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90)
마존현세강림기-991화(989/2125)
마존현세강림기 40권 (22화)
5장 격렬하다 (2)
‘이, 이건?’
넘실대는 검은 불꽃이 악마의 혀 처럼 날름거리며 솟구쳐 오른다.
트리스탄은 그 초현실적인 광경을 보며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말이 되지 않는 존재는 바로 트리스탄 자 신이다. 죽어야 할 이가 죽지 않고, 수백 년 뒤에 살아나 검을 휘두르고 있으니까.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건 아니라도, 엘더 나이트가 보는 시선에 따라서는 괴물이나 다름없다 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진짜 ‘괴물’이 있었다.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난 괴물인 그 들이 보기에도 이해할 수 없고, 납 득할 수 없는 존재.
‘대체 이건 뭐란 말이냐!’
알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무리 익숙하 지 않더라도, 결국 이건 오러의 일 종이다. 저 화염에서 느껴지는 강력 한 기운은 오러가 아니고서는 설명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십여 미터 에 달하는 오러를 전신으로 뿜어낼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만한 오러를 저 리 자연스럽게 전신에 두를 수 있단 말인가.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상식을 아
득하게 벗어났다.
하지만 그저 감탄하거나 공포에 떨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저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은 화 염의 오라가 노리는 것은 명백히 트 리스탄이었다. 제대로 대항하지 못 한다면 죽는다. 반드시!
“큭!”
트리스탄의 검이 은백색의 오러를 머금었다.
심장에서 뻗어 나간 마나가 손끝 을 타고 검으로 밀려 들어간다. 그 러고는 검을 타고 고속으로 회전하 기 시작했다.
“타아아앗!”
“합!”
좌우에서도 기합성이 들려온다.
퍼시벌과 베디비어도 그의 공격에 호응해 온다. 이제는 따로 말을 나 누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 는 그들이었다.
‘부순다!’
오러를 실은 일격이 내려쳐진다. 그의 검에서 은백색의 오러가 길게 뿜어져 나가며 커다란 반월(半月)을 만들어냈다. 더없이 정밀하고 완벽 한 오러의 운용.
마치 비단처럼 결결이 아름답게 뿜어지는 반월형의 오러. 과거 실버 문(Silver Moon) 이라 극찬받은 그의 성명절기가 마침내 현대에 재현되었 다.
아름답기 짝이 없는 반월형의 검 기가 타오르는 검은 화염과 맞선다.
카가가가가가각!
쇠로 쇠를 긁어 대는 듯한 소리 가 귀를 찢듯이 터져 나온다.
반월형의 오러는 아름답고 강했지 만,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은 화염 을 가르지는 못했다.
창이 휘둘러지고 철퇴가 내려쳐졌
지만, 검은 화염은 그 모든 것을 받 아내고도 잠시 움츠러들 뿐,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살아 있는 듯 이글거리는 화염이 강철 이상의 강도를 가지고 있다. 아니, 강철이 뭔가. 강철 따위는 종 잇장처럼 찢어버릴 수 있는 그들이 저 화염은 전혀 뚫어내지 못하고 있 다.
격렬하게 타오르는 활동성과 이 세상 어느 것으로도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강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불꽃.
그야말로 악마의 화염이었다.
그리고 그 화염이 지금 격렬하게 타오르며 치솟아 오른다.
심장이 터질 듯 마나를 펌프질했 다. 살아 있는 듯 그를 노려오는 화 염을 어떻게든 잘라내야 한다. 하지 만 그가 채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화염이 가공할 속도로 솟아오르더 니, 그의 다리를 휘감아 버렸다.
우드드득! 우득!
“끄으읍!”
꼴사납게 비명을 지르는 꼴은 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
서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마법 으로 강화한 갑옷이 찢기고 부러지 며 그의 다리로 파고들었다.
“트리스탄!”
뒤쪽에서 커다란 비명 소리가 들 려온다.
