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999)
마존현세강림기-1000화(998/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6화)
2장 결착 내다 (1)
콰아아아아아아아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볼텍스가 쏟아진다. 어마어마한 위력의 창격을 연이어 퍼부으면서도 가웨인은 돌진하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발끝이 바스러지는 느낌.
몸의 모든 것이 바삭바삭 말라 재로 화하는 것 같은 감각이다.
그리고 이건 그저 감각이 아니었 다.
지금 가웨인은 그의 육체에 담긴 모든 것을 창끝으로 뿜어내는 중이 었다.
마나의 양이 다르다는 이유로는 납득할 수 없던 위력.
더 높은 경지에 올랐다는 이유로 도 이해할 수 없던 검격.
강진호가 뿜어내는 말도 안 되는 위력의 강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 한 발, 한 발을 지금의 가웨인 처럼 뿜어냈던 것이다.
4흐..’
우스운 일이다.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면 강해 질수록.
전투에 접어들기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어마어마한 공격을 뿜어 내면 낼수록 역설적으로 강진호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이자는 이곳에 살고 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이 전투의 끝 을 자신의 최후와 동일시해야 겨우 발끝이나 잡아볼 수 있는 경지.
그 경지에, 그 영역에서 이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는 것 이다.
강함에 대한 존경심이 아니다.
방식에 대한 존경심이다.
천 년의 세월 만에 가웨인은 처 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존경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
그자가 적이라는 게 안타까운…… 아니, 오히려 축복일지도 모른다. 강 진호가 적이 아니었다면 절대 이 순 간은 오지 않았을 테니까.
천 년의 세월이 걸려서야 그는 진정으로 무인을 자부할 수 있게 되
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
한 발 더!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머리카락이 부서진다.
손톱이 부스러지고, 피부가 모래 처럼 바짝 말라 떨어져 나간다.
몸 안에서 생기가 모조리 빠져나 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 닿지 못할 곳에 있다.’ 환희.
더없는 환희.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컸다. 이미 그는 임계점을 넘었다. 굳이
강진호가 손을 쓰지 않더라도 그는 생명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을 뽑아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럼에도 가웨인에게는 단 한 점 의 후회도 없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지금까지 뿜어진 볼텍스보다 더 강하고 커다란 볼텍스가 강진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가가가각!
강진호의 적루가 볼텍스를 후려쳤 지만, 지금까지처럼 무난하게 튕겨 내지 못했다. 강진호의 상체가 휘청
하며 몸의 밸런스가 깨진다.
그리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트리 스탄과 퍼시발이 그 틈을 놓치지 않 고 앞으로 쏘아졌다.
“적에게 죽음을!”
“죽어라아아아앗!”
퍼시발과 트리스탄 역시 지금까지 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완벽하게 목 숨을 내놓은 그들은, 방어에 기울어 야 할 힘과 신경을 모조리 공격에 밀어 넣은 그들의 일격은 확실히 위 협적이었다.
트리스탄이 뿜어낸 반월형의 은빛 검기, 실버 문이 강진호를 세로로
쪼개간다.
퍼시발의 검도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강진호의 붉게 물든 눈이 환희로 떨린다.
목숨이 오가는 전투.
서로의 목을 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전투. 이런 전투 속에서 강 진호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 감했다.
그의 육체에서 검은 마기가 뿜어 져 검게 타오른다.
상처?
꽤나 치명적이다.
게다가 강침에 독이라도 발렸는 지, 조금 전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하 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이런 부상은 수십 번도 더 겪었 다.
얼굴을 뒤덮은 검은 화염이 일렁 인다.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면 서 강진호가 청루를 휘둘렀다.
촤아아아앗.
달이 갈라진다.
세상을 비추던 은색의 달이 반으 로 갈라지며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 췄다.
그와 동시에 은색의 달을 만들어 낸 이의 육체마저도 반으로 갈라졌 다.
파아아아아앗!
트리스탄의 육체가 머리부터 사타 구니까지 두 개로 쪼개지며 좌우로 튕겨 나갔다. 바로 옆에서 동료가 죽었음에도 퍼시발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이제 동료를 지키 는 것이 아니다.
