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20화
120화
온몸이 성한 구석이 없어 보일 정도로 참담하게 당했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저기로 가야 해.’
거인 미프는 문 바로 앞에 쓰러져 있었다.
문제는 그곳까지 가려면 천지를 뒤집듯이 싸우는 곳을 뚫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투에서 발생하는 힘의 잔재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는 곳을.
‘할 수 없지.’
아무리 재빠른 송진우라도 피해 없이 그곳까지 가는 것은 무리다. 믿을 건 카이로스의 권능인 ‘초직감’뿐.
‘옆, 위, 오른쪽!’
힘의 잔재는 공처럼 튀어서 날아오다가 바닥에 부딪히면 사방으로 퍼진다. 그러니 피하는 범위는 예상보다 훨씬 커야 했다.
‘위. 오른쪽, 오른쪽. 아래.’
느려도 정확한 타이밍이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서 이동해도 피하지 못하는 패턴이 등장했다.
펑!! 펑!! 펑!!!
사방에서 터지는 힘이 재수 없게도 사방에서 한꺼번에 터졌다. 살기 위해서 아껴 놓았던 스킬을 사용해야 했다.
“쉐도우 스텝!”
3초 동안 무적이 되는 스킬이다. 지금은 레벨이 올라서 4초 동안 무적이 되었다.
다다다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람처럼 달려서 거인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다행히 그곳은 문의 신성력이 보호하고 있는 탓인지 전투의 여파가 미치지 않았다.
“그르륵! 그르륵!”
거인 미프는 폐에 피가 들어갔는지 가쁜 숨을 힘겹게 내쉬었다.
송진우는 공격력이 뛰어난 반면 치료 스킬이 없었다. 설령 치료 스킬이 있다고 해도 다른 존재도 아닌 로키에게 당한 미프는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엘프…… 쿨럭!”
죽어가고 있지만 거인 미프의 눈은 빛을 잃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송진우의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
“날 도와다오.”
거인 미프의 말은 송진우가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돕고자 왔습니다. 방법을 알려주세요.”
방법만 알면 뭐든지 할 각오가 있었다. 그런데 거인 미프의 말은 전혀 상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내…… 목을 잘라다오.”
“네?”
순간 송진우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 아니면 그가 고통 때문에 헛소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거인 미프는 여전히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내 목을 잘라다오. 그를 막을 방법은 이뿐이다.”
“하지만…… 왜?”
“비상시를 대비해서 내 목이 잘리면…… 방어 장치가 가동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방어 장치요?”
“그렇다. 그것이라면 여신들을 도와 로키를 물리칠 수 있을 거다.”
뒤를 돌아 싸움을 보니 로키의 기세는 더 커졌고, 여신들의 힘은 약해져 있었다. 세 명이 몰아쳐도 로키는 그들을 비웃으며 반격했다.
“할 수 없네.”
너무나 무식한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주저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송진우는 당장 낫을 들었다.
“죄송합니다!”
휘익! 댕강!!
이벤트 때문인지, 아니면 로키가 거인 미프의 체력을 다 빼놔서인지 거인 미프의 목은 쉽게 잘렸다.
반응은 즉시 일어났다.
덜컹!!!
신들의 싸움에도 꿈쩍하지 않던 문이 갑자기 활짝 열렸다.
그 변고에 로키도 몰아치던 공격을 멈춰야 했다.
“뭐야?!”
저 문을 열기 위해서는 로키도 남은 힘을 거의 다 쏟아부어야 한다.
그것까지 생각해서 힘을 조절하며 싸우고 있는데 문이 열리니 황당할 만했다.
하지만 진짜 황당한 일은 이제부터였다.
문 안에서 밝은 빛의 조각 같은 것이 수없이 나왔다.
그것을 본 로키가 어이없어하면서 말했다.
“웬 위습 쪼가리가!”
위습은 빛의 결정처럼 보이는 최하급 정령 같은 존재다. 아무도 정확한 정체에 대해서 몰랐는데 고대의 영혼이라는 견해가 가장 지배적이었다.
