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87)
마존현세강림기-988화(986/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19화)
4장 상대하다 (4)
엘더 나이트들이 명백한 적의를 보이기 시작했음에도 강진호는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응은 오히려 엘더 나이트들에게 서 나왔다.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강하 군.”
“저만한 적을 상대한 적이 있었던 가. 어떻게 생각하시오, 보어스?”
“종말의 거인보다 더 강한 것 같 은데.”
엘더 나이트들도 긴장한 듯 강진 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들이 나약하여 벌어진 일이라 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닌가 봅니다. 적은 더없이 강대하오.”
“악마적인 기운이로군. 우리가 아 니라 교황청의 성기사단을 불러야 할 것 같은데.”
“홍, 그놈들이 뭘 할 수 있겠소? 도망가기 바쁘겠지.”
“……심지어 도망친다 하더라도 비난할 수 없을 정도의 강대함이로 군. 대체 어디서 이런 이가.”
엘더 나이트들도 강진호의 강함에 당혹을 내보였다.
그들은 수도 없는 적들을 물리쳐 왔다.
원탁이 혼란에 빠지고, 원탁을 무 너뜨리려는 세력들이 나타났을 때, 그들은 원탁의 최후의 보루로서 적 을 물리치고, 쓰러뜨리고, 살해했다.
위기가 찾아오면 적을 물리치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상대한
적들을 다 뒤져 봐도 이만한 위압감 을 뽐내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력으로서의 강대함이라면 비견 될 곳이 몇은 있겠지만, 개인의 강 함이라는 측면에서는 단 한 번도 겪 어보지 못한 강자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동양인인가? 동양에는 악 마가 살고 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인 모양이로군. 그야말로 붉은 용…… 아니, 검은 용이라고 해야 하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겠지. 중요한 것은 저자가 원탁의 적이라는 점이 다.”
“빤한 소리를 늘어놓는군.”
말투는 그리 변함이 없지만, 예민 한 이라면 이들의 목소리에 미묘한 긴장이 묻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눈 치챌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적들을 물리쳐 온 그들이 지만, 강진호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그들조차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긴장한 건 그들만이 아니 었다.
“대체••••••
이명환의 말끝이 떨려 나왔다.
“강해?”
“……모르겠습니다. 짐작이 안 됩
니다. 확실한 건…… 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합니다.”
“위긴스 이사님이나 바토르 이사 님과 비교하면?”
“글쎄요……
이명환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 두 분이나 저자들이나 제 입 장에서 까마득할 정도로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라 누가 더 낫고 못하 고를 재단할 수가 없습니다.”
이현수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인즉슨, 저들 하나하나가 바 토르에 비견될 정도로 강하다는 뜻 이었다. 정확하게 재단할 수 없다는
말은 비슷하다는 뜻도 되니까.
설사 저들이 바토르보다는 약하다 해도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재앙이야.’
바토르는 무적의 전사다.
최근 들어 그가 홍왕 같은 인간 을 초월한 이들과 상대하면서 그 위 엄이 깎이기는 했지만, 바토르는 과 거에도 강했고, 마공을 받아들인 지 금은 배는 더 강해졌다.
총회에 이사진이 존재하지 않는다 면, 바토르 혼자서도 총회를 초토화 시킬 수 있다. 마염들을 모조리 갈 아 넣는다고 해도 광분한 바토르를
막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다.
그런데 그런 바토르가 열하나나 있다.
‘기절할 노릇이네.’
원탁으로 쳐들어오며 이현수가 느 낀 솔직한 감정은 ‘생각보다 쉽다’ 였다.
원탁이 가진 명성에 비한다면 방 어선은 너무도 쉽게 뚫렸다. 이 홀 까지 진입하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희생자조차 생기지 않았다.
물론 납득할 수 있는 이유야 있 다.
저들은 총회가 이리 전격적으로 쳐들어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방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위긴스 의 말대로라면 조금 전까지 마스터 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았기에 영국 이 아닌 타국의 기사단을 방어 병력 으로 배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움직였다면 상황은 달라졌 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완벽한 변명 이 되지 못한다. 총회가 생각 이상 으로 강해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원 탁은 그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살짝 경시하는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건만, 지금 저 엘더 나이트라 불리는 이들을 본 순간, 그 마음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열한 명의 바토르라고?’
말도 안 되는 전력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게다가…….
“……마법의 잠이라니.”
이게 무슨 판타지 같은 소리인가. 아니, 아니지.
무인계를 살아가는 이현수가 할 말은 아니다. 과거로부터 시간을 뛰 어넘어 현실에 강림한 이는 그들에
게도 존재하니까. 귀환자, 강진호의 존재가 그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존재가 더 황당한 쪽은 강진호다. 과거, 중 원을 휩쓴 마교의 교주가 현대 한국 에 되살아나 총회와 마교를 부흥시 키고 있다.
타국의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드 래곤이 현실에 나타나 깽판을 치는 쪽이 더 납득하기 쉬울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의 입장을 이 리 실감하게 될 줄이야.”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이현수 자신이 느끼는 황당 함이 주변국들이 느꼈을 황당함이라 생각하니, 되레 일본이나 중국에 미 안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뭔가 찝찝 한 감정을 거둘 수가 없다.
‘대체 마법이라는 건 어떤 방식으 로 움직이는 거지?’
서양인들이 동양 무학을 이해하지 못하듯이, 이현수도 저 마법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불덩어리를 만들어내고, 번개를 내 리치고, 뭐 그런 것들은 어떻게든 납득한다고 치자. 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저건 현실의 법칙 자체를 파괴하는 일이 아닌가.