원탁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강진호를 죽이는 것.
원탁과 세상을 수호한다는 원대한
목표도, 그들이 원탁의 마지막 보루 라는 의무감마저도 모두 잊었다. 원 대하고 성스러웠던 전투는 이제 단 순한 원한과 증오심만이 가득한 전 투로 끌어내려졌다.
하지만 그만큼 더 격렬하고, 그만 큼 더 처절하다.
가장 순수한 전투, 그 자체였다.
퍼시발에 검이 눈부신 오러를 뿜 어낸다. 눈을 가리고, 세상을 가린 다. 하얀빛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 의 검은 오롯이 강진호의 목을 겨눠 져 들어갔다.
성스럽기까지 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강진호.
마인 중의 마인, 적천마존이었다.
새하얀 빛으로 물든 세상에 검은 점 하나가 생겨났다.
화아아악!
눈에 보일 듯 말 듯하던 작은 점 이 순식간에 세상의 빛을 먹어 치우 며 그 덩치를 불리기 시작한다. 그 리고 그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붉은 혈광.
야수와도 같은 그 눈이 퍼시벌의 눈에 들어온다.
파아아앙!
귀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검을
잡고 있던 퍼시벌의 손목이 그대러 잘‘려 나간다. 얼마나 강한 힘으로 후려쳤는지, 잘린 손목이 검을 움켜 잡은 채 천장에 틀어박혔다.
파아아아앙!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두 다 리도 잘려 나간다. 균형을 잃은 몸 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허리가 베이고 목이 잘린다.
목에서 튕겨 나간 머리가 빙글 회전하는 동안에도 퍼시발은 자신에 게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 대로 알지 못했다. 눈깜짝할 새에 뭔가 벌어진다 싶더니, 세상이 뒤집
혔다.
그리고 그 뒤집힌 세상에서 그가 볼 수 있던 것은 붉은 눈뿐이었다.
타오르는 듯 핏빛의 광채를 뿜어 내는 두 눈. 그 눈이 그를 끝까지 응시하고 있다.
아…….
그 순간, 퍼시발은 깨달았다.
이것이 죽음.
피할 수 없는 절대의 명령이다.
퍼시발의 눈으로 검은 화염을 두 른 검이 날아드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게 퍼시발의 마지막 기 억이었다.
콰앙!
강진호가 떠오른 퍼시발의 머리를 검면으로 후려쳐 가웨인에게 날렸 다. 가웨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 고 날아드는 머리를 향해 볼텍스를 날렸다.
퍼시발의 머리가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지만, 가웨인은 자 신에게 쏟아지는 퍼시발의 머리를 몸으로 맞으며 앞으로, 앞으로 돌진 했다.
콰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아아 !
닿아라!
닿아라!
한 방! 단 한 방!
모든 것을 끌어다 쓴 그의 육체 는 이미 속도를 잃어버렸다. 쾌속하 게 진격하던 그의 다리는 몸을 지탱 하는 것만으로도 한계에 도달해 있 었고, 창격에 힘을 실어주던 허리는 금방이라도 젖혀질 것처럼 파들파들 떨렸다.
그럼에도 가웨인은 멈추지 않았 다.
한 방.
단 한 방!
그의 모든 것이 그저 잘못된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 한 단 한 방.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처럼 치 졸한.
하지만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순 수한 욕망이었다.
‘ 닿아라.’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영혼을 불태워서라도 단 한 방만!
원탁을 위해서가 아니다. 죽어간 동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도 아니 다.
그저 무인으로서 가웨인을 증명하 기 위한 일격, 일격이었다.
볼텍스의 색이 짙어질수록 그의 육체의 색은 바래져 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볼텍스의 위력이 더 강해진다.
더, 더욱더!
그리고 마침내…….
가웨인의 눈이 가라앉았다.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이 한 방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그에게는 이제 뽑아낼 영혼마저 남아 있지 않았다.
잊어버렸다.
아니, 잊혀졌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째서 싸워야 하는 지.
그 모든 것을 잊었다.
목적도 사라지고, 의지도 사라진 다.
