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4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40화
140화
“그래?”
여기까지가 하녀에게서 들을 수 있는 정보였다. 더 많은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국주 혹은 총관이라는 사람에게 물어야 할 듯했다.
‘물론 물어본다고 전부 대답해주지는 않겠지.’
빈객으로 초빙되었지만 아직 신뢰를 쌓지는 않은 상황이다. 저들의 입장에서 송진우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청년 고수다.
어쩌면 벌써 송진우의 뒷배경을 알아내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한동안은 이렇게 지내야겠네.’
* * *
그 후부터 송진우는 디멘션 월드에 접속하면 계속 용문표국에서 활동했다.
다른 빈객들은 숙소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계속 머무는 듯했다.
그들과 달리 송진우는 가만히 수련해서는 무공의 성취를 올릴 수 없는 몸이었다. 구극혈공의 나머지 부분을 얻어야만 성취를 올릴 수 있었다.
딱히 할 일이 없는 송진우는 표국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활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은 표사들의 무공을 봐주는 일이었다.
“으랏차차!”
표사들이 사용하는 넓은 훈련장에 커다란 기합 소리가 들렸다.
챙!!
먼 길을 이동해야 하는 표사들은 창이나 도끼 같은 중병기보다는 가볍게 사용하는 검을 선호한다.
그 때문에 용문표국에서 가르치는 무공도 검술이다. 명문 정파의 것과 비교하면 투박하고 단순한 편이지만 대신 배우기 쉽고 실용적이다.
빠르게 날아오는 검날을 송진우가 손가락으로 잡아 멈춰 세웠다.
“오오~~!”
송진우의 동작 하나하나에 표사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건 표사들을 지휘하는 표두들도 마찬가지였다.
“발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빨리 공격하려는 조바심 때문에 상체가 먼저 움직이고 있어요.”
송진우가 검을 놔주자 표사가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찍었다.
쿵!
“아이고!”
송진우는 한번도 낫을 꺼내지 않았다.
이들을 상태로 굳이 낫까지 사용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 마지막까지 진신절기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고수는 항상 3할 정도는 힘을 감춘다고 하니까.’
무림에서 활동하니 어쩐지 사고방식도 무림인처럼 하게 된다.
송진우는 지금까지 맨주먹만 사용했다. 즉, 권각술을 사용해 표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권각술을 따로 배운 건 아니지만 구극혈마보와 태권도 등을 응용하니 그럴듯한 무공이 완성되었다.
천무지체의 힘은 대단했다.
“다음 분 오세요.”
“저, 저요!”
“넌 아까도 했잖아!”
송진우의 말에 표사들이 다른 이에게 질세라 손을 들고 아우성쳤다.
이들 같은 하급 표사들이 송진우 같은 고수에게 개인지도를 받을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오늘은 표사들에게 행운의 날이 아니었나 보다.
“국주님께서 표행을 마치고 돌아오셨다!”
국주가 직접 이끈 표행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국주님!”
표국에서는 표행을 마치고 일원이 돌아오는 일이 가장 큰 행사다.
길든 짧든 표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피로를 풀 연회도 베풀어준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무거웠다.
“의원 불러! 의원!”
“국주님께서 부상을 입으셨다!”
국주를 포함해서 돌아온 인원 과반수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게다가 출발했던 인원보다 훨씬 적은 숫자였다.
“지혈제 가져와! 붕대도 있는 대로 몽땅 가져오고!”
국주와 공자들을 비롯한 표국 최고 전력이 함께한 표행이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일정이었는데 이런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란 피우지 마라!”
국주가 거친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불상사가 생겼다고 광고라도 할 셈이냐?!”
표국은 신뢰가 생명이다. 그러니 국주가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문이 돌기라도 하면 표국에 일을 맡기는 일이 뚝 끊길지 몰랐다.
“나는 괜찮으니 상처가 심한 이들부터 치료해라.”
국주의 부상도 엄중해 보였지만, 그는 끝까지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를 따라갔던 두 공자도 고통을 이겨내고 표사들을 챙겼다.
곧 총관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총관의 물음에 그제야 국주의 무거움 입이 열렸다.
“습격이 있었네.”
“습격이요? 감히 누가…….”
산적과 표국은 겉으로는 앙숙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산적이 있어야 표국이 장사를 할 수 있고, 표국이 있어야 산적들도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표국이 표행을 떠날 때마다 산적들에게 일정한 통행료를 내는 것이 관례처럼 된 터라 두 세력이 부딪치는 일이 거의 없다.
“모르네. 처음 보는 놈들이었어.”
표행을 끝내고 거의 표국에 다 왔을 때 복면을 쓴 자들이 일행을 덮쳤다.
국주와 표사들은 용감히 싸웠지만 기습인 데다가 전력까지 열세라서 큰 피해를 입어야 했다.
“표행이 끝났을 때 습격했다고요?”
표물을 노린 것이라면 가는 길에 습격하는 것이 당연하다. 표행이 끝나고 습격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았다.
“그들이 마음만 먹었으면 우리 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야.”
그만큼 적들과 표행의 전투력은 차이가 극명했다. 아무리 국주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한들, 한 손으로 열 손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습격의 의도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총관의 말에 국주는 침울한 어투로 말했다.
“경고가 아닌가 하네. 한동안은 표행을 삼가라는 뜻이겠지.”
“그런…….”
표국이 표행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생길 수 없다. 당장이야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겠지만,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큰 문제다.
“역시 대원표국 놈들 짓인가?”
대원표국은 근처에 있는 경쟁 표국이다.
특별한 원한 관계는 없지만 같은 업종에 종사하니 경쟁할 수밖에 없는 사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고수들은 어떻게 초빙한 거지?”
