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76)
마존현세강림기-977화(975/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8화)
2장 억누르다 (3)
‘지진?’
아니다.
이현수는 즉각 깨달았다. 웅웅거 리는 울림이 느껴지지만, 이건 지진 의 ‘흔들림’과는 달랐다.
지축이 흔들린다기보다는 차라 리…….
‘움직인다.’
지금 이곳으로 정체를 알 수 없 는 다수의 무언가가 몰려들고 있었 다.
“로드!”
위긴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 다.
“입구를 막아야 합니다!”
“ 입구?”
강진호의 눈이 위긴스의 시선을 쫓았다.
‘문‘?’
원형의 거대한 홀로 통하는 문은 강진호들이 통과한 곳만이 아니었
다.
‘ 셋‘?’
전방과 좌우에 세 개의 문이 더 있다.
“홀로 병력이 몰려들 겁니다!” 강진호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병력?’
병력이 더 있다면 왜 지금까지는 나서지 않았단 말인가.
그런 강진호의 생각을 눈치챘는 지, 위긴스가 빠르게 말을 늘어놓았 다.
“마스터의 자리가 비어 있을 동 안, 원탁 내에 타국의 병력은 활동
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저 나이트들 이 이끌고 온 이들이 이제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강진호가 바로 입을 열었다.
“바토르!”
“여기 있다, 주인!”
“수하들을 이끌고 전방의 문을 막 아라.”
“충!”
바토르 역시 상황의 심각함을 알 았는지 가타부타 말없이 전방으로 달려 나갔다. 그의 뒤를 공영길들이 뒤쫓았다.
“장민!”
“마존이시여, 속하는 준비되었나 이다!”
“좌측!”
“예!”
장민 역시 재빠르게 달려 나가 좌측의 문을 점거했다. 마인들이 그 의 뒤를 빼곡히 채웠다.
“방진훈!”
“예!”
“우측! 슈발리에들을 데리고 가 라!”
“예!”
방진훈이 움직이자 총회의 정예들 이 그의 뒤를 따랐다. 통역을 들은
뱅상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바 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의 시선은 처음부터 나이트 르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나이트 르보!”
뱅상이 찢어지는 듯한 고함으로 나이트 르보를 불렀다.
“어째서입니까! 어째서……
뱅상이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나이트 르보가 선수를 쳤다.
“배신자 놈이 잘도 원탁에 돌아왔 군.”
“배신자?”
u 쯔쯔쯔 ”
나이트 르보가 혀를 찼다.
“이래서 사람이라는 건 믿을 수가 없단 말이야. 기르고 먹여줬더니 그 새 다른 주인에게 꼬리를 치고 있 군.”
“당신이 어떻게 우리에게……
“그만.”
나이트 르보가 단호하게 뱅상의 말을 끊었다.
여기서 뱅상이 더 말을 하는 것 이 자신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놈.’
얌전히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면 원탁의 상황이 정리된 다음, 최 우선적으로 불러들였을 것이다.
아무리 나이트 르보가 마스터가 되었다고 한들 저들이 불필요해진 것은 아니니까. 나이트 뱅상이 이끄 는 1기사단이 슈발리에 전체는 아니 지만, 전력이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그런데 저 멍청한 놈이 배신자들 과 함께 원탁에 쳐들어오는 병신 짓 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다른 나이 트들이 이 상황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감안해 본다면, 그에게도 치명 적인 일이었다.
“원탁은 배신자를 용납하지 않는 다.”
“배신자? 제가 배신자입니까? 저 희가 배신자라고 말씀하시는 겁니 까, 나이트 르보?”
“그럼 어째서 배신자와 함께 서 있는가.”
“……나이트 르보!”
뱅상의 목소리는 피를 토하고 있 었다. 하지만 나이트 르보는 유들유 들하게 웃을 뿐이었다.
“간단하지. 네가 억울하다면, 배신 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된 다.”
