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12화
12화
누군가가 방 안에서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바로 동생, 송하나다.
“……어떻게?”
그곳에 걸려 있는 시계를 통해서 지금 이 광경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임을 알았다.
이 정체불명의 신은 현실에도 간섭할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송진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당신의 아바타로 만들려는 겁니까?”
[그렇다.]토르의 힘을 받았던 톰슨 아일처럼 이 신도 자신을 그의 아바타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건 엄청난 행운 정도가 아니다. 신의 선택을 받은 아바타들은 모두 왕 같은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럼 제가 당신에게 봉사하는 대가로 제 동생에게 뭘 해줄 수 있나요?”
일부러 송하나를 보여준 만큼 동생에게 특별한 뭔가를 해줄 거라 생각했다. 그것이 돈이 되었든 재능이 되었든 뭐든지 좋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파멸을 막아주겠다.]팟!
다시 눈앞에 장면이 바꿨다. 바뀐 화면에 보이는 것은 으리으리하게 큰 저택이었다.
무려 5층이나 되는 주택이었는데, 집에 수영장과 정원이 있을 만큼 거대한 부지였다.
그곳에 동생인 송하나가 있었다. 물론, 집의 주인이 아니라 수많은 하인과 하녀 중에 한 명이었을 뿐이다.
‘하나?’
지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모습이었지만 송진우는 한눈에 그녀가 동생임을 알 수 있었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송하나가 그곳에서 걸레질이나 청소 같은 잡일을 하고 있었다.
피곤에 찌들어서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아름다운 미모는 감춰지지 않았다.
‘어째서?’
동생은 장차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저런 곳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며 살면 안 된다.
송하나를 찬찬히 살펴보던 중 이상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그녀의 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녀의 손에는 흉측한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바이올린 같인 섬세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에게는 손이 생명이다. 날카로운 감각을 지녀야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다.
그런 손에 저렇게 심한 화상이 있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송하나의 불행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쨍그랑!
청소를 하던 송하나의 엉덩이를 두툼하고 징그러운 손이 다가와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꺄아악! 누, 누구?!]손의 주인은 바로 이 저택의 주인이자 거대한 기업체를 운영하는 배불뚝이 중년 남자였다.
그는 평소 송하나의 미모를 호심탐탐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집안에 있는 하인들을 내보내고 일을 벌인 것이다.
[가만히 있어!] [꺄아악! 이러지 마세요!]그는 평소에도 집안에서 일하는 하녀를 손대는 것으로 유명했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성들을 억압하고 탐욕스럽게 자신의 욕심을 채웠다.
[이러지 마세요!]하지만 유난히 송하나의 저항이 강하자 남자는 짜증을 냈다.
[이년이! 가만히 있어!] [안 돼요!] [고작 허드렛일이나 하는 년이 뭐가 안 된다는 거야!]송하나가 끝까지 저항하자 결국 남자가 분기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퍽! 퍽!퍽!
자신의 심기를 건든 송하나를 처음에는 주먹으로 때리더니 결국 주변에 있는 집기를 집어 들고 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보던 송진우는 참지 못하고 당장이라고 달려갈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영상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결국, 송진우는 아름다운 송하나의 얼굴이 피멍과 상처로 엉망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개새끼!”
다시 장면이 바꿨을 때 보이는 것은 새하얀 벽이 보이는 병원이었다.
그곳에 본래 얼굴을 도저히 찾아볼 수도 없이 망가진 송하나가 가쁜 숨을 내쉬며 누워 있었다.
그 앞에 있는 것은 무력한 모습의 자신이다.
[하나야! 정신 차려! 하나야!]띠이이이이~
송진우의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송하나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송하나를 이렇게 만든 남자는 경찰과 검찰에 많은 돈을 넘기고 바로 석방되었다.
지이익!
그리고 다시 장면이 바뀌면서 폐허가 된 신전으로 돌아왔다.
송진우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다시 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그녀가 겪을 잔인한 운명 중에서 그나마 가장 덜 고통스러운 길이다.]“……이게, 이게 가장 나은 길이라고? 최악이 아니고?”
절대 믿을 수 없었다. 이 신이 자신을 속이려고 거짓된 광경을 꾸민 거라고 생각했다.
[거짓이 아니다. 그녀가 가진 운으로는 이보다 더 좋은 끝은 없다.]“……끝이 좋지 못하다고요?”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다.]“…….”
갑자기 숨이 턱하고 막히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이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송진우가 멍하니 있자 다시 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방법이 있다는 말에 갑자기 정신이 덜컥 들었다. 하긴 처음부터 이 신은 동생을 도와주겠다고 하고 있었다.
