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79)
마존현세강림기-980화(978/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11화)
3장 발휘하다 (1)
“에……
이현수의 눈이 빠르게 사방을 홅 었다.
돌아가는 전장의 상황을 파악한 이현수의 소감은 이번에도 매우 간 결했다.
‘개판이네.’
답이 없다.
강진호가 내린 명령은 분명 ‘문을 지켜라’였다. 그런데 지금 문을 지 켜야 할 이들이 되레 복도로 밀고 들어가고 있었다.
“ 아니••••••
바토르는 이해한다.
바토르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예전에도 전투만 벌어지면 과격함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마공을 익히더니 예전보다 열 배는 더 과격해지지 않았는가.
그런 이가 자리를 지키며 밀려오 는 적들만 주살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장민의 경우는 조금 의외 였다.
‘앞으로 절대 까불지 말아야지.’
사실 그에게 있어 장민은 조금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 었다.
마교의 장로라는 것은 알고 있다. 장로들 중에서도 급이 다르다는 사 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평소 장민 이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이현수가 생각하는 ‘마인’의 모습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보이지 않았다.
이현수가 생각하는 마인의 기준이 되는 이는 바로 강진호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한 번 마기를 운용하며 전투에 들어간 강 진호는 악마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 도로 잔인하고 과격해진다.
하지만 장민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지 않은가.
나이에 맞지 않는 패션이라든가, 강진호가 입만 떼면 머리부터 바닥 에 박고 보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이 라든가, 그런 주제에 위긴스조차 혀 를 내두르게 만드는 얼리 어답터적
인 모습까지.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모습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긴스나 바토르가 배는 더 껄끄럽다.
굳이 말하자면 재미있는 옆집 할 아버지 같은 인상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지금 이현수는 자신이 장 민에 대해 얼마나 큰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한 자는 넘는 시커먼 조강(不剛) 을 뿜어내며 달려오는 기사들을 말 그대로 찢어버리는 장민의 모습은 왜 그가 마교의 제일장로이며, 왜
그가 그토록 마인들의 존경을 받는 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진정한 마인.
양 눈에서 혈광을 뿌리며 광소를 짓는 장민의 모습은 평소의 그라고 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섬뜩하고 두려웠다.
그리고 강하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과거 바토르와 동수를 이룬 적이 있다고 했다. 바토르는 자신이 이간 싸움이라고 했지만, 말하는 것을 가 만히 들어보면 실제로 이긴 사람은 장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몇 번
이나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 이현수는 확신했다.
그 승부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장민은 결코 바토르에게 뒤처지는 무인이 아니다. 오히려 마 교도들을 이끌며 적을 주살하는 모 습에서는 바토르 이상 가는 파괴력 이 느껴졌다.
‘딱히 도울 필요가 없겠는데?’
이현수의 고개가 반대쪽으로 돌아 갔다.
‘그런데 저분은 또 왜 저러시냐 고!’
그나마 이곳에서 가장 침착한 사
람이 바로 방진훈이다. 그런데 오늘 따라 방진훈도 작정을 했는지, 침착 함을 고이 접어두고 제멋대로 날뛰 는 중이었다.
이미 복도 안으로 십여 미터는 밀고 들어가 있었다.
‘근데 방 이사님이 원래 저렇게 강했나?’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예전에는 방진훈이 한국에서 도 먹어주는 무인이었다. 이중걸과 김석일이 한국을 대표하던 시절, 방 진훈은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 는 무인이었으니까.
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차기의 한국제일무인 자리를 도맡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었다. 하지 만 해외의 무인들이 한국으로 유입 되기 시작하면서 무력보다야 경륜과 지도력으로 승부하던 이미지였는 데…….
‘세네.’
새삼 방진훈도 강한 무인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그리고 그의 뒤를 채우고 있는 총회의 무인들도 바로 옆에서 날뛰 고 있는 슈발리에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나아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저들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밀려 들어오는 기사들을 압도하며 짓밟아 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전 선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대등한 전 투를 벌이고 있었다.
압도하지는 못해도 밀리지는 않는 다.
저지력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오 히려 이현수가 바라던 이상적인 형 태를 구현해 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냐면
“실장님.”
“……왜.”
“저희는 뭐 합니까?”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명환을 위시로 한 마염들이 멀 뚱멀뚱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팝콘이나 가져올래?”
“농담 마시구요!”
“할 일이 없는데 그럼 어떡하냐.”
“아니!”
이명환이 세상 억울한 얼굴로 소 리 쳤다.
“지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할
일이 없다뇨! 무슨 말도 안 되는 소 립니까!”
‘그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니까 문제지.’
평소 총회의 전투에서 주력이 되 는 이들은 무조건 마염들이었다. 다 른 이들은 아직 성장할 시간이 필요 한 반면, 강진호에게 일찍부터 수련 을 받아온 이들은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되었으니까.
총회가 누군가와 전쟁을 벌일 때 는 우선 이들을 동원하는 게 기본이 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들이 할 일이
없다.
딱히 지휘관이 없는 마염들을 뒤 로 뺀 건 옳은 선택이다. 다른 곳은 확고한 지휘관과 확고한 보충 병력 의 개념이 존재한다. 하지만 마염들 은 원래 강진호의 지휘를 받아 싸워 야 하는 이들이다.
그렇다고 이명환을 지휘관으로 내 세우기는 아직 못미더운 면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사들이 방어선을 구축해 주고, 밀린다 싶은 곳에 적절한 수 의 마염들을 투입하여 조율을 하는 쪽이 최선이었다.
