생 동안 기사로서의 길을 걸어 왔다.
적에게 등을 보이는 것은 기사의 수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이 온다면, 당당하게 옥쇄하는 것이 명예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말이 조금 다르다.
이길 수 없는 적에게 패해 죽는 것은 명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괴물에게 살해당하는 것도 명예라고 할 수 있
을까?
보라.
저 괴물을.
전신을 타오르는 듯한 검은 불꽃 으로 뒤덮은 채 검을 휘두르는 악마 의 모습을. 진득한 타르 같은 검은 기운이 육체를 완전히 뒤덮고 있다.
얼마나 맹렬하게 타오르는지, 집 중해서 보지 않으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저 눈.
저걸 눈이라 할 수 있을까?
얼굴이라 짐작되는 시커먼 기운의
화염 속에서, 심혼을 얼려 버릴 것 같은 핏빛의 안광이 홀러나오고 있 다.
악마.
악마라는 말이 아니고서야 도무지 표현할 방도가 없다.
이 어두운 지하에 갑자기 나타난 악마는 그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 에게 공평한 결말을 선사하고 있었 다.
죽음.
항거할 수 없는 죽음.
쓰러진다.
명예와 의지로 무장하고 용감하게
악마에게 달려든 이들이 맞이한 결 말은 명예로운 죽음이 아니었다. 일 검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쪼개진 채 악마의 발에 짓이겨지는 죽음이 어 찌 명예로울 수 있단 말인가.
“흐, 흐으.. 흐.”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 이……
패닉이 찾아온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 았다. 적이 원탁에 침입했으니 그 앞을 막으라는 명을 들었을 뿐이다. 명령이 떨어졌으니 그 명을 따른다.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 복도를 채운 이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격렬하게 후회하고 있었다.
왜 조금 더 생각하지 못했을까?
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지 않 았을까?
적을 막으라는 그 단순한 명령의 의미가 이 악마를 상대하라는 뜻인 걸 알았다면, 과연 이곳으로 올 이 가 몇이나 되었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의미가 없는 말이 었다.
그게 옳은 선택이었든, 잘못된 선 택이었든 그들은 이 악마의 앞에 서
버렸고, 그 결과 피할 수 없는 죽음 이라는 결과를 공평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아니, 아직은 그 결말을 납득할 수 없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물러서!”
“뒤로! 뒤로 간다! 좁은 데서는 상대할 수 없다!”
좁은 데서 상대할 수 없다고?
그럼 넓은 데서는 상대할 수 있 다는 건가?
저 악마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물러난다.
품위 있고 고상한 단어로 굳이
포장한다면 물러난다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물러나는 모양새를 본 이라면 결코 그런 단어 를 가져다 대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도주이자 발악이었다.
다가오는 악마를 피하기 위해서 모두가 등을 돌려 달린다. 걸리적거 리는 것이 있으면 그게 설사 동료라 할지라도 짓밟고 뛰어넘는다.
누군가는 네발로 개처럼 기었고, 누군가는 걸리적거리는 검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아비규환.
양 떼 사이에 늑대가 뛰어든 것
처럼, 아니, 그 이상의 공포와 혼란 이 이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였을까, 마지막으로 이 런 기분을 느낀 것이.
무학을 익힌 이후로 그들은 무엇 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 금 당장은 힘에 부치는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조금 더 수련하고 조금 더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다 믿었 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되었다.
아무리 수련을 하고 아무리 노력 을 해도 해낼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저 악마에게 대항하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어어! 나, 나도 데리고 가!”
뒤쪽에서 들려오는 비명은 그들의 발을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풀려가는 다리에 힘을 주 는 계기가 될 뿐이었다. 뒤처지는 이에게는 죽음이라는 결론만이 있을 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달리던 이들이 다들 눈을 질끈 감았다.
할 수 있다면 손을 들어 올려 귀
까지 틀어막고 싶지만, 그런 여유는 그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귀를 틀어막을 시간에 한 걸음이 라도 더 가야 한다.
