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1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14화
114화
퍽!!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피의 채찍의 탄력성이 일반 채찍보다 훨씬 뛰어나서 낫에 가속도가 엄청나게 붙었다.
그 속도로 떨어지니 손으로 휘둘렀을 때와 비슷한 데미지가 나왔다.
‘사슬낫하고 비슷하지만 다르군.’
사슬낫은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고 이 낫은 채찍과 연결되어 있었다. 비슷하게 사용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심했다.
퍽! 퍽!
원거리에서 공격하니 위험 부담도 훨씬 적었다.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보스의 크기가 워낙 거대해서 휘두르는 대로 맞았다.
이대로 공격하면 무난하게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또 변수가 생겼다.
“병철이가 이상해!”
거울 안에 갇힌 길드원이 갑자기 목을 잡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숨을 쉬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이건 타임 어택 퀘스트다.
“빨리 보스를 잡아야 해! 이러다가 병철이가 죽겠어!”
“하여간 쉬운 일이 없네!”
약점이라도 알면 큰 데미지를 줄 수 있겠지만, 연기 형태의 몬스터라 약점 같은 것은 찾을 수도 없었다.
다급해진 길드원들은 마나를 모두 사용하면서 스킬을 남발했고, 아이리스도 버프를 끊이지 않게 계속 유지했다.
송진우 역시 팔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계속 낫을 흔들었다.
“크윽!”
포식귀로 뻥튀기된 스탯으로도 쉬지 않고 팔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다.
피의 채찍의 탄력만큼 효과가 좋았지만 그만큼 사용하는 데 힘이 배로 들었다.
나중에는 거의 정신력으로 팔을 휘둘러야 했다. 그런데도 보스는 아직 쓰러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낸다는 말이 몸소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에 도착한 순간 갑자기 배꼽보다 훨씬 아래에서 미지의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건?!’
그건 민망하게도 사타구니 부분에서 솟아나는 힘이었다. 바로 스탯 증가 말고는 별 쓸데가 없어 보였던 신의 음낭이 송진우에게 힘을 주는 것이다.
‘이게 무한한 힘?’
무한한 힘이라고 적혀 있던 옵션은 다행히도 그 용도(?)가 아니었다.
송진우가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을 때 다시 힘을 회복시켜주는 능력이었다.
단전도 아닌 음낭에서 힘이 솟아나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묘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송진우는 풀로 채워진 기력을 바탕으로 다시 힘차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한계까지 떨어졌던 힘이 최대로 회복되니 그야말로 힘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감각도 예민해져서 공격도 더 정확하고 강력하게 들어갔다.
퍽!!!
사정없이 몰아치니 거울 안에 보이는 보스 몬스터의 안개도 점차 흩어졌다. 그걸 본 한수정이 길드원들을 다독이며 소리쳤다.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거울 안에 갇힌 길드원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입에 거품까지 물고 바닥에 누웠다.
“빨리!”
쨍그랑!!!
아슬아슬한 순간, 거울이 깨지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갔고 안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크허헉~”
간신히 탈출한 남자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면서 한참이나 컥컥거렸다
“병철아! 괜찮아?”
“헉~ 헉~ 아, 끔찍하다.”
아직 말할 수 있는 것을 보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혹시 몰라 메딕들이 달라붙어서 치료하고 상태를 주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하필 거울 요괴냐?”
송진우가 마무리한 것인지도 알 수 없지만 어차피 거울 요괴라서 포식할 수도 없는 상대였다.
아쉬운 마음에 입맛만 다시던 송진우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그건 거울이 부서져 드러난 통로 끝에 있는 괴생명체였다.
송진우는 성큼성큼 다가가서 그것을 들어 올렸다.
“피루~ 피루~”
“찾았다!”
마침내 이곳에 온 목적인 외계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란 피부의 이 외계인은 고작 허리밖에 오지 않는 작은 몸뚱이를 가졌는데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을 본 한수정이 다가와서 외계인을 관찰하다가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펭귄?”
