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9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29화
129화
“명칭은 상관없습니다. 저도 바깥 세계와 소통하고 싶습니다. 이런 곳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죠.”
당연히 하스터도 신급 NPC였다.
신급 NPC가 되는 조건은 의외로 간단한데, 그건 레벨이 2500이 넘는 것이다.
전에 만난 구미는 2,000레벨로 조금 모자랐고 로키도 같은 2,500레벨이었다.
“저도 초월자라고 불리는 당신들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세계의 주민들이죠.”
하스터도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자다. 자신이 가상현실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저의 이름을 높이고 밖의 세계와 연결해줄 대리인이 필요합니다.”
이곳에 플레이어가 온 것은 정말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게다가 제정신을 가지고 자신과 대면한 플레이어는 둘이 처음이었다.
어쩐지 난이도가 말도 안 된다 싶었는데, 이건 하스터의 아바타가 되는 퀘스트였다. 그렇다면 그 미친 난이도도 이해가 갔다.
이것은 기회다. 송진우가 그랬듯이 누군가의 아바타가 되면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다.
“하, 하지만 왜 저를 선택하신 거죠?”
레벨은 낮지만 여기까지 온 것은 전적으로 송진우 덕분이다. 아바타가 된다면 자신보다 그가 훨씬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스터가 자신을 선택한 건 의외였다.
“물론 그가 더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미 누군가가 차지했군요.”
그 말에 한동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송진우를 쳐다봤다. 송진우가 이미 아바타라는 사실은 아직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나가 아니라 둘, 그것도 융합이라는 선택을 했군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 걸까요?”
하스터는 현재 송진우의 상태를 정확하게 꿰뚫어 봤다.
잠시 흥미를 느끼는 듯하더니 다시 한동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차선책이지만 당신도 훌륭합니다. 시련을 극복한 데다가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잘 숙지하고 있군요.”
원래 사이킥인 한동영이기에 사이킥 능력을 누구보다 잘 사용할 수 있었다.
하스터는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하겠습니까? 물론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저의 힘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곳에서 영영 빠져나가지 못할 테니까요.”
답정녀가 아니라 답정신이었다.
한동영에게도 나쁜 선택이 아니었기에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어젯밤 꿈이 좋더니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군요. 호호~”
하스터는 다시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는 갑자기 촉수를 뻗어서 한동영을 칭칭 감았다.
“아앗!”
축축한 촉수가 다가오자 한동영은 기겁했지만, 송진우가 도와줄 방법은 전혀 없었다.
하스터의 촉수가 한동영을 빈틈없이 감싸자 마치 고치 같은 모습이 되었다.
저러다가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아 송진우는 움찔했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휘잉~
이것은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다. 바로 하스터의 권능이다.
“당신은 내 눈과 귀가 되어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라는 존재는 내 가치가 될 겁니다. 대신 내가 힘을 빌려드리겠습니다.”
이건 하스터의 계약 방법이다. 그의 촉수를 타고 바람의 힘이 한동영에게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촉수가 스르륵 풀리더니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동영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허공에 둥둥 뜬 모습이었는데 그것은 사이킥 능력이 아니었다.
“이것이…… 바람?”
하스터의 권능인 바람이 한동영을 기분 좋게 감싸고 있었다.
처음 사용하는 힘이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사용하는 법을 알 것만 같았다.
“부디 내 힘을 잘 사용해주세요.”
하스터가 말하는 순간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이 박살났다.
와장창!!!
마치 공간이 유리처럼 깨지는 모습이었다.
갈라진 공간이 날카로운 유리조각처럼 허공에 맴돌다가 이내 사라졌다.
송진우와 한동영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허허벌판이었다.
그곳은 원래 하스터의 성이 있던 곳이었다.
“……뭐지?”
다행히 주변에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하스터의 성이 사라지면서 주변에 있던 몬스터도 모두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저 멀리서 거대한 먼지구름이 나면서 다수의 뭔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건 또 뭐야?”
이곳은 숨을 곳도 없고 올라갈 나무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이런 곳에서 적을 만나면 피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것들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길드장님!!”
그들은 엘리샤 길드원과 한동영의 길드원이었다. 드디어 구출대가 도착한 것이다.
“오라버니!!”
가장 먼저 달려온 한수정이 눈물을 흘리며 한동영을 와락 껴안았다.
* * *
구출대의 도움 덕분에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기진맥진해진 송진우는 양해를 구하고 먼저 돌아가 쉬었다.
송진우가 잠든 사이에 한수정과 한동영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진심이야?”
한수정이 놀란 표정으로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한동영의 대답은 같았다.
“그래. 나는 형제들과 죽고 죽이는 싸움은…… 견딜 수 없어.”
누가 사주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한동영이다.
사실 송진우가 오기 전까지는 죽는 걸 기정사실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 길드가 너희 길드 아래에 들어가겠어.”
한동영이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한수정에게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후계자 구도를 바꿀 만한 중대한 합병 결정이었다.
“애초에 무서워서 성별도 바꿨던 나야. 후계자 싸움은 처음부터 무리였어.”
놀랍게도 한동영은 여성의 모습이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남자였을 때와 비슷했지만 언뜻 봐도 귀엽게 생긴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 아니 그녀의 말을 듣고 한수정은 정말 오래간만에 한동영의 진짜 이름을 불렀다.
“진영 언니…….”
한동영의 진짜 이름은 한진영이다.
여성으로 태어난 그녀가 초능력까지 사용하면서 성별을 바꾼 것은 역시 셋째인 한대운 때문이었다.