“나, 나왔다!”
“대열을 갖춰! 당장! 지금 당장!”
“여기다!”
복도의 끝에 나타난 공동으로 사 색이 된 이들이 도열하기 시작했다.
눈이 부시다.
전등이 모두 꺼진 어두운 복도에 서 불이 밝혀진 공동으로 나오자 지 옥에서 빠져나온 기분까지 들었다.
“후욱! 후욱! 후욱!”
저도 모르게 거친 심호흡이 홀러 나온다.
‘잠깐.’
로세니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 다.
도열하라는 명이 떨어진 순간, 그 의 몸은 머리보다 먼저 움직여 대열 을 갖추었다. 하지만 도열이 끝나자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뭘 어쩔 셈이지?’
막는다고?
여기서?
손끝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막아? 저걸?
좁은 복도에서는 막을 수 없었으 니, 넓은 곳에서 단번에 덮쳐서 막 아내겠다는 생각이라는 건 이해했 다. 하지만 그 의도를 이해했다는 것과 이 계획이 좋은 계획이라 인정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미친 짓거리야.’
양 떼로 둘러싸 늑대를 죽인다?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건 가?
아니.
늑대라면 어떻게 가능할 수도 있 겠지. 제아무리 늑대라고 해도 양이 전력으로 들이받는다면 충격을 받을
테니까.
하지만 저건 늑대 같은 게 아니 다!
아무리 봐도 저 악마와 그들의 격차가 양과 늑대의 격차보다 몇 십 배는 더 컸다. 그런데 이게 무슨 무 모한 짓이란 말인가.
“뭐, 뭘 어쩔 셈이야?”
“계속 달아나야 하는 거 아냐?”
그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꽤 나 있는 모양이었다.
‘당연하지!’
머리에 든 게 돌이 아닌 뇌라면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미 보
지 않았는가, 저 복도에서 누가 다 가오고 있는지!
터져 나오는 불만이 잦아들었다.
납득해서가 아니다.
각오를 다져서도 아니다.
그럼에도 공동은 순식간에 싸늘하 디싸늘한 침묵으로 물들어 버렸다.
어둠으로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 이지 않는 검은 복도의 끝에서 핏빛 의 섬뜩한 불빛이 나타났기 때문이 다.
살짝살짝 흔들리며 점차 선명해지 는 불빛.
이곳의 모두가 알고 있다. 불빛의
정체가 악마의 눈이라는 사실을
저 눈이 흔들리는 건 저 악마가 지금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기 때 문이라는 걸.
입을 열 수가 없다.
마치 입술에 접착제라도 붙인 듯, 입술이 서로 떨어지지가 않는다.
저벅저벅.
전신을 뒤덮은 검은 기운과 함께 악마가 복도를 지나 공동으로 들어 섰다.
“후우우우우.”
그러고는 낮은 호흡을 내뱉는다.
조금 안심했다.
왜냐고?
적어도 저 악마도 숨은 쉰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확인할 수 있었 으니까.
“……막아섰군.”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온 다.
순간 ‘악마는 저런 언어를 사용하 는가’라는 생각을 하던 로세니어가 미처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악마 의 입가가 일렁였다.
“멍청한 짓이지.”
영어?
지금 영어로 말한 건가?
악마의 입가가 좌우로 살짝 늘어 난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미소. 저건 미소다.
저 악마는 지금 웃고 있다.
“차라리 나를 상대하는 쪽이 좀 더 깔끔하게 죽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악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악마의 등 뒤에서 시커먼 무언가들 이 공동의 안으로 거칠게 뛰어들었 다.
“마, 막아라!”
“물러서지 마라!”
마치 마왕이 휘하의 권속들을 세 상에 소환하는 것처럼.
악마의 둥 뒤로 검은 기운을 줄 줄이 내뿜는 마인들이 기괴한 고함 을 지르며 그들을 향해 맹렬히 달려 들었다.
