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23화
123화
-신의주 지역에서 대규모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신의주요?”
신의주는 중국과 가까운 항구 도시라 늘 말썽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김택현 기자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이번에는 진짜 큰 문제가 일어났다는 소리다.
-경찰 윗선에서 포착한 움직임입니다. 저도 정확한 정보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마약 밀수 같은 건가요?”
전에도 인천 항구에서 대규모의 마약 밀수를 적발한 적이 있다.
몽땅 바다에 쏟아버렸지만 만약 시중에 풀렸으면 사회 전반에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택현은 예상보다 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반타실버라는 약과 관련되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반타실버요? 그게 뭐죠?
-신체능력을 급상승시킨다는 금지된 약품입니다. 일반 사람이 먹어도 절정 고수 정도의 힘을 얻을 수 있지만, 부작용이 치명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절정 고수…… 그게 정말입니까?”
절정 고수는 물론이고 초절정 고수도 이긴 적 있는 송진우지만, 그 힘에 대해서는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절정 고수에게 제대로 된 일격을 허용하면 포식의 힘으로 강화된 육체도 망가질 수 있다.
괜히 절정의 고수를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힘을 고작 약물 하나로 얻을 수 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라이칸스로프와 뱀파이어의 피를 혼합하여 만든 것입니다. 복용한 사람은 즉시 엄청난 힘을 얻지만, 이지를 상실하고 몇 시간이 지나면 모든 근육과 장기가 괴사하게 됩니다.
“자살약이군요.”
-폭탄에 가깝죠. 이것 한 개만 있으면 근방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반타실버는 부정한 피와 화학 약품으로 범벅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마약 탐지견과 폭발물 탐지기에도 쉽게 걸린다.
밀수로밖에는 들여올 수 없는 물건이다. 그렇기에 신의주를 통해 들여오려는 것이다.
-이건 마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그런 물건을 왜 국내로 들여오려는 겁니까?”
반타실버는 마약과는 다르게 수요자가 없다. 먹으면 미쳐서 죽는 약을 미쳤다고 먹는단 말인가.
그렇기에 재료값이 마약보다 1,000배는 더 비쌌지만, 판매 가격은 오히려 낮았다.
진짜로 테러를 위해서 사용하거나 독약 대용으로 사용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럴 작정이었으면 독약이나 폭탄을 사용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
-그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가 되었든 간에 좋은 의도는 아니겠죠.
“경찰들은요? 어떻게 한다고 합니까?”
-그쪽 지역에 심어놓은 정보원에게서 얻은 정보니 그냥 넘기지는 않겠지만 신중한 입장입니다.
“신중하다고요? 그건 대응이 미적지근하다는 뜻인가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분명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그것이 뭔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흠…….”
송진우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많은 영혼을 수집해서 좀 더 강해지는 것이다.
반면 김택현 기자가 원하는 건 악인을 처단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결과는 같지만 동기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김택현 기자가 가져온 정보에 송진우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위험한데…….’
아무리 송진우라도 정확한 정보 없이 무작정 쳐들어가는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었다.
송진우는 무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김택현 기자가 그 정보를 건네주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사회에 큰 해악이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무턱대고 갈 일은 아닌 것 같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더 캐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 * *
그대로 집에 돌아가려는 순간에 전화 진동이 울렸다.
위이잉~
발신자를 보니 한수정이었다.
“이 시간에 왜?”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그녀는 이 시간에 전화한 적이 없었다.
송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진우 씨! 도와주세요!
전화에서 다급한 한수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짜고짜 도와 달라는 말을 한 것을 보니 보통 일이 아닌 듯했다.
“무슨 일이죠?”
-오라버니가… 동영 오라버니가 중앙 대륙에서 행방불명되었어요.
“네?!”
그녀가 다급하게 이야기한 내용은 한수정의 오빠이자 한영 기업의 넷째 후계자 후보인 한동영의 실종이었다.
-오라버니가 습격을 받았어요.