용문표국이 초빙한 고수는 빈객 여덟 명이 전부다.
하지만 그들도 위급할 시에 부탁할 수 있을 정도일 뿐, 다른 파벌 간의 싸움에 도와 달라 말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누가 아무 은원도 없이 자신도 위험할 수 있는 일에 끼어들겠는가?
아무도 연유를 알 수 없어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정문에서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 급보입니다!”
“무슨 일인가?”
그는 다른 일로 밖에 나가 있던 표사였다. 그런데 시장에서 접한 놀라운 정보를 듣고 달려온 것이다.
“대원표국이…….”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말했다.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멸문했다고 합니다.”
“뭐야?!”
대원표국은 용문표국 못지않은 성세를 누리고 있었다.
그리 쉽게 무너질 곳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 습격의 배후로 대원표국을 의심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혐의가 벗겨지기도 전에 대원표국이 멸문했다니.
“설마…?”
“우리를 습격한 자들 짓일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났다고 생각할 수 없겠지.”
경쟁 표국의 견제라고 해도 심각한 일인데, 그곳이 아예 없어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절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아니, 그전에 어떤 놈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 거야?”
표국 하나를 정체도 들키지 않고 멸문한 놈들 아닌가. 이 일대에서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세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녹림의 움직임에 대해서 들어온 정보는 없나? 요즘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하던데.”
“요 근래에 새로운 녹림왕의 출현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외에 별다른 징조는 없었습니다.”
“새로운 녹림왕은 신중한 성격이라고 들었어. 아무리 녹림이라도 이런 무도한 짓을 벌일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겠지.”
“국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일단 두고 보지. 그들에게 목적이 있으면 곧 드러날 것이야.”
최악의 경우에는 봉문까지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단은 당분간은 표물을 받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손님이 오면 자네가 둘러대서 돌려보내 주게.”
“알겠습니다, 국주님.”
가장 큰 경쟁자인 대원표국이 사라졌으니 앞으로 의뢰가 폭주할지도 모른다.
그런 시기에 사실상 휴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손해고 신뢰도 깎아 먹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 적의 정체로 모르고 진정한 목적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말이다.
송진우의 존재를 알려야 할 총관도 너무 분주해서 다른 이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결국 이날도 송진우는 국주와 만날 수 없었다.
* * *
다음 날, 본관 응접실에서 송진우는 국주와 정식으로 대면하게 되었다.
“반갑습니다, 소협. 본인이 용문표국의 국주인 윤서진이라 합니다.”
“송진우라 합니다. 까마득한 강호의 후배니 말씀 낮춰주시죠.”
“허허, 예의 바른 친구군. 좋네.”
송진우의 원래 목표는 용문표문의 호감도를 올리는 것이다. 그러니 싹싹하게 나갈 필요가 있었다.
“어제 미리 인사해야 했는데 용서하게.”
“아닙니다. 바쁘신 분이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곧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린 나이에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들었는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문이 어딘지 알 수 있겠나?”
평소라면 젊은 고수의 등장을 축복이라 여기겠지만 지금은 큰 사고를 당한 직후 아닌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고수의 등장에 의심부터 생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니 송진우로선 지금이 가장 중요했다. 실수하면 호감도는커녕 빈객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구극혈공의 나머지 부분을 찾으러 왔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송진우는 진실과 거짓을 적절하게 섞어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남무파라고 알고 계십니까?”
“남무파? 설마…… 그 남무파를 말하는 건가? 전진에 뿌리를 둔?”
“그렇습니다. 저는 남무파의 마지막 생존자입니다.”
송진우의 말에 잠시 뭔가를 떠올리던 국주가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크게 소리쳤다.
“저번에 청성에 의해서 멸문을 당했다던?!”
“맞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허허허….”
남무파는 작은 문파였다. 그런 문파가 하나 사라지는 일은 이야기꺼리도 안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그들이 기어코 복수에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구파일방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청성파를 상대로 말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 국주가 새삼 놀랍다는 눈으로 송진우를 보며 물었다.
“설마, 자네도 그 자리에 있었나?”
국주의 질문은 청성파의 장문인인 여창해의 죽음에 대한 것이었다.
여창해는 화경의 끝자락에 있던 절대 고수로, 레벨로 치면 1,500이나 되는 보스 수준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때 저의 사형이 여창해와 동귀어진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
국주는 측은한 눈빛으로 송진우를 봤다. 하루아침에 문파와 사형제들을 모두 잃은 슬픔이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자신 역시 표사 몇 명이 죽으니 가슴이 미어지지 않았던가.
“제가 이곳을 온 이유도 우연이 아닙니다. 같은 전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용문파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군. 이제는 우리 용문표국이 전진에서 갈라진 용문파였음을 아는 사람도 드물지.”
다행히 국주는 송진우의 말을 믿는 모양이다.
그건 송진우의 설명 때문만은 아니었다. 송진우의 몸에서 풍기는 구극혈공의 내공이 그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네의 무공을 보니 내가 부끄러워지는군. 우리 용문파는 과거의 무공을 거의 잃고 지금은 삼류에서 겨우 벗어난 비루한 신세가 되었어.”
전진파에서 갈라진 문파 중 가장 성공한 곳은 바로 화산파다.
화산파는 구파일방 중에서도 소림과 무당 다음으로 꼽히는 강력한 문파다.
그런데 용문파는 고작 표국을 운영해야 할 정도로 무공이 형편없었다. 그들의 조상이 무공을 반만 보전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용문의 무공도 절대 낮지 않습니다. 조금만 손보면 분명 화산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송진우의 말뜻을 읽은 국주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그 말은…… 자네가 우리를 도와주기라도 하겠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