깊은 땅속의 공간이 지옥으로 화 하기 시작했다.
“뚫립니다!”
나이트 르보의 눈이 꿈틀했다.
“세 번째 도어가 열렸습니다!”
“세 번째?”
“예.”
“두 번째는?”
“조금 전에 돌파당했다고 보고를 드렸습니다.”
나이트 르보의 얼굴이 마침내 일 그러지고 말았다.
“세 번째라고?”
“예. 그렇습니다.”
“방어 병력은 대체 뭘 하는 건가, 적들이 저리 날뛰고 있는데!”
“ 그게••••••
“당장 대답하지……
“전멸입니다.”
나이트 르보가 입을 다물었다.
전멸.
그 말이 주는 의미는 너무도 컸 다. 이 원탁에 모여 있는 나이트들 모두가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전멸이라고?’
나이트 르보는 영국을 싫어한다.
프랑스인인 그가 영국에 좋은 감 정을 가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 다. 그는 영국을 경멸했고, 영국인인 마스터와 나이트 위긴스 역시 증오 했다.
하지만 싫어한다고 해서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의 무인들은 유럽에서 정예로 인정받는 이들이다. 특히나 원탁의 방어를 맡고 있는 이들은 그런 영국 의 무인들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최 상의 무인들이다.
그런데 전멸?
전멸이라고?
나이트 르보가 손을 들어 자신의 가면을 움켜잡았다.
‘아니야.’
침착하자.
저 전멸이라는 말이 방어 병력이 모두 죽었다는 뜻은 아니다. 세 번
째 문까지 배치되었던 이들이 죽었 다는 뜻이다.
아직, 아직 방어 병력은 충분할 만큼 남아 있었다.
“나이트 채드윅!”
“……예, 나이트 르보.”
나이트 르보의 눈이 채드윅을 강 하게 쏘아보았다.
“막을 수 있겠소?”
“제게 물으신 겁니까?”
“지금 내가 당신이 아니면 누구
“원탁의 수호는 나이트의 의무입 니다. 저를 더 이상 모독하지 마십
시오.”
나이트 채드윅이 몸을 돌렸다. 그 러고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나이트 채드윅, 그전에 투표 르…”
“기 권입니다.”
채드윅이 슬쩍 고개를 돌려 나이 트 르보를 일별했다.
“제가 없어도 과반은 채워지니, 그 일은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저 들을 막겠습니다.”
나이트 르보가 입술을 살짝 깨물 었다.
‘빌어먹을 영국 놈들.’
침입자 하나 감당하지 못해서 사 태를 이 지경까지 만들고 있는 주제 에 입은 살아 있다.
“그럼.”
나이트 채드윅이 문을 열고 밖으 로 나가자, 나이트 르보가 깊이 숨 을 내쉬었다.
‘ 괜찮아.’
아직 괜찮다, 아직은.
영국의 힘은 결코 무시할 정도가 아니다. 침입자 하나 막아내지 못할 리가 없다. 그리고 설사 이들이 막 아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해도 문제없다.
이제 그는 모든 힘을 손에 넣을 테니까.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마스터의 자리만 손에 넣으면 된 다. 그럼 누가 쳐들어왔든 지옥을 보여줄 수 있다.
“새로운 마스터 선출에 관한 건입 니다. 원탁의 율법에 따라 과반이 넘는 나이트들이 지지하는 나이트가 새로운 마스터가 될 것입니다. 후보 로 나설 나이트께서는 지금 그 의지 를 표해주십시오.”
아무 문제도 없다.
모든 것은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 다.
하지만 나이트 르보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말이 평소보다 조금 빨라져 있다는 사실과, 그의 이마에 서 한 줄기 땀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높은 기감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저 멀리.
한없이 음습하고, 한없이 차가운.
이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어둡고 또 어두운 기운 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
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