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2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72화
172화
송진우가 이곳을 택한 이유는 보스를 잡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송진우가 아이템을 집기 위해서 허리를 숙이자 뒤에서 기다렸던 소리가 들렸다.
철컹!!!
“크악!”
뒤를 돌아보니 한 플레이어가 곰 덫에 발목이 걸려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자는 같이 이 도시로 왔던 100명의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자의 발목에 걸린 덫은 송진우가 설치한 것이었다.
남자는 급히 덫에서 발을 빼내려 했지만, 송진우가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거대 낫을 높이 들고 단숨에 쇄도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기겁하며 손을 내저었다.
“자, 잠깐! 나는…….”
남자는 몰래 뒤로 온 것에 대한 변명이라도 할 생각이었지만 송진우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문답무용!”
이 남자는 송진우를 뒤쫓으며 몰래 숨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방심할 때를 노려 암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진우의 실력이 생각보다 더 뛰어난 것을 알고는 계속 주시하며 기다리다가 보스를 잡은 직후에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쾅!! 쾅!!!
남자는 닌자도를 들어 반격에 나섰지만, 송진우의 거대 낫을 막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몇 번의 공방이 지났을 때 이미 그의 팔은 고통으로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송진우의 낫이 그의 두개골을 꿰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콰직!
“커억!”
결국 남자는 온몸을 추욱 늘어뜨리며 차가운 시체가 되었다.
“쥐새끼.”
암살자 클래스에게 먼저 선공을 내주면 역전하기 힘들다. 적절한 위치에 둔 곰 덫이 아니었다면 큰 낭패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송진우가 되었고 그 보상도 독식하게 되었다.
촤르르르!
그의 시체에서 주화와 물품들이 마치 분수처럼 튀어나왔다.
본래 죽음 페널티는 현재 가진 것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지금은 그가 소유했던 모든 아이템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것 또한 이 도시의 특별한 규칙이다.
“결국, 몬스터보다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이 훨씬 이득이란 말이지?”
왜 이 암살자가 끈질기게 자신을 쫓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이 필수였다.
암살자 플레이어가 역으로 죽어준 덕분에 송진우도 유리한 고지에 오른 셈이었다.
송진우는 반지 하나를 제외하고 그가 떨어뜨린 아이템 모두를 포식이에게 저장했다.
“이제 돌아가자.”
송진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에 갔다.
사냥으로 얻은 잡템과 암살자에게 얻은 아이템을 처분해서 좋은 장비도 맞췄다.
다시 제작을 통해서 돈을 아끼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지금은 돈보다는 시간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니 아낌없이 돈을 사용했다.
그렇게 모든 쇼핑을 마쳤을 때였다. 갑자기 눈앞에 반투명한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쿠웅!!!!
갑자기 도시 전체가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인가?”
이곳은 죽음의 기운에 떠 있는 섬 같은 곳이다. 지진이 날 리가 없다.
가만히 살펴보니 흔들리는 것은 땅이 아니라 죽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차원문이었다.
위대한 순환으로 들어가는 차원문이 꺼질 듯이 흔들리더니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어어~~!”
“우어어어!”
그것을 보던 영혼과 언데드들이 안타까운 비명을 질렀다.
영원한 안식이 바로 코앞인데 차원문은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사람 머리통 정도의 구가 되었다.
당연히 저곳으로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그것은 죽은 자들이 영원한 안식을 얻을 방법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차원문에 이상이 생기자, 도시 중앙에서 검은 구름 같은 것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도시와 차원문을 지키는 관리자들이었다.
[변고가 생겼다.] [누군가 죽음을 먹고 있다.] [영혼이 소실되고 있다.]우우우우~!
퀘스트가 시작됨과 동시에 도시에 있던 모든 몬스터가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마치 중풍에 걸린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송진우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항거할 수 없는 어지럼증이 몸을 지배해서 몸을 지탱할 수조차 없었다.
그 모습을 본 관리자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이렇게 영혼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는 거지?] [영적 방어막을 작동해야 해.] [방어막을 만들면 우리도 움직일 수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남은 것은 이 안의 자들이 해결해야 해.] [……흐음, 할 수 없군.]그렇게 말하던 관리자들이 힘을 모았고 곧,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오래 버틸 수는 없어. 우리의 힘이 다하면 이 도시 자체가 추락할 거다.]그들이 힘을 쓴 결과 다행히 영혼이 모두 빨려 나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곧 쓰러졌던 영혼과 언데드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움직임이 조금 굼떴다.
