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64화
164화
이건 전혀 상상하지 못한 전개다.
하지만 송진우와 이오시프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
송진우는 최대한 차분하게 이오시프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내 주 능력은 흡수야. 그런데 지금 너의 힘을 흡수하려고 해.”
“흡, 흡수요? 절 먹겠다고요?!”
“아니, 네 힘만! 널 먹지는 않을 거야.”
포식이의 입에서는 야수 같은 날카로운 이가 빼곡히 나 있다. 그것을 본 이오시프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진, 진짜죠? 절 먹으면 안 돼요.”
“아니라니까! 그냥 허락만 해줘.”
송진우가 말하는 순간 갑자기 집 밖이 요란해지기 시작했다.
그간 잠잠하게 있던 황충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걸 느낀 송진우가 이오시프에게 말했다.
“왜 또 황충을 조종하는 거야? 내가 설명했잖아. 너한테 해가 가는 일은 없을 거야.”
“제가 하는 것이 아니네요. 아바돈의 짓이에요.”
“아바돈이?”
아바돈은 이제까지 이오시프를 속여서 그의 몸을 거의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송진우라는 방해꾼이 나타나 모든 것을 망치려 하자 자신의 힘을 현세에 드러내게 된 것이다.
아무리 신급 존재라고 해도 대리자 없이 큰 부담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망쳐질 것 같으니 아바돈도 무리를 했다.
우직! 우직!
황충들이 다급하게 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작은 오두막이니 순식간에 뜯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감으로 살펴보니 순식간에 엄청난 수의 황충이 이곳에 나타났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제발 빨리 허락하라고!”
다급한 순간이었지만 이오시프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모습이었다.
하긴 송진우를 만난 것은 불과 몇 분 전이니 그의 말을 온전히 믿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결국 이오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송진우의 제안 말고는 다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알겠어요. 제힘을 모두 포기할게요.”
그 순간이었다.
우드득!
포식이의 혀가 이오시프의 벌레가 된 몸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혀에 마치 접착제라도 발라놓은 것처럼 이오시프의 몸이 딸려오기 시작했다.
“으악!!”
그것은 이오시프에게도 고통이었나 보다.
하지만 역시 이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송진우는 그냥 가만히 지켜봐야만 했다.
우드득!!
혀의 압력에 부서진 몸 조작은 모두 포식이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이나 포식이는 이오시프의 몸을 조각내서 삼키기 시작했다.
우둑! 우둑!
쩝쩝!
누가 봐도 이오시프를 조각내서 먹는 모습이다.
송진우조차 일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 살이?”
조각 난 황충의 몸 사이로 뽀얀 살결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오시프의 몸은 단지 겉만 변한 것이 아니지만 포식의 권능은 이오시프의 내장까지 흡수하고 원래 몸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후르르륵!
마치 국수를 빨아들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포식이의 입안으로 순식간에 남은 황충의 잔재들이 들어갔다.
남은 것은 완벽한 형태의 이오시프였다. 흉측한 곤충의 몸은 사라지고 뽀얀 살결이 보였다.
“휴우~”
순간 잘못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던 송진우도 겨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고통이 끝나자 이오시프도 주섬주섬 일어서서 자신의 몸을 만져봤다.
“왓! 사라졌어!”
딱딱한 곤충의 각질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살이 만져지자 이오시프는 방방 뛰며 좋아했다.
한때는 이러다가 완전한 괴물이 되는 줄만 알았다.
“해냈어요!”
이오시프는 송진우의 손을 부여잡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가 무사한 것을 본 송진우도 비로소 안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래, 다행이네.”
어느새 끔찍한 황충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오시프의 권능이 사라지면서 소환물인 황충이 역소환된 것이다.
물론 모든 권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변태 살인마 때처럼 아바돈의 권능 중 일부는 송진우의 것이 되었다.
《디멘션 특성을 얻었습니다.》
▲섭식
살아 있는 상대를 먹으면 그의 특성을 얻을 수 있다. (총 슬롯 5개)
“섭식?”
