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81)
마존현세강림기-982화(980/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13화)
3장 발휘하다 (3)
“제가 지금 새 소속사가 필요한 건 맞아요.”
“응. 그렇지.”
“그런데 차라리 기존 소속사 중에 하나를 고르고 말지, 우리 오빠가 하는 소속사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 거든요?”
“왜‘?”
“언니가 몰라서 그래요. 오빠가 은근히…… 아니, 대놓고 보수적이 거든요.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의상부터 시작해서 온갖 일에 다 간 섭하려 들 게 빤해요. 아,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최연하가 쿡쿡 웃었다.
“그런 일은 내가 막아줄게.”
“언니가요?”
“응.”
“음, 그럼 말이 좀 다른데……
강은영도 그 제안에는 혹할 수밖 에 없었다. 사실 강진호가 그런 간
섭만 하지 않는다면 강진호의 지원 하에 활동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메리트다.
그녀 혼자만 따로 나온다면 불안 한 점이 많겠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라고 할 수 있는 최연하와 함 께 소속사를 차린다면 화제성도 높 을 거고, 아무래도 긍정적으로 생각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정말 하실 거예요?”
“그렇다니까.”
“그럼 운영은 누가 해요? 우리 오빠 이쪽 업계에 대해서는 아무것 도 모르는데, 활동기랑 비활동기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쟤가.”
“네?”
“쟤가 한다고.”
강은영이 고개를 돌렸다. 최연하 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빨대로 아 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아 먹고 있는 한은솔이 보였다.
‘과연.’
강은영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한 실장이라면 믿을 수 있다. 저 사람은 외부인들에게는 듣보잡이지 만, 업계인들에게는 신화적인 인물
이다.
지금의 최연하도 유명하지만, 과 거의 최연하는 업계 최악의 마녀로 이름이 높았다. 최연하의 매니저로 한 달을 버티면 대기업 입사가 보장 되고, 두 달을 버티면 타 소속사에 서 실장 자리를 비우고 스카웃하려 들고, 세 달을 버티면 북파공작원으 로 쓸 수 있다는 말이 돌던 시절.
그 최연하의 매니저 자리를 꿰차 고 들어가 무려 이 년이라는 세월을 버텨낸, 살아 있는 보살. 부처님의 재림.
경력이 곧 능력인 이 바닥에서
한은솔은 그 경력만으로도 모든 언 론사와 방송국 등을 프리패스로 들 어갈 수 있는 인물이었다. 오로지 최연하에게만 모든 힘을 쏟아서 딱 히 활동이 없는 것뿐이다.
“신뢰가 가네요.”
“그렇지?”
“네. 그런데 그럼 언니는 매니저 바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바꾸면 되지.”
강은영이 묘한 눈으로 바라보자, 최연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도 예전 의 내가 아니니까. 이리저리 겪은
일도 많고, 생각한 것도 많아. 무엇 보다도 눈치가 좀 보이잖아.”
“눈치요?”
“네. 당신 오빠한테 눈치가 보이 거든요? 착한 사람이 못 되더라도 착한 척은 해야겠지?”
“……저한테 이런 말 해도 돼요? 내가 이르면 어쩌려고?”
“어차피 세아 씨는 내가 어떤 사 람인지 알잖아. 숨겨봐야 숨겨지지 도 않는데 뭐. 그리고 강진호 씨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그래도 좋은 거지.”
마지막 말이 거슬리긴 하지만, 대
체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언제부터 시작하실 거예요?”
“올 거야?”
“가야죠. 안 갈 수가 있나요. 오 빠가 회사 차린다는데.”
“기특하네.”
강은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 취급하기는.’
강은영도 알고 있었다.
강진호는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아니다. 강진호가 연예계에 가지는 최소한의 관심사는 오로지 강은영 덕분에 유지되고 있을 뿐이 다.
당대 잘나가는 걸 그룹의 이름을 단 하나도 모르는 연예 기획사 사장 이라니, 이건 재앙이다.
그럼에도 강진호가 기획사를 만들 겠다는 이유는 너무도 빤하다. 강은 영을 좀 더 편하게 해주려는 생각이 겠지.
“그렇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하실 필요 없어요. 오빠가 저 때문에 기 획사 만든다는 건 저도 알고 있으니 까요. 그런데 제가 안 가면 되겠어 요?”