“위긴스의 목을 쳐라.” 뱅상의 눈이 흔들렸다.
“네가 그들과 함께 이곳에 온 것 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루어진 일 이라면, 네 스스로 그걸 증명해야겠 지. 원탁의 마스터이자 전 프랑스의 나이트로서, 그리고 아직 선출되지 않은 프랑스 나이트의 직권 대행자 로서 너희들에게 명한다. 너희가 아 직 원탁과 조국의 명을 따른다면, 원탁에 침입한 이들을 주살하여 결 백을 증명해라!”
그 말에 먼저 반응한 것은 뱅상
이 아니라 위긴스였다.
“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뱀 같은 놈.’
나이트 르보가 얼마나 간악한지가 저 말에 모두 담겨 있었다. 저 말이 나와 버린 이상, 나이트 르보는 손 해 볼 것이 없었다.
뱅상이 나이트 르보의 말을 거부 하고 총회의 편을 든다면 빼도 박도 못할 배신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뱅상이 나이트 르보의 편을 든다면 그는 위신을 다시 회복할 수 있고, 지금 이곳에서 쓸 만한 전력을 확보
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더라도 그는 잃을 것이 없다. 원래대로라면 뱅상이 나이트 르보를 규탄해야 할 자리가 되레 뱅 상이 나이트 르보에게 자신을 증명 해야 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선점의 효과였다.
“이……
뱅상 역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알았다는 듯 이를 갈았 다.
“••••••뱅상.”
위긴스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뱅상 을 불렀다. 하지만 그를 더 위로하
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지금 이 순 간에도 명을 받은 각국의 기사단들 이 홀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 명환.”
강진호가 나직한 목소리로 이명환 을 불렀다.
“예, 회주님.”
“방진훈을 도와라.”
“예!”
이명환이 마염들을 이끌고 방진훈 의 뒤로 달려갔다. 그 광경을 지켜 보던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뱅상을 바라보았다.
“선택해라.”
“……회주님.”
“어떤 선택이든 상관없다. 우물쭈 물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뱅상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나이트 르보는 그의 상관이다. 하 지만 나이트 르보는 그를 버렸다. 그와 동시에 철저하게 외면했다.
강진호는 그의 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순전히 강진호가 그들을 감싸주었기 때문이 다. 자신의 목을 노리고 온 이들을 해치지 않고 지원해 주기까지 했다.
그럼 대체 누구를 따라야 한단 말인가.
“……회주님, 저희는 조국을 버릴 수 없습니다.”
“이해한다.”
“그러니 나이트 르보와 싸우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뱅상이 이를 악물었다.
“우측의 문으로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못할 겁니다. 마지막 하나가 남는 순간까지 목숨으로 지 키겠습니다.”
“그럼.”
뱅상이 강진호를 향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고개를 돌렸
다.
“나를 따르지 않아도 좋다.”
그런 후, 자신의 뒤에 있는 슈발 리에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나이트 르보를 따르고자 하는 이 들은 지금 당장 저쪽으로 가라. 나 는 나이트 르보를 따르지 않는다. 나에게는 조국보다 내게 베풀어진 은혜가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뱅상이 슬쩍 나이트 르보를 돌아 보고는 말했다.
“나는 저자를 따르는 것이 애국이 라 생각하지 않는다. 비틀린 우두머 리는 나라를 파멸로 이끄는 법이다.
결정해라.”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단호한 눈으로 뱅상과 시선 을 맞출 뿐이다. 상황을 가만히 지 켜보던 부단장 마티외가 입을 열었 다.
“우리는 나이트 르보가 아닌 단장 님을 따릅니다.”
“그렇습니다!”
과거였다면 선택이 달라졌을지 모 른다.
아무리 뱅상이 단장이라고는 하지 만, 슈발리에들이 진정으로 따라야 하는 이가 나이트라는 것은 너무도
명확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들은 한국에서 오랜 시 간을 함께하며 서로를 더 신뢰하게 된 후였다.