[동급의 가치에 준하는 무언가를 희생하는 것.]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진우가 발악적으로 소리쳤다.
“내가 희생하겠습니다. 내 운명을 바치겠어요.”
송진우의 결의에 찬 말에도 신은 냉정하게 말했다.
[너의 운명도 기구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너의 희생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하긴 송진우의 운명이 남의 운명을 바꿀 만큼 좋았다면 지금 이 모양 이 꼴일 리가 없다.
“그럴 수가…….”
[아니면 운명을 바꿀 만큼 강한 누군가가 그 운명 자체를 부숴버리는 거다.]“……강해지라고요? 운명을 부술 만큼?”
[그렇다. 그게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이다.]그의 말을 듣자 들끓었던 심장이 차갑게 식는 것이 느껴졌다.
포기한 것이 아니다. 결심을 굳힌 것이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당신이 바라는 뭐든지 할 테니 부디 제 동생을 지켜주십시오.”
송진우의 말에 비로소 신도 흡족한 어투로 말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다.]그러더니 갑자기 천장에서 뭔가가 땡그랑 하고 떨어졌다.
가까이 가 보니 그건 단출한 모양의 단검이었다.
[첫 번째 시험이다. 네 의지를 보여라.]신의 말에 송진우는 그 단검을 집고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게 뭡니까? 무엇을 하면 되나요?”
다음에 들려오는 신의 말은 누구나 경악할 만한 말이었다.
[네 왼쪽 눈과 음낭을 내게 바쳐라.]“……왼쪽 눈과 음낭?”
한쪽 눈과 음낭, 즉 고환을 바치라는 말을 듣고 제정신을 유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특히 음낭은 남자에게 자존심 이상의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전혀 떨지도 않고 단검을 집어 들었다.
“그거면 됩니까?”
[그렇다. 첫 번째 과제가 그것이다.]“……알겠습니다.”
송진우는 결연한 표정으로 단검을 들었다.
여기는 중앙 대륙이지만 몸이 디멘션 월드의 캐릭터가 아닌 진짜 현실의 몸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눈과 음경을 도려내면 현실에서고 그 상태 그대로일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 신이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왜, 동생에게 그렇게 집착하는 거지?]“네?”
[그녀는 네 친동생도 아니지 않은가?]“…….”
사실 송하나는 그녀의 친동생이 아니고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도 친부모님이 아니다.
원래 자신은 보육원에서 살았었다. 그때도 불편한 다리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 때도 그저 앉아서 구경만 해야 했었다.
그때 손을 내밀어 준 것이 부모님이다. 그들은 자신이 정상이 아닌 몸인 것을 알고도 기꺼이 자신을 입양했다.
그때가 겨우 9살이었다.
“이제부터 네가 이 아이의 오빠다.”
그리고 동생, 송하나를 만났다. 어머니 뒤에서 부끄럽다는 듯이 손가락만 빠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네가 오빠니 동생을 잘 돌봐야 한다. 약속할 수 있지?”
부족한 자신을 부족할 것 없이 키워주신 분들이다. 그런 그들의 부탁을, 그리고 사랑하는 자신의 동생을 자신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왜, 동생에게 집착하냐고요?”
[그렇다. 유년기의 기억이 강렬하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것이 본인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동생을 위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 몸 상태만 보면 오히려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은 동생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그런데 왜 위험한 중앙 대륙을 전전하면서까지 동생의 학비를 버는 거냐고.
모두 어리석다고 한다.
모두 집착이라고 한다.
하지만 송진우가 이렇게까지 애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오빠니까!”
상념이 끝나자 단숨에 단검을 눈에 박아 넣었다.
푹!
“끄윽!”
눈알이 단숨에 터지면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뇌가 타는 듯한 고통이 일어났지만 송진우는 떨리는 몸으로 주섬주섬 바지를 벗었다.
팬티까지 벗자 덜렁거리며 남자의 상징이 나왔다.
송진우는 그것을 보며 실성한 듯이 웃었다.
“흐흐~ 어차피 쓰지도 못할 거…….”
어차피 여자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 인생이다. 그러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싹뚝!
단검이 긋고 지나가자 떨어진 송진우의 음낭이 철퍼덕 하고 땅에 떨어졌다.
“이, 이것으로…….”
고통을 이기지 못한 송진우는 곧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 * *
“……차리세요.”
“정신 차리세요.”
번쩍!
“크윽!”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세차게 흔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습니까? 정신이 드세요?”
