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5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55화
155화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나무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고기의 종류와 부위만 조금씩 다를 뿐, 잘 정돈된 고기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었다.
조금 더 이동하니 연못 같은 것이 보였는데, 그곳에 있는 건 일반적인 물이 아니었다. 가까이 가자 독한 술 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였다.
황당한 모습이었지만 짐작이 가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설마…… 주지육림?”
과거 중국 은나라에 주왕이라는 희대의 폭군이 있었다. 방탕하고 낭비가 심한 것으로 유명했는데 어느 날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
바로 숲을 통째로 개조해서 인공 연못을 만들어 거기에 술을 가득 채워 놓고, 그곳에 조각배를 띄워 음주를 즐기는 것이었다.
또 근처 숲의 나무에는 음식을 가득 걸어 놓아 지나가면서 즉석에서 따 먹게 했다.
지금의 기술과 자본으로도 상상하기 힘든 미친 짓이다. 그런 일을 막대한 노동력을 투입해서 실행했다.
오늘날에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주연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 될 정도로 유명한 사건이자 장소가 바로 이 주지육림이다.
그것을 깨닫자 아까 보았던 여성의 복식이 이해가 갔고, 또 그 정체도 짐작할 수 있었다.
“달기…….”
달기는 주왕의 애첩으로 어떤 측면에서는 주왕보다 더 유명한 인사였다.
원래 총명했던 주왕이 주지육림 같은 사치를 하게 된 것도 그녀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중국의 긴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악녀였다.
단지 사치만 심했으면 악녀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달기는 사치는 물론이고 잔혹함이 형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유명한 예로, 당시 비간이라는 성인이라고 불리는 충신이 있어 은왕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달기가 “듣자 하니 성인의 심장에는 7개의 구멍이 있다던데 한 번 확인 좀 해보자.”라는 말로 정말 그의 심장을 뽑아 죽였다.
그밖에도 죄인들을 고문하고 죽이는 것을 보며 깔깔대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후에 주왕의 폭정을 견디지 못한 백성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강태공의 보좌를 받은 무왕에 의해서 주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참수당한 주왕에 비해 달기의 최후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주왕처럼 참수당했다는 설도 있고 몰래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후대에는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 나라를 망하게 할 목적을 가진 요괴가 변신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좋지 않은데…….”
디멘션 월드의 법칙상,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일수록 더 강한 힘을 얻는다.
그래서 같은 신화라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 더 높은 레벨을 지니고 있다.
달기는 신화가 아니라 역사 속의 인물이지만 그 악행이 알려지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 공포가 모여 이렇듯, 거대한 고유결계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게 된 듯했다.
여전히 왜 성적이 나쁜 연습생을 죽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대로 아무 사건 없이 중심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그렇게 편하게 흘러갈 리가 없었다.
쿵!!
곧 거대한 몸체의 무언가가 일행의 앞에 나타났다.
◆음원숭
(LV 450)
그건 더러운 회색 털을 가진 거대한 원숭이였다. 키는 2m가 훌쩍 넘어 보였는데, 한 손에 흙으로 더러워진 해골을 장난감처럼 들고 있었다.
그냥 거대한 원숭이처럼 보였지만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었다. 그것은 잔뜩 성한 채로 꼿꼿이 서 있는 원숭이의 거대한 성기였다.
원숭이가 여자아이들을 보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것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함만이 아닌 것이다.
“꺄아악!!”
원숭이를 보자마자 여자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공황 상태에 빠졌다.
곧 몇 명은 엉금엉금 기어서 뒤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송진우가 제지했다.
“도망치지 마! 이런 놈들이 이 숲에 잔뜩 있을 거야!”
이 넓은 숲에 이런 놈이 달랑 한 마리밖에 없을 리가 없다. 분명 곳곳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그놈들에게 잡히면 잔뜩 유린당한 다음에 편히 죽지도 못할 것이다.
다행히 그 말을 들은 여자아이들이 도주를 포기했다. 만약, 말을 듣지 않고 사방으로 달아났으면 송진우도 도울 수 없었을 것이다.
“물러서!”
송진우는 거대 낫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서자 여자아이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커어엉!”
