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3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31화
131화
올드 블러드들은 과거 소설처럼 어둠 안에 숨어 살지 않는다. 모두 정부에 등록하고 그들의 갈증을 억누를 수 있게 도움을 받으며 산다.
이들도 당연히 인간이다. 단지 약물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사육당해서는 안 된다.
거창한 천부인권 사상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런 끔찍한 짓을 한 놈들은 당연히 그냥 둘 수 없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 전에 이들을 구할 방법부터 고심했다.
이 상태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 옆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들렸다.
“콜록! 콜록!”
구석에서 나는 꺼질 듯이 힘없는 소리지만 분명 어린 소녀의 것으로 들렸다.
“응?”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모두 유리관 안에서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데 딱 한 곳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유리관 안에서 한 소녀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이런!”
송진우는 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소녀의 산소 호흡기도 떨어진 후라 자칫 잘못하면 익사할 것 같이 보였다.
싹둑!
급히 낫으로 유리관을 베어 물을 모두 빼냈다. 그러자 소녀가 물과 함께 밖으로 튕겨 나왔다.
“후하~! 콜록! 콜록!”
사파이어처럼 푸른 눈동자에 금발이 아름다운 여자아이였다. 나이는 7살 정도?
소녀는 밖으로 나오고서도 한동안 기침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겨우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검은 해골 마스크를 쓴 송진우를 보고 기겁할 듯이 깜짝 놀랐다.
그녀가 소리 지르려 하자 송진우가 손으로 급히 그녀의 입을 막았다.
“흐흡~!”
“괜찮아. 도와주려고 왔으니까 제발 소리치지 마.”
아직 이곳은 적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비명이 들리면 이곳을 지키던 자들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송진우가 차분하게 말하자 놀랐던 소녀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 것이 보였다.
“옳지. 옳지.”
그녀가 더는 비명 지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서야 입을 막았던 손을 치웠다.
“거, 검은 사신?”
소녀도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검은 사신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래.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오빠다. 너는 이름이 뭐지?”
“마, 마리요.”
“그래, 마리야. 다친 곳은 없니?”
“……네.”
역시 여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어린아이를 다루는 데에 능숙한 송진우다. 일부러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소녀의 얼굴에 두려움이 사라지고서야 송진우는 정신없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자신은 안개의 화신 특성 덕분에 카메라에 안 잡히지만, 마리는 다르다. 이곳에 가장 많이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짓을 한 놈들은 마리가 깨어난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할 수 없지.”
송진우는 카메라로 이 참상을 재빨리 찍고 김택현 기자에게 전송했다. 일이 너무 커서 혼자 해결하기에는 무리였다.
사진을 김택현 기자에게 보내고 마리랑 이곳을 탈출할 계획이었는데 또 기침 소리가 들렸다.
“콜록! 콜록!”
이번에는 젊은 여성의 소리로 추정되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구석에서 알몸의 여자가 유리관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사, 살려주세요.”
아름다운 얼굴의 여자가 비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알몸이라서 풍만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웬만한 모델은 저리 가라 할 완벽한 모습이었다.
걸을 때마다 수박만 한 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송진우도 움찔할 모습이지만 그는 애써 마음을 다잡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 살려주세요. 여기가 어디죠?”
“이제 괜찮습니다. 구해드리러 왔어요.”
지금의 송진우라면 마리와 이 여성을 안고도 충분히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듯했다.
예정과는 조금 다르지만 서둘러 둘을 데리고 밖으로 나갈 생각을 했다.
“아흐흑! 너무 무서워요.”
여성은 눈물을 글썽이며 송진우의 품에 안겨 왔다.
송진우는 그저 가만히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
“괜찮습니다. 이제 빠져나갈 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진정해 주세요.”
“여기서…… 빠져나간다고요?”
“네. 이대로 있으면 이런 짓을 한 자들이 금방 들이닥칠 겁니다. 그 전에 빠져나가야 해요.”
“여기서 빠져…….”
그 순간이었다.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갑자기 여성의 목소리가 180도 돌변했다.
깜짝 놀란 송진우가 급히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그녀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송진우의 목에 박힌 후였다.
“큭!”
순간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은 뱀파이어의 권능이다. 일단 무는 데만 성공하면 상대를 완벽하게 무력화할 수 있다.
송진우의 힘이라면 악력만으로도 그녀의 목을 분지를 수 있지만 팔을 올리지도 못했다.
꿀렁! 꿀렁!
다량의 혈액이 여자 뱀파이어에게로 넘어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산채로 잡아먹히고 있는 것이다.
옆에 마리가 있었지만 놀란 눈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단 이 상태가 되면 뱀파이어가 스스로 입을 떼지 않으면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송진우가 꼼짝없이 당할 위기였다.
그런데 곧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꺄아악!!”
송진우의 피를 신나게 빨던 뱀파이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그녀의 얼굴에 검은 혈관이 흉측하게 솟아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뱀파이어 본인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맹세코 남의 피를 흡입하다가 이런 고통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 이유를 짐작했다.
“식사 전에, 그게 먹을 수 있는 것인가부터 알아봐야지.”
지금 송진우는 언데드 상태가 아니라 종족 특성은 없었다. 하지만 디멘션 특성인 포식의 힘은 그대로 간직한 상태였다.
▲부정한 피 (각인)
(유니크)
생명력 +100%
마나 +100%
마법 저항 +20
저주 스킬 명중률 +20%
피의 채찍
지금 송진우의 혈관에 흐르는 피는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림 리퍼가 죽음의 마력으로 뽑아낸 부정한 피였다.
“우에엑!!”
다행히 부정한 피의 마력이 뱀파이어의 권능보다도 더 강했나 보다. 여자 뱀파이어는 마치 독이라도 마신 것처럼 연신 피를 게워냈다.