우습게도 외계인은 펭귄을 닮았다. 매끈한 피부와 노란색의 작은 부리에다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몸이 꼭 남극에서 사는 황제펭귄 같았다.
펭귄 외계인은 이상한 재질의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 사고 때문인지 옆구리 부분이 찢어져 있었는데 그곳에서 아직도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이대로 놔두면 과다출혈로 생명이 위험해 보였다. 겨우 찾은 외계인을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는 일. 송진우는 아이리스를 불렀다.
“아이리스, 이것을 치료해줘요.”
송진우의 말에 아이리스는 이상한 모습의 외계인을 본 후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치료…… 입니까?”
“네. 죽게 두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아이리스는 외계인을 살리는 것이 내키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송진우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즉시 손을 내민 그녀는 치료 마법을 사용했다.
화아악~!
다행히 치료 마법은 잘 들었고 상처는 금방 아물었다.
“피루~”
상처가 낫고 고통이 사라지자, 외계인은 그대로 송진우의 품 안에서 기절해버렸다.
큰 상처를 입고 이곳까지 오느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였던 것이다.
“이것도 타임 어택이었겠네.”
이 외계인을 조금만 더 늦게 찾았으면 아마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을 것이다. 뜻밖에 보스를 만나긴 했지만 다행히 시간이 늦지는 않았다.
송진우가 외계인을 조심스럽게 안자 한수정이 물었다.
“이제는 어떻게 하죠?”
송진우의 말대로 외계인을 찾긴 했는데 딱히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기껏 여기까지 온 보람이 우연히 보스를 만났다는 것밖에는 없어 보였는데, 송진우가 뜻밖의 말을 했다.
“어쩌기는요? 이놈을 데려가서 키워야죠.”
“……키운다고요?”
간혹 펫 같은 것을 키우는 플레이어나 길드도 있다.
단지 귀여워서 키우기도 하지만 특별한 버프나 스킬이 있어서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을 고려해도 이런 요상한 외계인을 키우라고 하니 황당할 뿐이었다.
한수정의 표정을 본 송진우는 자신의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알고 말을 정정했다.
“이 외계인은 보기에는 이렇게 보여도 지구의 기술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우주선을 타고 왔습니다. 잘 치료한 후에 길드원으로 맞이하면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제야 송진우의 말뜻을 알아들은 한수정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로 맞으라는 말이었군요. 하지만…… 말이 통할까요? 아까 보니까 이상한 소리만 내던데?”
“글쎄요. 그건 알아봐야겠죠.”
대답은 두루뭉술하게 했지만 이 외계인은 신이 예지로 직접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 길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여기서 나가죠. 똑똑한 헌터들은 분명 핏자국을 찾아서 이곳저곳 헤매고 있을 겁니다.”
엘리샤 길드원들은 보스까지 상대하느라 마나와 기력을 많이 소진한 상태였다. 이럴 때 다른 헌터들과 맞부딪치면 곤란했다.
“가죠.”
이번에도 송진우의 안내로 다른 헌터들과 만나지 않고 무사히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 * *
“피루~ 피루~”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활기를 찾은 외계인은 생각보다 훨씬 시끄러운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무서워하며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안 후에는 길드 안을 거침없이 뛰어다니면서 장난치기 시작했다.
“시끄럽다, 이 펭귄 녀석아!”
시끄러운 외계인 때문에 가장 피해를 많이 받는 사람은 엘리샤 길드의 과학을 책임지고 있는 이루라였다.
왜냐하면 그 외계인이 이제는 엘리샤 길드의 연구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겉보기로는 멍청해 보이던 외계인이지만 그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은 다른 연구원을 훨씬 상회했다.
그 덕분에 엘리샤 길드의 과학력은 탄력을 받아서 빠르게 발전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그의 호기심과 장난기였다.
