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14화
14화
배에 불에 달군 인두가 들어온 기분이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숨 쉬기도 힘들었다.
최강현이 고레벨의 헌터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디멘션 월드의 시스템이 지배되는 세계에서의 말이다.
현실에서의 최강현은 뛰어난 무인도 아니고 마법도 배운 적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최강현이 비틀거리자 송진우가 다시 단검에 손을 대고 온 힘을 다해서 빼냈다.
푹!
단검이 뽑히자 그 자리에는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졌고 잘린 내장도 조금 빠져나왔다.
“병신에게 당한 기분이 어때?”
지금 송진우의 가슴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손도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했다.
혹시 최강현이 발악적으로 자신에게 뛰어들면 역으로 당할까 봐 단검을 역수로 꼭 쥐었다. 만약 다가온다면 바로 찌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강현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커억!”
난생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통증에 최강현은 복부에 손을 잡고 바닥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찔렀어! 병신 새끼가 날…….”
최강현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애인이라고 무시했던 송진우에게 당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었다.
“씨X! 씨X! 넌 죽었어! 씨X 놈! 좆도 안 되는 새끼가!”
바닥을 기면서도 여전히 송진우를 깔보는 최강현이다.
최강현은 송진우가 우발적으로 찔렀다고 생각했다. 그 이상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다.
“여기서 나가면 넌 뒤졌어!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법조계에서 일한다고 병신 새끼야!”
최강현이 발악하면 발악할수록 송진우의 눈은 깊어졌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푹!
송진우가 지닌 단검이 이번에는 최강현의 등을 찔렀다.
“아악!”
등까지 찔리니 이제야 최강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송진우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비굴하게 빌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사죄하는데도 송진우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걸 본 최강현은 더 다급해졌다.
“그 아이템 너 줄게. 이제 괴롭히지도 않을게. 다시는 눈에 띄지도 않을게!”
하지만 송진우는 여전히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최강현은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움직여서 뒤로 버둥거리며 물러서고 있었다.
평소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제 몸이 더 불편한 건 송진우가 아닌 최강현이었다.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고! 이럴 필요까지는 없잖아? 살인자가 되고 싶어? 사람이 죽는다고!”
최강현의 기억에는 없지만 송진우는 최강현이 자신을 끔찍하게 살인하고 전혀 죄책감도 느끼지 않은 광경을 똑똑히 봤다.
그것을 생각하며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푹!
다시 송진우가 단검을 힘껏 찔렀다.
“……!”
쿵!
마침내 최강현은 바닥에 비참하게 쓰러졌다. 사람이 칼에 목이 뚫리고 서 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최강현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죽는 순간에도 자기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퉤!”
그런 최강현의 시체에 이번에는 송진우가 침을 뱉었다.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개새끼!”
거친 숨을 몰아쉰 송진우는 떨리는 팔을 잡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사람을 죽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죽은 최강현의 모습이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지만, 송진우는 머리를 휘저으며 애써 침착하게 대응하려 했다.
“이런 걸로 약해지면 안 돼.”
자신을 뺨을 때린 송진우는 다시 목발을 잡고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최강현의 목에 꽂힌 단검은 그대로 두었다. 만약 저것이 진짜 각인된 아이템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져갔겠지만 아까 확인한 결과 단순한 단검에 불과했다.
송진우는 서둘러 포탈로 나갔다.
위잉~
포탈을 타고 밖에 나가자 이곳은 어떤 마을의 한복판이었다. 주변에서 함께 퀘스트를 진행했던 사람들이 걱정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수정이 나와서 그를 맞이했다.
“괜찮으십니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가 공격했다면서요.”
이미 아까 최강현이 주먹을 날린 것을 본 짐꾼이 사람들에게 본 것을 이야기했다.
“그렇습니다. 여기…….”
송진우는 맞은 부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려 했지만, 이미 그곳에는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상처가 나은 것이 아니라 그린존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몸이 디멘션 월드의 캐릭터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그 동작만으로도 한수정은 그간의 사정을 유추할 수 있었다.
“비열한 작자군요. 그놈은 어디 있습니까?”
한수정이 정말로 화가 난 듯이 말을 하자 송진우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공격을 피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놈은 아직 던전 안에 남아 있습니다.”
이미 최강현의 시체는 싸늘하게 식고 있고 그곳으로 가는 문은 굳건하게 닫힌 상태다. 주기적으로 리셋이 되는 던전의 특성상, 최강현의 시체가 발견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한수정은 얼굴을 붉혔다.
“정말 상종 못 할 인간이군요. 그런 놈이 우리 길드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큰 수치입니다.”
전에는 높게만 보였던 아가씨였지만 이렇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니 귀엽다는 생각마저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아마 한동안은 안 나올 겁니다. 그러니 기다리지 말고 출발하죠.”
“하지만 그런 짓을 했는데…….”
한수정은 최강현을 끝까지 쫓기라도 할 기색이었다.
송진우가 부드럽게 회유했다.
“전 정말 괜찮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지쳤을 테니 제 걱정은 하지 말고 그냥 가시죠. 이제 저놈과 다시 만날 일도 없고요.”
그 말에 한수정은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을 봤다. 그들은 어서 이 중앙 대륙에서 빠져나가 쉬고 싶어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에 대해서 사죄드립니다.”
“아닙니다. 아가씨는 충분히 훌륭하게 일행을 이끌었으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그런데 송진우의 말이 끝나자 한수정의 얼굴이 오묘해졌다.
순간, 송진우는 자신이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하니 심장이 덜컹했지만 다음에 나오는 한수정의 말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가씨라는 말은 좀…….”
