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98)
마존현세강림기-999화(997/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5화)
1장 지배하다 (5)
활을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알고 있다.
도망갈 곳은 어디도 없다. 이 좁 은 홀에는 탈출할 곳이 없으니까.
설사 탈출할 곳이 있다고 하더라 도 저자 앞에서는 달아날 수 없을 것이다. 두 눈으로 혈광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그를 향해 가공할 속도로 날아드는 악마.
저 악마에게서 달아날 방법은 어 디에도 없다.
그러니 다리에 힘을 준다.
저도 모르게 자꾸 뒤로 흠칫흠칫 물러나려는 다리를 바닥에 박아 넣 는다.
달아나지 않기 위해.
의지를 다지기 위해.
알고 있다!
‘나는 무력하다.’
그의 화살은 세상 무엇보다 날카 로웠다.
전장의 앞에서 싸우는 이들이 더 많은 영광을 얻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엘더 나이트들 중 가장 큰 전과를 올린 이는 그와 베디비어다.
전장에서는 눈앞에서 날뛰는 기사 보다 원거리에서 쏟아지는 마법과 화살이 배는 무서운 법이다.
하지만 그건 전장에서의 이야기였 다.
냉정하게 말했을 때, 이 전투에서 그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 었다. 되레 그가 날린 화살 덕분에 두 명의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
갤러해드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평생 자부심을 가지고 익혀온 무 학이 순식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건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제 는 그 경험을 넘어 그의 목숨마저 끝날 위기에 처해 있다.
‘나는 나약하다.’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볼 수 있으니까.
갤러해드의 손이 재빠르게 아공간 으로 쑤셔 넣어졌다. 그러고는 그 안에서 하나의 거대한 화살을 뽑아 냈다.
그의 화살은 거대하다.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화살■이 아 니라 창이라고 생각할 만큼 굵고 길 었다.
하지만 지금 갤러해드가 뽑아낸 화살은 지금까지 그가 날린 화살보 다 배는 더 두꺼웠다. 너무도 두꺼 워 과연 이것이 화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잡을 수 없 어.’
강진호는 지금 그에게 달려들고 있다.
앞을 막아주는 이들이 있어도 강 진호를 상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
다. 그런데 지금처럼 앞이 확 트인 곳에서 강진호를 막는다?
불가능하다.
특히나 궁수인 그에게 상대와 정 면으로 맞붙는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이런 방식으로 싸운다 면 그는 원탁의 누구도 이길 수 없 다.
하지만 갤러해드는 진형을 이탈하 는 쪽을 택했다. 어차피 도움이 안 될 거라면…….
“갤려해드!”
갤러해드가 자신의 위치를 벗어났 다는 걸 깨달은 엘더 나이트들이 비
명을 지른다.
‘놀랄 것 없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쓰레기 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법이니까.
그가 화살을 시위에 겨눴다. 드래곤 킬러 (Dragon Killer).
이 화살의 이름이었다.
실용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용을 죽이기 위해 파괴력만 을 극한으로 올린 화살.
한쪽으로 치우친 병기가 다 그렇 듯 이 화살은 압도적인 파괴력과 더 불어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
다. 신기에 달한 그의 궁술로도 이 화살을 정확하고 빠르게 날릴 수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단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봉인해 두었던 화 살이다.
하지만 지금, 갤러해드는 이 화살 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아 챘다.
‘내가 쓸모가 있어졌다고, 친구 드 ’
그의 눈이 광기로 물들었다.
자신이 날린 화살로 동료가 둘이 나 죽었다. 태연하고 침착한 척하려
고 했지만, 그의 속은 이미 썩어 문 드러진 뒤였다.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서는 먼저 죽은 동료를 볼 낯이 없다. 그 러니…….
이걸 박아 넣는다.
그의 목숨과 바꿔서라도 말이다.
꾸우우우욱!
활의 시위가 뒤로 팽팽하게 당겨 졌다. 활보다 화살이 배는 더 큰 기 이한 형태이지만, 그 모습이 주는 위압감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갤러해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오히려 갤러해드에게 돌진하 는 강진호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콰아아아아!