포식과 비슷한 능력이다.
다만, 역시 포식의 하위호환이었는데 아바돈의 온전한 권능을 얻지 못한 결과인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한 황충 소환과 조종이 없다.
“이건 확인해 봐야겠네.”
아바돈의 강림은 막았지만, 아직 남은 문제가 있다.
“지낼 곳은 있어?”
이제 온전한 사람이 된 이오시프니 더 이상 숨어 지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이런 우중충한 오두막에 지내는 것보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오시프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가족이 살던 집은 있지만 그곳으로 가면 다시 노배 레스의 추격을 받을 게 분명했다.
이제 아바타 능력은 없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그들에게 잡혀가면 다시 끔찍한 실험을 당할 것이다.
“알았어. 할 수 없지.”
송진우는 그를 업고 다시 먼 길을 뛰어 호텔로 돌아와야 했다.
* * *
-이 아이의 처분은 저한테 맡기셔도 됩니다.
“매번 곤란한 부탁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송진우가 통화를 건 사람은 바로 엘리샤 길드의 길드장인 한수정이었다. 며칠 전에 이오시프를 그녀에게 보냈기 때문이다.
오갈 데 없는 고아를 맡길 만한 곳이 그녀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물론, 돈은 송진우도 충분히 있지만 여권도 없는 이오시프를 밀입국시키고 새로운 신분증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그런데 한수정의 목소리가 뜻밖에 밝았다.
-어디서 이런 아이를 찾으셨는지는 모르지만, 디멘션 특성이 벌써 3개나 있네요? 장래성이 있는 아이니 길드에 넣으면 제 몫은 충분히 할 것으로 보이네요.
“그렇습니까?”
송진우는 이오시프가 가졌던 아바돈의 권능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아무 능력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이오시프에게는 디멘션 특성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아바돈의 것이 아니라 그를 쫓았던 아바타 능력자를 처리하고 얻은 것이다.
송진우가 아바돈의 힘을 얻은 것처럼 이오시프도 다른 아바타 능력자를 죽이고 능력을 흡수한 듯했다.
3개 있다는 것은 황충이 아바타 능력자 3명을 해치웠다는 뜻이 된다.
‘나도 위험했지.’
송진우는 예지에서 봤던 수많은 황충은 포식의 힘으로 무장된 그를 위협할 정도였다.
괜히 다른 아바타 능력자가 당한 것이 아니다.
어쨌든, 생각지도 않은 능력 덕분에 이오시프는 길드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되었다.
아직 레벨은 낮지만 길드에서 케어하면 몇 달 이내에는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으리라.
‘다행이네.’
이로써 송진우도 한시름 덜어낼 수 있었다.
위협도 제거되었고 황충 때문에 동생의 콩쿠르가 방해받는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홀로 남은 호텔 방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라 내 계약자여.]오랜만에 자신과 계약했던 정체불명의 신이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건 것이다.
[이제 때가 되었다.]어찌 되었든 그동안은 송진우가 정체불명의 신에게서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았다. 그것은 이 신이 송진우의 힘이 무르익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충분한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스르륵~
주변에 안개가 끼더니 호텔 방이 사라지고 이내 알 수 없는 세계로 초대되었다.
“이건?!”
눈앞에 나타난 것은 엄청난 크기의 거인 사체였다.
“끔찍하군.”
그것은 모두 갈기갈기 찢어져 뒤죽박죽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역시 난도질당해 아무렇게나 떨어진 입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여 또렷하게 말했다.
[나는 크로노스. 한때는 온 우주의 지배자였던 절대자였다.]드디어 신의 정체가 공개되는 순간이었지만, 송진우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가 준 권능을 생각하면 그전에도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송진우가 그를 계속 정체불명의 신이라고 칭한 것은 그가 직접 밝히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시간과 농업의 신, 크로노스.
