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89)
마존현세강림기-990화(988/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21화)
5장 격렬하다 (1)
‘농담이 아니라고!’
이현수의 얼굴은 완전히 질려 있 었다.
이게 절대자들의 싸움.
무학의 극에 달한 이들의 전투!
이현수가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
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강진호는 홍왕과 전투를 치 른 적이 있지만, 그 광경을 지켜본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겨우 바토르 정도나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을 뿐이다.
그저 상상으로만 생각해 온 절대 자들의 전투를 바로 코앞에서 지켜 보는 심정은 이현수의 예측과는 전 혀 달랐다.
‘이러다 죽는다.’
범과 사자가 싸우는 우리 안에 쥐 한 마리가 들어가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범과 사자가 쥐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해도 그들이 의식 없 이 내디딘 발에 밟히는 것만으로도 쥐는 죽는다.
지금 이현수가 딱 그 꼴이었다.
“여기가 버틸 수는 있는 거야?”
“……글쎄요.”
이명환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 였다.
딱히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 현수의 말을 듣는 순간 그도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곳은 원탁이다.
원탁쯤 되는 이들이 건물을 대충 지었을 리는 없다. 적이 쳐들어오고
전투가 벌어질 상황을 감안하여 할 수 있는 한은 강하게 지었을 것이 다.
하지만…….
‘이걸 버틸 수 있을까?’
벌써 검게 타버린 벽과 뚫려 버 린 구멍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이런 전투가 이어지는 데 무너지지 않는다고?
차라리 지금이라도 도망가는 게…….
“아마 버틸 걸세.”
“사부님!”
이현수가 반색하며 고개를 돌렸
다.
위긴스와 마스터가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그 뒤쪽으로 오고 있는 가 터 기사단도 보인다.
“생각 이상으로 튼튼한 곳이니까. 폭격이 터지거나 벙커버스터가 쏟아 져도 버틸 수 있게 지어져 있네. 구 조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마법으로 강화를 해두었으니.”
“……뭔가 만능이네요, 그 마법이 라는 건.”
“실제로는 만능은커녕 엄청나게 불편한 수단이네.”
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마법이 그리 간편하고 효율적인 것이었다면, 과학이 세상을 지배했 겠나? 지금 자네들이 마법에 대해 느끼는 충격은 과거의 마법사들이 과학에서 느끼는 충격에 비하면 아 무것도 아닐 걸세.”
“그건 그렇겠지만.”
이현수가 우물쭈물하며 슬쩍 마스 터의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 마스터가 홀 안으로 들어 온 것이 영 불편한 얼굴이다.
“……엘더 나이트들인가.”
평소라면 그런 이현수의 기색을 눈치채고 웃어주었을 마스터이지만,
지금의 마스터에 눈에 이현수 따위 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신경을 오로지 앞쪽에 보이는 강진호와 엘 더 나이트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마스터,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 겠습니까?”
“도리가 없네.”
위긴스의 말에 마스터가 고개를 저었다.
“엘더 나이트들은 통제되는 존재 들이 아닐세. 그들은 원탁의 수호자 이지만, 원탁의 법칙에서 벗어난 존 재. 원탁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 도 할 수 있는 이들이지. 아마 저들
이 자네들의 회주를 이긴다면, 원탁 을 재정비한다는 미명하에 모든 나 이트들의 목이 잘려 나갈 걸세.”
“••••••예?”
위긴스조차 처음 듣는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탁을 수호하는데 어째서?”
“수호하기 때문이지. 자네가 말하 던 그 합리성이라는 것 덕분이지. 원탁의 체계가 부패할 수 있다는 것 은 과거 선조들 역시 알고 있던 사 실이네. 그렇기에 극약을 넣어둔 것 이지. 그 부패와 불합리가 과도해져 원탁의 위기를 초래하면 새로이 시
작할 수 있도록.”
위긴스가 입을 다물었다.