◆윌 오 위습
(LV 1)
역시나 최악의 능력치를 가진 존재들이었다. 굳이 로키가 아니라 송진우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처럼 가냘픈 존재.
“이게 도움이 될까?”
송진우가 황당해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잘린 거인 미프의 머리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일 때는 나약하기 그지없지만 뭉치면 신조차도 두려워할 힘을 만들 수 있다.”
“!!!”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거인 미프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말하고 있었다.
“어…? 말을 하시네요?”
“이 미프. 목이 잘렸다고 죽을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
“……그러신가요?”
알고 보니 신은 언데드보다도 더한 존재들이었다.
송진우가 혀를 내두르고 있는 사이에 거인 미프의 말이 증명되기 시작했다.
“이 날파리 같은 것들이!!!”
위습은 로키에 비하면 개미만도 못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위습이 로키의 몸을 새하얗게 덮자 로키가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퍼버벙!!!
위습들이 환한 빛을 발하면서 자신을 폭발시키자 로키의 신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폭발이 로키의 중심을 흔들어 놓았다. 이 절호의 기회를 여신들이 놓칠 리 없었다.
“지금이다! 공격!”
줄곧 수세에 몰려 있던 여신들이 반격에 나서자 로키가 버티지 못하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던 얼굴이 일그러져서 흉측하게 변했다.
“빌어먹을 놈들!”
화가 난 로키가 지팡이를 들어 전류를 아무렇게나 쏘아대기 시작했지만 위습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몸에 상처만 늘어날 뿐이었다.
거인 미프가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발동한 트랩이다. 거기다가 여신들이 힘을 보태고 있었지만 로키는 로키였다.
“잡스러운 것들이!!!”
로키는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전세는 다시 백중지세가 되었고, 다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이것으로도 부족한가?’
미세하지만 아직 로키가 유리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송진우는 낫의 크기를 줄인 다음에 피의 채찍에 연결하여 그대로 던졌다.
퍽!!
여신들과 싸움에 모든 집중을 쏟고 있던 로키가 송진우의 공격을 허용했다.
공격력이 뛰어난 송진우지만 로키에게는 모기에게 물린 것과 같은 피해다.
하지만 사람을 귀찮게 하는 데는 모기 정도로도 충분했다.
쾅! 쾅!
피의 채찍에 연결된 낫이 계속 허공을 날았다.
“하찮은 엘프가!”
그냥 두자니 깔짝거리는 공격이 귀찮고, 그렇다고 대놓고 처리하기에는 여신들의 공격이 너무 매서웠다.
더구나 송진우는 신성력이 충만한 문 옆에 서 있기 때문에 아무리 로키라도 웬만한 공격은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기세를 탄 송진우가 미친 듯이 낫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 덕분일까? 전황은 다시 여신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크윽!”
로키가 밀리더니 급기야는 등이 벽에 닿을 지경까지 몰렸다.
니드호그까지 동원해서 미프의 거인을 쓰러트렸을 때만 해도 이런 결과는 절대 상상하지 못했다.
급박해진 로키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숨어 있는 두 명과 송진우를 향해서 외쳤다.
“왜 이들을 돕는 거냐? 날 도와라! 날 돕는다면 살아서는 절대 누리지 못한 부와 명예와 권력을 주겠다.”
지금 전투에서 송진우의 존재는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그 차이가 전투의 승패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략을 꾸미는 것이다.
로키가 약속한 대가는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유그드라실의 엘프들이 약속한 과일보다도 훨씬 더 큰 혜택일 것이다.
혹시라도 셋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여신들도 급하게 소리쳤다.
“안 됩니다! 로키가 미미르의 샘을 얻으면 이 세계수는 즉시 말라비틀어질 겁니다. 세계수가 쓰러지면 분명 인세에 큰 재앙이 될 겁니다.”
로키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인세? 그깟 혼탁한 인세가 대수더냐? 내가 너희들을 아스가르드의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살 수 있게 해주겠다. 내가 샘에서 완전무결한 지혜만 얻는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송진우는 눈살을 찌푸릴 뿐, 로키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그 말에 흔들린 사람이 있었다.
