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78)
마존현세강림기-979화(977/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10화)
2장 억누르다 (5)
방진훈은 살짝 긴장한 눈으로 앞 을 바라보았다. 대처를 위해 활짝 열어젖힌 문 뒤로 보이는 것이라고 는 조명이 꺼진 어두운 복도뿐이다.
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진동과 저 멀
리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기운은 이 곳으로 지금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 다는 것을 확신하게 했다.
등 뒤에서 섬뜩한 마기가 느껴졌 지만, 방진훈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 다.
저곳에 있는 놈들은 강진호가 알 아서 할 것이다. 얼핏 봐도 한가락 하게 생긴 놈들만 모여 있는 것 같 지만, 그들이 강진호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시간문제일 뿐이지.’
그리고 그 시간을 버는 게 방진 훈이 할 일이었다.
“선두에 내가 선다.”
“예!”
“빠져나가는 놈들 확실하게 처리 해!”
“예!”
들려오는 대답을 들으며 방진훈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 가능할까?’
이건 시험의 장이다. 그가 데리고 온 이들은 총회에서도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다. 과거라면 타국으 로 원정을 가는 위험천만한 일정에 감히 동행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 다.
새로운 무학의 전수로 전체적인 전력이 강화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이들이 제대로 정예가 되기 위 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그럼에도 방진훈이 굳이 이들을 데리고 온 이유가 있었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는 온실이 사 라지면 썩어 문드러지는 법이지.’
원래 무인은 전투를 통해 성장한 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던 방진훈이 다. 그리고 그의 그런 지론은 강진 호를 보면서 더 강화됐다.
오늘 설사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다치고 죽는다고 하더라도, 무인은
싸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살아 남는 이들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천태훈!”
“예, 이사님!”
“등 잘 받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악다문 대답이 들려오자 방진 훈이 씩 웃었다.
그동안 무공을 만드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그의 몸도 조금은 낡아버린 느낌이었다. 이번에 일본 놈들과 싸 우면서 그걸 확실하게 느꼈다.
‘연구니 뭐니 해도 무인은 무인.
실전을 겪지 않는 무인은 퇴보할 수 밖에 없다.’
큰 산 하나를 넘었으니, 이제는 방진훈도 발전해야 할 때였다. 총회 에 한국의 색을 가진 무학을 전수하 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건 정체 성의 문제니까.
하지만 무학을 전수하면서 방진훈 은 자신이 해야 할 더 큰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렸다.
‘내가 강해져야 한다.’
제아무리 좋은 무공을 주면 무엇 하는가.
그 무학을 바탕으로 바토르나 위
긴스에게도 뒤지지 않는 무인이 한 국에 없는데.
배우는 이들은 무공의 고하를 보 지 않는다. 무인의 고하를 볼 뿐이 다. 아무리 좋은 무학을 만들어 전 수한다고 해도, 더 강한 바토르나 위긴스의 무학에 더 끌릴 수밖에 없 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방 진훈이 그들에 못지않게 강한 모습 을 보여주어야 한다.
예전 같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 이지만…….
‘실마리는 잡았단 말이지.’
방진훈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강진호와 함께 새로운 무학을 만 들어본 경험은 그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무학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아 니다.
우선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배운 것, 그리고 익힌 것을 정립하 는 과정이 필요하다. 방진훈은 그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그동안 익 힌 것들을 다시 재정립할 수 있었 다.
그리고 그 덕분에 한 단계 더 나 아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실전을 겪고 조금 더 발전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전투는 그에게도, 그리고 그의 뒤를 지키는 아이들에게도 더없이 중요한 전투였다.
“선두에 저도 서겠습니다.”
그 순간, 그의 옆으로 뱅상이 걸 어 나왔다.
방진훈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런 눈으로 보실 것 없습니다. 여기까지 와 수작질을 벌일 만큼 멍 청한 놈은 아닙니다.”
방진훈이 눈을 더 찌푸리고 고개
를 돌렸다.
“야, 천태훈이.”
“예!”
“해석해 봐라. 이 양반 뭐라는 거 냐?”
