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11화
11화
한수정이 매섭게 물어보자 최강현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아니… 그냥… 의견 대립이 있어서…….”
최강현의 변명을 들은 한수정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했다.
“의견 대립이요? 몸이 불편한 사람을 밀치는 게 의견 대립입니까?”
이미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송진우와 소리 지르는 한수정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쯧쯧! 저놈이 끝내 일을 벌이네.”
“아까 그 허우적거리던 샌님 아냐?”
“지가 못 한 걸 왜 저 사람에게 화풀이야?”
평소에는 고레벨의 헌터와 짐꾼이 부딪혔으니 팀장이 어느 정도는 눈감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이 일행을 이끄는 것은 한수정이었고, 송진우는 어려운 시련을 이겨낸 영웅이었다.
“이분은 길드를 위해서 헌신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거죠?”
한수정이 당장 최강현을 치지 않는 것은 평소에 받은 예절교육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벌써 손이 나갔을 거다.
하지만 분위기 파악을 못 한 최강현은 끝까지 입을 나불댔다.
“길드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 거지 새끼는 돈 때문에…….”
“닥치세요!”
끝내 한수정의 분노가 터졌다. 사실 한수정도 말로 그치려고 했는데 이건 도가 지나쳤다.
“김 실장님!”
자신을 부르자 김 실장이 쪼르르 달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녀와 친한 그마저도 지금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네, 아가씨.”
“이자를 오늘부로 당장 우리 길드에서 내쫓으세요.”
최강현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김 실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날벼락을 맞은 최강현은 펄쩍 뛰었다.
“하, 하지만! 저놈은 일개 짐꾼입니다! 저는 레벨 513의 헌터고요!”
물론 짐꾼과 2차 승급까지 마친 헌터는 길드 입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한영 길드다. 513레벨의 헌터쯤은 널리고 널렸으며 필요하면 마음대로 뽑을 수도 있는 곳이다.
“듣기 싫습니다. 오늘 일까지는 공정하게 정산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제 눈에 안 띄셨으면 좋겠군요.”
말을 마친 한수정은 망연자실해 있는 최강현에게 등을 돌리고 송진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송진우는 몸을 일으킨 후였다.
“괜찮으십니까?”
재벌가의 아가씨가 자신을 변호한 감동적인 순간이지만, 송진우의 표정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담담했다.
“괜찮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서부터 괴롭히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를 보호해준 사람도 많았다. 착한 사람들이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준 것은 단지 동정일 뿐이고 자신에게 궁극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송진우이기 때문에 그녀의 도움을 확대해석하지 않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오히려 한수정이었다.
“그, 죄, 죄송합니다. 제가 일행 관리를 못 해서…….”
“아닙니다.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을 다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아가씨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송진우 입장에서는 앞으로 이 길드에서 최강현을 안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어딜 가더라도 최강현 같은 놈들은 또 나타날 거다.
송진우의 담담한 반응에 한수정도 얼떨결에 인사하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송진우의 표정이 너무 단호했기 때문이다.
짧은 해프닝이 끝나고 나아간 다음 방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건 포탈인가요?”
방에는 네 개의 차원문이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존재를 과시했다. 그것을 본 한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련은 없나 보군요. 아마 시련에 성공한 사람들이 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각각의 포탈 위에는 지금까지 이겨냈던 시련이 적혀 있었다.
통과한 사람이 저곳을 지나가는 듯했다.
“저기 보물 상자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포탈이 있는 곳 너머에는 화려하게 빛나는 보물 상자와 금화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이게 다 얼마야?!”
“고생한 보람이 있네.”
그리고 그 순간 모두의 눈앞에 투명한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고대의 신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경험치 1,000,000 획득》
《길드 명성 100,000 획득》
그와 동시에 엄청난 경험치와 명성치가 쏟아졌다.
대부분이 레벨 업에 성공했고, 특히 레벨이 낮은 송진우는 레벨이 무려 45이나 상승해서 단숨에 레벨 95가 되었다.
다른 헌터와 레벨 차이가 많이 나서 적게 받는데도 그 정도다.
위잉~
포탈이 생기는 소리가 나더니 방 한구석에 또 다른 차원문이 생성되었다.
보통 퀘스트가 끝나면 출발지로 돌아가는 포탈이 생겨서 쉽게 나갈 수 있는데 그런 종류의 포탈인 듯했다.
그것을 확인한 한수정이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벌써 퀘스트가 끝났네요. 그럼 저건 추가 보상이겠네요.”
그 모습을 본 한 남자가 손을 들며 질문했다. 그는 두 번째 시련에서 몬스터를 처리했던 무인 남자다.
“그럼 추가 보상은 어떻게 합니까? 저곳에서 보상을 받는 듯한데…….”
이제까지 이런 원정이 끝나면 일단 모든 습득물을 길드 차원에서 모든 후에 차후에 분배했다.
길드 몫을 일단 떼고 나서 공평하게 분배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시련을 이겨낸 사람의 기여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모두의 시선은 한수정에게로 몰렸다.
“일단 여기 있는 보물은 늘 하던 것처럼 수고하신 헌터분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겠습니다. 그리고 저곳에 있는 추가 보상은…….”
한수정은 손을 든 남자와 송진우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말했다.
“시련을 클리어하신 분들이 따로 갖는 게 공평하겠죠. 물론 아직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요.”