‘이게 무슨……
엘더 나이트들이 원탁을 수호한다 는 건 나이트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수호의 실체가 이것이라니.
수호는 수호겠지.
저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입장에서 수호가 아닐 뿐 이다.
“인간이 부품이 되는 곳이라……. 확실히 그 말이 틀린 게 아니지. 부 품이 녹슬었다면 갈아버리면 그만이
니까.”
위긴스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곤란한 일이군. 원탁의 승리를 바라야 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엘 더 나이트의 패배를 바라야 한다니. 엘더 나이트들이 승리한다면,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와 나이트 르보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걸세. 이 위 기를 초래한 원흉이 될 테니까.”
“……나이트 르보는 이 사실을 알 고 있었을까요?”
“몰랐겠지. 알았으면 시도조차 하 지 않았을 거야. 신전을 연 이상, 그에게는 죽음 이외의 결과가 남아
있지 않네. 그래서 대비하라고 했건 만.”
마스터가 조금은 어두워진 눈으로 엘더 나이트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트 르보를 바라보았다.
“그저 자네의 회주가 이기기를 바 랄 수밖에.”
이현수가 대답을 대신했다.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야 할 텐데.”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지지 않는다.
그가 누군가에게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설사 그 상대가 하나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현수의 주먹은 그의 생 각과는 다르게 피가 통하지 않을 정 도로 꽉 쥐어져 있었다.
“엘더 나이트들을 물리친다면 원 탁은 어쩔 수 없이 자네의 회주에게 협조해야겠지. 그만한 힘과 능력 앞 에 대항할 수는 없을 테니까. 다 만…… 저들은 정말 강하네. 이 나 조차도 엘더 나이트의 마지막 자리 를 채우지 못했으니까. 애초에 나는 시험에 들 자격조차 얻어내지 못했 네.”
“엘더 나이트들이 얼마나 강한지 는 나도 모르네. 이제 알게 되겠지.”
모두의 시선이 중앙으로 향했다.
그르륵 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숨소리.
거친 숨소리 같으면서도 짐승이 으르렁대는 소리 같기도 하다. 그 어느 쪽이라 해도 이상하고, 그 어 느 쪽이라 해도 어울린다.
‘심장이 잘 뛰고 있다는 건 알겠 군.’
브루노어가 마른침을 삼켰다.
삼백 년 만에 뛰는 그의 심장에 세차게 펌프질을 해 대고 있었다. 이러다 펑, 터져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깊은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심장 이 잘 뛰고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지 만, 그 심장이 과도하게 뛰고 있다 는 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브루노어는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이를 바라보았다.
검은 화염을 휘두른 채 천천히 걸어오는 강진호.
등골에서 식은땀이 홀러내린다.
“타격이 없나?”
“……그런 것 같군.”
“그만큼이나 퍼부었는데.”
“예상했던 일이잖은가?”
가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볼텍스를 어렵지 않게 막아낸 그 라면 저 정도의 공격으로 쓰러지지 는 않을 것이다. 그건 충분히 예상 할 수 있었다.
‘예상을 벗어난 건 그게 아니지.’
적어도 충격은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마어마한 마력을 쏟아 부었으니까. 그런데 강진호의 모습 에서는 충격의 여파를 찾아볼 수 없 다.
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 은 화염 덕분에 육체에 상처가 있는 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여전하고 걸음걸이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을 감안한 다면 타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이다.
가웨인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베디비어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일시적으로 과도한 마나를 끌어 쓴 덕인지, 그게 아니면 자신이 쏟 아부은 마법이 상대에게 전혀 타격 을 주지 못했다는 충격 때문인지.
“……희생 없이 끝낼 수는 없겠 군.”
“ 아아.”
브루노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희생 없이 끝낼 수는 없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브루노어 는 알고 있었다. 그는 가장 앞에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자다. 누군 가 희생된다면 가장 먼저 죽을 이도 바로 브루노어였다.