천태훈의 해석을 들은 방진훈이 툴툴거렸다.
“내가 먹을 것도 부족하구만.”
“남아돌 겁니다. 만만한 이들이 아니니까요.”
“그쪽은 괜찮겠수?”
“누구라도 잡아 패고 싶은 심정이
라
“낄낄낄.”
방진훈이 웃어버렸다.
슈발리에들이 왜 총회에 머무르는 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어떤 심정으로 버텨왔는지 모를 수가 없 다.
방진훈은 흔쾌히 자신의 옆자리를 뱅상에게 내주었다.
“너무 날뛰지는 맙시다. 비교될까 봐 부담스러우니까.”
“당신 같은 강자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군요.”
“강자? 내가?”
“아닙니까?”
방진훈이 뒷머리를 긁었다.
한때는 저 말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고 살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 는 저 말이 어색한 걸 보니 그도 자신감이 꽤나 많이 떨어진 모양이 다.
“하기야 내가 좀 세긴 한데……
총회 전체로 따져도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이는 열을 넘지 않을 것이 다. 무인으로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하지만 자부심을 가질 수가 없다.
‘보이는 인간들이 워낙 괴물같으
니. 젠장.’
방진훈이 얼굴을 굳혔다.
다른 이들이 더 강하다고, 압도적 이라고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린다면 무인의 자격이 없다. 무인이 갖춰야 할 기본은 호승심과 향상심이니까. 적어도 방진훈은 그리 믿고 있었다.
“옵니다.”
“홈!”
방진훈이 주먹에 힘을 주었다. 어 두운 복도 사이로 번쩍이는 무언가 가 보인다.
철컥! 철컥!
거대한 기계를 돌리는 것 같은
마찰음이 들린다. 그 마찰음의 정체 가 전신 갑옷을 갖춰 입은 기사들이 단체로 돌격해 오는 소리라는 걸 알 아차린 순간, 방진훈이 자신도 모르 게 입을 열었다.
“아니, 좀 너무 고풍스러운 것 아 닌가? 시대착오적이잖아!”
“무시하지 마십시오! 저들은 강합 니다!”
“강한 거야 알지! 아는데!” 어디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 네! 젠장!
투구까지 갖춰 입은 기사단이 돌 격해 오는 모습은 사람의 모골을 송
연하게 만들었다. 방진훈이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딱 봐도 웬만큼 때려서는 안 먹 힐 각이니까, 인정사정 봐주지 마 라!”
“예!”
뱅상 역시 소리쳤다.
“적을 물리쳐라! 너희의 울분을 여기에 토해내라!”
“예!”
방진훈과 뱅상이 누가 먼저랄 것 도 없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으하하하하핫! 이 딱정벌레 같은
것들!”
바토르는 말 그대로 날뛰고 있었 다.
단순한 힘만으로 따지면 강진호조 차 한 수 접어줘야 하는 바토르다. 그가 그 거대한 덩치를 바탕으로 복 도를 막아서자 도저히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철벽이 만들어졌다.
“거, 거인! 아니, 괴물이다!”
“정면으로 맞서지 마라! 다리를 노려!”
그저 덩치만 큰 이를 상대로 한 다면 정확한 명령이었겠지만, 안타 깝게도 바토르는 덩치만 큰 이가 아
니었다.
바토르의 다리를 노리고 아래로 쇄도한 이들이 바토르의 발에 채여 복도 천장에 수직으로 꽂힌다.
쿠우웅!
천장을 뚫고 박혀버린 육체에 바토르가 정권을 날렸다.
“타아아앗!”
콰아아아아아앙!
방비를 해도 막을 수 없는 주먹 이다. 그런 주먹을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막은 대가는 가공했다.
기사의 전신을 두르고 있던 플레 이트 메일이 조각조각 나며 튕겨 나
간다. 마치 크레모아나 산탄총을 갈 겨 버린 것과 같은 효과가 벌어졌 다.
“아아아악!”
“눈! 내 눈이!”
튕겨 나간 파편이 갑옷을 뚫고 몸으로 파고들었다. 얼굴이나 눈을 피격당한 이들이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바닥을 굴렀다.
