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17화
17화
그 후로 다시 며칠이 지났다.
송진우는 하던 아르바이트까지 다 때려치우고 낮에는 중앙 대륙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디멘션 월드에서 일했다.
그야말로 미친 듯한 노가다였지만 송진우는 지치지도 않고 스킬 업에 몰두했다.
《엠블럼 획득》
▲삼림파괴자
(랭크 S)
▷조건 : 최고급 목재 10,000개 생성
▷능력 :
베기 공격력 +50%
힘 +200
체력 +200
인내 +200
특급 목재 생성 가능
미친 듯이 파고드니 결국 또 하나의 S급 엠블럼을 획득할 수 있었다.
만약 중앙 대륙에서 일하지 못했더라면 몇 주일은 더 고생했어야 했을 거다.
기분이 좋아진 송진우는 산더미처럼 쌓인 목재를 등에 업고 마을로 내려갔다.
엠블럼은 엠블럼이고 돈은 돈이다.
마을에 내려가 목재소에 갔을 때, 값비싼 장비를 착용한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포스의 남자다. 30대 초중반의 나이대로 보이는, 어딘가 기품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사람이 자신에게 볼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여기는 중앙 대륙이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시체도 찾지 못하고 사라지는 건 일도 아니리라.
‘설마 최강현의 일로 왔나? 그의 집안이 빵빵하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송진우의 머릿속에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남자의 입에서 나온 건 뜻밖의 말이었다.
“나는 한대운, 한영 그룹의 세 번째이자…….”
한대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수정이의 오빠 되는 사람이네.”
“아~ 그렇습니까? 안녕하세요, 저는 송진우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그의 방문에 등에서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지만 송진우는 무례하지도 너무 비굴하지도 않게 인사를 건넸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너무 과도한 예의를 보이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송진우의 인사에도 한대운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송진우를 이리저리 살펴보기만 하고 있었다. 마치, 품평이라도 하듯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송진우는 내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묘하게 웃는 한대운은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송진우의 등을 두들겼다.
“아하하하~ 미안, 이거 미안하게 되었네. 우리 새침데기 아가씨가 갑자기 길드에 이상한 부탁을 했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야…… 조금 궁금했거든.”
한대운은 빙그레 웃으면서 송진우에게 악수를 청했고, 송진우는 고개를 숙이면서 그 악수를 받았다.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평소 남자라고는 질색을 하는 아이가 갑자기 남자에게 호의를 베푸니까 오빠로서 확인해야 했네. 이해할 수 있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작고 왜소하게 보이는 송진우다. 그런 그가 굽실거리니까 훨씬 더 작아 보였다.
“아냐~ 아냐~ 그냥 호기심에 왔으니까 그렇게 반응할 필요 없네.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러 봤어.”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한대운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여전히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제 집안 사정을 알고 아가씨께서 특별히 일을 할 수 있게 허가해 주셨습니다.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랬군. 아니야. 일자리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럼 나는 볼일이 있어서 가보겠네.”
“살펴 가십시오.”
“하핫! 예의 바른 친구로군.”
한대운은 여전히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수행원들과 함께 어딘가로 떠났다.
송진우는 그가 떠나고 나서도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위화감이…….’
겉보기에는 단지 동생의 일을 걱정하거나 궁금해하는 오빠의 참견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가정과 다름없고 동생과 자신은 저것보다 더 친밀하지만 송진우는 그의 모습에서 섬뜩한 뭔가를 느꼈다.
‘마치 굶주린 뱀을 눈앞에 둔 느낌이었어.’
단순한 오빠의 걱정 이상의 뭔가가 있다. 남의 가정사를 세세하게 알 길은 없지만 송진우는 그렇게 느꼈다.
‘정신 차리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단순히 동생이 신경 쓰는 남자가 이런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화가 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동생, 수정이가 이상한 쌩양아치를 데려오면 자신의 반응도 그럴 거다.