송진우의 낫을 본 원숭이도 기다란 손톱을 뽑아 경계하기 시작했다. 짐승의 손톱이지만 예리한 검 못지않게 단단하고 날카로워 보였다.
원래 송진우는 레벨 450의 몬스터 정도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잡아봤자 경험치도 별로 못 얻기 때문이다.
중앙 대륙에 나오는 몬스터의 최저 레벨이 500이다.
송진우는 그런 곳을 2차 전직도 하기 훨씬 전부터 제집 드나들 듯이 들락날락했었다.
하지만 그건 디멘션 월드의 힘이 적용된 상태에서의 이야기였다.
비록 포식 스탯은 여전히 적용되지만, 디멘션 특성을 제외한 엠블럼은 적용되지 않고 스킬도 사용할 수 없다.
결코 만만히 대할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래 봤자 원숭이지.”
쾅!!!
송진우가 거대한 낫을 휘두르니 쏜살처럼 날아오던 원숭이의 손이 튕겨 나갔다.
충격이 컸는지 원숭이는 표정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손을 탈탈 털었다. 그러고는 곧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우워어어어!!”
마수형 몬스터라서 무기와 갑옷은 없지만 공격 타입은 지독할 정도로 저돌적이다.
긴 팔을 이용한 공격은 물론이고 가까이 붙으며 머리를 내밀어 물어뜯으려 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공격 방식을 보이는 적과 싸울 때는 어설프게 기교를 사용하는 것보다 힘으로 누르는 게 좋다.
물론 원숭이의 힘은 일반 성인 남성을 훨씬 웃돌지만 포식의 힘을 지닌 송진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쾅!!!
압도적인 힘에 밀린 원숭이의 손톱이 박살 났다. 원숭이가 고통스러워하며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송진우가 그냥 놔두지 않았다.
“도망 못 간다.”
혈마장을 이용해 원숭이의 무릎 관절을 때렸다. 그로 인해 원숭이는 다리를 크게 휘청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부웅~!
원숭이가 주춤하는 사이 반원을 그린 거대 낫이 그대로 원숭이의 두꺼운 목을 갈랐다.
콰직!
원숭이의 목은 성인 남성의 허리보다 더 두꺼웠지만 낫의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
길게 혀를 뺀 원숭이의 목이 흙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아직도 빳빳하네.”
모가지가 잘려도 원숭이의 성기는 아직도 꼿꼿했다. 아마 썩어 없어질 때까지 저 상태일 것 같다.
“더럽게.”
꼴 보기 싫어서 발로 차 엎어놓고는 뒤를 봤다. 그곳에는 입을 벌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소녀들이 서 있었다.
“이제 괜찮아. 당분간은 안전할 거야.”
긴 짐꾼 생활과 짧지만 강렬했던 헌터 생활로 이제는 눈치 100단이 된 송진우다. 이 고유결계의 성질도 대충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숨어서 중앙까지 도달하는 거겠지.’
다른 몬스터와 달리 여기 원숭이 몬스터는 뭉쳐 있지 않고 하나씩 흩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돌파 미션이 아닌 잠입 미션이라는 뜻이다.
숲 곳곳에 숨어 있는 원숭이를 피해서 몰래 이동하는 게 이 결계에서 살아남는 정석일 것이다.
한 명, 혹은 몇 명이 원숭이에게 잡히면 그녀들을 희생해서라도 나머지는 앞으로 이동해야 한다.
아마 송진우가 없었더라면 이미 많은 소녀들이 원숭이의 놀잇감이 되었을 것이다.
“악취미군.”
달기의 악명 그대로 변태적인 고유결계였다. 실제로 과거 주지육림에는 벌거벗은 남녀들을 두어 자유롭게 성관계를 하게 했다고 한다.
저 원숭이를 그것을 상징하는 몬스터일 것이다.
끔찍하고 저질스러운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직접 싸워본 결과 다수가 아니라 하나와 싸우는 것이면 큰 문제 없이 이길 듯했다.
다행히 큰 소리를 내며 싸웠음에도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유가 생기자 무리하게 앞으로 이동하기보다는 소녀들을 챙기려 했다.