“가자!”
“예!”
바토르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넓 은 복도를 혼자 틀어막을 수는 없 다. 하지만 지금 바토르는 혼자가
아니다. 바토르의 좌우로 미니 바토 르들이 남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짓밟아라!”
“우오오오오오오!”
공영길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치 며 바토르와 함께 앞으로 내달렸다.
바닥에 쓰러진 기사가 몸을 일으 키려다 공영길의 발길질에 머리를 강타당하고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 다.
콰앙! 콰앙!
외공을 익힌 효과가 이곳에서 나 타났다.
기본적으로 착용한 갑옷에 마나를
홀려 방어력을 극한까지 상승시키는 기사들이지만, 외공을 익힌 공영길 은 이들을 상대함에 있어 어떤 장애 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의 갑옷보다 공영길의 육체가 더 강하다. 철갑 이상의 강도를 지 닌 그들의 육체는 기사들의 갑옷을 쉽사리 우그러뜨리고, 갑옷 안의 육 체에까지 충격을 주었다.
카앙! 카앙!
휘두른 검이 몸에 맞아 튕겨 나 간다!
공영길은 이 순간 확신했다.
자신들은 강하다.
바토르의 수업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아니, 효과가 지대했다. 과 거였다면 감히 막아설 엄두도 못 냈 을 강자들이 공영길의 외공을 뚫지 못하고 당황한다.
그 당황한 얼굴에 주먹을 틀어박 는 쾌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이게 강하다는 기분!’
과거의 그는 어땠던가.
감히 원탁의 최강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각국의 기사단을 상대로 주 먹이나 휘둘러 볼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변화한 총회의 흐름에 발 을 맞춘 결과, 그는 과거에는 비교 도 할 수 없던 강자들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아니, 오히려 압도하고 있었다!
“이 멍청한 놈들아! 몸만 믿고 싸 우지 마라! 피할 수 있는 건 피하란 말이다!”
“예!”
“가자! 짓밟고 터뜨려 버려라! 오 늘 우리가 가장 많은 전과를 올린 다. 뒤처지는 놈들은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바토르가 신이 난 듯 앞으로 달
려 나가자 공영길의 가슴 안에서 뜨 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참을 수 없는 심정으로 고함을 터뜨린 공영길이 전력으로 바토르와 보조를 맞춰 달려 나갔다.
강하다.
나는 강하다!
“장로님, 적들이 오고 있습니다.”
“ 흐음.”
장민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마기를 일으킨 강진호 의 모습이 들어왔다.
“O o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명이라 따르기는 했지만, 그가 있 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었다. 강 진호의 곁을 지키고, 그를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이 장민의 일이었다.
강진호와 보호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강자에게도 보 호는 필요한 법이다. 마교의 교주들 은 언제나 당대의 마교 최강자들이 지만, 그들 역시 적의 암수와 기습 에 자유롭지 못했다.
교주에게 빗발치는 칼날을 막아서 고 교주를 지키는 것이 마교의 수석
장로인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 런데 이런 조무래기들을 상대하라 니.
“들어라.”
“존명!”
“마존께서 명하신 일이다. 한 치 의 실수조차 있어서는 안 된다. 최 속으로 적을 주살하고 마존의 곁을 지킬 것이다. 알았느냐?”
“예! 장로님!”
장민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강진호의 앞에서는 더없이 충성스 러운 그이지만, 강진호의 곁을 벗어 난 그는 마교의 수석 교두이자, 강
진호 다음가는 대마두다.
“비키지 않는 자는 죽인다!”
기사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장민이 이를 드러냈다.
“감히!”
그그그극.
그의 손톱이 길게 자라난다. 정확 하게는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강기 가 마치 짐승의 손톱같은 형상을 취 했다.
그런 후, 그 손톱이 선두에 달려 오던 기사를 그대로 반으로 갈라 버 린다.
피 분수가 복도로 솟구쳤다.
천장까지 튀어 오른 피가 다시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장민이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감히 마존의 위엄에 도전하는 이 들은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를 것이 다.”
섬뜩한 광소를 터뜨리며 장민이 앞으로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