“이건 기회다!”
그건 골드 보우 길드의 마스터, 고명길이었다.
“로키의 보상이라면 유그드라실 따위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기회는 우리 길드를 상위 길드로 올려놓을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눈은 야망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혜미야! 그리고 진우 씨! 로키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저 여신을 공격하세요. 우리가 돕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놀란 노혜미가 말했다.
“안 돼요! 그러면 유그드라실이 말라비틀어질 거예요.”
“그깟 나무쪼가리가 무슨 상관이야! 여기 가상세계라고!”
“하지만……!!”
“이건 길드장으로서의 명령이야!!!”
급기야 고명길은 지위를 앞세워 노혜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원래 고명길도 다른 남자 길드원처럼 노혜미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상냥한 어조로 말했었는데 지금은 욕심 때문에 그런 가면조차 벗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길드를 키우기 위해서라면 유그드라실과 엘프들마저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신들이 두려웠는지 직접 앞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여신들을 공격…….”
광증에 사로잡힌 고명길이 여신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를 때…….
팍!!!
그의 뒤통수에 화살이 날아가 박혔다.
“진짜 형편없는 남자네.”
로키와 세 여신마저 당황하게 만든 노혜미의 작품이었다.
다들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노혜미는 아무렇지 않게 송진우와 여신들에게 소리쳤다.
“뭐해요? 끝내지 않고.”
“그, 그래.”
학창 시절부터 화끈한 성격인 건 알고 있었지만 망설이지 않고 화살을 날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덕분에 송진우도 방해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치잇! 이 멍청한 놈들이!”
송진우가 꾐에 빠지지 않자 로키가 불같이 화를 내며 지팡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펑!! 펑!!!
로키는 고난에 기꺼이 맞서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어떤 역경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는 토르에 비해 저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로키가 미미르의 샘에 눈이 멀어 무리하면서 움직였다.
“죽어! 죽으라고!!”
이 정도로 위기에 몰려본 적이 없는 로키다. 힘은 강력하지만 그 힘을 끝까지 짜내서 활용하는 방법은 미숙했다.
“헉~ 헉~”
침이 바싹바싹 마르고, 얼굴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다. 항상 얼굴에 가득했던 오만한 미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포기하세요, 로키!”
세 여신은 힘은 약하지만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혹독한 훈련을 항상 해왔다.
즉, 후반 집중력의 차이가 달랐다.
“닥쳐! 난 최고신이 될 거다!”
오딘을 넘어선 최고신이 되는 것이 로키의 목표다. 그것을 위해서는 오딘마저 탐냈던 지혜를 얻어야 한다.
그 힘이 바로 코앞에서 잡힐 듯이 손짓하고 있었다. 로키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우아아악!!!”
결국 로키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펑!!! 펑!!!!
압축된 신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건 로키의 진원지기인 신력까지 손상할 수 있는 위험한 짓이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먼 로키에게 지금 그런 것이 보일 리 없었다. 마치 아까의 고명길을 보는 듯했다.
“산 넘어 산이네!”
신전이 망가지고, 세계수의 뿌리도 조각나서 잔해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문의 신성력도 약해져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송진우 역시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여신들은 용감히 맞섰음에도 로키의 강력한 힘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울드가 먼저 로키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꺄악!”
“언니!”
울드가 신전 벽에 부딪히고는 정신을 잃었다. 남은 건 베르단디와 스쿨드뿐.
“제길! 이제 어쩌지?”
공격력만이 아니라 방어력도 강해진 로키다. 이제는 송진우의 공격 따위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레벨 2,500의 보스를 2차 승급도 하지 못한 송진우가 대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때 송진우의 옆에 나뭇가지 같은 것이 떨어졌다.
툭!
처음에는 세계수 뿌리에서 떨어진 잔해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뿌리와는 미묘하게 색깔이나 광택 같은 것이 달랐다. 게다가 모양도 뾰족한 창 모양이었다.
“이건 뭐지?”
그것을 집으니 비로소 정보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