그의 행동을 좋아하고 귀여워하는 연구진들도 있었지만, 시끄러운 것이 질색인 이루라의 인내심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지금도 외계인은 연구실을 마치 운동장처럼 사용하며 빙빙 돌고 있는 중이었다. 누가 보면 진짜 펭귄인 줄 알 것이다.
“이 조막만 한……!”
위잉~!
참다못한 이루라가 소리를 지르려고 할 때, 문을 열고 한수정과 김홍택 실장, 그리고 송진우가 들어왔다.
그러자 외계인이 짧은 팔을 파닥이며 반갑게 소리쳤다.
“앗! 안녕! 안녕!”
송진우가 도와준 것을 기억하는지 유독 송진우를 잘 따르는 외계인이다. 지금도 다다다 달려와서 번쩍 뛰어 송진우에게 안겼다.
“피루~ 또 사고 치고 있었지?”
외계인의 원래 이름은 지구의 발음으로 흉내 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피루라고 부르기로 했다.
“사고 안 쳤다, 놀고 있었다, 피루~”
처음에는 의사소통도 안 되었다. 그런데 지능이 높은 생물이어서 그런지 말도 금방 배웠다. 덕분에 지금은 유치원 수준의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송진우에게 안겨서 애교를 부리느라 피루가 조용해지자, 이루라는 겨우 안정을 찾고 이마를 짚었다.
“저놈 때문에 어제 흰머리도 발견했어.”
“죄송해요, 언니.”
“하~ 저 펭귄 새끼가 쓸모없었으면 내 손으로 죽였을 거야.”
피루를 길드에 가입시키면서 얻은 이점은 단지 과학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피루의 영입으로 엘리샤 길드는 새로운 형태의 플라즈마 광선총과 플라즈마 폭탄 등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일반적인 플라즈마 광선총보다 성능이 약 1.5배 정도 더 뛰어났다.
이처럼 피루 같은 유니크 NPC를 고용하면 새로운 건물이나, 유닛, 아이템 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지금 피루는 엘리샤 길드에 통째로 굴러온 복덩어리이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귀엽기까지 하니 길드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물론, 이루라만 제외하고 말이다.
“입마개라도 사든지 해야지.”
이루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피루는 송진우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재롱을 부렸다.
송진우는 그런 피루를 번쩍 들고서 물었다.
“내가 준 것들이 도움이 되었어?”
“그렇다, 피루~ 그게 없으면 곤란했다, 피루~”
송진우가 준 것은 추락한 UFO에서 깡그리 쓸어 가져온 것들이었다.
거기다가 드워프 퀘스트 때 얻었던 얼티밋 동력원이라는 것도 주니 신기해하며 연구하고 있었다.
‘이런 귀여운 피루에게 그렇게 못된 짓을 하다니…….’
예지 속에서는 피루를 잡아간 다른 헌터가 그를 괴롭히면서 억지로 연구하게 시켰었다.
그래서 피루는 계속 울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진 지식을 다 짜내야 했다.
당연히 거기보다 여기에서 연구하는 것이 훨씬 보기 좋아 보였다.
“피루~ 피루~”
하루하루 말도 늘어가니 마치 애를 키우는 느낌이었다. 송진우도 피루가 말을 배울수록 의사소통이 원활해져서 훨씬 즐거웠다.
그런데 피루가 송진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 힘 있다. 근데 약하다, 피루~”
“응? 힘? 그게 무슨 소리야?”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송진우다. 포식귀로 얻은 힘 스탯 덕분에 바윗돌도 공깃돌처럼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피루가 말하는 힘의 종류는 그것과 조금 다른 것이었다.
“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숙하다, 피루~”
“응?”
뭔 소리인지 몰라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는 송진우의 머리를 피루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송진우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스파크 같은 것이 튀는 듯한 충격에 눈을 치켜떴다.
치이익~!
“크윽!”
마치 뇌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극심한 고통에 송진우는 피루도 놓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