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53화
153화
“그리고 그들은 모두 죽었어.”
그 말을 듣자 송진우는 직감할 수 있었다.
‘우연이 아니야.’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어나고 있었다.
‘근데 단순히 쓰러졌다고?’
무슨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것도 아니고, 엘리베이터가 주저앉은 것도 아니라 춤 연습하다가 혼자 쓰러진 사건이다.
어쩌면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지만, 송진우 입장에는 그렇게 볼 수가 없었다.
청산가리는 몰래 물에 타면 끝이다. 하지만 쓰러져서 죽는 것은 도대체 무슨 수를 써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알리바이가 있는 건가?’
사고를 당한 미자라는 아이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연습실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러니 특별한 힘이 있지 않고서야 이곳에서 사건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 ‘특별한’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강하게 의식되었다.
‘설마…… 특별한 능력자가 있는 건가?’
포식의 힘을 가진 송진우처럼, 전에 안개의 화신 특성을 가진 변태 살인범처럼, 이번에도 특수한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개입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건 좀 더 알아봐야 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다. 분명 다른 의도가 숨어져 있다.
그날 밤, 송진우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건 기다리고 있던 김택현 기자의 전화였다.
“알아보셨습니까?”
-네. 확실히 쥬얼 엔터테인먼트에서 비정상적으로 사고가 자주 일어났네요.
“제가 듣기로는 올해만 다섯 건이라는데요?”
-퇴사한 연습생이 사고를 당한 것까지 합하면 10건이 넘습니다. 하지만 타살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진짜 사고로 죽은 것이라서 수사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건 김택현 기자가 친분 있는 경찰에게 물어 겨우 얻은 정보다. 모두 완벽한 사고였기에 자료를 보는 것도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이것이 의심스러운 겁니까?
“일단 조사 중입니다. 저도 아직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또 도와드릴 것은 없습니까?
“이제까지 일어났던 사고 정보만 보내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송진우는 자지도 않고 다시 쥬얼 엔터테인먼트 본사로 향했다.
건물은 연예인들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밤에도 경비가 삼엄한 곳이다.
하지만 검은 사신 활동으로 잠입에는 이골이 난 송진우에게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목표로 했던 방은 단단한 자물쇠와 경비 시스템으로 보호되어 있었다.
하지만 혼령 질주를 통해 간단히 벽을 통과하면 그만이다.
“찾았다.”
전에 봐둔 컴퓨터에서 연습생에 관련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비밀번호라도 걸려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것은 없었다.
“김애지, 고민정…… 모두 여기 있네.”
다행히도 이미 나가거나 사망한 연습생의 자료도 아직 남아 있었다.
“뭐, 특별한 것이라도 있나?”
김택현 기자가 준 자료로는 특별히 이상한 점이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범인이 무작위로 연습생을 해친 것이 아니라면 분명 겹치는 특징이 있을 텐데 말이다.
김택현 기자가 준 자료와 회사에서 관리하는 자료를 비교하며 유심히 살펴봤다.
그리고 곧, 그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건 송진우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점수가 낮네?”
쥬얼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연습생들을 점수로 매겨 관리하고 있다.
노래, 춤, 외모, 성실함, 성격, 스타성 등을 따로 점수로 매기고 그것들의 총합도 따로 표시해 놓았다.
점수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연습생에서 방출한다. 총합이 조금 떨어져도 한 가지에 특출하면 더 세심하게 관리한다.
그런데 사고를 당해서 죽은 연습생들은 이상하게 모두 점수가 낮았다.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면 필시 회사에서 방출될 만큼 낮은 점수였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송진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 말이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송진우는 급히 자료를 넘겼다. 그러자 이제는 익숙해진 인물에 과한 정보가 나왔다.
“찾았다. 서예나.”
서예나는 송진우를 따돌리려던 그룹의 리더이자 새롭게 본 영상 속에서 본 다른 희생자다.
하지만 그녀는 메인 보컬로 거론될 정도로 가창력이 뛰어나다. 인물로 반반하고 춤도 잘 춰서 데뷔가 유력한 상태다.