문제는 밀리는 데가 없다는 것에 서 발생했다.
‘쟤들이 생각보다 약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곳은 원탁이다. 그리고 지금 이 흘로 밀려오고 있는 이들은 각국의 최정예 기사단들이다. 그런 이들이 결코 약할 리가 없다.
더구나 이곳에서 새로운 마스터의 선출이 일어났다. 어떤 변수가 벌어 질지 모르는 일을 치르면서 정예를 데리고 오지 않았을 리가 없다.
저들이 약한 게 아니다.
‘우리가 강한 거야.’
이현수는 그제야 총회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실감했다.
그동안은 딱히 실감할 일이 없었 다. 대부분의 전투는 강진호가 그냥 휩쓸어 버렸고, 강진호를 겨우 피했 다 싶은 이들은 이사들에게 쓸려 나 간다.
남은 이들이 할 일이라고는 강진 호와 이사들이 싸그리 털어버린 곳 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적당히 정리 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실감할 수 있을 리가 없 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현수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 총회의 일반 문도들은 타국 에 비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 만, 정예라고 불릴 수 있는 최상위 의 무인들은 타국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앞서 나가는 면도 분명히 있었다.
이현수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강진호가 등장한 이래로 그들의 화두는 오직 하나였다. 어떻게 해야 총회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인가.
그 고민과 고뇌의 결과가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뿌듯…….
“아니, 그래서 우리는 뭐 해야 하 냐구요!”
“아, 씨!”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이명환을 노려봤다.
“야, 이 새끼야. 니들이 할 일이 없으면 좋은 거지! 니들이 나서면 상황이 불리해진 건데, 상황 파악도 못하고 어디서 설쳐! 뒈질라고!”
“……에이.”
실제로 맞붙으면 3초 만에 초살 당할 이현수가 눈을 부라리자 이명 환이 고개를 푹 숙였다.
총회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러니
다.
“아니면 저기라도 돕든가.”
“어디요?”
“저기.”
이현수가 홀의 중앙을 가리켰다.
시커먼 마기로 전신을 두른 강진 호가 나이트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이명환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을랍니다.”
“저기 가면 저희도 죽어요.”
“……그럼 입 다물고 있어, 인마.”
“예.”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저희도 죽어요’라……
참 어색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아 무리 바토르와 장민이 날뛰고 있다 고는 하지만, 총회 최고의 전력이 마염들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 실이다.
바토로와 장민의 강함은 개인으로 서의 강함이다. 하지만 마염들의 강 함은 조직으로서의 강함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이현수는 진지하게 이제는
마염들이 모이면 위긴스나 바토르와 도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염들이 죽음을 도외시 하고 바토르를 죽이려 든다면, 바토 르도 절대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마염들이 죽는다?
웃기는 소리 같지만…….
‘명백한 사실이지.’
이현수의 시선이 강진호에게 고정 됐다.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강진호의 모습이다. 마기를 완전히 열어젖히 고 전투에 돌입한 강진호는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저런 형태를 취했
으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아무리 자주 본 다고 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것 들이 있었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고, 오금 이 저린다.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마 를 타고 식은땀이 홀러내린다.
저 압도적인 적의와 광기가 이쪽 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도 말이다.
이건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생물 로서의 본능이다.
이현수는 강진호를 상대하는 나이
트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은 강하다.
무인을 보는 눈이 없는 이현수이 지만, 그런 이현수조차 확연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나이트들의 힘은 강대 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위긴 스가 아무리 유별난 존재라고는 하 나 그 역시 나이트였고, 다른 나이 트들과 경쟁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말하자면, 저기 있는 이들 하나하나가 위긴스와 대등한 힘을 갖췄다는 뜻이다.
위긴스와 바토르, 둘이 합류하면 서 총회의 전력이 얼마나 강해졌는 가를 생각해 보면, 저 십여 명의 나 이트는 어쩌면 총회 전체와도 맞먹 을 전력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현수는 강진호를 걱정 하기는커녕, 그를 상대하는 나이트 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상대를 잘못 만났어.’
강진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 지고 있다.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기관차 처럼 말이다. 그런 강진호를 상대하 게 된 이들이 가여울 뿐이었다.
이제 곧 저기가 정리가 되면 전 투가 끝…….
‘어?’
그 순간, 이현수가 눈을 살짝 크 게 떴다.
‘저거, 뭐 하는 거지?’
이상한 움직임이 이현수의 눈에 포착되 었다.
나이트 르보.
전투의 와중에 나이트 르보가 뒤 로 슬금슬금 물러난다.
‘달아나는 건가?’
설마.
이곳은 독 안이다.
다른 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 고 있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누 구도 이 안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달아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설령 달아날 수 있다고 해도 그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이트들이 모두 죽고 원탁이 점 령당한다면 그걸로 게임은 끝난다. 제아무리 나이트 르보가 마스터의 자리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마스터 는 왕이 아니다. 그가 살아남는다고 해서 무승부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럼 저자는 지금 뭘 하는 걸까?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던 나이트 르보가 전력을 다해 원탁으로 달려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위긴스도 강진호를 뛰어넘어 원 탁으로 몸을 날렸다.
“뭐‘?”
그리고 그 순간, 원탁이 눈부신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빛.
그 빛이 거대한 홀을 순식간에 새하얗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