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83)
마존현세강림기-984화(982/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15화)
3장 발휘하다 (5)
강진호는 들끓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 시켰다.
‘후우……
이상한 감각이었다.
강진호는 스스로를 알고 있다.
그는 마인(魔人).
마공을 익히고 마기를 받아들인
존재.
마인인 이상 격렬한 적의와 이성 을 앗아가는 투쟁심은 피할 수 없 다.
극마(極魔)에 오른 마인이니만큼 다른 마인들처럼 피를 갈구하거나 이성을 잃을 정도로 전투에 몰입하 지는 않지만, 한 번 전투에 들어가 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싸우는 이 가 바로 강진호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의 상태는 평 소와는 조금 달랐다.
고양감은 여전하다.
들끓어 오르는 전투에 대한 열의
는 더욱 강렬하다.
하지만 머리는 예전처럼 새하얗게 비어버리지 않았다. 맹렬하게 날뛰 는 가슴을 차가운 머리로 억누르는 느낌이었다. 전투의 와중에서도 한 줄기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나 할 까.
어째서 일까?
상대가 약하기 때문에?
아니, 그렇지 않다.
‘확실히 변했어.’
그가 열어젖힌 새로운 길은 단순 히 무공의 수준을 높여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몸을 완벽히 마(魔)에 내맡겼을 때와는 확실히 그 감각이 다르다.
강진호는 때로 스스로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완벽하게 마공을 끌어 올리면 시 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진다. 내가 내 가 아니게 되는 감각. 때로는 이렇 게 마공을 사용하다가 정말로 악마 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 포에 시달릴 때도 있었다.
그는 적천마존이기를 거부했다.
그는 적천마존이 아니다. 누구도 배려하지 않고, 누구도 곁에 두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만을 위해 살아
가는 적천마존이 될 수 없다. 하지 만 그의 무학은 그가 적천마존이기 를 강요했다.
동료들을 이끌고 전투에 돌입할 때,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패하는 것도 아니고, 동료를 잃는 것도 아니다. 살육에 취해 버린 그 가 동료를 죽여 버리는 게 가장 두 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걱정은 없어도 되겠군.’
생생하게 느껴진다.
강진호의 전투는 언제나 그렇다. 한 번 날뛰기 시작하면 주변을 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이끌고 싸울 때, 강진호는 언제나 전면에 서기보다는 한 걸음 뒤에서 스스로 를 다스려야 했다.
둘 중 하나.
동료를 배제하고 홀로 날뛰든가, 그게 아니면 동료를 앞에 내세우고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든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지금 전면에서 싸우고 있지 만 주변을 모두 보고 있다.
몰려오는 적들을 막아선 바토르가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장민이 얼마 나 과격하게 날뛰고 있는지, 그리고
방진훈이 지금 얼마나 쉴 새 없이 불만을 늘어놓고 있는지가…….
‘돌아가면 휴가라도 줘야겠군.’
저거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고 저러는 건가?
아니면 듣고 있는 걸 알면서 일 부러 엿 먹으라고 저러는 건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육두문자가 천하의 강진호마저 움찔하게 하고 있다.
‘일단 다른 쪽은 괜찮군.’
아직 이현수가 움직이지 않고 있 다는 게 상황이 좋다는 반증이었다. 강진호는 동료들을 내버려 두고 눈
앞의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게 나이트들이라고?’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조금 전, 그의 일격을 막아낸 이 는 강단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다 른 이들의 힘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 다. 강진호는 자신이 나이트들을 평 가함에 있어서 사용하던 기준이 잘 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위긴스가 아니야.’
위긴스는 나이트들 중에서도 특별 한 존재다.
그는 마스터의 뒤를 이을 것이 거의 확실한 이였고, 나이트들 중에
서도 두각을 나타내던 존재였다. 그 저 무력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위 긴스는 나이트를 상회한다.
그런 위긴스를 기준으로 나이트들 의 힘을 예측했으니 당연히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상황이 쉽게 홀러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진호가 지금 같은 힘을 갖추지 못한 과거에도 위긴스 정도는 마음 만 먹으면 십 초도 걸리지 않아 목 을 베어버릴 수 있었다.