버전에 따라서 최고 신인 크로노스(Kronos)와 동명이인의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Chronos)와 나누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는 분명 다른 인물로 구분되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둘이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사람들의 기억과 상상력에 따라 만들어지는 디멘션 월드다. 결국, 그는 두 힘을 모두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송진우에게 시간을 뛰어넘는 예지력을 주고 낫에 강력한 힘을 부여했다.
한때 최고신의 능력이 고작 농업이냐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대에는 농업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다.
다만, 지금에 와서는 그 영향력이 낮아져 미래 예지만큼의 큰 권능은 아니게 되었다.
사실 지금 송진우의 가장 큰 힘은 포식이지만, 그건 신이 준 것이 아니라 예지를 바탕으로 얻어낸 능력이었다.
송진우가 크로노스의 신체 앞에 무릎을 꿇자 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내 아들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 내 아내까지 빼앗아 갔다.]이 역시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본래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와 땅의 신인 가이아가 있어 우주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들의 자식들 중 몇몇이 끔찍한 모습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12명의 티탄과 외눈박이 키클로페르 3형제, 그리고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가 모두 하나 같이 거대하고 흉하게 생겼다.
그리하여 우리노스는 그 흉측한 자식들을 가아아의 자궁인 타르타노스로 돌려보냈고, 그로 인해 가이아는 엄청난 고통에 휩싸여야 했다.
결국 고통과 슬픔에 괴로워하는 어머니를 보다 못한 막내아들 크로노스가 나섰다.
아버지인 우라노스가 자는 때를 틈타 가이아에게서 받은 낫으로 그의 성기를 잘라 바다에 던진 것이다.
처음에 크로노스가 송진우의 음낭을 자르라고 한 것은 상징적인 행위였다.
한편, 자던 도중 봉변을 당한 우라노스는 도망치면서도 크로노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건 크로노스도 자신처럼 언젠가 아들에게 당할 것이라는 예언이자 저주였다.
그리고 예언대로 크로노스는 아들인 제우스와 포세이돈, 하데스에게 봉인을 당하고 말았다.
‘하여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 중에는 제대로 된 놈들이 하나도 없어.’
이것만 보면 크로노스가 아들의 배신으로 억울한 죽임을 당한 것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은 더 끔찍한 일이 있었다.
우라노스의 저주를 두려워한 크로노스가 아들을 낳자마자 모두 먹어버린 것이다.
제우스는 어머니인 레아가 몰래 그를 빼돌려 목숨만 부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크로노스의 배를 갈라 형제들로 구출하고 결국 크로노스를 몰아낸 것이다.
물론 이것도 지방에 따라 조금 다르게 내려오지만 대부분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크로노스도 잘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를 섬겨야 하는 송진우 입장에서는 크로노스의 말을 따라야만 했다.
사실 일일이 따져보면 크로노스의 세 아들도 아버지 못지않게 미친 짓을 많이 하고 다닌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지장보살을 잡을 때처럼 양심의 가책에 걸릴 일은 없다.
송진우가 결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내 아들을 모두 죽여라.]“……아들들을 죽이라는 말씀입니까?”
송진우는 차분히 말했지만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최고신이잖아!’
그리스 신화 지역은 신성 대륙에서도 아스가르드와 더불어 두 번째로 큰 지역이다.
그런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자들이 바로 크로노스의 아들들인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다.
‘못해도 3000레벨 중, 후반.’
레벨 4000이었던 드래곤 로드처럼 그들은 플레이어들이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로키의 경우처럼 퀘스트를 잘 이용하면 쓰러트릴 수 있는 신도 있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장담하건대 그들을 잡을 수 있는 퀘스트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리스 신화 지역의 기반을 무너트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건 포식이 아니라 포식이 증조할아버지가 있다고 해도 절대 가능하지 않는 일이야.’
그런데 송진우가 뭘 걱정하는지 눈치챈 듯 크로노스가 좀 더 부드러운 어투로 신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