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6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66화
166화
계약서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았다.
수익 배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송하나의 편의를 봐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우승 기념 독주회는 연세 대학교 대강당이 좋겠네요. 그곳이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을 겁니다.”
“저와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는 이동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동생이 위험하면 예지가 나올 테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곤란하다.
원래 예지라는 것이 완벽한 것이 아니다. 상황은 계속 변하는 것이라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시간 내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서울에서 나가지 않는 조건으로 스케줄을 잡도록 요청했다.
“알겠습니다.”
양진만은 송진우의 이상한 요구도 별말 하지 않고 다 들어주었다.
송진우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니 필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일단, 기념 공연이 끝나면 ‘대단한 도전’에 출연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곳 MC가 진행을 잘해서 스포츠 스타들이 나오길 선호하는 프로죠.”
“네, 그 프로라면 저도 좋죠.”
역시 전문가라 이야기를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기념 공연은 다음 주로 잡고 벌써 직원들이 방송국 PD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송하나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 *
《중앙 대륙 – 나가 웅덩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송진우는 오늘도 낮에는 중앙 대륙에서, 밤에는 디멘션 월드에서 열심히 레벨을 올렸다.
송하나의 저주받은 운명의 끈을 완전히 끊기 위해서는 반드시 3차 승급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레벨 700과 2차 승급 직업의 마스터가 있어야 했다.
지금 송진우의 레벨은 600대 중반, 직업 레벨은 43이다.
이제까지는 엄청난 속도로 레벨을 올렸다. 그러나 이제부터 플레이어들이 마의 구간이라고 부를 만큼 레벨을 올리기 힘든 구간이다.
모리유의 힘 10%를 얻는 대가로 얻는 경험치의 20%를 그녀에게 주는 것도 지금은 족쇄가 되었다.
“너무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하자.”
이 구간이 마의 구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제대로 된 경험치를 얻으려면 레벨 700대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처럼 몬스터들 역시 레벨 700이 넘으면 모든 스탯 100% 엠블럼을 얻는다.
그러니 레벨 700 몬스터를 잡는 것은 699레벨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최소 4배는 힘들다는 뜻이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3차 엠블럼을 얻기 위해서 고렙 몬스터와 싸우다가 오히려 죽고, 죽음 페널티를 받아야 했다. 그러니 이 구간에서 플레이어들이 자꾸 미끄러지는 것이다.
이 구간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은 대형 길드에 들어가 안전하게 사냥을 한다.
혹은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낮은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엠블럼이나 스킬 획득에 더 몰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돌아갈 시간이 없지.”
다행히 남들이 차마 시도도 하지 못할 여러 난관을 극복한 끝에 훌륭한 디멘션 특성과 엠블럼 등을 얻었다.
포식, 초능력, 무공, 신의 힘까지 있으니 웬만한 3차 승급자도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적도 일반 플레이어가 아니다. 역시 신의 힘을 이어받은 아바타다. 그것도 그리스 신화 지역의 주신이라고 불리는 신의 힘을.
“일단 섭식부터.”
중앙 대륙에 들어오고 지금까지 송진우가 한 일은 아바돈에게서 얻은 특성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아바돈에게서 얻은 디멘션 특성은 ‘포식’과 비슷한 발음과 능력인 ‘섭식’이다. 그것의 정확한 작용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방식은 의외로 간단했다.
◆푸른 비늘 나가 전사
(LV 712)
나가는 뱀의 하체를 지니고 인간과 비슷한 상체를 지닌 종족이다. 주로 강이나 바다에 살며 물속에 그들의 거주지가 있다.
나가는 물 밖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데 이동속도는 조금 느려지지만 여전히 강력하다.
그런 나가를 송진우가 진짜 뱀을 잡듯이 낫을 사방으로 휘둘러 베고 있었다.
모든 동료가 쓰러지자 나가 전사가 삼지창을 휘둘러 공격해 왔다.