남아 있는 것은 그저…….
우드드득.
손끝에 힘이 실린다.
처음 창을 잡았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그저 이 묵직한 감각이 좋아 밤이 새도록 창을 휘두르고 찔러 댔 다.
그래, 그때는 그저…….
손끝에 힘이 빠진다.
마지막에 가서야 그는 창을 잡고 있던 힘에서, 그리고 자신을 잡고 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났다.
우웅.
나직하게 공명한 창이 은백색의 오러를 뿜어낸다.
그러더니…….
“볼텍스.”
최후의 한 방울의 모든 것까지 뽑아낸 그의 마지막 볼텍스가 이제 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세로 강진호 를 향해 날아들었다. 순간적으로 강 진호의 몸이 흠칫하는 모습이 가웨 인의 눈에 똑똑히 들어온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마법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강진호의 등 뒤에서 케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절대절명의 적을 향한 블링크. 단 한 번의 반격으로 도 목이 날아간다.
하지만 케이는 거리를 두고 공격 을 하는 쪽보다는 목숨을 걸어서라 도 거리를 좁히는 쪽을 택했다. 마 법사가 전사를 상대로 거리를 좁힌 다는 극단적인 선택.
지금 그 선택이 먹혀 들어갔다.
“얼어 라아아아아아아아!”
케이의 전신에서 너무도 새하얘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한기가 뿜어 진다. 얼마나 과도한 마나를 끌어냈 는지, 한기를 뿜어내는 그의 육체마 저도 얼어붙고 있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쏟 아내 버린 마법사의 최후. 자살이나 다름없는 짓이지만, 그 일격은 확실 히 강진호에게 먹혀들고 있었다.
새하연 얼음덩어리가 강진호의 등 에 달라붙는다. 타오르는 검은 화염 들조차 얼어붙어 간다.
멈춘다.
강진호의 몸0].
그리고 가웨인은 케이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만들어낸 그 기회를 놓 치지 않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라.
가라!
가라0}0}0}0}0}0}0}0}!
생의 마지막 기운까지 모두 뽑아 낸 볼텐스가 가공할 기세로 강진호 를 향해 날아든다. 은백색의 소용돌 이가 세상을 찢어발길 것처럼 요동 치며 강진호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 었다.
불타오르는 두 개의 검이 날아드
는 소용돌이를 후려친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각 !
소용돌이와 충돌한 검이 갈려 나 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뒤로 확 밀 려났다가 다시 앞으로 밀고 나온다.
더.
여기서 한 방 더!
여기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가웨인의 창이 다시 한 번 허공 을 갈랐다.
더 이상은 뽑아낼 것도 없다. 제 대로 볼텍스를 만들어내지도 못한 그의 창이 강진호의 검을 찌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그런 후에 가웨인은 똑똑히 보았 다.
고막이 터져 나가는 굉음과 함께 더없이 느려져 버린 세상에서 그의 창이 강진호의 검을 튕겨내는 모습 을 말이다.
강진호의 적루와 청루가 좌우로 튕겨져 나간다. 그리고 강진호의 얼 굴 가에서 혈광이 뒤흔들린다.
푸우욱!
그의 창이 강진호의 가슴을 파고 든다.
손끝으로 선명하게 전해지는 감
각.
그 감각을 느끼며 가웨인은 멍하 게 앞을 바라보았다.
턱.
강진호의 손이 가슴을 파고든 창 대를 움켜잡는다. 어느새 그의 몸을 두르고 있던 화염은 자취를 감춘 뒤 였다.
닿았나?
저자에게?
내 창이?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내려 자신 의 가슴을 파고든 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가웨
인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말없이 가웨인을 바라 보던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이를 드러내고 웃은 강진호가 입을 열었 다.
“네가 무인이 아니라는 말은 취소 하지.”
“너는 훌륭한 무인이다. 그러니 이제 죽어도 좋아.”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뽑아낸 가웨인은 강진 호의 가슴에 틀어박힌 창을 잡은 채 그대로 숨을 거뒀다.
차갑게 식어가는 그의 얼굴에는 생전 단 한 번도 지어보지 못한 만 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