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8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58화
158화
‘속전속결!’
송진우는 달기와 많은 말을 나눌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방심하는 사이 단숨에 공격해서 쓰러트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송진우의 시도는 너무나 허무하게 막혔다.
탕!!!
분명 거대 낫이 달기에게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반탄력이 손에 느껴진 것이다.
“크윽!”
튕겨 나가다시피 한 송진우가 의아한 눈으로 달기를 바라봤다.
분명 달기는 자신의 동작에 대처하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신의 왼쪽 눈에서 ‘통찰’의 권능이 발휘되었다.
▲경국지색
▷이성의 공격을 모두 무효로 한다.
“뭐?!”
말도 안 되는 특성이다.
이렇게 되면 남자인 송진우는 절대 그녀를 해칠 수 없게 된다.
그것을 미리 알고 있는 달기였기에 송진우의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오호호! 남자는 날 막을 수 없어.”
어처구니없는 표정의 송진우를 방치하고는 달기가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곳에 뜻밖의 인물이 있었다.
“양진만?!”
“대표님?!”
그건 바로 쥬얼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양진만이었다. 그는 나무로 된 기둥에 꼴사나운 모습으로 묶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장식이 어디서 눈에 익다고 생각했는데 전에 분명 본 적이 있었다.
틀림없다. 주변에 있는 이 기이한 장식은 예지에서 봤던 물건이다.
예지가 맞으면, 바로 여기서 양진만은 살해당한다.
“크윽!”
양진만은 입에 재갈이 물린 상태였는데, 송진우와 다른 연습생을 보고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오호호!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달기는 여전히 요염한 몸동작으로 양진만에게 다가가 재갈과 그를 묶었던 끈을 풀어주었다.
“커억! 이 악마! 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많이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양진만은 재갈이 풀리기 무섭게 악다구니를 썼다.
“아이들은 풀어줘!”
“오호호.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저건 모두 네가 바친 제물이잖아?”
달기의 말에 양진만은 잔뜩 얼굴을 구겼다.
“뭐?!”
“나는 분명 너와 계약을 했어. 그 덕분에 너는 최고의 재능을 지닌 아이들을 고를 수 있었지.”
평범한 프로듀서였던 양진만이 업계 최고의 황금 손이 된 것은 모두 달기가 준 권능 덕분이었다.
달기의 힘을 받은 양진만은 사람들의 재능을 볼 수 있었고, 그것으로 뛰어난 스타 아이돌을 무수히 배출할 수 있었다.
“크윽! 하지만 넌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아이들을 해친다는 말은 없었잖아?”
“무슨 소리야? 분명 나는 성적이 좋지 못한 아이들은 바로 떨어트리겠다고 했잖아?”
그 후에 보여준 달기의 눈빛은 과연 중국 최대 악녀답게 요사스러웠다.
“바로 지옥으로 말이야.”
달기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양진만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처음 달기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속였었다.
이제야 자신의 연습생에게 닥친 불행한 사건이 단지 사고가 아님을 알아챈 양진만은 피눈물을 흘리며 분노했다.
“이익! 날 속였겠다!”
“오호호! 덕분에 젊고 아름다운 아이들의 피로 잘 목욕할 수 있었다.”
달기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 아름다운 여성이 고통 속에서 쓰러지는 것이 그녀의 힘의 원천이다.
그래서 여기 고유결계가 이토록 변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송진우가 없었더라면 대부분의 소녀는 참혹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했을 게 분명했다.
송진우의 활약 덕분에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 그건 달기가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뜻밖에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어. 연회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잔뜩 괴롭히고 죽이는 것은 이곳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달기가 직접 손을 쓴다면 훨씬 더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송진우마저 어처구니없는 특성 덕분에 손쓸 수 없게 된 상황. 연습생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굴렀다.
상황을 깨달은 양진만이 절규했다.
“안 돼! 그건 절대로 안 돼!”
“오호호!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네 부와 명예의 대가는 모두 이들이 받게 될 것이야.”
달기는 신급의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신급 NPC와는 달리 아무 제한 없이 힘을 줄 수 없었다.
그래서 힘을 주는 대신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제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힘은 양진만에게 돌리지 않고 자신의 미모를 가꾸는 것에 사용했다.
“난 사람들에게 사랑과 선한 영향력을 주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했어. 결코 너 같은 괴물에게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바치려 한 것이 아니란 말이야!”
아무리 양진만이 절규한다 한들 사악한 달기에게 통할 리 없었다.
“시시한 남자네.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들을 바치고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었잖아? 그것으로 만족하라고,”
“그럴 수는…… 그럴 수는…….”
충혈된 눈으로 한참이나 미친 것처럼 중얼거리던 양진만은 갑자기 무언가를 결심한 듯이 크게 심호흡했다.
“나만 없으면…….”
그는 이 모든 사태가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사라진다면 이 모든 악몽도 끝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단단한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
덥석!
그러고는 달기를 향해서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네 마음대로는 안 될 거다, 이 악마야!!”
그는 손에 쥔 것을 크게 휘둘렀다.
붕~!
그건 달기를 향해서가 아니었다. 양진만이 물건을 휘두른 쪽은 바로 자신의 머리였다.
송진우가 영상에서 본 것은 이것이었다.
양진만은 다른 누구에게 살해된 것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의 손에 쓰러진 것이었다.
다행히 송진우는 늦지 않게 그것을 깨달았다.
탁!
거칠게 휘둘러지던 조각품을 송진우가 가볍게 잡아챘다.
“소용없습니다. 당신이 쓰러진다고 해도 달기는 또 다른 눈먼 계약자를 찾을 겁니다.”
