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15화
15화
송하나가 겨우 뜯어말려서 겨우 둘이 떨어졌다.
송진우는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반면 요단강을 거의 넘어 돌아가신 할머니와 안부 인사할 뻔한 남자는 두려워하는 표정을 지은 채 그런 송진우의 눈을 피했다.
“어서 꺼져!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더 이상 유약하고 소극적이기만 했던 송진우가 아니었다. 오늘 중앙 대륙에서 겪은 일 때문에 그의 성격이 완전히 변한 듯했다.
“히익!”
그의 터질 듯한 분노에 완전히 압도당한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쳤다.
평생을 함께 산 송하나도 오빠의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 늘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오빠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쩔뚝거리며 어디론 가로 저벅 저벅 걸어갔다.
그곳은 모텔가의 외진 곳이어서 불빛도 비추지 않은 곳이었다.
홍대고, 더군다나 모텔가의 외진 곳이니 불결한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쉽게 드나드는 곳이 아니지만 뜻밖에도 송진우가 가자 비명이 들렸다.
“꺄악!”
그건 어떤 여자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오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던 송하나는 비명을 듣고서야 송진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여전히 씩씩대고 있는 송진우가 서 있었고,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 둘이 넘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둘의 얼굴이 낯익었다.
“혜주, 승연이?”
그 둘은 놀랍게도 송하나의 반 친구들이었다. 그들이 이런 한밤의 홍대에, 그것도 모텔가에 있었다.
송하나는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인지하지 못했지만, 송진우는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그녀들에게 손을 내밀어 말했다.
“내놔!”
“네?”
송진우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그녀들은 울먹거리며 반문했다.
“핸드폰 내놓으라고!”
송진우가 목이 쉴 정도로 큰소리를 하며 윽박지르자, 그녀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송진우가 거칠게 뺏은 그 핸드폰에는 놀랍게도 송하나와 남자가 모텔 앞에서 실랑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송하나가 놀란 눈으로 그녀들을 쳐다봤다.
“너희들?”
아직 송하나는 무슨 일인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송진우는 그걸 머리 위로 높이 들어 땅에 힘껏 내던졌다.
콰직!
“꺄악!”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이 엉망으로 박살 났다.
송진우는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발로 마구 밟아서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그리고 손을 들어서 매섭게 휘둘렀다.
짝! 짝!
“아악!”
송진우에게 뺨을 맞은 둘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얼굴이 시퍼렇게 부풀어 오르고 코피가 터졌지만, 송진우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짝! 짝! 짝! 짝!
“꺄악!”
나중에는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엉망이 되었다. 한평생 처음으로 여자를 때렸지만, 송진우는 더 사납게 그녀들을 째려보며 소리쳤다.
“네년들! 다시 한번 우리 하나에게 이따위 수작을 부리면……!!”
오늘 아침의 송진우와 지금의 송진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송하나의 끔찍한 미래를 봤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람을 직접 죽였다는 점에서 내뿜는 기운이 완전히 달랐다.
“그땐 진짜 가만두지 않겠다.”
굶주린 맹수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살기가 덮치니 아직 고등학생인 그녀들은 견디지 못하고 오줌까지 지려 버렸다.
잘못하면 여기서 진짜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뺨 맞은 것은 머릿속에서 날아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진짜 죽여 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진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겁에 질린 그녀들을 놔두고 송진우는 송하나의 손을 잡고 빠르게 걸었다.
“어서 가자!”
“으, 으응.”
송하나가 저녁 연습이 끝났을 때였다. 반 친구들이 갑자기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마침 출출해서 따라나섰는데 뜻밖에도 친구의 삼촌이라는 사람이 같이 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송하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밤을 먹고 집에 가려 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사라진 사이에 그가 갑자기 돌변해서 모텔로 끌고 가려 했다.
이것도 모두 반 친구라는 년들이 꾸민 일이다.
그리고 계획대로 송하나와 남자가 모텔 앞에서 실랑이하고 있는 장면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다.
‘이걸로 동생은 완전히 파멸하지.’
