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3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30화
130화
“진우 씨가 보증했으니 믿고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작은 소녀가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하지만 모리유는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송진우 뒤로 숨었다.
송하나가 먼저 모리유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근데… 이름이 저희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와 같네요.”
그녀는 모리유가 진짜 그 모리유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양이 이름이 예쁘네.”
모리유가 그냥 퉁명스럽게 답했다.
멋쩍은 웃음을 지은 송하나는 송진우를 수상한 사람 보듯이 쳐다보았다.
‘오빠가 어떻게 저런 여자애를 알지?’
* * *
길드에서 돌아온 송진우는 송하나의 질문 세례가 떨어지기 전에 집을 나섰다.
그가 이번에 가려는 곳은 신의주였다.
그렇게 먼 곳까지 출장가려는 이유는 저번에 김택현 기자에게 들었던 반타실버라는 금지된 약품 때문이었다.
이번에 신의주를 통해서 엄청난 부작용을 지닌 약물이 대량으로 유입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불행히도 김택현 기자 역시 확실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에게서 흘러나온 정보로 알고 있는데 웬일인지 상층부에서도 큰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이번 일은 매우 불길합니다. 어쩌면 고위 권력층과 연관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김택현은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일에 경찰들이 미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크게 돈도 되지 않는 반타실버를 위험을 무릅쓰고 국내에 반입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송진우가 움직인 것이다.
[물량이 들어오려면 아직도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사전작업을 위해서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들을 사로잡는 것을 목표로 하죠.]오직 송진우의 역량을 믿고 행한 일이다. 김택현 기자 혼자였다면 손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신의주에 도착한 날 밤, 송진우가 쓰고 있는 해골 가면이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그가 다시 검은 사신이 된 것이다.
“자~ 그럼, 둘러볼까?”
신의주는 중국과의 접경지역이라 외부자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외국인도 많고 거친 뱃사람들이 많아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했다.
“덤벼!”
“좆밥 새끼가!”
와장창!
도시 여기저기에서 술 취한 이들이 주먹 다툼을 벌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말리지 않고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며 응원까지 하고 있다.
취객들도 도시가 난장판이 되었지만 이곳에서는 일상의 모습이다.
사신의 가면으로 얼굴을 바꾼 송진우는 이들 사이에 숨어들어 이상한 기류가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흠~ 뭐가 보일까?”
송진우가 탐정은 아니지만 초직감을 이용하면 찾을 수 있을 듯했다. 전에 유그드라실에서도 사용해서 효과를 보지 않았던가.
문제는 신의주는 유그드라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곳이라는 것이다. 이곳을 다 훑어보는 데도 족히 며칠은 걸릴 듯했다.
“하나씩 하자. 하나씩…….”
정보를 얻으려면 역시 주점이 최고다.
송진우는 야릇한 붉은 조명이 달린 술집으로 들어갔다.
딸랑~
“어서 오세요!”
안에 들어가자 가슴이 심하게 파인 옷을 입은 여점원이 송진우를 맞이했다.
그녀의 몸에서는 담배 냄새와 싸구려 분과 향수 냄새가 심하게 났다.
약간 나이를 먹어 번화가가 아닌 구석에 있는 술집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송진우가 찾는 사람이다.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이 비싸고 좋은 가게에는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 잘생긴 손님이네. 여기는 처음이죠?”
송진우는 일부러 험상궂은 얼굴로 변형한 상태였다. 몸의 근육은 다른 선원보다 훨씬 뛰어나니 겉으로 보면 완벽한 선원이었다.
“독한 것으로 한 잔 줘.”
목소리마저 변형한 송진우는 가운데 있는 자리에 털썩하고 앉았다. 그러자 여인이 요염한 눈웃음을 지으면서 물었다.
“어떤 타입이 좋으시나요? 우리 애들 다 예쁘고 착해요.”
“예쁜 것은 필요 없으니까 말 잘하는 애로.”