힘을 갖춘 지금은?
적으로서의 의미가 없다.
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자 인 마스터조차도 그가 진심으로 상 대하고자 했다면 위긴스와 그리 다 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 다.
위긴스와 마스터의 격차는 무척이 나 컸지만, 위긴스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강진호와 마스터를 조우했을 때의 강진호는 그 이상의 격차를 가 지고 있으니까.
이들로는 부족하다.
이런 이들로는 홍왕과 맞붙었을
때와 같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정리해야겠군.’
그 순간이었다.
‘흠?’
그의 앞을 막고 있는 나이트들의 뒤로 나이트 르보가 바닥을 기고 있 었다.
전투 초기에 그의 일검을 막고 나가떨어져서 배제했는데, 의식을 다시 찾은 모양이다.
‘어디로 가는 거지?’
저런 몰골로 달아나는 것은 아닐 테고.
“로, 로드! 저놈을 막아야 합니 다! 로드!”
위긴스의 다급한 외침이 그의 귀 를 파고들었다. 생각하기 이전에 몸 이 먼저 움직였다.
하지만 그 순간, 나이트들이 일제 히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앗!”
노호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나이트 들은 목숨을 도외시하고 있었다. 아 무리 강진호라고 한들 방어를 포기 하고 공격 일변도로 나서는 나이트 들 다섯을 동시에 베어낼 수는 없 다.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 다.
마기로 불타는 적루가 가장 앞에 서 검을 날리는 나이트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폭음이 터 진다. 부러진 검이 하늘로 치솟는다.
날아드는 남은 네 개의 검을 모 조리 쳐낸 강진호가 다시 검을 날려 가장 앞에 선 이의 목을 베어내려는 순간이었다.
“바인딩!”
바닥에서 검은 나무뿌리가 솟구치 더니, 강진호의 다리를 움켜잡는다.
“바인딩! 바인딩! 바인딩!”
연신 캐스팅음이 들리며 쑥쑥 자 라난 뿌리가 강진호의 전신을 뒤덮 는다.
‘쓸데없는 짓을.’
마기를 내뿜자 그의 몸을 둘러싼 나무뿌리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 으로 튕겨 나갔다. 이런 얄팍한 잔 재주는 마스터를 상대할 때 이미 충 분히 겪어보았다.
처음 겪었다면 조금 당황하기라도 했겠지만, 이미 겪은 수단에 다시 당할 강진호가 아니다.
하지만 저들 역시 강진호를 어떻
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는 모양이 다. 목적은 하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이루어진 듯했 다.
화아아아악!
눈을 멀게 만들 것 같은 눈부신 빛이 쏟아진다. 강진호조차 이 강렬 한 빛 앞에서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순간 적으로 파악이 되지 않는다.
“빌어먹을!”
강진호의 귀로 위긴스가 지르는 노호성이 들려왔다.
“로드!”
“음?”
“신전이 열렸습니다!”
“ 신전?”
“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 지 않는다. 평소라면 천천히 설명을 했을 위긴스이지만, 지금의 위긴스 는 평소보다 흥분해 있었다.
“저기!”
위긴스가 앞을 가리켰다. 빛이 사 그러든 곳에는 지금까지 없던 광경 이 펼쳐져 있었다.
원탁.
원탁을 상징하는 거대한 원형의 목조 테이블이 반으로 갈라져 있고, 그 사이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나이트 르보는 이미 그곳으 로 몸을 날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도망간 건가?”
“아닙니다.”
“음?”
위긴스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 다.
“저건 탈출구가 아닙니다. 원탁에 는 탈출구가 없습니다. 탈출해야 할 일이 없으니까요. 원탁을 잃으면 모 든 것이 끝입니다. 차라리 옥쇄할지
언정 도주는 없습니다.”
“그러면?”
“저건 나이트의 신전으로 이어지 는 계단입니다.”
“위긴스.”
“예?”
마기를 거둬들인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성 좀 찾지.”
“알아듣게 설명해. 혼자 알고 있 는 걸로 부들거리지 말고.”
“워낙 상황이 다급해서……
“설명해.”
“••••••예.”