가공할 속도로 날아든 강진호의 손이 갤러해드의 목을 움켜잡는다.
그 충격으로 목이 뒤로 젖혀지고 목뼈에 금이 간다. 전신을 오러로 둘러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일격으로 목이 부러지거나 잘려 나 갔을 것이다.
“끄으으읍!”
전신이 불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 진다.
그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갤러해드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꾜••••••
“뭘 하려는 거지?”
강진호가 팔을 쭉 끌어당겼다. 그 러고는 갤러해드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붉게 물든 강진호의 눈 을 마주한 갤러해드가 낄낄대며 웃 음을 흘린다.
“……영광이군.”
“그대가 나 같은…… 조무래기의 행동에 관심을 가져주다니 말이야.”
영광이다.
반쯤은 진심, 반쯤은 비꼬는 말.
“ 나는••••••
우둑.
강진호는 주저 않고 갤러해드의 목을 꺾어버렸다. 무슨 말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으려는 건지는 모르겠 지만, 그 말을 태평하게 들어주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목이 꺾인 갤러해드의 눈이 급속 도로 흐려졌다. 아무리 무인이라고 는 해도 목이 꺾인 이가 생명을 유 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와 함께…….
“가, 같이……
갤러해드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같이 가……자.”
그 순간까지도 힘을 풀지 않던 갤러해드의 팔이 늘어지며 당기고 있던 시위를 놓았다.
하지만 이미 목이 꺾인 이가 화 살을 날릴 수 있을 리 없었다. 활에 걸려 있던 드래곤 킬러가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마지막 일격마저도 허무하게 빗나 가 버린 것이다.
강진호가 미련 없이 갤러해드를 집어 던지려던 그 순간.
콰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앙 !
드래곤 킬러가 그대로 폭발하며 갤러해드와 강진호를 집어삼켰다.
예상치 못한 일격.
무시무시한 폭발에 지켜보던 이들 이 비명을 질렀다.
“회주님!”
“갤러해드!”
마병 (魔兵).
그 이름이 딱 적당했다.
드래곤 킬러는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지만, 그 폭발의 여파는 주변 으로 뻗어 나가지 않았다. 마치 커 다란 유리관 속에서 일어난 폭발이 유리관을 뚫고 나오지 못하는 것처
럼, 밖으로 뻗지 않은 채 일정 구역 안에서만 폭염이 소용돌이쳤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법은 그걸 가능하게 한 다.
응축된 폭발은 뻗어 나갔을 때보 다 몇 배의 위력으로 강진호와 갤러 해드를 휩쓸었다.
그러고는…….
휘이이이잉!
차가운 바람 소리만을 남기며 폭 발이 잦아든다. 폭염이 거친 곳에는 단 한 사람만이 두 다리로 서 있을 뿐이었다.
“퉤!”
강진호가 바닥에 피 섞인 침을 뱉었다.
“회주님!”
이현수의 고함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저 어마어마한 폭발 속에서도 강 진호는 생존해 냈다. 하지만 무사하 다고는 말할 수 없는 몰골이었다.
그을음과 흘러나온 피로 엉망이 된 몰골로 강진호가 손을 들어 얼굴 을 훔친다.
그러고는 살짝 휘청였다.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타격은 받
은 것이다.
“……재미있는 짓을 하는군.”
강진호의 손이 자신의 가슴팍으로 다가갔다.
꽈아악!
그러고는 뭔가를 움켜잡고 뽑아낸 다.
떨그렁.
강진호의 손에서 바닥으로 무언가 떨어졌다.
검은빛을 띠고 있는, 20cm에 달하 는 강침.
보기만 해도 섬뜩한 색으로 번들 거리는 강침이 그의 가슴에서 뽑혀
나왔다.
떨그렁, 떨그렁.
하나하나의 강침이 뽑힐 때마다 핏줄기가 쭉 뿜어진다. 몸 안으로 한 뼘이나 틀어박힌 십여 개의 강침 이 모조리 뽑혀 나온다.
순식간에 강진호의 전신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이현수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 졌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만한 상처였다. 아무리 강진 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는 하
나, 저만한 상처를 입고도 무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사부님!”
“경거망동하지 마라.”
“하지만!”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 느냐!”
