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70화
170화
“……이걸요?”
통통한 구더기가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비위가 나쁘지 않은 송진우도 어제 먹은 것들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켈켈켈! 맛있고 썩은 몸에도 좋은 거야. 특별히 주는 걸세.”
“그, 그런가요?”
어쨌든 먹으면 도움이 되는 구더기다. 도움이 된다면 구더기가 아니라 더 한 것도 먹어야 하는 입장이니 송진우는 떨리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때였다.
낼름!
배에서 뭔가가 나와서 그 구더기를 잡아챘다. 당연히 포식이 짓이다.
오물오물오물!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매처럼 빠르게 낚아챈 포식이가 맛있게 그 구더기를 먹었다.
《궁극의 구더기를 먹었습니다.》
《올 스탯 +10》
《엠블럼 획득》
▲죽음의 주민
(랭크 B)
▷조건 : 쿠트나호라에서 퀘스트 완료
▷능력 : 쿠트나호라에서 모든 스탯 +20%
특별히 줬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나 보다. 모든 스탯이 10씩이나 올랐다. 게다가 쿠트라호라 안에서만 적용하는 엠블럼까지 획득했다.
“설마 이것도 돌발 퀘스트였나?”
비위가 상한다고 먹지 않았으면 이런 행운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구더기가 자신의 몸에 흡수되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찝찝했지만, 그래도 포식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역시 초반에는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지.’
제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아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돌발 퀘스트가 임의로 나오기 때문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분명 이곳에는 메인 퀘스트와 여러 개의 서브 퀘스트가 존재할 거다. 이 구더기는 수많은 서브 퀘스트 중의 하나다.
“켈켈켈! 잘 먹으니 보기 좋군. 맛있는 구더기를 먹고 싶으면 나중에 또 들르게.”
그렇게 말하면서 좀비는 자신의 몸을 긁적이더니 아까처럼 거대한 구더기를 꺼내서 앞에 놓았다.
방금 먹은 구더기도 저 좀비 몸에서 키운 구더기일 거다. 그 모습을 보니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아파졌다.
“죽겠네.”
능력치를 올리는 구더기도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장비를 맞추고 시간이 끝나기 직전에 구더기를 사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았다.
그 후로 열심히 도시를 돌아다녔는데 특별하게 얻은 것은 없었다. 지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기 때문에 좋은 장비도 그림의 떡이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언데드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어떤 긴 행렬이었다. 그 끝에는 검은색 기운이 넘실거리는 거대한 차원문 같은 것이 있었다.
죽은 자들과 죽지 못하는 언데드들이 유일한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 위대한 순환으로 가는 문이었다.
“엄청난 기운이군.”
그 문 안에서 감히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의 엄청난 기운이 나오고 있었다.
처음에 플루토를 만났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본능적으로 저 힘에 항거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최상급 신도 죽을 수 있지.”
그나마 힘에 버틸 수 있는 것은 송진우가 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허 속성에는 죽음의 기운도 담겨 있었다.
그렇지 못한 운 나쁜 플레이어도 있었다.
“크어억!”
한 플레이어가 침까지 질질 흘리며 땅에 쓰러졌다. 바늘처럼 온몸을 뚫고 들어오는 죽음의 기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도 선착순 100명 안에 들 만큼 유능한 플레이어였지만, 자연재해와 같은 거대한 기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죽지는 않겠지만 다시 멀쩡히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송진우 입장에서는 라이벌이 없어진 셈이지만.
“일단 사냥부터 가야겠네.”
마을을 돌아다닌 것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쇼핑할 목록을 정하고 근처에 있는 사냥터도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송진우라도 노멀 무기로 고렙의 몬스터와 싸울 수는 없었다. 아마 다른 플레이어도 돈을 모아 무기부터 살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금 다르지.”
종족 특성 중 ‘시체 애호가’ 특성을 이용하면 모든 장비의 옵션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다.