“아, 안 돼! 내 마력이!”
뱀파이어의 마력 원천은 바로 피다. 그런데 부정한 피가 들어가 그녀 안에 있던 다른 피도 모조리 오염시켰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크으윽!”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가지고 있던 뱀파이어가 순식간에 늙기 시작했다.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 같더니 금방 검버섯이 폈고 풍성한 머리카락도 대부분이 빠졌다. 복숭아같이 탐스럽던 가슴도 볼품없이 축 늘어졌다.
뱀파이어는 급히 마력을 회전해서 회복하려 했지만 이미 오염된 피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녀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피가 필요했다.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서 급히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송진우는 그럴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퍽!
송진우는 사정 봐주지 않고 그녀의 머리를 발로 밟았다.
“너도 뱀파이어잖아? 왜 뱀파이어를 구하려는 나를 공격했지?”
송진우는 동족을 풀어주려는 자신을 방해한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도 뱀파이어라면 이 끔찍한 상황을 참을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설마, 너도 이 짓을 한 자들과 한패냐? 동족을 배신하고 그런 자들에게 붙은 거야?”
송진우의 말에 뱀파이어는 포기했다는 듯이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후후후~ 동족이라고? 그게 무슨 상관이냐? 그럼 인간은 같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거냐?”
그녀의 말도 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토록 극악무도한 짓은 용서할 수 없었다.
분개한 송진우가 낫을 휘두르려 하는데 뱀파이어가 뜻밖의 말을 했다.
“검은 사신…… 넌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어.”
“뭐?”
“소문을 퍼트리면 네가 나타날 줄 알았지. 나는 고작 첫 번째였을 뿐이다.”
그 말에 놀란 송진우가 급히 생명력 탐지를 켰다. 그러자 수없이 많은 자들이 이 창고를 포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감히 칠룡파의 행사를 방해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칠룡파.”
전에 대량의 마약을 밀수하던 자들도 칠룡파였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또 그들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함정이었군.”
처음부터 이상한 구석이 많았던 사건이었다. 김택현 기자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고, 조직원들이 너무 눈에 띄게 일을 벌였다.
송진우도 일을 진행하면서 뭔가 찜찜한 기색을 느꼈지만, 고작 자신 하나를 잡고자 이런 함정을 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흐흐~ 넌 절대 빠져나가…….”
으득!
계속 떠들려는 뱀파이어의 목을 송진우가 발로 밟아 분질렀다.
“네가 알 바는 아니지.”
그리고 알림음이 들렸다.
《소울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착실히 소울은 주는군.”
이왕 이렇게 된 것 허둥대기보다는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그럼 어쩔까.”
혼자 빠져나가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직 자신에게는 빠른 발과 혼령 질주 같은 특성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하지만 아직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리를 두고 혼자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다른 올드 블러드도 계속 눈에 밟혔다.
송진우는 자신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CCTV를 보고 생각에 잠겼다.
* * *
한편, 밖에서는 수천 명이 넘는 칠룡파 조직원들이 창고를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벌써 몇 주 동안 대기하고 기다렸던 일이다. 미끼를 문 이상 절대 검은 사신을 놓칠 수 없었다.
그중에서 칼자국이 얼굴에 진하게 난 사내가 자신의 대도를 만지면서 물었다. 그는 칠룡파 간부로 초절정의 고수였다.
“놈은?”
“그전에는 화면에 잡히지 않더니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수법을 쓰는군. 디멘션 특성이겠지?”
“네. 은신 스킬이라서 그동안 우리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은신이라…… 잡스러운 기술을 사용하는군.”
칼자국 남자는 ‘인간 백정’이라는 별호로 이 바닥에서 꽤 유명한 자였다.
초절정에 오르기까지 그의 도에 죽은 사람의 숫자가 족히 천 명은 되었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지?”
“정문으로 걸어오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곳으로? 간덩어리가 부은 놈이군.”
“이미 도망가기 틀렸다는 걸 알았나 봅니다.”
“씁! 아까운 홍련만 죽었네. 그년 테크닉이 꽤 뛰어났는데.”
홍련은 송진우에게 죽은 뱀파이어다.
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해서 칠룡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이제 나올 것 같습니다.”
“그래?”
그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창고의 문이 활짝 열렸다.
쿵!!!
두꺼운 강철로 만들어진 창고 문이 종잇장처럼 찢어져 날아갔다. 그 문 주위에 있던 조직원 몇 명이 휘말려서 함께 날아갔다.
“으악!”
거대한 철문이 덮치니 살아날 재간이 없었다. 결국 시작도 전에 셋이 고혼이 되었다.
“멍청한 놈들!”
백정이 얼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송진우에게로 돌렸다.
“네가 그 검은 사신인가 뭔가 하는 놈이냐?”
그의 말에 송진우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는 순순히 대답했다.
“그렇다.”
자신을 둘러싼 적들은 이곳만 해도 천 명이 훌쩍 넘어 보였다. 그들 중에는 절정의 고수도 심상치 않게 보였다.
‘절정 고수만 스무 명 정도라…… 이 정도면 연대 단위의 전투력은 되겠군.’
국가에서도 동원하기 힘든 병력을 일개 범죄 조직이 운영하고 있다니. 새삼 칠룡파의 전력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백정은 송진우가 주변을 보고 계산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느긋했다.
제아무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검은 사신이라고 이 포위망을 뚫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비웃으면서 말했다.
“미친 새끼!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고작 영웅 흉내라니!”
자신이 저런 은신 능력이 있었더라면 엄청난 부와 아름다운 여자, 그것이 그 누구일지라도 손에 거머쥐었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데 겨우 자경단 놀이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쯧! 죽여!”
백정이 신호를 보내니 주변에서 대기하던 조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