“아닌데?”
“••••••네?”
최연하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강은영을 내려다보았다.
“나 때문인데?”
“세아 씨, 아무리 동생이라지만, 착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이 건 어디까지나 내 중심이야. 세아 씨는 회사 차리는 김에 겸사겸사 받 아주는 거고
강은영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아, 그렇지.
이게 최연하지.
“여하튼 온다니 다행이네. 안 온 다고 했으면 일이 좀 복잡해질 뻔했
거든. 다른 건 안심해도 좋아.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아 씨를 최고 로 만들어줄 테니까.”
“저 지금도 최곤데요?”
쪼르르륵.
한은솔이 빨대로 커피를 빨아 먹 는 소리가 적막하게 울렸다.
“여하튼.”
강은영이 화제를 돌렸다.
“아직 뭐 제대로 계획도 서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이야기는 그만 하죠. 제가 합류하는 것만 정해지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보다……
강은영이 힐끔 최연하의 눈치를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오라비가 갑자기 유럽 여행 간다 기에 나는 언니랑 같이 간 줄 알았 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순간, 최연하의 눈썹이 꿈틀했다.
“출장 간 거야.”
“에이, 나는 또……
강은영이 회심의 미소를 날리자, 최연하의 미간이 조금 더 좁아졌다.
“남자 친구이니 어쩌니 해서 뭔가
진전이 좀 있었나 했더니, 그건 아 닌 모양이네요.”
“진전 있었거든?”
“아닌 것 같은데?”
“애가 뭘 알겠어.”
최연하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지금까지처럼 오만함을 담고 있지 못했다. 억지로 짓는 게 티가 나는 미소다. 그 표정 을 보며 강은영이 자꾸 말려 올라가 려는 입꼬리를 진정시켰다.
‘이 언니도 참 이상하다니까.’
충무로에 내로라하는 감독들도 벌 벌 떤다는 최연하가 아닌가. 그런데
왜 강진호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평소의 모습을 잃어버리는지 모르겠 다.
“그런데 유럽은 왜 간 거래요? 출장이 라니.”
“회사 출장이라 그러던데?”
“대체 그 회사는 뭐 하는 회사래 요?”
“가족이 모르면 누가 알아?”
“……나는 모르는데.”
“사실 나도 몰라.”
미묘한 침묵이 오고 갔다.
강진호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마 주 앉았건만, 강진호가 유럽에 왜 갔는지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 다.
“이거 좀……
“응. 문제네, 문제야.”
“좀 심하죠?”
“심하지.”
두 여자의 얼굴에 불만이 차올랐 다.
“대체 뭐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 어.”
“예전에도 뭘 하는지 잘 몰랐는
데, 이제는 스케일도 커져 가는 것 같은데 여전히 뭐 하는지 모르겠다 니까.”
“그래도 나는 동생이잖아요.”
“나는 여자 친구야.”
“……뭔 사람이 비밀이 이렇게 많 냐고요.”
“동감.”
원래 사람이 친해지는 데는 뒷담 화만 한 게 없는 법이다. 강진호에 대한 뒷담화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 은 어색한 분위기를 날려 버렸다.
“언니는 그런 거 안 물어봤어요?”
“너는?”
“내가 그런 거 물어보면 애가 쓸 데없는 거 물어본다고 핀잔만 주고 대답 안 해줘요. 꽉 막혀 가지고는.”
“ 흐음.”
“ 언니는요?”
“난 안 물어봤어.”
“••••••왜요?”
최연하가 상큼하게 웃었다.
“그런 거 일일이 물어보면 쿨해 보이지 않잖아. 이미지 관리해야지.”
“그리고 솔직히 별로 안 궁금해. 무슨 일을 하든 어때.”
“그래도 남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는 알아야죠. 언니는 결혼까지 생각 한다면서요? 그럼 경제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 돈 많아.”
“몸 건강하면 됐지. 돈은 내가 벌 면 돼. 얌전히 집에서 살림이나 하 라고 할까 생각 중이야. 그런데 그 래도 남자라고 부지런히 뭘 하는 모 양이더라고. 확 망했으면 좋겠는데.”
“마, 망해요?”
“응. 원래 남자가 사업 망하면 집 에 눌■어붙잖아. 난 그게 더 좋아.”
답이 없다.