그러니 그녀가 희생당한다는 사실은 낮은 점수가 공통점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다.
“내가 틀렸나?”
머리를 갸웃거리던 송진우는 기록의 어느 부분에서 눈이 멈췄다.
“성격이 F네?!”
서예나는 다른 부분에서는 모두 A, 혹은 B를 기록할 정도로 점수가 높았지만 성격은 최하였다.
다른 연습생의 자료에서도 F점은 본 기억이 없었다.
그녀의 자료 밑에는 짧은 글로 평가가 남겨져 있었다.
-연습생들과의 충돌이 빈번함. 과거 일진으로 활동했음. 데뷔 시 큰 논란이 예상됨. 대체할 메인 보컬 필요.
회사에서도 서예나가 어떻게 연습생 생활을 보내는지 잘 알고 있었다. 성격 부분이 최악이었지만 대체할 다른 메인 보컬이 마땅치 않아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 글을 보는 순간 송진우의 머리를 스치고 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거 설마…… 나 때문이야?”
의도치 않았지만 동요를 불러 회사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킨 송진우다.
그 덕분에 들어오자마자 단숨에 메인 보컬 후보가 되었고 춤이나 다른 평가도 후하다.
새로운 메인 보컬을 얻었으니 회사 차원에서도 과거 행적이 불순한 서예나를 안고 갈 필요는 없어진 셈이다.
그러니 서예나는 유력한 메인 보컬 후보의 지위에서 단숨에 뚝 떨어져 방출될 위기까지 놓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딱 떨어지긴 하는데…….”
다시 송진우의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공통점은 찾았지만 동기가 너무 빈약했다.
“어떤 미친놈이 단지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겠어?”
정말 그렇다면 예전 여장 사이코패스보다도 더한 변태 살인마다. 그는 그래도 본능에 충실한 변태였는데, 이건 제대로 미친 사이코다.
“잠깐, 그러면 연습생들은 범인이 아니라는 소린가?”
당연히 연습생들에게는 점수가 공개되지 않는다. 회사 간부 중에서도 연습생을 관리하는 사람만이 이 자료를 볼 수 있다.
“그럼 용의자가 확 줄어들긴 하는데…….”
이 자료를 볼 수 있거나 자료를 제시하는 사람은 양진만 대표를 비롯해서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용의자는 좁힐 수 있었지만 여전히 동기와 범행 방식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추리한 것이 틀릴 수도 있고…….”
뭐든지 단언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이렇게 복잡한 사건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용의자는 연습생이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나중에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을 수도 있다.
“끙! 결국 더 열심히 조사해야겠네.”
다행히 초직감이 있으니 단서가 될 것을 발견하면 분명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발로 열심히 뛰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송진우의 결의는 다음 날 바로 무너졌다.
“자~ 연습 끝!”
때는 격렬한 안무 연습이 끝난 뒤였다. 리듬이 빠르고 난이도가 높은 안무를 연습했기에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퍼져버렸다.
물론 송진우는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땀이 나기는커녕 아직 준비운동도 안 되었다.
문제는 그 뒤였다.
“10명씩 짝지어서 샤워하고 돌아와. 나머지 부분은 말로 설명할 거고, 그다음에 밥 먹고 다시 모일 거야.”
‘샤워?’
움직임이 많을 수밖에 없는 연습생들이다. 당연히 이곳에는 씻을 샤워 설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이제까지 샤워는 개인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체로 움직일 때는 간혹 반강제적으로 할 때도 있었다.
당황하고 있는 송진우에게 새벽이가 갑자기 팔짱을 끼며 말했다.
“유리야. 같이 들어가자.”
“어, 어?”
송진우가 새벽이의 발성 연습을 도운 탓에 불과 며칠 사이에 부쩍 친해진 둘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사심 없이 동생 또래의 여자아이를 도왔을 뿐이다. 이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만약 송진우가 이런 것을 원했다면 진작에 샤워실에 밥 먹듯이 드나들었을 것이다.