물론 ‘시체 애호가’ 특성에는 제약도 있다. 손수 잡은 몬스터의 사체로 직접 장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송진우가 가장 먼저 사기로 한 것은 무기가 아니라 거대 낫 설계도와 작업 칼 같은 도구였다.
그것을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게 장비를 맞출 수 있을 듯했다.
“문제는 언데드는 도축이 안 된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언데드는 죽으면 도축하기도 전에 급속하게 썩거나 재가 되어 사라진다.
공허의 포식자가 되어 금속도 먹을 수 있는 포식이가 유일하게 먹지 못하는 것이 언데드다.
그래서 처음에는 장비 제작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보를 모으던 도중에 이 죽음의 도시에 죽지 않은 자들, 즉 언데드가 아닌 몬스터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태초의 정령이 이곳에 있다고 했지.”
태초의 정령은 말이 정령이지 본질은 중간계에 사는 괴물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죽지도 살아 있지도 않고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형태도 정해지지 않았고, 그 존재 자체도 분명하지 않은, 말 그대로 ‘괴물’이다.
그들이 지닌 속성은 죽음이 아니라 혼돈이다.
혼돈은 공허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혼돈이란 태초의 거대한 에너지가 나누어지기 전의 순수한 에너지다.
즉, 공허가 모든 것의 끝이라면 혼돈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그랬기에 태초의 정령이 이 죽은 자들의 도시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이다.
“도축도 되고.”
평상시라면 까다로운 몬스터지만 지금이라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미 가게 위치도 다 알아놨으니…… 남은 건 닥치고 사냥이네.”
빨리 장비를 맞추고 그것을 사용해서 더 좋은 장비를 맞출 생각이다. 이것을 이용하면 3차 엠블럼이 없어도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장비가 없어진 페널티는 오히려 송진우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운이 좋았네.”
강력한 플레이어가 함께해서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이런 상황이면 조금 욕심을 내도 될 것 같다.
물론 그러려면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다른 플레이어는 도시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정보를 모으느라 조금 늦었지만 계획을 세운 것만으로도 그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
이제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이제는 반가워진 현상이 송진우를 덮쳤다.
지잉!
왼쪽 눈이 찢어질 듯이 고통스러워지면서 영상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시작된 미래 예지다.
‘여기서?’
미래 예지는 만능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뒤틀어지면 모든 것이 뒤바뀔 수 있다.
물론, 이제까지는 잘 활용해서 엄청난 힘을 얻었지만 신의 힘이라도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 아니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예지는 빈번하게 볼 수 없었다. 꼭 필요하거나 중요한 일에만 발휘되었다.
그런 예지가 지금 발동되었다는 것은 행동에 따라서 이곳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큭!”
시공간 일그러지면서 미래에 일어날 일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송진우는 그것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을 생각으로 집중했다. 많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몰두해서 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다.
잠시 후, 영상이 사라지고 무기력한 탈진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크윽! 이건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네.”
애초에 미래 예지 같은 초월적인 권능을 큰 부담 없이 사용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다른 예언자들은 작게는 금전부터 크게는 자신의 수명까지 내놓아야 한다.
비록 미래를 봤지만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직 3차 승급자가 되지 못한 송진우기에 남들보다 더 많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
“서두르자.”
시간을 확인하게 급하게 달려간 송진우는 태초의 정령이 있다는 북부 지대로 갔다.
* * *
《태초의 별》
바삭!
도착한 지역에서 송진우의 발이 닿자마자 바닥이 마치 과자처럼 부서졌다.
이렇듯 이곳은 불안정한 공간이었다.
단단해 보이는 바닥이 사실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일 수도 있고, 가녀린 풀잎 같은 것이 강철보다 단단할 수도 있었다.
변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계산하기 어려웠다.
송진우는 마음을 굳게 먹고 거대 낫을 꽉 쥐었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이 낫밖에는 없었다.
◆혼돈의 구
(LV 500)
처음 나온 것은 마치 슬라임처럼 원형질의 생물처럼 보이는 괴물이었다.