음악계는 매우 좁아서 나중에는 같은 업종의 사람이라면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니 나쁜 소문은 발 없는 말처럼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누가 봐도 남자에게 돈을 받고 원조교제 하는 사진이다.
그런 사진이 처음에는 학교 게시판에 붙여지고, 나중에는 인터넷에까지 올라가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그럼 송하나의 원조교제는 기정사실이 된다.
아무리 송하나가 천재 아티스트라도 이런 스캔들이 벌어지면 다시는 사람들의 앞에 설 수 없다.
그것을 알고 평소 송하나의 재능을 시기한 여자아이들이 이런 일을 꾸민 거다.
생각 같아서는 최강현처럼 그년들의 목에 칼을 박고 싶었다.
“하나야.”
“으, 응?”
“다시는 그년들하고 놀지 마.”
“……응.”
송하나도 송진우 못지않게 충격이 컸다.
그녀도 바보가 아니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 않았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떠들던 친구들이 자신에게 그런 중상모략을 꾸밀지 상상도 못 했다.
둘은 그렇게 다시 서로의 온기만 의지한 채로 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 * *
쿵!
집에 돌아오자마자 송하나는 씻지도 않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엎드렸다.
흐느끼며 우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그 소리에 그녀의 방에 노크하려던 송진우는 들었던 손을 다시 내리고 화장실로 가 샤워하기 시작했다.
중앙 대륙에서 굴렀었던 몸인데 아직 씻지도 못했다.
쏴아아아.
옷을 벗고 샤워하면서 송진우는 자신의 왼쪽 눈을 자세히 봤다.
분명 자신의 손으로 단검을 찔러 놓았던 눈이다. 아직도 눈이 터져나가는 기분이 생생한데 지금은 멀쩡했다.
거울로 가만히 살펴보니 확실히 뭔가 다른 점이 발견되었다.
‘붉은색?’
한국인의 눈동자는 원래 검은색과 갈색이 섞여 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송진우의 왼쪽 눈의 동공은 검붉은 색이었다.
혹시나 하고 오른쪽 눈을 봤다. 오른쪽 눈은 평범했다.
‘틀림없어. 이건 내 눈이 아니야. 바뀐 거야.’
미래를 봤을 때 왼쪽 눈이 터질 듯이 아팠던 것이 기억났다. 분명 이 눈이 무슨 작용을 해서 미래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곳도?’
송진우는 자신의 음낭을 봤다. 그곳도 단검으로 잘랐었는데 지금은 멀쩡한 곳이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전과 다른 점은 찾지 못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정체불명의 신이 눈뿐만 아니라 음낭까지 요구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뭐가 생기겠지.’
하필 음낭이라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휴~”
거기까지 생각한 송진우는 비로소 몸의 힘을 풀 수 있었다. 중앙 대륙에 들어가고 동생을 구한 일까지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었던 하루였다.
‘그래도 동생을 구했어.’
미친놈처럼 날뛰었지만 어찌 되었든 동생의 여러 파멸의 길 중에서 하나를 막았다.
아까 본 미래는 분명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송하나가 바이올린이 아닌 걸레를 들 리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 그 신은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동생의 파멸을 막지 못한다고 했다.
“강해져야 해.”
아직 어떻게 강해져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또 그 신의 목적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 신도 목적을 위해서 자신을 이용할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설사, 또 자신이 이용당하는 것이라도 동생만 구할 수 있으면 된다.
“내게 힘을…….”
그때였다. 마치 송진우의 생각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다시 왼쪽 눈이 더 붉어지며 타오르는 듯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큭!”
다시 시간이 멈추고 송진우는 환영을 보았다. 어쩌면 자신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었던 환영을 말이다.
몇 분, 혹은 몇 시간일지도 모르는 시간이 지나갔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쏴아아아.
멈췄던 사워기의 물이 다시 몸에 떨어지자, 송진우는 비로소 제정신을 차렸다.