“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그와 함께 뛰어오른 이들도 상황 은 비슷한 모양이었다. 좌우에서 당 황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것에 정신을 팔 여 유가 없었다.
다리에서 무시무시한 압력이 느껴
진다. 마치 거인의 손이 그의 다리 를 움켜잡고 짓뭉개는 것만 같다. 불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채 가시기 도 전에 뼈가 으스러지는 느낌이 난 다. 그런 후에…….
그것과는 다른 통증.
다리가 부러지고 으깨지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통증이 그의 머리를 새 하얗게 탈색시켰다. 마치 꺼지지 않 는 불꽃을 집어삼킨 것처럼 배 속이 불에 타는 듯 끔찍한 고통이 그를 떨게 만들었다.
“트리스타아아안!”
모두가 트리스탄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려는 순간, 찢어지는 듯한 고 함 소리가 들려왔다.
“비켜어어어어어!”
폭발하듯 솟구치는 마나의 약동을 느낀 이들이 좌우로 물러섰다.
“갤러해드!”
사람 키보다 더 큰 거대한 활을 든 기사가 이를 악물고 시위를 당겼 다.
파아아아앙!
시위를 놓는 순간, 성인 남자의 팔뚝보다 굵은 화살이 허공을 갈랐 다. 아니, 그건 화살이라기보다는 차
라리 창이라 불러야 할 것이었다.
파아아앙!
파아아아아앙!
한 발로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갤러해드의 활이 몇 번이고 튕겨진 다. 한 발, 한 발이 대기를 찢어내 고, 성벽을 부술 만한 위력이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쏘아 진 거대한 화살이 강진호가 피워낸 불꽃을 파고들었다.
카가가가각!
고속 절단기가 쇠를 가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화살이 불꽃 안으로 박 혀들었다. 이글거리던 불꽃이 움츠
러드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인다.
“베디비어!”
“알고 있어!”
베디비어의 전신에서 새파란 마나 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마 나가 육체를 뚫고 나올 정도로 과도 하게 운용된 것이다.
룬어를 중얼거리며 캐스팅을 마친 베디비어가 핏발이 선 눈으로 양손 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뿜어져 나온 마나가 거대한 짐승 의 입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러고는!
“죽어라아아아아아아!”
짙은 화염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간다.
거대한 화염방사기를 작동시킨 것 처럼, 과격한 흐름으로 불꽃이 강진 호를 향해 밀려 들어갔다.
화르르르륵!
화마가 약동하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온다. 응축되고 또 응축된 화염 이 갤러해드가 만들어낸 틈을 파고 들었다.
강진호의 검은 화염이 일순 움츠 러든다.
그와 동시에 트리스탄의 다리를 움켜잡은 화염도 퍽, 꺼지듯 사라졌
다.
쿠웅!
바닥에 떨어진 트리스탄이 이를 악물고 자신의 다리를 움켜잡았다. 진짜 화염이 아니기에 화상은 입지 않았다. 하지만 차라리 화상을 입은 게 낫다고 생각될 정도의 상처다.
무릎 아래의 다리는 조각조각 부 러졌다. 갑옷이 찌그러져 뼈까지 파 고들었다.
하지만 트리스탄은 신음한 번 홀리지 않고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 다. 부상을 입었다고 징징댈 상황이 아니다. 적은 더없이 강대하다.
열한 명 중 단 하나라도 빠진다 면, 일방적으로 학살당할 수도 있었 다.
“ 괜찮은가?”
“……안 괜찮으면?”
가웨인이 얼굴을 굳혔다.
“그래, 그런 걸 물어볼 상황은 아 니겠지.”
가웨인의 얼굴에는 살짝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강하다.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기운으로 느낀 강진호 역시 더없 이 강대했다. 하지만 막상 상대해
본 강진호는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대체 저게 무슨 무학이지?”
“알 수 없다. 다만……
가웨인은 굳이 뒷말을 잇지 않았 다.
더없이 파괴적이고, 더없이 공포 스럽다.