송진우의 몸을 흔들고 있는 사람은 바로 한수정이었다. 뿌연 시아로 그녀의 걱정 어린 얼굴이 보였다.
“……여긴.”
“갑자기 포탈에서 튕겨져 나왔을 때는 놀랐어요. 정신 좀 드세요?”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정신을 차려보니 차원문에 들어오기 전에 있던 공터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이 갑자기 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눈을 확인했다.
“……멀쩡하잖아?”
분명히 단검으로 눈을 푹하고 찌른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말랑말랑한 눈동자가 그대로 있었다.
한수정의 앞이라 하체를 만지지는 않았지만, 아무 고통도 안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서 음낭도 무사한 듯했다.
“꿈이었나?”
“네? 무슨…….”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송진우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한수정은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들기고 원래 있어야 할 장소로 갔다.
그녀는 이 일행을 이끄는 책임자라 송진우에게 오랜 시간을 쓸 수는 없었다.
아직도 정신이 몽롱한 송진우는 자신의 몸을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꿈이었나? 아니면 환상?”
뭔가 허탈한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이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신급 존재의 아바타가 되는 것도 좋지만, 동생 송하나가 파멸한 운명이라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지독한 악몽이군.”
차라리 모든 것이 꿈이라면 남의 집 가정부가 된 송하나의 모습도 현실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면 되었다. 굳이 자신이 아바타가 아니어도 된다.
‘2억이면 한동안 충분히 버틸 수 있어. 우선 동생이 졸업하면 살림이 나아질 거다.’
단 하루였지만 엄청난 수확을 얻었다. 2억만이 아니라 S급 엠블럼을 얻었으니 짐꾼 생활에도 큰 보탬이 될 거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았다.
“자! 이제 돌아갑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김 실장이라는 사람의 말과 함께 사람들이 포탈로 들어갔다.
저곳으로 들어가면 처음 이 신전에 입구로, 운이 좋으면 마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송진우는 익숙한 듯이 줄의 맨 뒤에 섰다. 원래 짐꾼은 항상 맨 뒤에서 간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탈로 들어가고, 짐꾼을 비롯한 단 몇 명만이 신전 안에 남아있을 때였다.
퍽!
갑자기 송진우의 얼굴에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쿵!
불의의 일격을 받은 송진우는 목발마저 놓치고 그대로 바닥에 굴렀다.
“이 송장 새끼! 좀 전에는 좋았냐?!”
송진우를 친 것은 이제는 길드에서 퇴출당한 최강현이었다.
그가 앙심을 품고 있다가 사람들이 빠져나간 틈을 노려 송진우를 공격한 것이다.
“뭘 봐! 너희도 처맞고 싶어?!”
송진우는 아직 나가지 않은 짐꾼들을 향해서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겁을 먹은 짐꾼들은 송진우를 놔두고 서둘러 나가 버렸다.
이제 신전 안에 남은 사람은 송진우와 최강현, 단둘이다.
콰직!
최강현은 송진우의 아픈 다리를 발로 세게 밟았다.
“이 새끼가 감히 내 행사에 훼방을 놔?!”
그냥 둬도 아픈 다리다. 그런 다리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니 송진우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
“아악!”
“어쭈! 아까는 잘도 참더니 이제는 비명을 지르네? 왜? 아까처럼 잘 참아 보시지?”
최강현은 집요하게 송진우의 아픈 부위를 공격했다.
이곳은 중앙 대륙이 아니라서 레벨의 차이는 상관없지만, 송진우는 160 초반의 왜소한 몸이고 최강현은 180이 넘는 거구다.
그냥도 불리한데 몸까지 정상이 아닌 송진우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개 씨X 새끼!”
퍽! 퍽!
최강현은 사정을 두지 않고 온 힘을 다해서 송진우를 발로 찼다.
송진우는 최대한 몸을 움츠려서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지만 거구가 사력을 다하는 공격을 받아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갈비뼈가 부러지고 팔뼈에 금이 갔다.
“헉~ 헉~ 좆도 아닌 새끼가!”
최강현은 자신이 지치고 나서야 폭력을 멈췄다. 아마 남은 힘이 더 있었으면 계속 때렸을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송진우는 정말 반송장이 되었다.
“커어억!”
조금 분이 풀린 최강현은 송진우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내놔!”
최강현의 말에 말할 기운도 없는 송진우는 뭔 소리냐는 눈으로 그를 봤다.
그러자 최강현이 탐욕스러운 눈으로 송진우를 흔들었다.
“그곳에서 나온 아이템 내놓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