몸은 아직 적응이 안 돼, 비틀거렸지만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는 방금 본 장면을 잊지 않기 위해서 수십 번을 되뇌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정리한 후에야 깊은 한숨을 쉬며 몸에 힘을 풀었다.
“헉, 헉. 좋아,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
송진우는 동생이 잠든 곳을 힐끗 보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동생과 자신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LOG IN》
신의 아바타가 되었음에도 송진우는 여전히 디멘션 월드에 접속해서 생활 스킬만 올렸다.
지금은 마을 뒷산에 올라서 벌목을 하는 중인데 마치 산에 있는 모든 나무를 벌목하겠다는 기세로 도끼를 휘둘렀다.
쿵! 쿵!
현재 송진우의 벌목 스킬은 최상급으로 레벨 MAX다.
지금 이렇게 미친 듯이 벌목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벌목 스킬을 특급으로 올리기 위함이었다.
그래야 전에 도축을 특급으로 올렸을 때처럼 S급 엠블럼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가진 것으로는 너무 부족해.’
송진우가 이렇게 S급 엠블럼에 목을 매는 이유는 환영에서 본 미래의 모습 때문이었다.
환영에서 송진우는 난장판이 된 집안에서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손의 주름으로 봐서는 족히 십 년은 지난 후인 것 같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사형을 앞둔 사형수의 회고록이 방영되고 있었다. 사실 회고록이라기보다는 그의 무용담에 더 가까웠다.
그는 사형수임에도 히죽거리며 자신의 살인을 무용담처럼 말했다.
그의 별명은 인간 도살자다. 그만큼 수많은 인간을 잔혹하게 도륙했다.
그가 누구를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한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힘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난 그 당시 허접한 인간이었다. 짐꾼으로 따라갔던 중앙 대륙에서 그런 행운을 만날지 몰랐지.”
그는 송진우처럼 짐꾼으로 다른 일행을 따라 중앙 대륙을 탐험하다가 어떤 퀘스트에 휘말려 ‘디멘션 특성’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디멘션 특성’은 엠블럼처럼 플레이어에게 능력을 올려주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그린존인 현실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그 ‘디멘션 특성’을 이용해서 엄청난 힘을 얻었고, 곧 그 힘을 악용해서 살인, 방화, 강도, 강간 등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범죄를 저질렀다.
결국은 잡혀서 사형수가 되었지만 그 능력만큼은 특별했다.
정체불명의 신이 송진우에게 추천해 줄 만큼 말이다.
조건은 간단했다. 레벨 100이 넘지 않은 플레이어가 특정한 장소에 도달해서 특정한 행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최소 레벨이 500인 중앙 대륙에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고서야 그런 저렙이 던전까지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사형수인 퀘스트의 주인이 그곳에 가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후다.
그러니 송진우에게 충분한 시간은 있었다. 문제는 장비와 스탯 등의 스펙이다.
지금 송진우로서는 그곳에 가기도 전에 죽을 것이 뻔하다. 능력을 키워야 하지만 레벨이 100이 되면 자격조건을 박탈당해서 레벨을 올릴 수도 없다.
그러니 다음 방법은 장비 아니면 엠블럼이나 칭호다.
장비는 돈이 필요하고 엠블럼이나 칭호는 얻는 조건이 까다롭다.
하지만 송진우는 무려 S급이나 되는 엠블럼을 얻는 조건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생활 스킬을 특급으로 올리려는 거다.
쿵! 쿵!
송진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집중해서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늘 집중력은 좋았지만 중앙 대륙에서 S급 엠블럼을 얻어서 더 수월해졌다. 전과 비교하면 날아다닐 것 같은 정도다.
‘이걸로는 부족해.’
그 사형수가 디멘션 특성을 얻기까지는 아직 5년이나 남았다.
하지만 동생 송하나에게 또 언제 악운이 덮칠지 모른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그곳에 가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 엠블럼을 얻어야 한다.
환영의 끝에서 미래의 송진우 본인이 내뱉은 혼잣말이 아직도 귀에서 맴돌고 있다.
내게 저런 힘이 있었더라면 동생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