한동영은 평소처럼 그의 길드원과 함께 중앙 대륙에서 퀘스트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어려운 퀘스트는 아니었다. 600레벨 난이도의 퀘스트라서 쉽게 끝낼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잠복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에 의해서 습격을 받았고, 덕분에 길드원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쳐야 했다.
-살아남은 길드원 중 하나가 급히 저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입니다.
한동영은 혼자 따로 떨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벌써 당했을지도 모른다.
“습격당한 지점은 어디죠?”
-임펄스 던전입니다. 그곳에서 타운 포탈이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는 청운 도시이니 그쪽으로 와주세요. 우리 길드는 그곳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한동영은 한수정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족이자 든든한 동맹이다.
그런 그가 행방불명되었다니 한수정의 속이 타들어 가는 것도 당연했다.
물어볼 게 많으나 지금은 자세하게 따지는 것보다는 일단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타운 포탈은 슈리켄 도시에도 있다. 송진우는 즉시 발을 돌려 슈리켄 도시의 광장에 있는 타운 포탈을 사용했다.
* * *
위잉~
청운 도시에 도착하니 이미 엘리샤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한밤에 급히 모인 것치고는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다 모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였다.
한수정은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서 있는 사람들과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에스퍼 능력자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들은 한동영 길드의 길드원인 듯했다.
“수정 씨.”
“진우 씨! 와주셔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당연히 와야죠.”
송진우에게는 한동영이 공들여 수집한 책이 있다. 그에게 빚을 진 셈이니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어떤 상황이죠?”
송진우의 말에 한수정은 이제까지 얻은 정보를 정리해서 말했다.
“오라버니는 길드원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 스스로가 미끼가 되었다고 해요. 그들을 유인해서 근처에 있는 필드 던전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그들에게 잡힌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홀로 필드 던전에 들어간 것도 위험한데 추격자까지 붙었으니 시간이 지체될수록 생존 가능성은 떨어질 것이다.
“그 필드 던전은 어디죠?”
송진우의 말에 대답한 건 에스퍼 남자였다.
“카르코사라는 도시입니다.”
“도시요? 필드 던전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곳은 도시 자체가 던전인 곳입니다.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저주받은 도시죠.”
“크툴루…….”
크툴루 신화라는 말에 송진우는 눈을 찡그렸다.
크툴루 신화는 아우터 갓, 엘더갓, 그레이트 올드 원이라는 초월적인 존재들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신화다.
이들은 너무 위대해서 인간들은 그들의 존재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파괴될 수 있다고 전해진다.
다른 신화처럼 크쿨루 신화는 마계 대륙의 한 축을 담당했다.
묘하게 플레이어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올드 원이라는 종족을 선택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하지만 크툴루 신화 기반의 던전은 거의 모든 플레이어가 싫어하는 곳이다. 그것은 독보적으로 어둡고 절망적인 크툴루 신화의 세계관 때문이다.
“하필 크툴루 신화입니까?”
“추격자들을 피하려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관을 반영한 듯이 크툴루 지역에 나오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모습이었다.
모습뿐 아니라 능력도 예측하기 힘들고 공격 패턴도 난해했다.
“습격을 받은 지 얼마나 됐죠?”
“두 시간 정도 되었습니다.”
중앙 대륙에서 두 시간이면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다. 솔플을 주로 하는 송진우도 한 장소에서 두 시간 이상 보낸 적이 많지 않았다.
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송진우가 한수정에게 말했다.
“제가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일행이 모이면 같이 가요.”
“아닙니다. 어차피 그곳에 가도 따로 움직일 생각이었습니다.”
뭉치면 뭉칠수록 강해지는 과학 대륙의 직종과는 달리 송진우는 혼자 있을 때 강한 언데드다.
적과 정면 대결하는 것이 아닌, 수색을 위해서라면 따로 다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길드원이 다 모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으니 그전에 먼저 가서 탐사하죠.”
“……그래도 괜찮겠어요?”