아는 이 하나 없는 타국, 그것도 적국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조국의 버림받은 이들이 의지할 것은 서로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버린 조국과 자신을 받아 준 적국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면, 단장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 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우측을 맡겠습니다.”
강진호가 뱅상을 가만히 지켜보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한다.”
뱅상은 대답 없이 씨익 웃었다.
한때 그는 이 강진호를 죽이기 위해 한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제 는 강진호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고 있었다.
‘아이러니라니까.’
복잡한 심정이지만, 이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아무리 나이트 르보가 그들을 버 렸다고는 하나, 상관이자 프랑스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그에게 직접 칼을 꽂을 자신은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제자리로.’
강진호를 믿을 뿐이다.
뱅상을 필두로 한 슈발리에들이 우측의 문을 향해 달려가자 강진호 가 입을 열었다.
“이현수.”
“예, 회주님.”
“마염들 뒤로 빼서 분배해.”
“예!”
“세 곳 모두 뚫리지 않게.”
“명심하겠습니다.”
이현수의 이마 위로 식은땀 한
방울이 홀러내렸다.
각 문으로 어떤 전력이 밀고 들 어올지 알 수 없다. 순간순간 파악 하며 완벽한 병력 운용을 해내야 한 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전장에서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야 하는 상황 이다. 이현수가 입술을 핥으며 뒤쪽 으로 빠졌다.
배치가 끝나자 강진호가 위긴스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자, 그럼……
“예.”
위긴스가 머리를 긁었다.
“아군의 피해가 극심해지기 전
위긴스의 시선에 원탁에서 일어나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나이트들이 보 였다.
“저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예.”
“저들을 모두 죽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마스 터는 과반 이상의 나이트가 선출해
야 하는 것 같은데, 저기 있는 나이 트들을 모두 죽여 버리면 선출이 불 가능해지지 않나? 그럼 원탁은 누가 다스리게 되는 거지?”
“나이트의 수가 과반을 넘지 못하 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나이트가 죽을 경우에는 나이트의 국가에서 새로운 나이트를 선출하게 되니까 요.”
“흠.”
“ 다만••••••
위긴스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나이트의 수가 과반 이하로 떨어 져 원탁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
우에는 새로운 나이트가 선출되기 전까지 전대의 나이트와 전대의 마 스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 다.”
“음?”
“살아 있다면 말이죠. 그리고 다 행스럽게도 저와 마스터는 아직 살 아 있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플해서 좋다.
“그러니까……
스르릉.
적루와 청루가 검집에서 뽑혀 나 온다.
“다 죽여 버리면 된다는 거로군.”
“……일단은 그렇습니다.”
“간단하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그는 최대한 위긴스의 의견을 존중했고, 위긴스 의 입장을 고려했다.
과거의 그였다면 전투에 들어간 순간, 위긴스의 입장 같은 것은 고 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에게 자비 를 베풀지 않는다. 그게 강진호의 철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강진호는 과거의 마교를 이끌 때
처럼 무작정 달려 나갈 수 없다. 이 제는 그가 지탱해야 하는 이들이 있 고, 그가 의지해야 하는 이들도 있 다.
그러니 때로는 자신의 뜻을 꺾는 것도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강진호는 자신을 제약하던 모든 것을 풀어버렸다.
꽈악.
적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환호를 지르고 싶을 정도의 해방 감, 억눌러 온 모든 것들이 터져 나 가며 마기가 그의 전신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위긴스.”
“예, 로드.”
“물러나.”
“••••••예?”
“어설프게 보조를 맞추려고 하지 말고 뒤로 빠져라. 옆에 서지 마.”
“내가 너를 죽일 수도 있으니까.”
그 말을 남겨두고 강진호가 앞으 로 걸어 나갔다. 두어 발짝을 떼기 도 전에 강진호의 전신이 타오르는 마기로 뒤덮였다.
마존이 강림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