위긴스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저곳은 오직 마스터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마스터의 자격을 이은 이들만이 얻을 수 있는 보구가 있습니다. 그 보구를 사용해야만 저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아직 마스터 가 되지 못한 나이트 르보라면 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간교 한 놈이 절차를 무시하고 미리 보구 를 챙겨온 듯합니다.”
“그래서?”
강진호가 턱짓으로 계단을 가리켰 다.
“저 안에 뭐가 있다는 거지?”
“……나이트.”
“음?”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나이트라니.
나이트들은 이곳에 있지 않은가.
저 안에 이곳에 없는 다른 나이 트들이 있기라도 한단 말인가.
“엘더 나이트들이 저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엘더 나이트?”
“……로드, 마스터는 예전에 나이 트였습니다.”
빤한 소리였다.
“그럼 마스터가 되지 못한 나이트 들은 어떻게 됐겠습니까?”
“음?”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시커먼 지 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바라보았다.
뭔가 순간적으로 이해가 가는 느 낌이 다.
“나이트들, 마스터의 길을 걷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무력에만 집중 한 나이트들. 그들 중에서도 엄선된 이들은 저 신전으로 들어갑니다. 그 러고는 마법의 잠에 빠지게 됩니다. 원탁의 진정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를 대비해서.”
“……동화 같은 이야기군.”
“하지만 실존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이트 르보는 그들을 깨우 러 간 겁니다. 지금 당장 그놈을 막 아야 합니다.”
“놔둬.”
“••••••예?”
“놔두라고.”
“로드!”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부술 거라면 확실하게 부수는 게 맞겠지. 놈들이 그런 것에 희망을 품고 있다면, 나이트나 마스터를 죽
이는 정도로는 납득하지 않겠지.”
위긴스가 입을 다물었다.
“부술 때는 철저하게 부순다. 인 간은 희망이 있을 때는 좌절하지 않 아. 마지막 희망까지 꺾어버려야 굴 복하는 법이다. 그러니 놔둬.”
“ 하나••••••
“무엇을 가져오든 결과는 같을 테 니까.”
위긴스가 몸을 떨었다.
차갑다. 냉정하다. 그리고…….
‘틀린 말은 아니야.’
강진호는 때때로 이럴 때가 있다. 딱히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
으면서도 정확하게 핵심을 짚어낸 다.
엘더 나이트들을 깨울 가능성이 있는 이상, 원탁은 진심으로 강진호 에게 굴복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 는 몸을 낮춘 채 엘더 나이트들을 깨워 반란을 획책하는 이들이 생겨 날 것이다.
그런 이들마저 모두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엘더 나이트라는 존재 자 체를 지워 버려야 한다.
하지만…….
“로드, 그들은 강합니다. 하나하나 가 마스터 이상으로 강합니다. 어쩌
면 그들은 삼왕 이상의 전력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군.”
강진호가 턱짓을 했다.
“그럼 여기는 내가 맡으면 되겠 군. 너는 네 할 일을 해야겠지.”
“••••••예?”
“마스터를 데려와.”
“지금 당장.”
“예!”
위긴스가 고개를 숙였다.
머리로 납득한 것이 아니다. 납득 이라는 과정이 벌어지기도 전에 그
의 몸은 강진호의 명령에 따르고 있 었다.
이해득실을 떠나 그가 마음속으로 부터 강진호라는 남자를 진짜 주인 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위긴스가 몸을 돌렸다.
강진호는 저리 한 번 결정한 것 을 바꾸는 남자가 아니다.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마스터를 구출해 와 사태를 해결하는 쪽이 나았다.
“가자!”
“예!”
가터 기사단을 이끌며 달려가던 위긴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원탁의 중앙을 바라보고 있는 강 진호의 뒷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 다.
어쩐지…….
강진호가 등으로 웃고 있다는 느 낌이 든다.
‘정말 사태를 이해하고 있는 건 가?’
그저 강한 상대와 싸우고 싶은 건 아니고?
위긴스가 고개를 다시 돌렸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확실한 것 하나는 강진호에게 있 어서도 엘더 나이트들은 더할 수 없
는 적이겠지만, 엘더 나이트들의 입 장에서도 강진호는 생애 단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거대한 적이 될 것 이다.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