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5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25화
125화
치료 때문에 도망칠 시간을 놓쳤다.
몬스터들의 습격을 피하려면 폭발이 일어났을 때 바로 도망쳐야 했는데 어지럼증 때문에 그것도 힘들었던 것이다.
“모두 전열을 갖춰! 놈들이 온다!”
600레벨이 넘는 몬스터 수십 마리가 떼거리로 몰려오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해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숫자였다.
결국 추적은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보상이 좋다고 해도 자신들의 목숨과 바꿀 수는 없었다.
“됐어!”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송진우는 체중이 급작스럽게 빠져 생기는 탈진을 억누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추격자들의 발을 묶고 몬스터의 시선도 돌린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분명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했어. 그럼 분명 이 근처에 있을 거야.’
송진우는 다시 생명력 탐지를 켜고 분주하게 이동했다. 근처에는 산이나 강 같은 곳이 없으니 건물 안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폐허가 되어 인간이 없는 도시인데 곳곳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생명력 탐지에도 걸렸는데 사람의 모습과 매우 흡사한 형태의 무언가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쵸쵸
(LV 650)
그건 인간하고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였다. 일반적으로는 인간보다 약간 작고 온몸이 붉었으며 털이 하나도 없었다.
신화에 따르면 그레이트 올드 원 중 하나인 샤우그너 판이 인위적으로 만든 종족이라 했다.
그레이트 올드 원을 숭배하며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종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싸우면 약한 편이지만 뭉치면 골치 아픈 놈들이었다. 품에서 독침 같은 것을 꺼내 사방에서 공격하기 때문이다.
“하필 이놈들이야?”
우연의 일치로 지금 찾는 한동영도 이들처럼 키가 작다. 생명력 탐지로는 저들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을 노리고 한동영이 이곳에 숨었을지도 모른다.
“할 수 없지.”
그래도 생명력 탐지는 끄지 않았다. 유독 움직임이 특이한 개체가 있으면 그것이 한동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송진우의 발이 빨라졌다.
‘여기……? 아니네.’
쵸쵸는 폐허가 된 이 마을에서 마치 NPC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서 자는 것도 있었고 마당에서 할 일 없이 서성거리는 것도 있었다.
심지어는 짝을 이뤄 이상한 놀이를 하고 있기도 했다.
송진우는 그들 중에서 한동영을 찾아야 했다.
추격자들처럼 주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런 데서 어떻게 찾지?’
생각한 것보다 더 한동영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생명력 탐지가 있으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때 한쪽에 있는 쵸쵸들이 뭔가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응? 저것들 왜 저러고 있지?”
한곳에 몰려 있는 쵸쵸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는 돼지 같았다.
그 의도를 파악하려던 송진우의 뇌리에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음식?’
쵸쵸의 주식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그렇다면 저들이 이 근처에 있는 인간의 냄새를 맡았을 수도 있었다.
물론 언데드인 송진우는 아니다.
‘그럼 이 근처에 한동영이 숨어 있나?’
즉시 생명력 탐지로 이 근처를 샅샅이 훑었다.
그러자 어느 집 한구석에서 죽은 듯이 꿈쩍도 하지 않는 물체가 감지되었다.
잠든 쵸쵸일 수도 있지만, 이 근처의 쵸쵸는 그 물체 하나만 제외하고는 모두 코를 킁킁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송진우는 다른 쵸쵸를 피해서 그 물체가 있는 곳으로 몰래 들어갔다.
끼이익!
그 물체는 폐허가 된 건물, 다락방 같은 곳에 숨어 있었다. 생명력 탐지가 없었다면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천장에 있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나 작은 몸집의 한동영이 부들부들 떨면서 누워 있었다.
드디어 그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조용히 그를 불렀다.
“한동영 씨.”
“히익!”
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니 한동영이 기겁하면서 일어섰다.
그런 그를 손짓으로 진정시키면서 송진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도와드리려고 왔습니다. 저 기억하시죠?”
송진우의 말에 울고 있었던 듯이 눈이 벌게진 한동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수정이 길드의 언데드?”
언데드 플레이어는 희귀한 탓에 한동영도 송진우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송진우는 그의 소중한 책을 가져간 놈이다.
“표식을 남기고 왔으니 다른 사람도 곧 도착할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응? 하지만 여기가 그나마 안전한 곳이야. 여기를 떠나면 더 위험할 수 있어.”
“추격자들이 이상한 술법을 사용하는 것을 봤습니다. 혹시 이상한 수법에 당한 적 없나요?”
아무리 술법이라지만 조건 없이 아무 대상이나 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한동영은 뭔가 집히는 곳이 있는 것처럼 팔꿈치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마법에 맞았어. 데미지는 크지 않아서 걱정하지는 않았는데…….”
송진우가 급히 그의 팔꿈치를 살펴보니 역시나 그곳에는 나비 문양이 찍혀 있었다. 술법이 적중한 상대를 쫓는 방식이다.
“이것을 지울 수는 없겠죠?”
“사이킥 파워가 대단하긴 해도 그렇게까지 만능은 아니야.”
“그럼 어쩔 수 없죠. 일행이 올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겠네요.”
이곳의 아까 몰려갔던 몬스터와 쵸쵸들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끌어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밖에서 들려오는 전투 소리에 다시 수정해야 했다.
쾅!! 쾅!!
“벌써 이곳까지?”
분명 몬스터들 수십 마리가 몰려가는 것을 봤는데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생명력 탐지를 살펴보니 쵸쵸들의 숫자가 급격히 주는 것이 보였다.
“안 되겠습니다. 바로 이동해야겠습니다.”
송진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동영을 둘러업었다.
사이킥 능력자인 그가 뛰는 것보다 자신이 등에 업고 뛰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우왁! 자, 잠깐만!”