“어머~ 말 상대가 필요하시구나.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녀가 잠시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통통한 여성이 송진우에게로 왔다. 몸매는 좋지만 얼굴은 마담이 이야기한 것처럼 예쁘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지예요.”
“앉아.”
송진우가 거만하게 턱으로 자리를 가리키자 수지는 다소곳하게 앉아서 술상을 세팅했다.
곧 마담이 독하고 비싼 술과 과일 안주를 가져왔다.
“우리 오빠 과묵하구나. 근데 왜 말 잘하는 사람을 찾았어요?”
“이 도시는 오랜만인데 낯서네. 요즘 여기 돌아가는 사정 좀 들어보려고.”
“아~ 객지 갔다 오셨구나.”
수지라는 여자는 송진우가 객지생활을 하고 돌아왔나 보다 생각했다.
송진우는 그냥 술잔을 들이키는 것으로 긍정했다.
말을 꺼내기 전에 송진우는 술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여종업원 입장에서도 비싼 술을 물처럼 마셔주니 신나서 떠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송진우가 넌지시 운을 띄웠다.
“요즘 이곳 공기가 이상하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송진우로선 그냥 막연히 말한 것뿐인데 여종업원은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말도 마세요.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몰려와서 분위기가 이상해요.”
“이상한 사람들?”
귀가 번쩍 뜨이는 정보다. 낯선 사람들이 이곳으로 대거 몰려왔다면 송진우가 찾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누가 몰려왔는데?”
“말도 마세요. 어디 놈들인지 진짜 악질들이에요. 말도 안 되게 강해서 여기저기 다 들쑤시고 다닌다니까요?”
“그래? 주로 어떤 행패를 부리는데?”
“들리는 말로는, 거리 하나를 막아 놓고 그곳으로 아무도 못 다니게 한다고 하네요. 덕분에 그 주변 가게로 가려면 멀리 삥 돌아서 가야 해요.”
“웃긴 놈들이군.”
송진우는 아무렇지 않게 술잔을 넘겼지만,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역시 주점을 찾은 것이 정답이었나 보다.
술을 마시는 동안 여종업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정보를 생각나는 대로 모두 말해 주었다.
“그놈들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네? 그놈들을 만나려고요? 너무 위험해요. 그놈들 진짜 나쁜 놈들이라니까요.”
“그냥 어떤 놈들인지만 알아보려고 해. 뭐 하는 놈인지 알아야 나중에라도 대처를 하지.”
“아~ 그것도 그러네요.”
여종업원은 그들이 머무는 숙소와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막아놓은 거리도 알려줬다.
“이 거리에는 뭐가 있지?”
“창고가 있죠. 선박에서 내린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예요.”
“그런 곳을 막고 있다고? 왜?”
“글쎄요. 뭔가 도둑맞으면 안 되는 중요한 물건이 안에 있는 모양이죠.”
“이를테면?”
“그런 놈들이 몰래 숨긴 것이면 밀수 쪽이겠죠.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긴 한데, 그렇게 대놓고 움직이는 자들은 처음 봤어요.”
“이쪽 경찰들은 움직이지 않아?”
“다들 한통속이니까 작은 것들은 뇌물을 받고 대충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죠.”
이것으로 대충 들을 정보는 다 들었다.
송진우는 종업원에게 팁을 두둑하게 주고 밖으로 나왔다.
“창고 쪽이라…….”
윗선과 닿아 있다는 정보가 틀리지 않았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대놓고 움직이긴 힘들 것이다.
‘일단 확인부터 해야겠지.’
정말 그 창고에 금지 약품인 반타실버나 혹은 그처럼 들어와서는 안 되는 물건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만약 그게 정말 발견된다면 그와 관련된 모두를 도륙할 것이다.
송진우가 원하는 것은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사회 정의나 악한 자의 처벌이 아니다. 단지 소울을 모아 힘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니 어쩌면 과하거나 잔혹할 일일지라도 일말의 자비심은 갖지 않을 생각이었다.
“저기군.”