몇 번이나 느끼는 거지만, 이 여 자는 정말 답이 없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이상 한 남자와 제일 이상한 여자가 사귀 는 거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노답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세아 씨도 안 물 어봤잖아, 왜 유럽 가는지.”
“••••••그죠.”
“말은 그렇게 해도 어차피 세아 씨도 덮어놓고 믿는 거 아냐?”
“끙.”
강은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사실 오라비가 순간순간 과격한 면이 있어서 그렇지, 꽤 신중한 사 람이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믿는 거죠.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서 잘할 거라고.”
“나도 그래. 그러니까 안 묻는 거 지.”
최연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 다.
“안 그럴 것 같으면서 보육원도 챙기고, 속은 따뜻한 사람이니까. 뭘 해도 잘하고 있을 거야.”
“그렇죠.”
두 여자가 서로 마주 웃었다.
촤아아아악!
잘려 나간 머리가 허공으로 치솟 는다.
자신의 목이 잘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지, 눈을 부릅뜬 머리가 빙 글빙글 돌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퍼석!
그대로 머리를 짓밟아 버린 강진 호가 두 눈으로 혈광을 내뿜으며 주 위를 둘러보았다.
“흐읍!”
“끅 ”
여기저기서 헛바람 삼키는 소리가 났다.
나이트.
그 지고한 이름.
한 나라를 대표하고, 각국의 의사 를 대변하는 그 지고한 자리에 오른 이들이 지금 한 사람을 둘러싼 채 공포에 떨고 있다.
‘대체 뭐냐, 이 괴물은?’
‘이런 놈을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 냐!’
눈앞의 괴물은 상식을 벗어났다.
그들은 무인이다.
일반인들이 무인의 존재를 알고 그들을 본다면 어떤 기분을 느끼겠 는가.
경이로움?
부러움?
그게 아니면 신기함?
아니다.
오랜 역사가 증명했다.
무인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공포다.
상식을 뛰어넘는 존재는 언제나 공포를 부르기 마련이다. 몰이해는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두려움은 절
망감으로 이어진다.
지금 이들의 기분이 딱 그랬다.
이해할 수가 없다.
같은 무인이라고는 하지만, 저건 다르다. 그들이 알고 있는 무인이 아니었다. 강진호의 존재는 평생을 무학을 익혀온 그들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후우우우.”
강진호의 입가가 일렁이며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온다.
지옥에서 강림한 악마.
아니, 차라리 진짜 악마라면 상대 하기가 더 쉬울지 모른다. 악마는
제령이라도 가능할 테니까.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는 저것은 악마가 가 지는 약점조차도 없는, 완전무결한 존재였다.
털썩.
머리를 잃은 나이트 샤리치의 몸 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그 소리가 의미하는 바는 컸다. 십여 명이 넘는 나이트들이 강진호를 둘러쌌음에도 그를 상처 입히기는커녕 희생자가 생긴 것이 다.
“주, 죽여!”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
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사기를 북돋 아줄 수 없었다. 명백히 겁에 질려 있는 목소리가 누구의 사기를 올릴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나이트들은 자신들이 왜 나이트인지를 증명했다.
절망적인 상황.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조 차 잡히지 않는 상황임에도 그들은 그 말에 반응했다. 검에 오러를 두 르고 전신의 마나를 가속화시키며 앞으로 돌진한다.
검은 화염으로 몸을 뒤덮은 악마
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혈광을 줄기줄기 뿜어낸 악마가 검은 화염으로 둘러싸인 검을 휘두 른다.
콰가가가가각!
오러를 터질 듯이 밀어 넣은 검 이 그대로 잘려 나가며 두 개의 머 리가 또 허공으로 치솟았다.
“으아아아아아! 이 악마 놈아!”
나이트 로드리게스가 피눈물을 뿌 리며 강진호에게로 달려들었다.
강진호는 그런 나이트 로드리게스 를 머리부터 가랑이까지 둘로 갈라 버렸다.
쩌억.
잘 익은 수박을 자르는 듯한 소 리와 함께 반으로 잘린 몸이 바닥을 뒹굴었다.
침묵.
어느새 발을 멈춰 버린 나이트들 이 할 말을 잃고 강진호를 바라보았 다.
“ 다음.”
다음?
다음이라고?
“뭘 망설이지?”
강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다 죽을 텐데.”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