송진우의 말에 양진만은 10년은 더 늙은 모습과 허망한 눈빛으로 송진우를 바라보기만 했다.
자신의 목숨마저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말을 듣고 분노할 기력마저 사라졌다.
그가 다시 자해할 것 같지는 않자 송진우는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모든 고유결계는 반드시 그 파훼법이 있어. 이곳도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지만 송진우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머리를 더 빠르게 회전하며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보았다.
‘다시 여성으로 변하면…….’
독특한 특성이지만 이성이 아니면 무적이 아니다. 그러니 다시 형상 변환을 통해 몸의 모든 부위를 여성으로 변하고 거대 낫을 꽉 잡았다.
하지만…….
탕!
역시 낫은 허망하게 튕겨 나갔다.
“오호호! 그깟 속임수가 통할 거 같아?”
‘이것으로도 안 되는 건가?’
단지 육체만 변한다고 통하는 것이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여성이 아니라면 소용없는 것 같았다.
공격은 전혀 먹히지 않았지만 범상치 않은 움직임이 거슬렸나 보다. 달기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넌 방해가 되는구나.”
달기가 손을 내밀자 새카만 손톱이 드러났다.
단순히 색깔만 검은 것이 아니라 독이나 저주라도 품고 있는 듯이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달기가 힘차게 손을 휘두르자 마치 검기처럼 네 줄기의 검은 기운이 빠르게 날아왔다.
촤아아악!
검은 기운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그 크기가 커졌지만, 송진우는 단지 반보만 움직인 것으로 그 공격을 간단히 피해냈다.
‘능력은 형편없네.’
700레벨 보스 몬스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약하고 느렸다. 체감으로는 300레벨 몬스터보다도 약한 것 같았다.
만약 공격만 통했더라면 순식간에 쓰러트릴 수 있을 듯했다.
달기의 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한 송진우는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섰다. 이 정도라면 공격이 안 통한다고 해서 수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 보였다.
탕! 탕! 탕!
송진우는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도 달기의 몸 구석구석을 노렸다. 혹시나 남자라도 공격이 통하는 약점 같은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송진우가 공격해도 통하지 않았다. 대신 달기의 화는 확실하게 돋울 수 있었다.
“이 버러지가!”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달기가 마구잡이로 손톱을 휘저었지만 송진우에게 닿지 않았다.
결국 공격이 통하지 않는 송진우와 공격이 닿지 않는 달기의 싸움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파훼법이 있을 텐데…….’
이 결계를 파악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했지만 달기는 그것을 기다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잇! 이것까지 사용하게 되다니!”
그녀는 품에서 사람 머리 크기의 영롱한 빛깔의 구슬을 꺼냈다.
딱!
달기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볍게 두드리자, 결계 전체가 지진 난 듯이 흔들리더니 이내 이변이 일어났다.
쿠웅~!
“꺄악! 피?!”
갑자기 바닥에서 핏물이 생겨났다. 빠른 속도로 차오른 핏물은 이내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가득해졌다
그건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지나왔던 숲과 가시덩굴마저 새빨간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괴롭힘을 위해 구성되었던 고유 결계가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고유 결계 : 혈옥의 궁전》
“오호호호! 아무리 뛰어난 재주가 있더라도 이것은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이 피들은 온천처럼 그냥 땅에서 솟아난 것이 아니다. 달기가 수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은 피다.
수많은 사람을 고통과 절망에 빠트렸던 악행의 증거물.
피에 담겨 있던 회한과 증오는 모두 달기를 향한 것이었지만, 강력한 마력에 속박되어 오히려 그녀에게 조종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저 녀석을 죽여라!”
달기의 말에 잔잔히 흐르던 피가 용오름처럼 허공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핏물은 키가 3m도 넘어 보이는 붉은 고대의 병사 형태로 변했다.
◆혈옥 전사
(LV 600)
600레벨이면 일반 헌터들도 쉽게 잡을 수 없는 고렙의 몬스터다. 그런 병사가 하나도 아니라 열 마리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단지 모습만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는지 달기의 말에 대답까지 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것을 의미했다. 지능이 있다는 것은 까다로운 패턴의 공격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이 혈옥 전사는 디멘션 월드의 힘이 있더라도 쉽게 생각할 적이 아니었다.
“달기의 능력은 이 고유 결계를 만드는 데 편중된 거였나?”
고유결계는 송진우의 간담조차 서늘하게 만들었다. 빨리 약점을 찾지 않으면 답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혈옥 전사는 송진우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여왕님 앞에 고개를 조아려라!]붕!
혈옥 전사는 사명감을 띤 장수처럼 저돌적으로 송진우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쾅!!
전에 만났던 원숭이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했다. 힘과 기술면에서 모두 우월했다.
달기도 송진우만 해치면 다른 이들은 간단히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혈옥 전사들은 실의에 빠진 양진만과 다른 연습생에게는 눈길도 안 주고 송진우만 쫓았다.
쾅! 쾅! 쾅쾅!!
송진우와 혈옥 전사들의 싸움은 마귀와 신장의 싸움을 방불케 했다.
송진우는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도 악귀처럼 몰려드는 혈옥 전사를 상대로 잘 맞서 싸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혈옥 전사들은 생생하게 움직이는 반면 송진우의 힘은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전에 원숭이, 벌들과의 사투에서 소비한 기력과 내공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듯했다.
위기의 순간인데도 연습생이 송진우를 도울 방법은 없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저들의 싸움에 휩싸이면 순식간에 절명할 것이 뻔했다.
그렇게 모두 발만 동동 구르며 송진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을 때,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뜻밖에도 예나였다.
“내게 방법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