“죽어라, 괴물!!”
나가 입장에서는 송진우가 괴물이었나 보다. 그는 필사의 각오를 담아 삼지창을 찔렀다.
하지만 송진우는 가볍게 피하고는 손으로 그의 목을 잡았다. 아직 그를 죽이지 않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송진우는 입을 벌려 그의 목을 물어뜯었다.
콰직!
“크르륵!”
이런 괴이한 공격을 한 것은 특이한 취향이 생긴 탓이 아니다. 섭식이라는 특성을 발동하기 위해서 이런 방식이 필요했다.
《특성, 섭식이 발동되었습니다.》
《매끄러운 비늘 획득.》
▲매끄러운 비늘
▷능력 :
방어력 +100
물속에서 이동속도 +35%
냉기 저항 +30%
받는 베기와 찌르기 데미지가 30% 경감된다.
《매끄러운 비늘을 저장하시겠습니까?》
눈앞에 생성된 투명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저장.”
《슬롯이 모두 꽉 찼습니다. 새로운 특성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특성을 제거해야 합니다.》
“냄새나는 겨드랑이 제거.”
《특성, 냄새나는 겨드랑이를 제거했습니다.》
《매끄러운 비늘을 여섯 번째 슬롯에 저장했습니다.》
특성 발동은 꼭 살아 있는 몬스터를 직접 입으로 물어뜯어야 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포식이에게 시켰다. 하지만 특성이 발동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만나는 몬스터마다 일일이 자신의 입으로 물어뜯어야 했다.
“이제야 진짜 언데드 같네.”
다행히 물어뜯은 살점도 부드러운 스테이크 맛이 났다. 모습은 조금 흉하지만 익숙해지니 이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는 더 좋은 특성을 주는 것이 확실해. 이제 보스 몬스터만 물어뜯어보면 되겠네.”
포식의 하위호환이지만 발동 방식은 훨씬 쉽다. 슬롯이 여섯 개밖에 없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것도 지장보살에게 받은 모든 권능 증가 능력 덕분에 다섯 개에서 여섯 개로 늘어난 것이다.
“좋은 특성으로 여섯 개를 꽉 채우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겠어.”
송진우는 잊지 않고 지운 특성도 꼼꼼히 기록했다. 버린 특성도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록한 특성이 벌써 노트 2장이 넘었다.
“좋았어,”
송진우는 흡족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 *
그날 밤, 디멘션 월드에 접속한 송진우는 호왕채를 찾았다. 이제는 녹림왕이 된 적인해가 채주로 있는 곳이다.
반강제적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 녹림왕의 애인이 되었다.
그 덕분에 호왕채에 출입할 때마다 산적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그, 그래.”
그날 이후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호왕채에 들렀다. 오늘도 송진우가 왔다는 소리에 적인해가 맨발로 뛰어나와 송진우 품에 안겼다.
“자기야! 왜 이제 왔어.”
“미안, 일이 있어서 그래.”
“나 안 보고 싶었어?”
적인해의 투정에 송진우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보고 싶었으니까 왔지.”
항상 처음에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다.
용문표국을 비롯한 주변의 근황, 녹림왕이 되고 나서의 힘든 점, 수하들에게는 차마 할 수 없는 고민거리 등등…….
하지만 한창 혈기왕성한 두 남녀의 끝은 항상 같았다. 그윽한 눈빛이 마주치며 바로 입술부터 내민다.
《무한한 힘이 발동되었습니다.》
그날도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는 둘 다 지쳐 쓰러졌다.
한숨 돌린 송진우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새근새근 숨을 쉬고 있는 적인해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겼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의무방어전 같은 행위를 하고 있지만, 사실 송진우도 그녀와 있는 시간이 좋았다.
단지 육체적인 쾌락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송진우도 20대 초중반의 남자이기에 그녀와 동침이 싫지 않았다.