지금 한수정이 겪었던 것처럼 한동영도 훨씬 이전부터 한대운에게 위협을 느꼈다.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이라 너무 무서워하던 한진영이 선택한 것은 단순하지만 엄청난 일이었다.
바로 성별을 통째로 바꾼 것이다.
“나는 아직 너무 여리고 바보 같아.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의 한쪽 팔을 들어주는 것뿐이겠지.”
“아니야, 언니. 절대 그렇지 않아.”
한수정이 한진영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제부터 잘 부탁해. 길드장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할게.”
그렇게 둘은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잠시 후, 한진영은 얼굴을 붉히면서 은근히 물어봤다.
“근데…….”
“응?”
“포식귀 씨는…… 보통 혼자 다니지?”
“뭐?!”
한수정이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쳐다보자 그녀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 아니. 그냥 궁금해서.”
말을 그렇게 했지만 그녀 눈에 담긴 열망은 숨기지 못했다.
사실 그녀가 갑자기 송진우에게 적극적으로 변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하스터의 환몽에서 그녀가 보았던 것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옭아매던 기대와 감시하는 눈이었다.
뛰어난 사이킥 능력자로 태어났기에 주변의 기대가 그녀의 능력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높았다. 결국 그것이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원래라면 결코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스멀스멀 잠식해 오는 어둠 앞에 그녀를 구원한 것은 놀랍게도 한 남자의 손이었다.
[도와드리려 왔습니다.]그건 위기에 순간에 한진영을 구해냈던 송진우의 모습이었다.
원래 강인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토록 목소리가 감미로운 줄은 몰랐다.
그것이 그녀의 빛이 되었고 등대가 되었다.
결국 그 덕분에 어둠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한진영을 두근거리게 한 것은 송진우의 따듯한 마음만이 아니었다.
‘역시 남자는 근육이지.’
한진영은 송진우에게 안겼을 때의 그 단단한 감촉을 잊지 못하고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 * *
엘리샤 길드와 한동영, 아니 한진영의 길드가 합병하니 길드원 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처음 50명에서 출발했던 길드가 이제는 200명이 넘었다.
마을 수도 두 개가 더 늘어서 이제 중앙 대륙에 하나, 과학 대륙에 세 개나 되었다.
당연히 송진우는 또 돈을 투자해서 신전을 지었다. 80억이 깨졌지만, 덕분에 공허 교단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여전히 길드의 본 건물은 프리파이어 마을에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곳에 뜻밖의 손님이 오는 날이다.
그 사람은 바로 송진우의 동생, 송하나였다.
“제 동생, 송하나입니다.”
“안녕하세요.”
송하나가 수줍게 인사하자 다른 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특히 한수정이 대표로 나가 인사했다.
“반가워요. 진우 씨에게 말은 많이 들었어요.”
아직 송진우의 정체는 기밀이었기에 여기 있는 인물은 길드의 핵심 간부밖에 없었다.
한수정, 한진영, 김홍택, 이정후, 이루라, 마왕 황덕철 그리고 송진우의 친구인 노혜미가 전부다.
원래 송진우의 정체는 노혜미를 제외하면 한수정과 김홍택 실장만 알고 있었지만, 편의를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공개했다.
참고로 가면을 벗었을 때, 생각보다 앳된 얼굴이 나타나자 이정후와 이루라는 놀라워했고, 한진영은 얼굴을 붉혔다.
“하나야, 오랜만이네.”
원래 안면이 있던 노혜미가 다가가자 송하나도 반가워했다.
“오랜만이에요, 언니. 언니도 이곳에 있었네요?”
“아~ 그럴 일이 있었거든.”
멀리서 송하나의 얼굴을 훔쳐보던 한진영도 얼굴을 붉히면서 다가왔다.
“아, 안녕. 나는 한진영이라고 해.”
“네, 안녕하세요.”
뭔가 송하나를 둘러싸고 붉은색의 기류가 발생하는 모습이었다.
불행히도 송진우는 그것을 캐치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송진우는 그냥 단순하게 고개 숙여서 감사를 표했다.
“제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송하나가 이곳으로 온 것은 며칠 남지 않은 콩쿠르 때문이다.
송하나는 바이올린을 사용하는 과학 대륙 바드 클래스였다.
밤낮없이 연습하기 때문에 디멘션 월드에서도 연습해야 하는데 마음 놓고 연습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그것을 안 한수정이 아예 송하나를 길드에 받아들이고 그녀가 연습할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내가 도와줄 것 있어?”
“아니야. 장소만 있으면 상관없어.”
송하나만 있으면 팔불출이 되는 송진우다. 그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기도 했다.
원래 송진우의 이미지는 거센 불길 앞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드는 투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순한 양이 따로 없었다.
“내가 지켜줄까?”
“난 괜찮으니까, 오빠는 오빠 할 일을 해. 오빠가 있으면 나도 부담스러워서 연습하지 못할 거야.”
친남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사이좋은 모습이었다. 요즘 친남매는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고 하지 않던가.
사실 진짜 친남매는 아니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니 그냥 유난히 사이좋다고만 생각했다.
똑똑!
그때 누군가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손님이 또 한 명 오기로 되어 있었다.
“들어갈게.”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문을 여니 역시나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여성이 보였다.
“나 왔어.”
그녀는 모리유였다. 송진우가 경험치를 밀어준 덕분에 레벨 300이 넘어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송진우는 그녀를 길드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이 아이가 제가 전에 말했던 모리유입니다.”
이번에 모리유를 데려온 이유는 길드에 가입시키기 위함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모리유가 각인된 NPC가 아니라 엄청난 무술을 지닌 실력자라고만 소개했다.
“지금은 레벨이 낮지만 후에는 분명히 길드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한수정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