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80)
마존현세강림기-981화(979/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12화)
3장 발휘하다 (2)
“소속사를 옮기라구요?”
“응. 생각 있어?”
강은영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여자를 조금은 새침한 눈으로 바라 보았다.
‘진짜 더럽게 예쁘네.’
최연하를 눈앞에서 보는 게 이번
이 처음은 아니다. 같이 드라마도 찍었고, 강진호 때문에 몇 번 따로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최연 하의 미모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일 이 없었다.
워낙 하늘같은 대선배라 아우라에 눌리기도 했고, 강진호 이야기를 할 때는 은근히 푼수기가 느껴져서 미 모가 빛을 바랬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역시 이 언니는 이럴 때가 쩐다 니까.’
일 이야기를 하는 최연하는 포스 가 남다르다. 다리를 꼰 채 등을 의
자에 붙이고 있을 뿐이다. 그게 다 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사람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이렇 게 잘 어울리는 사람은 또 없을 거 야.’
이제는 강은영도 연예계에서 신인 티는 벗은 사람이다.
솔로 여가수 가뭄인 지금 같은 시절에 강은영 정도의 경력이면 롱 런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딱히 어색 하지 않다. 공개방송을 나가도 이제 는 인사를 하는 경우보다는 인사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니까.
이제는 나름 ‘중견’이라는 단어에
발 하나는 걸쳤다고 생각했고, 덕분 에 많이 여유로워진 강은영이지만, 최연하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 다.
이 사람은 그녀가 데뷔하기 전에 도 톱스타였고, 데뷔한 후에도 톱스 타였다. 단 한 번도 발치에 따라가 보지도 못한 사람이다.
강진호와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지 금처럼 강은영이 최연하와 독대를 하는 장면은 애초에 나오지도 않았 을 것이다.
‘그래도 쫄지 말자.’
강은영이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최연하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녀도 강진호를 보며 자란 사람이다. 최연하의 포스에 눌 릴 이유가 없다.
“좀 갑작스럽네요. 소속사를 바꾸 라니.”
“코드 개판이던데?”
“어차피 바꿀 생각 하고 있던 것 아냐‘?”
“어, 음••••••
말문이 살짝 막힌다. 보통 이렇게 돌직구를 던지나?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이리저리 돌려 말하지 말자. 어 차피 서로 바쁜 사람들이잖아. 탐색 전이나 할 만큼 모르는 사이도 아니 고. 나는 그냥 서로 쿨하게 속내 까 놓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동감이에요.”
강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하와 기 싸움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차피 질 테니까. 이 업계에서 최연하와의 기 싸움에서 이겼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본 적 이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그 양반이 알아보라고 하더라 고.”
“ 오빠가요?”
“그럼 누구겠어.”
강은영의 시선이 미묘하게 최연하 를 쫓았다.
‘오빠 쩌는데?’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분석을 부탁하 는 건 친분이 있는 관계라면 흔한 일이니까.
‘이 언니에겐 흔하지 않은 일이라 는 게 문제지.’
아니, 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천하의 최연하가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아 일을 대신해 주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 아닌가.
그만큼이나 강진호가 최연하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이가 꽤나 진척되었을 거라 짐작하기는 했지만, 이건 예상 이상이다.
“오빠가 부탁은 할 수 있다지만, 언니가 그 부탁을 들어주는 건 의외 네요.”
“왜? 내가 들어주지 못할 이유라 도 있어?”
“그런 거 귀찮아하시잖아요. 소속 사 사장님이 대기업 회장님 생일에 참가 좀 해달라고 했는데도 그런 아 줌마 보러 갈 시간 없다고 찼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그건 오해야.”
최연하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 없어.”
“그럼요?”
“그딴 마귀할멈 생일에 기쁨조 하 러 가느니, 집에서 게임이나 하겠다 고 했지.”
“……오해가 있었네요.”
그것도 꽤나 심각한 오해가 있었
다.
최연하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다른 사람이 한 부탁이라면 들어 줄 이유가 없겠지만, 남자 친구가 부탁을 하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뭐?”
강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 남자 친구?”
“몰랐어?”
최연하가 되레 놀란 얼굴을 했다.
“사귀어요?”
“웅.”
“ 언제부터?”
“며칠 됐어. 뭐 그리 놀랄 일이 야? 확정만 안 했다 뿐이지, 그전부 터 빤한 일이었는데.”
“아, 아니……
강은영이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최연하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혹시 주변에 이 말을 들은 사람 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다행히 카페 에 사람이 몇 없어서인지 들은 이는 없는 듯했다.
당황한 얼굴로 강은영이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그런 말을 뭘 대놓고 해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들으면 들으라지.”
“헐, 이 언니 미쳤나 봐.”
대선배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당황스러운 강은영이었 다. 여자 배우에게 열애설이 얼마나 큰 타격인지 모를 최연하가 아닐 텐 데, 왜 이리 대책이 없단 말인가.
“그러다가 열애설이라도 나면 어 떻게 하려고?”
“음, 안 그래도 고민인데…… 어 떻게 할까? 이리된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러고 결혼하자고 할까?”
“……겨, 결혼?”
강은영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 다. 아무래도 이 여자, 제정신이 아 닌 모양이다.
하지만 최연하는 되레 그런 강은 영의 반응을 이상하게 여기는 듯했 다.
“뭘 그리 놀라?”
“안 놀라게 생겼어요? 결혼이라 니. 언니 나이가 몇인데 결혼을 생 각해요?”
“내 나이 정도면 슬슬 생각할 시 점 아냐?”
“언니는 배우잖아요.”