이현수가 입을 다물었다. 위긴스 의 목소리에서 다급함과 불안함이 느껴진다.
그도 지금 어찌할 바를 몰라 하 고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저딴 무기 따위에!’
강진호가 차라리 다른 엘더 나이
트들의 공격에 상처를 입었다면 이 런 기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저 건…… 저건 빌어먹을!
그 순간, 강진호가 고개를 들었 다.
손을 들어 얼굴에 흐른 피를 닦 아낸 강진호가 갈기갈기 찢겨 형체 조차 알아볼 수 없게 변해 버린 갤 러해드의 시체를 바라본다.
“재밌는 한 수였어.”
이를 드러내고 웃은 강진호가 고 개를 돌려 가웨인들을 노려보았다.
“……뭐 하고 있지?”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나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어.”
가웨인이 질린다는 눈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저걸 쓸 줄이야.’
신화와 현실이 뒤섞인 시대.
세상에는 가끔 이 세상에 존재하 지 않았어야 할 것들이 출현하고는 했다. 그 괴물들을 잡아내기 위해서 는 인간이 다룰 수 없는 무기가 필 요했다.
강철 같은 비늘로 전신을 두른 신화의 괴물을 잡아내는 방법은 비
늘이 없는 곳을 공격하는 것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만들어진 성유물(聖 遺物) 들.
배 속에서 터져 거대한 괴물을 일격으로 쓰러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과거의 유산. 그들조차 따라잡지 못 하는 마법이 지배하던 시대에 만들 어진 병기들.
가웨인이 사용한 것은 그중 하나 였다.
보다시피 성유물은 반드시 사용자 의 목숨을 필요로 한다. 애초에 괴 물의 배 속에 무기를 처박는 것부터 가 사용자가 무기와 함께 괴물의 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가.
그 끔찍한 마병(魔兵)의 위력을 전신으로 받았음에도 강진호는 여전 히 전투의 의지를 잃지 않고 있었 다.
“란슬롯.”
가웨인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약속은 지켜라!”
“반드시!”
란슬롯의 대답이 돌아오기가 무섭 게 가웨인이 창을 들고 강진호를 향 해 돌진했다.
괴물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기조차 저 괴물을 쓰러뜨리지 못 했다. 하지만 피해는 확실하게 입혔 다. 다섯이라는 목숨을 버려서도 생 채기 하나 내지 못한 괴물을 상대로 처음으로 타격을 입힌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할 때다.
“트리스탄! 퍼시발!”
“오오오오오오!”
그의 좌우를 두 명의 검사가 채 운다.
가웨인이 태어나서 단한 번도 내보지 못한 속도로 돌진해 들어갔
다.
방어?
그런 건 없다.
원래대로라면 이 진형을 갖추었을 때, 그의 앞을 브루노어가 지켜주어 야 한다. 상대의 반격을 브루노어가 받아내고 그는 상대의 가슴을 꿰뚫 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브루노어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 브루노어가 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저 괴물을 상대하 면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 드는 것 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죽어라아아아아아아!”
상대의 심장을 노리는 것은 창이 아니다.
그의 목숨, 그의 모든 것.
영혼을 불태워서라도 상대의 심장 을 꿰뚫고 말겠다는 의지.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야 그는 전투에 임한 무인이 무엇으로 싸워 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그의 창은 지금까지와는 확 연히 다른 힘을 보여주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J
스스로도 놀랄 위력으로 뿜어진 볼텍스가 강진호를 향해 날아들었 다.
카캉!
하지만 그 볼텍스는 너무도 허무 하게 강진호의 일격에 튕겨 나갔다.
실망하지 마라.
한 번으로 안 된다면 두 번, 두 번으로 안 된다면 세 번, 열 번! 백 번이라도! 날리고 또 날려라. 육체 가 짓뭉개지고 영혼이 터져버릴 때 까지.
과도한 압력을 이기지 못한 그의 눈이 반쯤 터지며 피눈물이 눈꼬리 를 타고 흘렀다.
“강진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
천 년의 세월 동안 원탁을 수호
해 온 엘더 나이트 가웨인.
그의 혼이 지금 여기서 너무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