게다가 적인해는 1050 레벨의 유니크 NPC다. 레벨이 높을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디멘션 월드의 시스템 덕분에 그녀의 미모는 천상의 선녀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미모나 육체보다는 자신이 말할 때마다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이 눈웃음치는 적인해 자체가 좋았다.
그녀의 품에 안겨 있으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듯했다.
처음에는 일방적인 사랑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송진우도 적인해 못지않게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아예 녹림의 일원이 되어 이곳에 거주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잠시 이곳에 들리는 곳으로 만족해야 했다.
송진우가 옷을 챙겨 입고 일어서자 적인해가 조용히 말했다.
“자기야, 벌써 가게?”
“미안. 이제 가 봐야 해.”
송진우의 말에 적인해가 볼을 부풀리며 심술 난 표정을 했지만 붙잡지는 않았다.
“다음에는 빨리 와.”
“알았어.”
송진우의 대답은 항상 같다.
* * *
며칠 후 한수정이 호출했다.
엘리샤 길드의 본부로 가니 두툼한 자료집을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송진우가 있는 곳은 길드장인 한수정의 사무실이었다. 이곳에는 한수정과 늘 그녀를 따라다니는 김홍택 실장이 있었다.
“혹시, 특별한 날에만 나타나는 도시에 대해 알고 있나요?”
“특별한 날이요? 아뇨. 저는 처음 듣습니다.”
“디멘션 월드에 있는 많은 비밀 중 하나예요. 갑자기 바다 한가운데에 섬이 생기거나 사막에서 유적이 나타나기도 하죠.”
“아~ 그런 거라면 들어는 본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퀘스트를 얻은 건가요?”
주로 혼자 행동하는 송진우지만 가끔 버거운 퀘스트를 받으면 함께 행동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한수정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요즘 길드에서 진우 씨에게 받기만 한 것 같아서요. 해줄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런 곳을 찾았어요.”
“저를 위해서 말입니까?”
“네. 다행히 언데드만 갈 수 있는 히든 마을이 있더라고요.”
물론 송진우도 길드에 가입함으로써 길드 보너스를 비롯한 많은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한수정은 송진우의 활약이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그것이 늘 미안하고 마음에 걸렸던 한수정은 정보 팀을 움직여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 노력했다.
그러다가 결국 그에게 딱 맞는 이벤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쿠트나호라?”
“죽음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스틱스 강을 건너면 도착할 수 있는 특수한 기간 한정 도시입니다.”
“스틱스 강이요?”
스틱스 강은 물론 송진우도 아는 유명한 강이다.
일반적인 강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의 경계로 동양의 황천이나 삼도천과 비슷한 개념이다.
죽은 자가 강을 건너면 영원한 죽음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었다.
스틱스 강은 암흑 대륙에 있었다. 동양 사람에게는 덜 친숙하지만, 서양 사람에게는 관광명소가 될 만큼 유명한 강이었다.
“자료, 가장 앞에 포인트가 될 만한 것을 간단하게 적어놨습니다.”
그 말에 자료집을 여니 앞쪽에 간략한 문장이 몇 개 쓰여 있었다.
“산 자는 건널 수 없는 곳이군요.”
스틱스 강은 죽은 자들. 즉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언데드만 건널 수 있었다.
특정한 퀘스트가 아닌 이상 다른 종족 플레이어들은 절대 건널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특정한 시기에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 당연히 희귀한 것들도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퀘스트만 클리어해도 꽤 도움이 될 듯했다.
“희귀 도안이 있다고 하니까 꼭 가봐야겠네요. 이런 곳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진우 씨 덕분에 엘리샤 길드가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걸요.”
“그건 길드장님의 역량 덕분이죠. 그중에서 제가 한 일은 많지 않습니다.”
“뭐, 제 능력도 있긴 했죠. 에헴~!”
서로를 칭찬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되었다. 한수정의 뒤에 있는 김택홍 실장이 불편한 헛기침만 날릴 때…….
벌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