그 말에 몇몇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들이 없었으면 애초에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지혜의 통로를 해결하고 통과하지 않았던 사람만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돈 2억은 확보했지만 저 안에는 어떤 보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안이 벙벙한 건 송진우도 마찬가지다.
‘추가 보상이라고?’
단지 돈이 필요해서 시련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또 찾아올지 상상도 못 했다.
‘골드라도 잔뜩 있으려나? 아니면 유니크 아이템?’
지금 송진우에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은 엠블럼이나 칭호다. 그런 건 아무리 좋아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니크 아이템이라도 나오면 족히 몇 억은 벌 수 있다.
디멘션 월드의 아이템은 등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노멀, 매직, 레어, 스페셜, 유니크, 에픽, 레전드 이렇게 일곱 개의 등급이 있다.
스페셜까지는 같은 이름의 아이템이 여러 개 존재하지만, 유니크 이상 등급은 모든 디멘션 월드를 통틀어 단 한 개만 존재한다.
그만큼 희귀하고 좋은 옵션이 달린 것이 보통이다.
저주 걸린 아이템만 아니면 대부분의 유니크 아이템은 억 단위를 훌쩍 넘는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아까 인내의 강을 건너면서 겪은 고통은 이미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럼 모두 앞에 서세요.”
한수정에 지시에 따라서 김 실장과 무인 남자, 그리고 송진우가 나란히 차원문 앞에 섰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나머지는 잠시 대기해 주세요.”
그녀의 말을 신호로 네 명이 동시에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위잉~
그리고 익숙한 어지러움이 송진우의 머리를 흔들었다.
“우엑!”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어떤 것의 잔해였다.
그 형태로 추측해 볼 때 원래는 어떤 사람 형태의 동상이었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부서져 그 형태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이게 뭐지? 이게 끝이야?”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보물 상자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유니크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골드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서진 동상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 없자 송진우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너무 큰 욕심이었나?”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심할 건 아니었다. 어차피 2억을 벌었으니 그것으로 동생의 바이올린을 사면 된다.
그때였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뭐? 뭐야 이건!”
화들짝 놀란 송진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목소리의 정체에 대해서 파악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잔해뿐이었다.
“헛것을 들었나?”
송진우가 눈알만 굴리고 있을 때,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렸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환청을 들은 것이 아니다. 분명 누군가가 자신의 머릿속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누, 누굽니까?”
이 상황이 두려운 송진우는 우선 상대에 대해서 파악하려 했지만, 그는 역시 같은 어조로 말했다.
[아직 너는 내 이름을 들을 자격이 없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알 수 없는 상황에 겁이 났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기로 한 송진우는 용기를 내서 말을 꺼냈다.
“……원하는 것을 말하면 소원을 이뤄줍니까?”
[그렇다. 하지만 이건 기부가 아니라 계약이다.]“계약? 그렇다면 내게 원하는 것이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다.]“저는 가진 것이 없습니다. 몸이 이 모양이고 집에 재물도 없어요. 제게 원하는 게 뭡니까?”
송진우의 말에 목소리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네 남은 모든 삶.]황당한 말이었다. 남은 모든 삶이라니 죽기라고 하라는 말인가?
“……삶?”
[그렇다. 이제부터 네 남은 모든 삶을 나를 섬기며 살아가면 된다.]다행히 당장 죽으라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요구가 황당했다.
자신을 섬기라니…….
“……그거면 됩니까? 매일 당신을 위해서 기도라도 하면 되나요?”
[물론 그렇지 않다. 내가 내는 과제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역시 너무나 추상적인 말이다.
저런 존재가 내는 과제가 쉬울 리가 없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실에서는 몸이 불편하고 디멘션 월드에서는 고작 고기나 써는 자신에겐 더더욱 말이다.
송진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할 듯이 목소리의 주인이 여전히 강렬한 어투로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모자라는 능력은 내가 채워줄 거다.]그 말을 들었음에도 송진우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았다. 이건 일생에 한 번 오기 힘든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하지만 덥석 그가 내민 미끼를 물기 전에 물어볼 것이 있었다.
“혹시 다른 포탈로 들어간 네 명에게도 같은 제안을 하셨나요?”
[그건 아니다.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이다. 아무도 마음에 들지 않은 자에게는 어떤 신도 가지 않았다.]여기서 송진우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지금 자신에게 말을 하는 자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는 사실이다.
‘올림포스의 수많은 신 중 하나겠지.’
송진우는 이 신이 어떤 신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숫자는 수백이나 된다.
두 번째 사실은 이 신이 자신을 선택했다는 거다.
“왜 저를 선택하셨나요?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보잘것없는 몸입니다.”
자신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소아마비의 후유증을 제외하더라도 남들보다 월등한 어떤 능력 같은 것이 없다.
몸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일에도 남들보다 몇 배를 노력했음에도 평균보다 좋은 정도를 늘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 정체불명의 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너는 이미 네 가치를 증명했다.]“……인내의 강을 말하는 건가요? 하지만 그건 잠시만 고통을 견디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네 안의 어둠을 극복했다.]“어둠?”
이번에는 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 던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자신과 한수정을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졌던 일이 있었다.
그는 그게 자신의 의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님을 알지 못했다.
계속 송진우가 반문하자 신도 조금 언짢은 목소리를 냈다.
[나는 이미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그 순간 갑자기 눈앞에 모든 것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