과거의 강대했던 자를 늙지 않는 잠에 빠지게 만들고 위기 때마다 되 살린다니, 이게 무슨…….
“말 그대로 가디언이네요.”
“ o으”
— I그 •
이명환의 말에 이현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이 정 확하다. 원탁을 수호하는 가디언.
“하지만 실장님.”
“응?”
“……회주님이 지는 건 상상이 안
가는데요?”
“……그렇지?”
이명환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왜 그가 자 신감을 가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들이 얼마나 강하든 회주님을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이현수는 굳이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지금 이명환이 떠올린 생각을 반 대편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을 것이 다. 강진호의 강함은 인정하지만, 강 진호도 엘더 나이트의 벽을 넘을 수
는 없을 거라고.
“그리고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응?”
“저 새끼들 열한 명이서 한 명 둘 러싸고 있으면서 너무 가오 잡는 것 아닙니까?”
이현수는 오늘 처음으로 이명환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한국어로 이루어진 둘의 대화를 저들이 알아들을 리는 없겠지만, 엘 더 나이트들 역시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당혹스럽군.”
“무엇이 말인가, 디고어?”
“그럼 우리는 저자 하나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말인가?”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살짝 당황의 기색이 홀러나온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이들은 지 금까지 단 한 번도 한 명을 상대로 합공을 해본 적이 없었다.
원탁의 위기는 소수를 통해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들 이 맞서 싸운 이들은 다들 대군을 이끈 세력이었다. 그중 강자가 섞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 이리 한 사 람이 그들의 앞을 막아선 일은 없었 다.
그들은 명예를 아는 기사들이다. 다수로 소수를 상대하는 것은 역시 나 명예롭지 않은 일이었다.
“뒤쪽에 남아 있는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 는군.”
“으음.”
그 순간, 나이트 르보가 소리쳤 다.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저자는
원탁에 쳐들어온 적입니다! 당장 저 자의 목을 베어야 합니다.”
“그 입 다무는 게 좋을 것이다, 어린 마스터여.”
“하나!”
“아니면 목이 잘릴 테니.”
나이트 르보가 입을 닫았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차가운 목소 리가 그를 벙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마스터를 존중할 뿐, 그 의 명령을 듣는 존재가 아니다. 애 초에 원탁의 기사는 서로 평등한 존 재. 과거의 마스터들과도 평등했던
우리가 후대의 마스터의 명을 들어 야 할 이유가 없다.”
나이트 르보가 모멸감에 몸을 떨 었다.
‘대체 이놈들은 뭐야?’
그가 엘더 나이트들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들의 존재와 목적은 알고 있지만, 그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했다.
아직 마스터로부터 제대로 된 인 수인계를 받지 못했으니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은 그 가 생각하던 존재들이 아니라는 것. 잘 드는 검 정도라 여긴 이들이 사
실은 주인을 해칠지도 모르는, 제멋 대로 움직이는 에고 소드였다는 점 이다.
‘빌어먹을.’
나이트 르보가 이를 갈았다.
어찌 되었든 상황이 나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로 강진호를 막 아서지 못했다면, 그에게 남은 결말 은 죽음뿐이었을 것이다. 그 결말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상황은 호전되었다.
다만…….
“물러나라, 어린 마스터여.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대로 적을 주
살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방식에 대 해서 너는 개입할 수 없다.”
나이트 르보가 입술을 깨물고는 뒤로 물러났다.
가장 앞에 있는 기사가 강진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침략자여, 그대에게 권고한다. 지 금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그렇다면 목숨을 빼앗지 않겠다. 그 러지 않는다면 우리는 불명예를 감 수하고서라도 그대를 죽일 수밖에 없다.”
다른 기사가 말을 이었다.
“그대와 같은 강자를 죽인다는 것
은 우리에게 있어서도 서글픈 일이 되겠지. 쓸데없이 피를 보기를 원하 지 않는다.”
강진호가 고개를 숙였다.
고민하는 듯하던 강진호의 입이 살짝 벌어진다.
“쿡.”
웃음.
비웃음처럼 느껴지는 그 웃음소리 를 들은 기사들이 강진호를 빤히 바 라보았다. 투구로 가려진 얼굴은 분 명히 굳어 있을 것이다.
“아, 미안하군.”
강진호가 살짝 손을 내젓는다.
“비웃은 건 아니야. 그저 옛 생각 이 났을 뿐이지.”
강진호는 웃음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는 다르지만, 이들에게서는 과거 정파 놈들의 느낌이 난다. 특 히나 도가나 불가 쪽의 정파인들이 저런 말들을 늘어놓고는 했다.
합공을 하는 것은 무인으로서 수 치스러운 일이지만, 더 큰 대의를 위해서는 수치를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합리화를 해 대던 이 들.
그럴 것 같으면 애초에 합공을
수치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만 아닌 가.
“그래서 명예니 어쩌고 하는 게 쓸데없다는 거야.”
극한의 상황에서는 내려놓아야 하 는 명예라면, 그저 자신을 치장하기 위한 장식품밖에는 되지 않는다. 신 념과 의지라는 것은 극한의 상황에 서도 유지되어야 그 가치가 있는 것 이다.
물론 강진호라면 그것마저도 비웃 었겠지만.
“지껄이지 말고 덤벼. 되살아난 걸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이……놈이.”
엘더 나이트들이 분노를 뿜어냈 다.
그 쏟아지는 적의를 한 몸에 받 으며 강진호가 희게 웃었다.
가슴속에서 뭔가 타오르는 느낌이 다.
다시금 전투의 열의를 되찾은 강 진호가 적루와 청루를 움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