‘그렇겠지?’
뭔가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 송진우는 자리를 떴다.
* * *
다시 몇 주가 지났다.
그동안 지겨울 정도의 노동 끝에 마침내 목표했던 엠블럼을 다수 모을 수 있었다.
“엠블럼 확인.”
▲광물 흡입기
(랭크 S)
▷조건 : 최상급 채광에 30,000번 성공
▷능력 :
무생물 적에게 데미지 +50%
힘 +300
체력 +300
특급 채광 가능
▲강태공의 환생
(랭크 S)
▷조건 : 최상급 낚시에 10,000번 성공
▷능력 :
해양형 적에게 데미지 +50%
채찍형 무기 공격력 +50%
체력 +200
인내 +200
특급 낚시 가능
▲별빛 조각사
(랭크 S)
▷조건 : 최상급 조각에 5,000번 성공
▷능력 :
크리티컬 확률 +15%
크리티컬 공격력 +5%
민첩 +200
지혜 +200
특급 조각 가능
▲산업 혁명가
(랭크 S)
▷조건 : 최상급 제작에 20,000번 성공
▷능력 :
제작 성공률 +25%
상인 호감도 +20
지능 +200
지혜 +200
특급 제작 가능
저번에 얻었던 엠블럼까지 합하면 모두 6개다.
생각 같아서는 더 많이 얻고 싶었지만 레벨이 발목을 잡았다. 레벨이 99가 되어서 조금만 더 올리면 레벨이 100이 넘을 위기였다.
그렇게 되면 퀘스트는 포기해야 한다.
“그럼 출발할까?”
모든 준비를 마친 송진우는 장비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앞으로 나섰다.
이제부터 송진우가 가야 하는 곳은 몬스터들의 최소 레벨이 500이 넘는 중앙 대륙이다.
그중에서 가장 약한 놈들에게도 이길 수 없기에 최대한 피해서 가는 것이 관건이다.
위잉~
그동안 정들었던 마을을 떠나 목표했던 곳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대륙 내 포탈을 사용했다.
한 번 사용하는 데 20만 원이 들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이제 시작이네.”
송진우는 이미 준비했던 위장포를 뒤집어쓰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자신의 존재를 희미하게 만들어서 몬스터의 눈을 피하는 이 위장포를 사기 위해서 무려 500만 원을 지출했다.
짐꾼 일을 두 번이나 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라서 피눈물이 났지만, 위장포가 가장 핵심 아이템이다. 이것도 없으면 진행할 수도 없다.
‘바이올린이 대박이었지.’
한수정의 바이올린은 다음 날 바로 택배로 도착했는데, 그것을 받은 송하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듣기로는 무려 10억이나 하는 바이올린이란다.
무슨 악기 하나에 그렇게 비싼지는 송진우도 모르겠는데, 이름만 대면 아는 명장이 희귀한 재료를 사용해서 일 년에 2개밖에 안 만드는 바이올린이라 그렇게 비싸다고 했다.
이런 바이올린을 아무렇지 않게 준 한수정을 보니 역시 자기가 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쨌거나 생각보다 좋은 바이올린을 얻고 바이올린을 살 돈까지 절약할 수 있어서 이번 준비하는 데는 넉넉하게 할 수 있었다.
위장포를 비롯한 적의 시선을 뺏거나 몸을 숨길 수 있는 스크롤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위장포를 제외하면 모두 일회용품이었지만 총 2천만 원이나 사용해야 했다.
치이익!
모험의 시작은 냄새 지우는 스프레이였다.
후각이 예민한 몬스터들을 위해서 송진우는 꼼꼼하게 스프레이를 뿌리고 이상한 진흙 같은 것도 덕지덕지 발랐다.
저벅, 저벅.
송진우는 조심스럽게 길을 떠났다. 허겁지겁 움직이다가 위장포가 뒤집어지기라도 하면 죽은 목숨이라고 봐도 된다.