짙은 보라색을 띤 이것은 천천히 기어오다가 송진우를 발견하고는 순식간에 모습을 바꿨다.
몸 안에서 촉수 같은 것을 길게 빼더니 이내 단단하고 뾰쪽한 창처럼 변형한 것이다.
“부정형 타입이냐?”
몬스터의 타입 중에는 슬라임처럼 모습이 일정하지 않고, 모습을 변형할 수 있는 부정형 몬스터가 있다.
이런 몬스터는 대부분 낮은 레벨에 낮은 스탯을 가지지만 간혹 이렇게 고렙의 몬스터도 발견된다.
슬라임이라 하면 1레벨 플레이어도 잡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몬스터지만 패턴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약점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몸을 끊임없이 변형하기 때문에 공격과 방어에 애를 먹는다.
이 혼돈의 구가 딱 그런 몬스터다.
평상시라면 레벨 500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의 장비가 아닌 낡은 낫 하나만 들고 있는 상황이다. 무기도 무기지만 방어구가 하나도 없으니 절대 방심은 금물이다.
“소울 쿠키.”
일반 몬스터를 쿠키로 만들고 그것을 먹으면 스탯이 오르는 스킬이다.
사용하면 무조건 이득인 스킬이니 일단 사용하고 다음 나오는 적부터 정면으로 상대했다.
“와라!”
다행히 사이킥 파워는 제대로 발동되었다. 발화 능력을 사용하니 혼돈의 구가 움찔하며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낫을 활용해야 했다.
송진우는 혼돈의 구가 화염으로 움츠린 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다가가 낫을 휘둘렀다.
부정형 타입 몬스터가 상대하기 까다로웠지만 평소에 받는 모리유의 엄한 수업 덕분에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촤악! 촤악!
다행히 혼돈의 구에는 베기 공격이 특효였다. 핵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데미지는 착실히 넣을 수 있었다.
물론, 혼돈의 구도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았다. 궁지에 몰리자 세포를 변형해 가시 같은 것을 마구 발사했다.
그때는 무기를 사슬낫으로 변형해 사슬로 원을 그리며 빠르게 회전했다.
팅! 팅! 팅! 팅!
‘원래는 화살을 막기 위해 연습한 건데…….’
천무지체 특성 때문인지 하나를 배우면 응용할 방법이 10개 이상도 생각났다.
이것이 그중 하나로 원거리 투사체를 막기 위해서 연습한 수법이었다.
가시를 발사한 것이 큰 부담이었는지 혼돈의 구가 한동안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계속하자 마침내 몬스터가 쓰려졌다.
“좋았어!”
쓰러진 혼돈의 구를 포식이가 흡수하니 저절로 도축되었다.
《특급 세포핵을 얻었습니다.》
《특급 강인한 외피를 얻었습니다.》
…….
《시간의 결정을 얻었습니다.》
그밖에도 몬스터가 떨어트린 보석 같은 것도 얻었다. 그것을 상점에 팔면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괜찮네.”
원래 장비보다는 디멘션 특성에 많이 의존하는 송진우다. 그래서인지 이런 장비로도 500레벨 몬스터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원래 정석대로라면 500레벨이 아닌 300레벨 몬스터부터 차근차근 잡아야만 했을 것이다.
일단 500 레벨 몬스터도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여기서 충분히 파밍하고 돌아가면 된다.
송진우는 그렇게 혼돈의 구를 잡아 충분한 재료를 모았다.
하지만 원하는 장비를 맞추기 위해서는 이것을 잡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필드 던전에는 혼돈의 구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보다 더 강력한 종족이 나타났다.
◆태초의 존재
(LV 567)
이번에는 형체가 있는 적이었다.
전체적인 외양은 사람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 부분만 공허하게 뚫려 있고, 다른 모든 피부는 비늘 같은 것으로 덮여 있었다.
“오호, 드디어 나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