하지만 브루노어는 흔들리지 않았 다.
공포? 두려움?
부정할 수 없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강철같이 단단한 의지 와 원탁에 대한 충성심은 공포심 따 위를 무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죽음으로라도 원탁을 지킨다는 의 지를 심장에 새겨 넣는다.
그 순간,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이게 전부인가?”
“아니, 아니겠지.”
천천히 강진호의 고개가 저어진 다. 지켜보고 있는 엘더 나이트들에 게는 그저 불꽃이 흔들리는 모습으 로만 보였다.
“아직 남은 것이 있을 것 같은
데? 조금 더 보여봐. 이제 막 기분 이 좋아지기 시작했으니까.”
가웨인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건 허세가 아니다.
강진호는 정말 이 전투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그 ‘즐긴다’라는 말 이 일반적인 즐거움과는 궤를 달리 하겠지만.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하군.”
“인간이 아니라 생각될 정도요.”
“동양에는 저런 괴물들이 사는 건 가?”
“설마. 이레귤러겠지. 그렇지 않았
다면 원탁은 존재할 수 없었을 테니 까.”
시대마다 저런 괴물이 쏟아져 나 왔다면, 이미 수세기 전에 원탁은 무너졌을 것이다. 지금 원탁이 존재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가 동양에서 도 특별한 존재라는 증거였다.
“그럼 저자만 쓰러뜨리면 된다는 거군.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해야 하 나?”
“말이 많아졌소, 가웨인.”
“……솔직히 두렵다는 걸 인정하 지.”
가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를 죽여야 한다. 하지만 저자 를 상대하는 것은 더없이 두려운 일 이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기사다.
‘좀 더 근원적이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면, 죽 음과도 같은 잠에 빠져들 수 없다. 엘더 나이트들은 목숨에 대한 집착 을 버린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런 엘더 나이트들조차 강진호에게서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생 겨나는 두려움과는 달랐다.
“가웨인.”
“말하시게.”
“기회를 놓치지 마시오.”
“약속하지.”
그 순간, 브루노어가 거대한 고함 을 지르며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었 다. 방패를 들어 머리를 가린 그가 전광석화처럼 빛살이 되어 강진호를 향해 날아간다.
그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였다. 마치 미식축구 선수가 몸 을 날려 태클을 하는 것처럼, 하지 만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 로 브루노어가 강진호를 향해 달려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강진호가 희게 웃었다.
“부족해.”
적루를 허공으로 집어 던진 강진 호의 주먹이 날아드는 브루노어의 방패를 향해 정권을 날렸다. 전신의 화염이 폭발적으로 요동칠 정도의 과격한 일격!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금속으로 만들어진 방패과 피육으 로 이루어진 주먹이 충돌했건만, 어 이없게도 폭음이 터져 나왔다. 브루 노어가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간다.
아니 튕겨 나간 건 상체뿐이었다.
푸우우웃!
브루노어의 입에서 피 분수가 뿜 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하체는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 지금!”
그 순간, 브루노어의 등 뒤에서 세 개의 그림자가 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비명과 같은 시동어 가 터져 나왔다.
“락!”
바닥에서 새하얀 손들이 솟아올라 강진호의 다리를 움켜잡았다.
검은 마강(魔剛)과 접촉한 손에서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녹 고 일그러지면서도 손은 강진호의 다리를 더욱더 휘감아온다.
“죽어라아아아아아!”
“적에게는 죽음을!”
브루노어의 머리 위로 치솟은 세 명의 나이트가 검과 창, 그리고 거 대한 철퇴를 휘두르며 강진호에게로 쏘아졌다.
강진호가 그 광경을 보며 참을 수 없다는 듯 광소를 터뜨렸다.
강진호의 몸을 둘러싼 불꽃들이 천장까지 치솟으며 날아드는 나이트 를 휘감는다.
마치 신에게 자신을 바친 성기사 들이 목숨을 걸고 악마와 싸우는 듯 한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