“그럼 나도 같이 가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진까지 합세했다. 그러자 그녀 패거리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네, 언니.”
여기서는 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송진우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걸었지만 역시 뇌에 과부하가 걸렸다.
송진우가 이상하게 걷는 것을 본 유진이 풋 하고 웃으며 말했다.
“뭐야? 너 왜 그렇게 걸어?”
“네, 네?”
“지금 손과 발이 같이 가고 있잖아.”
너무 당황한 나머지 걷는 손과 발이 같이 나가고 있었다.
옆에서 보면 무슨 고장 난 로봇 같았으니 유진이 웃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솨아아아~~!
까르르르!
힘든 훈련 끝이라서 그런지 소녀들은 웃으면서 신나게 샤워를 했다.
“야~ 아까 김 쌤 봤어? 입꼬리에 흰 거품이 부글부글 하던데?”
“아하하~ 나도 봤어. 그 선생님은 맨날 그러더라.”
“어라? 너 갑자기 좀 커진 것 같다?”
“에헴! 요즘 우유와 치즈를 아침마다 먹고 있어. 전에 재보니까 2cm 커졌더라.”
“어떡해~ 나 살 또 쪘나 봐. 옆구리에 살이 잔뜩 붙었어.”
“그러게 어제저녁에 라면 먹지 말라니까.”
샤워실에서 소녀들의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송진우는 머리를 거의 샤워실 벽에 처박듯이 하고 서 있었다.
다행히 사신의 가면에 붙은 형상 변환 옵션 덕분에 벗었어도 완벽한 여자의 몸이었다.
하지만 속은 여전히 혈기 왕성한 20대 초반 청년이다. 아무리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미소녀들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고 태연할 수는 없었다.
송진우는 조용히 샤워만 하고 다른 아이들이 모두 끝나고 나갔을 때 마지막에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시도는 유진의 거침없는 손짓에 의해서 무너졌다.
물컹.
“어머~ 유리 봐. 몸매가 장난 아니야.”
유진이 뒤에서 송진우의 가슴을 만지며 말하자 모든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어머~ 어머~ 쟤 허리 봐. 엄청 가늘다.”
“근데 가슴은 왜 이렇게 커? 혹시 수술한 거야?”
“어디, 이런 건 내 전문이지.”
물컹.
삽시간에 외간 여자에게 자신의 가슴을 허락한 송진우였다.
“대박! 실리콘이 아니라 진짜 가슴이야!”
“진짜? 나도 만져 볼래.”
몰려드는 소녀들의 파상 공세에 송진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기만 했다.
가슴은 무참히 유린당했지만 그 덕분에 모든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신이시여.’
불행인지 행운인지도 애매한 상황에서 송진우는 신만 간절하게 찾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직!
갑자기 천장에서 뭔가가 파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아이들은 웃고 떠드느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송진우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지만 왠지 모르게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불길한 마음이 든 송진우는 다급히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끼이이~
그건 샤워실 천장에 붙은 환기구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곳의 환기구는 단순히 구멍만 뚫린 것이 아니라 복잡한 기계 장치가 제습과 환기를 적정하게 조절하고 있다.
그 덕분에 무게도 만만치 않게 나가는데 족히 20에서 30kg은 된다.
우지직!!!
천장이 순식간에 무너지더니 환기구가 통째로 떨어졌다. 그것이 떨어지는 곳에는 아직도 영문도 모르고 재잘거리고 있는 소녀가 서 있었다.
“위험!”
송진우는 단숨에 뛰어서 그녀를 껴안고 나뒹굴었다.
간발의 차이로 소녀의 머리를 스친 환기구는 그대로 바닥에 충돌했다.
쾅!!!!
“꺄아아악~!!!”
샤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떨어진 환기구에서 나온 파편이 사방으로 펴졌는데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겨우 위기를 넘긴 소녀는 아직 송진우의 품에서 영문도 모르고 멍하니 떨어진 잔해만 보고 있었다.
그사이 송진우는 부릅뜬 눈으로 환기구가 있던 곳, 천장의 시커먼 구멍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