“배우 중에서도 서른 전에 결혼한
애들 많아.”
“아니, 그래도……
최연하가 어깨를 으쓱한다.
“할리우드에서는 결혼하고도 잘나 가는 여배우 천지잖아. 심지어 결혼 도 몇 번씩 하고도 돈 쓸어 담는 애들도 많은데, 우리는 뭐가 무서워 서 결혼도 못하고 빌빌대야 돼? 나 이제 그런 거 안 하려고.”
말을 말아야지.
방향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 래도 역시 최연하는 최연하라는 생 각이 들었다. 저 무대포스러운 면은
강은영이 들어오던 최연하와 완전하 게 일치했다.
“겨, 결혼은 혼자 해요? 오빠는 생각 없을 텐데!”
“안 그래도 그게 고민이야. 저걸 어떻게 해야 할지.”
최연하가 한숨을 푹 내쉰다. 그 모습을 보는 강은영은 지금 자기가 뭘 보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 다.
‘뭐야? 왜 니가 매달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최 연하다.
아니, 물론 강진호는 대단하지.
평생 함께 살아온 강은영은 강진호 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는 딱히 그렇지 않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강진호는 말 도 안 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사람의 기준 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강진호는 아 직 대학생에 불과하다. 최연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최연 하가 강진호 따위(?)에게 이리 집착 을 한단 말인가.
몇 번이나 입을 뻐끔거렸지만, 결 국 강은영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 다.
최연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고 이유를 물을 자신이 없다. 그 만큼 말주변이 좋지 않으니까.
“뭐, 됐어.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하던 말이나 마무리 짓 자. 어때? 생각 있어?”
“생각이라요?”
“소속사 말이야.”
“일단 어디로 옮기라는 건지부터 설명을 해주셔야 생각을 해보든 말 든 하죠.”
“빤한 거 묻네. 새로 만들 거야, 소속사.”
“네?”
“만들 거라고.”
“아••••••
강은영은 그제야 최연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독립하시는 거예요?”
“ 아마?”
“그럼 언니 새로 소속사 만드는 데 저더러 오라고 하시는 거죠?”
“그럴걸?”
“그럼 언니가 사장이고?”
“아니지.”
최연하가 딱 잘라 말했다.
“대표는 세아 씨 오빠. 나는 그냥 이사?”
“오빠가 사장요?”
“못할 거 없잖아. 돈이 없는 것도 아냐, 능력이 없는 것도 아냐. 문제 되는 건 바쁜 것 하나밖에 없는데, 그건 다른 사람이 대신 일해주면 되 는 거고.”
“아, 아니, 말이 쉽지……
“실제로도 쉬워.”
최연하가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 었다.
“세아 씨도 알 거 아냐. 이 바닥
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지. 지금 잘나간다는 기획사 중에 정말 체계적으로 사업 시작한 데가 있어?”
“그리고 뭐, 대단하게 일을 벌이 겠다는 거 아냐. 나나 세아 씨나 눈 치 보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활동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거지. 그건 그렇게 어렵지 않잖아?”
강은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사실 최연하 정도면 일인 기획사 를 차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홍
보도 필요 없고, 영업도 필요 없으 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오는 캐스팅을 추릴 사람과 언론 대응할 사람만 있으면 된다.
강은영은 경우가 좀 다르다. 최연 하와 다르게 강은영은 결국 가수이 고, 가수는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 일인 기획사의 힘으로는 좋은 프로 듀서를 섭외하고 좋은 곡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연하가 도와준다면 말이 다르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 하신 거예 요?”
“사장이 짜증 나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어. 그런데 마침 기회가 온 거고.”
“기회요?”
“응. 좋은 기회지.”
강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최연 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일인 기 획사를 차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런데 좋은 기회라는 건 무슨 말일 까?
강은영의 표정을 본 최연하가 알 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세아 씨.”
“네?”
“일인 기획사를 차리면 내가 사장 인 거잖아. 그지?”
“예.”
“내가 사장인 회사가 잘 돌아갈 까‘?”
강은영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리고 최연하가 말한 좋은 기회라는 말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 있었다.
사장이 된다는 건 회사를 자기가 운영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연예인 스스로 자신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식으로 스케줄을 짤 건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최연하는 소속사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 막무가내로 유명했 다. 그런 사람이 사장 자리에 오른 다면?
‘개판이 나겠지.’
스스로가 사장이니만큼 최대한 자 제하려고 하겠지만, 애초에 그게 마 음먹는다고 자제되는 것이었다면 최 연하의 악명이 연예계에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최연하는 통제해 줄 사람이 필요 한 여자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럼 그걸 우리 오빠가 한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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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화를 다 들은 강은영의 감상은 단 하나였다.
‘아니, 이 언니는 대체 뭘 보고 우리 오빠를 그렇게 믿는 거지?’
강진호는 분명 뛰어난 사람이다.
동생으로서 가족으로서 강은영은 강진호를 믿고 의지한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강 진호였다.
하지만 그건 강은영의 강진호의 동생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평가 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강진호는
꽤나 충동적이고, 권위적이고, 때때 로 무책임하며 대체적으로 어벙하 다.
강은영은 이 사태에 큰 책임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최연하에게 현실 을 알려줘야 한다.
“저기…… 언니.”
“응?”
“솔직히 믿기 힘든 일이지만, 아 무리 생각을 해봐도 지금 콩깍지가 씌신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시는 게……
최연하가 빙그레 웃는다.
“왜? 좋잖아, 콩깍지.”
아무래도 이 여자도 답이 없는 모양이다.
아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