한수정은 미안해지는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바라봤다.
만약 송진우가 먼저 떠날 수만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송진우는 그런 한수정을 안심시키려 일부러 자신 있게 말했다.
“언데드 길드원이니 이런 장점도 있지 않겠습니까?”
오로치의 혀를 포식한 덕분에 생명 탐지도 생겼으니 한동영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의 사태가 벌어져도 빠져나올 자신이 있었다.
이제 송진우도 어엿한 헌터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말을 들어보니 카르코사는 이곳에서 약 70km 정도 거리였다. 지금의 송진우라면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송진우는 가볍게 인사하고 바로 달렸다.
다다다다!!!
“휴~ 이제 이 정도는 가뿐하네.”
* * *
《카르코사》
호수를 끼고 있는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신화에 따르면 카르코사는 태고 적부터 존재했다고 하는 수수께끼의 도시였다. 외양적으로는 중세 유럽의 도시처럼 생겼다.
하지만 역시나 암울하고 음침한 분위기였다.
필드 던전으로 나타난 만큼 다른 도시처럼 NPC들이 기거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몬스터들이 있겠지.”
듣기로는 여의도 면적의 네 배가 넘는 곳이라고 했다. 수많은 몬스터와 퀘스트가 있다고 봐야 했다.
심호흡한 송진우는 미지의 도시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도시에 들어가자마자 거인이 발로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은 무거운 기압이 느껴졌다.
크툴루 지역은 괜히 마계 대륙에 속한 것이 아니었다. 음습하고 그늘진 기운이 언데드인 송진우의 몸조차 긴장하게 했다.
‘끔찍하네.’
송진우는 생명력 탐지를 켜둔 채로 주변을 탐색했다. 아직은 한동영이나 다른 플레이어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몬스터는 어디에나 있었다. 폐허처럼 보이는 건물 사이로 기다란 몸통을 질질 끌고 다니는 괴물들이 보였다.
◆예쿱족
(LV 600)
초록색인 몸통은 거대한 지네와 같고 입은 마치 오징어처럼 둥그런 구멍에 돌기 같은 이빨이 달려 있었다.
가장 초반에 나온 몬스터 레벨이 600이면 후반에는 700레벨 이상의 몬스터가 나온다고 봐야 했다.
‘제발 추격자가 그냥 갔으면 좋겠는데…….’
이런 곳은 쫓기는 입장뿐 아니라 추격하는 플레이어들도 부담스러운 곳이다. 어쩌면 이곳에 숨은 것을 보고 추격을 포기했을 가능성도 컸다.
‘너무 넓어.’
여의도 면적의 네 배가 넘는 필드 던전이다. 생명력 탐지보다 더 광범위한 탐지가 필요했다.
송진우는 바닥과 건물을 주의 깊게 보면서 사람이 지난 흔적을 찾으려 노력했다.
‘내가 만약 한동영이라면…… 최대한 깊숙이 들어가거나, 입구 근처에 숨어 있다가 몰래 빠져나가려 했을 거다.’
생명력 탐지에 느껴지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두 번째 방법은 아닌 듯했다.
추격자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보니 혹시나 한동영이 도망칠까 봐 남겨둔 인원은 없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추격자들도 생명력 탐지 같은 탐지나 추격 스킬이 있다는 소리겠지?’
그렇지 않고서는 돌아가는 길목에 아무도 남겨두지 않았을 리 없다. 분명 이곳에 한동영이 숨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 나도 빨리 가야겠네.’
타타탁!
송진우의 발이 빨라졌다.
이미 여기까지 오는 동안 소비했던 기력은 거의 다 찬 상태다. 그는 몬스터들이 달라붙지 않는 정도로 조심스럽게 속도를 냈다.
그렇게 10분쯤 이동하니 역시나 특이점이 발견되었다.
‘여기가 비었어.’
전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이곳의 몬스터는 어느 정도의 분포를 이루며 흩어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 지점만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체다. 역시 누군가가 이곳을 지나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