하지만 그 말을 굳이 지금 꺼낼 필요는 없었다. 사기를 떨어뜨릴 뿐 이다.
그 순간, 움츠러들었던 화염들이 중앙으로 모여든다 싶더니, 강진호 의 몸 안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 다. 검은 화염을 걷어낸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았 다.
섬뜩함.
딱히 위협을 눈에 담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그 눈빛을 마주한 이들 은 심장이 덜컥거리는 섬뜩함을 느 껴야 했다.
“보이나?”
“……그래도 사람이긴 한 모양이 군.”
그 섬뜩함을 느끼는 와중에서도 이들은 강진호의 손끝으로 흘러내리 는 핏방울을 놓치지 않았다.
피를 홀린다는 건 상처를 입는다 는 뜻이다.
그리고 상처를 입는다는 건 죽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 고 안도할 정도로 이들은 극한에 몰 려 있었다.
“들어라.”
가웨인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저 악마 같은 놈의 방어는 너무 도 견고하다. 휘두르는 방식으로는 뚫어낼 수 없다. 일점으로 집중하여 찔러 들어간다. 퍼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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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은 네가 맡아야 한다.”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지.”
퍼시벌이라 불린 사내가 커다란 랜스를 내려 바닥을 살짝 두드렸다.
가웨인이 깊이 심호흡을 했다.
공략법은 대충 잡혔다. 실수를 하 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 걸리는 게 있었 다.
‘저게 저자의 전력이라면 그렇겠 지.’
하지만 저자가 지금까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자신들은 과연 저자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가슴속으로 불길함이 차오른다.
그때, 강진호가 가만히 입을 열었 다.
“묻고 싶은 게 있다.”
누가 대답을 해야 할까?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 가 대답을 했겠지만, 지금은 서로를 돌아볼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 다. 덜컥대는 느낌을 받은 가웨인이 이를 악물고 강진호의 말을 받았다.
“뭐지?”
“너희들은 강한가?”
뜬금없고 알아듣기 힘든 질문이었 다. 하지만 가웨인은 강진호가 무엇 을 묻고 있는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한에는.”
“그렇군.”
그들은 강진호의 힘이 어디서 왔 는지 모른다. 막연히 동양의 무학이 라고 생각할 뿐, 동양이 어떤 식으 로 굴러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건 강진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강진호는 그들 정도면 서양 무학의 역사에서 정점이라 자부할 수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그대는?”
이번에는 가웨인이 되물었다.
“그대라면 동양을 대표한다고 스 스로 자부할 수 있는가?”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라고?
가웨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 다.
“아직은 부족하지.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나는 아직……
강진호가 슬쩍 시선을 위로 올렸 다.
이제는 자부할 수 있는가?
그 대답은 너무도 쉽다.
그는 더없이 강해졌다. 현대로 돌 아온 후, 예상보다 몇 배는 빠르게 예전의 힘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하 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과거 적천마존의 힘에 대등하다고 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 자부할 수 없다. 다 만……
“ 다만?”
“너희를 상대하기는 충분하지.”
가웨인이 이를 갈았다.
“잘도 지껄이는군.”
가웨인을 중심으로 엘더 나이트들 이 진형을 잡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보며 낮게 웃었다.
‘기 이하군.’
저들은 강하다.
지금까지 강진호가 상대한 이들 중 홍왕을 제외한다면 저들보다 강 한 이는 없을 것이다. 바토르조차 저들에게는 한 수 처진다는 느낌이 었다.
그럼 저들 중 하나와 바토르가 싸운다면, 바토르가 패배하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다.
저들과 바토르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
“••••••뭐?”
“너희는 무인이 아니로군.”
“무슨 소리냐, 이놈/
“무인이 아닌 자들을 무인처럼 대 할 필요는 없겠지. 뭐, 그것도 좋 아.”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나는 그쪽도 익숙하거든.” 저벅저벅.
적루와 청루를 늘어뜨린 강진호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시작해 보자고, 전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