“그럴 시간 없습니다!”
쵸쵸들이 전멸하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 녀석들이 줄어드는 속도를 보니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야 그나마 희망이 생길 것이다.
“으아아! 너무 빨라!”
“좀만 참으세요!”
송진우는 한동영을 짐짝처럼 어깨에 두르고 질주했다. 한동영의 체구가 작아서 어깨에 메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어머! 어깨 근육!”
중간에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다다다다!!!
중세풍의 도시라서 그런지 안에 들어가니 거대한 성이 존재했다.
아무리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지만 저곳에 들어가는 것이 꺼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엄청 불길하네.”
“그러게요.”
성은 중세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마치 악마의 성처럼 불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벽은 검은색 페인트로 칠한 듯이 온통 까맸다.
성의 장식들도 천사상이나 사자, 독수리가 아닌 마치 초가 녹아내린 듯한 정체불명의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곳에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운을 뿜어내는 몬스터가 돌아다녔다.
◆다크 영 (엘리트)
(LV 800)
“……검은 양.”
다크 영은 10m 정도 크기의 걸어 다니는 검은 나무 같은 모습이었다. 다리는 나무뿌리처럼 짧고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으며, 위로는 검은 촉수가 대파처럼 뻗어 있다.
송진우가 다크 영을 검은 양으로 부르는 건 몸통 부분에 있는 열 개도 넘는 입에서 양의 울음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메에에! 메에에!]물론 일반 양처럼 귀여운 목소리는 아니다.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뒤집는 소리다.
그 존재를 본 한동영도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저런 것이 이곳에 있어?”
다크 영은 크툴루 세계관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흑마법의 일종이기도 했다. 따로 별명이 있을 만큼 플레이어들에게는 두려운 존재다.
다크 영은 같은 레벨의 몬스터에 비해서도 독보적인 강력함을 자랑한다.
게다가 무려 800레벨 엘리트다. 놈이 달려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야 할 것이다.
겁에 질린 한동영이 송진우의 팔을 슬그머니 잡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할 거야?”
다크 영은 뒤에 따라오는 추격자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 존재일 수 있었다. 송진우는 약간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역시 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저것들은 피하기만 하면 됩니다. 눈에 띄지만 않으면 우리를 쫓지 않을 겁니다.”
다크 영의 존재에 얼어붙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이곳에 있는 몬스터는 세면 셀수록 좋다.
뒤에서 따라오는 추격자들도 다크 영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을 사용하세요.”
송진우는 슈리켄 마을에서 산 비술서를 꺼내 한동영에게 줬다.
닌자의 은신 스킬이 담겨 있는 비술서라서 몸을 숨기는 데 유용할 것이다.
치이익!
송진우와 한동영은 사이좋게 하나씩 찢었다.
둘의 모습이 투명하게 변했다. 움직이면 들킬지도 모르지만, 가만히 서 있으면 주변과 완벽하게 동화되어서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말도 하면 안 됩니다.”
송진우의 말에 한동영은 잔뜩 긴장한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성안에는 다크 영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들이 잔뜩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이 엘리트 등급이어서 지금 송진우의 실력로서는 일대일도 장담할 수 없었다.
몬스터들이 플레이어를 감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기본이지만, 어떤 것들은 냄새나 소리로도 감지한다. 그러니 둘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었다.
사방이 적들이라서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쿵!
송진우의 귀에 성 밖에서 나는 소리가 들렸다. 추격자들이 결국 이곳까지 쳐들어온 듯했다. 생명력 탐지를 사용하자 저들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자, 어쩔 거냐?’
추격자들도 성벽에 돌아다니는 강력한 모습을 보고 주춤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강한 파티라고 해도 이곳은 쉽게 넘나들 수 없는 곳이다.
저들이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이쪽이 유리하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들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짧게 고민하고 곧바로 움직였다.
‘여길 들어온다고?!’
그들의 선택은 끝까지 추격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런 위험한 곳까지 들어오는 선택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는 도망칠 수 없어.’
성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무서운 적이 나올 것은 뻔하다. 조금씩은 안으로 들어가야겠지만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송진우는 포식이에게 저장한 것들을 생각하다가 이윽고 어떤 물건을 생각해냈다.
▲알람시계
(일반)
그건 뜻밖에도 평범한 알람시계였다. 혹시 알람이 필요할 때 사용하려고 저장했던 것이다. 송진우도 이걸 이럴 때 사용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을 맞추고…….’
알람을 1분 후로 맞추고 조금 기다렸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지금!’
송진우는 시간에 맞춰 그 시계를 추격자들이 있는 곳으로 던져버렸다.
휙!
크게 포물선을 그린 시계는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따르르르릉!!!!
유난히 오늘따라 더 크게 들리는 알람 소리다. 날벼락을 맞은 것은 다크 영 등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추격자들이었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대형을 갖췄지만 이미 근처 몬스터들도 모두 고개를 돌린 후였다.
“제길! 또 이따위 짓을?!”
이번에도 한동영의 수작으로 생각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이곳을 뚫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
[메에에에~~]다크 영을 비롯한 강력한 적들이 추격자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이번만큼은 추격자들이 쉽게 해치울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몬스터들이 추격자 쪽으로 몰려서 송진우와 한동영의 앞은 몬스터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금입니다.”
수가 적으면 정면 대결은 힘들지만 은밀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지금 송진우는 그것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송진우는 안으로 이동하면서도 뒤의 동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생명력 탐지로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다크 영마저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벌써 하나가 쓰러졌다.
“뭐 하는 놈들이지?”
다크 영이 무적은 아니지만 이렇게 쉽게 쓰러진 몬스터도 아니다.
송진우의 생각을 읽은 듯 한동영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은… 인피니티 길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