이제 보니 한수정은 아가씨라는 말에 쑥스러워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송진우가 잠시 헛기침을 하고 다시 정정했다.
“죄송합니다, 공대장님. 지금은 이 일행을 이끄는 대장이시죠.”
“대장…….”
반응을 보니 이번에도 틀린 것 같다.
송진우가 곤란해하자 뒤에서 김 실장이 나섰다.
“오늘은 이만하고 가시죠, 아가씨.”
“네? 아, 아네. 그럼 갈까요?”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나온 곳이 던전의 입구가 아니라 마을이었기 때문에 현실로 가는 포탈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위잉~
다시 나온 곳은 처음에 사람들이 모였던 바로 그곳이었다.
“왔다!”
“이야~ 이번엔 좀 위험했다.”
갑자기 그린존이 나오는 바람에 사람들은 공황상태까지 몰렸지만, 다행히 아무 피해 없이 퀘스트를 훌륭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히려 보물 상자까지 획득했으니 이것으로 받을 보수는 상당할 것이다.
‘각인 포인트도 받았네?’
송진우는 경험치 말고도 아이템을 각인할 수 있는 각인 포인트도 늘어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각인 포인트를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00포인트라…….’
100포인트면 1골드짜리 아이템을 각인할 수 있다. 좋은 아이템을 각인하려면 이것으로는 어림없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짧게 해단식을 하고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목숨 걸고 중앙 대륙을 탐험했으니 거의 대부분은 술 마실 생각부터 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송진우는 어서 집으로 가 이 기쁜 소식을 동생에게 알리고 싶었다.
2억이나 벌었으니 바이올린을 동생과 고를 생각에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
그때였다.
찌잉~
“윽!”
갑자기 왼쪽 눈이 찡하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이내 모든 현실이 허물어지고 처음 보는 광경이 나타났다.
전처럼 환영 아닌 환영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우웅~
송진우가 환영을 보고 있는 동안에는 현실의 시간은 멈춰진 상태였다.
그러니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조금도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송진우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조급하게 달렸다. 거의 목발이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였다.
“안 돼!”
평소라면 돈을 생각해서 버스를 탔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재빨리 택시를 탄 그가 택시기사에게 말했다.
“홍대로! 빨리 가주세요!”
“홍대요? 알겠습니다. 뭐가 그리 급하세요?”
“빨리요! 10분 이내에 가면 10만 원 드릴게요.”
10만 원이라는 소리에 잠시 헛기침을 한 택시기사는 핸들을 꽉 잡았다.
“그럼 갑니다!”
택시가 빠른 속도로 달렸지만 여전히 송진우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했다.
바로 조금 전에 봤던 환영 때문이다.
‘빌어먹을 벌써 파멸의 징조라니.’
조금만 늦어도 동생의 운명이 기울기 시작한다.
송진우는 달리는 택시에서도 손에 담긴 힘을 풀지 않았다.
다행히 신호가 막히지 않아서 택시는 빠르게 달렸고 정말로 10분도 되지 않아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 왔습…….”
“감사합니다! 여기요!”
송진우는 돈 10만 원을 뿌리다시피 택시기사에게 던지고는 급히 뛰었다.
절그덕! 절그덕!
이곳은 홍대의 밤거리다. 젊은 연인들과 새로운 연인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곳도 없이 북적이는 곳.
그런 곳을 목발을 짚은 송진우가 빠르게 지나가려고 하니 당연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었다.
퍽!
“아~ 뭐아?!”
송진우와 부딪친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고 건장한 사내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가 목발을 짚은 송진우의 몰골을 보고 혀를 차며 돌아섰다.
그렇게 송진우가 간 곳은 화려한 홍대에서 가장 어두운 곳, 바로 모텔가였다.
“아~ 그냥 쉬고 가자고.”
“아, 안 돼요.”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리야!”
그곳에는 어떤 배불뚝이 남성과 아직 어려 보이는 여성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를 모텔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곳에 송진우가 도착했다.
“야!”
송진우는 숨을 헐떡이면서 있는 힘을 다해서 소리쳤다.
두 남녀는 반사적으로 송진우를 보았는데 여자가 소스라치게 놀라 입을 가리며 소리쳤다.
“오빠?!”
그녀는 바로 송진우의 동생 송하나였다.
“뭐? 오빠?”
배불뚝이 남성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땀에 푹 찌든 송진우를 봤다.
“넌 또…….”
그때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송진우가 목발까지 패대기치고서 남자의 목을 잡았다.
우당탕탕탕!!!
순식간에 남자와 송진우가 땅에 같이 굴렀다.
“켁! 켁! 이거…….”
“오빠!”
송진우의 돌발 행동에 놀란 남자와 송하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송진우의 눈에는 귀화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서 주먹을 내리쳤다.
퍽! 퍽! 퍽! 퍽! 퍽!
“이 개자식 내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개자식아!”
송진우는 주먹이 부러지도록 강하게 남자를 내리쳤다. 남자는 꼼짝도 못 하고 그 주먹을 허용했다.
“사, 살려…… 잘못했어…….”
“이 개만도 못한 자식아!!”
평생 목발을 짚고 다녔기 때문에 물건을 쥐는 힘인 악력만큼은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송진우다.
그런 송진우가 온 힘을 다해서 목을 조르니 남자는 빠져나올 방도가 없었다.
“켁! 켁! 살려…….”
목이 완전히 제압된 남자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돌출되고 모세혈관이 터져 토끼 눈처럼 붉게 물들었다.
이미 코뼈는 주저앉았고 얼굴뼈도 함몰된 것처럼 푹 꺼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몰골이었다.
그 모습에 놀란 송하나가 서둘러 송진우를 말리기 시작했다.
“오빠! 그 사람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