하필 가야 할 곳이 사막 지역이다. 걸을 때마다 모래에 발이 박혀 평소보다 배는 더 힘들었다.
“취이익!”
몬스터들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몬스터들의 이동 경로가 재수 없이 이쪽으로 향하면 아무리 위장포를 썼다고 한들 들킬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 당연히 위기도 많이 겪었다.
땅에 진동으로 사냥감의 위치를 알아내는 땅 뱀 같은 것을 만나서 플라이 스크롤을 모두 사용하기도 했고, 개미지옥에 빠져서 블링크 스크롤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족히 1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군단 개미에게 포위되었을 때였다.
스크롤이 거의 다 떨어졌을 때라서 미친 듯이 달려서 겨우 벗어났다.
“헉~ 헉~ 엠블럼이 없었으면 수십 번은 죽었을 거야.”
죽음의 문턱을 몇 번이나 넘고 초긴장을 하며 움직여서 그런지 평소보다 기력이 더 많이 소비되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목표한 곳에 당도했다
“여긴가?”
예지 속에서 사형수가 말한 곳과 똑같은 장소가 나타났다. 그것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거대한 묘비였다.
사막 한가운데 이런 수상한 묘비가 서 있으면 당연히 의심스럽게 생각하고 조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묘지에 별짓을 다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서 포기하고 지나갔었다.
송진우는 배낭을 풀고 그곳에서 삽을 꺼냈다. 그러고는 망설이지 않고 묘지를 파내기 시작했다.
팍! 팍!
채광 스킬 덕분인지 송진우의 삽질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거의 인간 굴착기 수준이었다.
“됐다.”
송진우가 발굴한 것은 어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관이었다. 무덤처럼 수북하게 쌓인 모래를 뒤로하고 송진우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끼이이익~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이미 백골이 된 어떤 시체였다. 사막에 묻혀 있어서 그런지 살점 하나 없이 깨끗한 해골이었다.
그 위에 송진우는 어떤 꽃을 올려놓았다. 원래는 주변 몬스터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이지만, 몬스터를 잡을 수 없으니 경매를 통해서 미리 사놨다.
해골 위에 꽃을 올려놓으니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났다.
푸쉬쉬쉬!
놀랍게도 해골이 순식간에 풍화되더니 먼지가 되어서 흩어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시체는 오간 데 없어진 후였다.
그다음이 진짜다. 송진우는 주인이 없어진 관에 가만히 누웠다.
그러자…….
휘이이잉~
갑자기 모래바람이 미친 듯이 불더니 모래가 순식간에 쌓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면 애써 팠던 구덩이가 메워지고 생매장에 당할 판이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몸 위에 쌓이는 모래를 느끼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이러니 사람들이 퀘스트를 알아내지 못했지.’
오히려 이 퀘스트를 알아낸 사람이 제정신으로 안 느껴질 정도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얼굴에 모래가 쌓였을 때, 빠져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같이 갔던 사람들의 잔인할 정도로 짓궂은 장난으로 원래 짐꾼이었던 미래의 사형수가 퀘스트를 얻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어느덧 모래가 몸 위에 가득 쌓여 숨도 쉬기 힘들어졌다.
이곳에서 그대로 있으면 질식해 죽을 위기다.
몬스터들과 싸워서 전사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모래에 질식해 죽는 것은 참 허망한 최후다.
하지만 송진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컥!”
코로 모래가 들어와서 없던 폐소공포증도 생기고 진짜 죽음을 생각할 때였다.
《히든 퀘스트 – 망자의 부활》
《엠블럼 획득》
▲운 좋은 탐험가
(랭크 C)
▷조건 : 숨겨진 던전을 1회 이상 찾는다.
▷능력 :
행운 +10
적 아이템 드랍 확률 +10%
히든 퀘스트 발견과 함께 엠블럼도 얻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송진우는 점점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