목표 창고를 찾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정말 험상궂게 생긴 자들이 길목을 막은 것이 한눈에 띄었다.
그들이 지키는 창고는 다량의 화물을 저장하는 곳인 듯 말이 창고지 웬만한 공장보다 더 큰 규모였다.
많은 인력이 감시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라 아무리 송진우라도 안 들키게 저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때 유용한 것이 있지.’
스르륵!
주변에 검은 안개가 맴돌더니 송진우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했다. 헤오스포르스의 대리자를 죽이고 얻은 안개의 화신 특성이 발휘된 것이다.
안개의 화신 특성은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다. 따로 교육을 받지 않은 송진우를 특급 암살자로 만들었다.
사람 앞에서 대놓고 움직이면 희미하게 보이지만, 밤중에, 혹은 그림자 속에 숨으면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또 CCTV를 비롯한 카메라에는 전혀 찍히지 않았다.
이것으로 CCTV는 무시해도 괜찮았다.
휙~
경계를 뚫고 창고에 접근하는 것은 성공했는데 들어갈 곳이 보이지 않았다.
창고 문은 자물쇠로 단단하게 잠겨 있고, 창문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다.
힘으로 뚫고 가려면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소리가 크게 나서 들킬 위험이 높다.
이럴 때 또 유용한 능력이 있다.
‘혼령 질주.’
구미 꼬리에 붙은 옵션인 혼령 질주다.
이것을 사용하면 몸이 혼령처럼 변해서 허공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심지어는 벽이나 장벽을 무시하고 이동할 수도 있다.
물론 짧은 시간밖에는 사용할 수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벽에 끼일 위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영혼 상태처럼 변한 송진우가 두꺼운 창고 벽을 뚫고 이동했다. 창고 벽은 두꺼웠지만 시간 내에 이동할 정도는 충분히 되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창고 안에는 화물로 보이는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안에서 다른 인기척은 느끼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신중히 움직여야 했다.
‘생명력 탐지.’
오로치에게 얻은 생명력 탐지가 요긴하게 쓰였다. 생명력 탐지는 체온에 반응해서 100m 안의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반응이 있었다.
“응?!”
약 50m 앞에 엄청나게 많은 생명체 반응이 보였다. 사람의 형체였는데 한두 명이 아니었다. 못해도 수백은 되어 보였다.
하지만 아무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이게 뭐지?’
반타실버가 유통될 것으로 듣고 왔는데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나가기는 너무 아쉬웠다.
송진우는 안개의 화신 특성을 유지한 채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안쪽에도 CCTV가 빽빽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높이 쌓인 화물 위로 올라가 확인해보니 더 섬뜩할 정도로 놀라운 광경들이 보였다.
‘……이건 또 뭐야?’
놀랍게도 창고 구석에 있는 것은 커다란 투명관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사람이었다.
유리처럼 투명한 시험관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벌거벗은 사람들이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섬뜩함을 넘어서 두려운 광경이었다. 사람들이 생쥐처럼 생체실험을 당하는 것 같았다.
좀 더 자세한 것을 알기 위해서 살금살금 다가가 그들을 살펴봤다. 그들 전신을 샅샅이 살펴보다가 일반 사람들과 다른 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건 짐승처럼 길게 솟아난 송곳니였다.
“올드 블러드?!”
대재앙(아마겟돈) 이후 인류가 발견한 것은 기와 마나만이 아니었다. 과거 봉인되었던 저주받은 피가 다시 깨어나게 되었다.
그들이 바로 흡혈귀와 늑대인간으로 대표되는 올드 블러드들이다.
그들은 혈통의 영향을 받아서 거대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피의 갈망이나 달의 저주 같은 부작용도 얻었다.
“설마…… 반타실버를 밀수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곳이었나?”
김택현 기자에게 듣기에는 반타실버는 뱀파이어와 라이칸스로프의 피로 만들어진다고 들었다. 여기 있는 올드 블러드들이라면 모르긴 몰라도 그것을 만들기에 충분할 듯했다.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