아까는 최대한 빨리 이동하려 해서 별다른 주의도 주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사방으로 흩어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것이다.
“몬스터는 처리했으니 조금만 쉬었다가 이동할 거야.”
이 연약해 보이는 소녀들도 밤에는 디멘션 월드에서 몬스터를 사냥한 전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죽은 몬스터의 시체 앞에서도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들에게 닥친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먼저 새벽이 용기를 내서 송진우에게 다가왔다.
“유리야. 이게 무슨 일이야?”
평소 얼음꽃이라고 불릴 만큼 냉정한 새벽도 지금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다른 소녀들은 그보다 훨씬 심했다.
그녀들을 안심시키려 송진우는 진실과 거짓을 적절히 섞어 이야기했다.
“사실 나는 이곳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서 온 잠입 수사관이야.”
“그, 그럼…… 정부 요원 같은 거야?”
“비슷한데, 사립 요원이지. 의뢰를 받고 이곳에 일어나는 일을 조사하고 있었어.”
급하게 지어낸 말이지만 다행히 그녀들은 믿는 눈치였다.
평소라면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송진우의 말보다 더 초현실적인 일이 자신들에게 일어났으니 그것을 의심할 겨를조차 없었다.
“오랫동안 이곳에 잠입해서 수사했어. 여러 자료를 종합한 결과 다음 목표가 예나인 것을 알아냈지.”
그 말에 예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네가 마시려던 물에 독이 타져 있었거든.”
“뭐?!”
그 말을 들은 예나는 목에 독이 들어간 것처럼 컥컥거리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미 평소의 앙칼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더군다나 지금은 송진우가 자신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사실과 지난날 자신이 송진우를 괴롭혔던 기억이 떠오르자 예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유, 유리야. 전에 내가 심하게 한 것은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
“괜찮아. 그런 건 마음에 두지 마.”
예나 딴에는 최선을 다해서 괴롭혔지만 송진우에게는 그냥 귀여운 정도였다. 예전 몸이 아팠을 때 당했던 일에 비하면 그냥 신선한 경험일 뿐이었다.
송진우는 괜찮다고 했지만 예나와 그녀의 추종자들은 계속 불안한 기색이었다. 송진우가 행여나 마음을 바꿀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건 평소에 송진우와 친하게 지내던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리야. 네가 우릴 구할 수 있어?”
역시 눈물 때문에 화장이 반쯤 지워진 유진이 바짝 밀착해서 물었다. 예나보다는 덜 하지만 역시 그녀도 송진우가 자신들을 버리고 혼자 갈까 봐 불안한 눈치였다.
“걱정하지 마. 꼭 너희들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 줄게.”
현재의 모습조차 거짓이었지만 이 말만은 연기가 아니었다.
송진우는 그녀들 전부를 꼭 무사히 구하고 싶었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소녀들을 안심시키고 단단히 주의를 줬다.
“이제 다시 움직일 거야.”
송진우의 말에 소녀들은 두려워하는 눈빛이 역력하면서도 순순히 따랐다.
이곳에 머무는 것이 움직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다고 단단히 일러둔 덕분이었다.
송진우는 정석대로 숨어 가는 것보다 원숭이와 정면으로 싸우는 것을 택했다. 20명이 넘는 소녀들과 함께 몰래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이 방법이라면 모두를 안전하게 목적지로 인도할 수 있을 듯했다.
“쿠어어어!”
역시나 몇 미터 간격을 두고 원숭이가 나왔다.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 않는 송진우였기에 오히려 가면 갈수록 싸움이 수월해졌다. 원숭이들의 공격과 이동 패턴을 익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겁에 질려서 싸우는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던 소녀들도 송진우가 아무 무리 없이 이기니 나중에는 여유가 생겼다.
나중에는 송진우와 원숭이가 싸우는 모습을 흥미로운 눈으로 볼 정도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원숭이는 이 시련의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난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이런…….”
중심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에 금속으로 된 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는 강물 대신 용암과도 같은 뜨거운 쇳물이 흘렀다.
당연히 금속 다리는 달아오른 불판처럼 화끈한 열기를 뿜어냈다.
“젠장, 주지육림 다음에는 포락지형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