그것을 본 관리자들은 침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흐음~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영혼이 크게 소실되었어. 저러면 도움이 안 될 거야.] [아직 남은 자들이 있어. 그들에게 기대를 거는 수밖에…….]그런 말을 하더니 관리자들은 그대로 멈춰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방어막을 유지하는 데 모든 힘을 쏟는 것 같았다.
그들이 방어막을 만든 덕분인지 송진우와 안에 있던 NPC들이 다시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을 안에 있던 플레이어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마을 밖에 나가 있던 플레이어도 급하게 뛰어오는 중일 것이다.
결국은 저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한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보상을 얻을 것이다.
송진우도 그것을 위해서 지금까지 움직였다.
‘여기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자.’
예지로 얻은 정보는 항상 단편적이지만 이번이 특히 더 심했다.
송진우가 본 영상은 저 메인 미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시간 후다. 아쉽게도 지금과 그 시간 사이의 정보는 거의 알고 있지 않다.
‘유용한 힌트는 알고 있지만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것만으로는 안 돼.’
너무 예지에만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다.
부족한 정보를 메우기 위해서는 정석대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NPC에게 정보를 얻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딱 하나, 이 시간대에 할 수 있는 돌발 퀘스트도 알고 있다.
“이건 선착순 미션이지.”
송진우는 바로 움직여 마을 밖에 있는 우물가로 갔다.
그곳에는 힘없이 쓰러져 있는 한 언데드가 있었다.
“넌…… 무사한 것 같군.”
그는 마을 밖에 있어서 관리자들의 방어막 효과를 받지 못했다.
아직 멀쩡한 모습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몸에서 가루 같은 것이 날려 흩어지고 있었다.
“내 몸은 붕괴하고 있어. 관리자의 말처럼 누군가가 이 원흉을 처단하지 않으면 이 도시는 곧 죽음의 기운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거야.”
그 언데드는 송진우의 몸을 만지고 아직 무사한 것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자네는 영향을 받지 않았군. 그렇다면 자네가 해야 하네. 부탁하네. 이곳이 사라지면 모든 죽은 자들은 돌아갈 곳을 잃고 말 거야.”
그러더니 언데드는 품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내 송진우에게 건넸다.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전부네. 아마 이 사건의 원흉은 도시 밖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야. 꼭 찾아내서 처단해주게.”
언데드는 할 말을 다 하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러더니 몸이 급속하게 풍화되기 시작했다.
스르르륵!
결국 하얀 먼지만 남긴 언데드는 자취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도시를 걱정한 언데드의 장엄한 최후였지만, 송진우는 감흥 없는 표정으로 주머니만 확인했다.
《엠블럼 획득》
▲죽음의 주민 (현재 3개)
(랭크 B)
▷조건 : 쿠트나호라에서 퀘스트 완료
▷능력 : 쿠트나호라에서 모든 스탯 +20%
▲영원한 침묵 (귀걸이)
(유니크)
▷능력 :
방어 50
정신 +100
마법 저항 +25
침묵 저항 +50%
적 처치 시, 5m 이내 적 10초간 침묵
언데드형 적에게 공격력 +25%
아이템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흡족하게 웃는 송진우다.
“좋네, 이건.”
매우 간단한 퀘스트임에도 유니크 귀걸이를 얻었다. 언데드만 있는 이 도시라면 이 귀걸이가 큰 힘이 될 것이다.
송진우는 우선 마을 안으로 이동해 정보를 얻기로 했다. 메인 미션이 발동했으니 새로운 퀘스트도 생겼을 것이다.
송진우는 조심스럽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찾았다.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몬스터가 아니라 같은 플레이어들이다.
자신이 알아낸 것처럼 다른 플레이어도 이곳의 비밀을 알았을 것이다.
이미 다른 플레이어를 제거하고 그들의 보상을 빼앗은 자들도 있을지 몰랐다.
지금도 어쩌다 마주치는 플레이어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이곳은 세이프티 존인 마을이라서 싸울 수 없지만 밖에서 만나면 어떻게 돌변할지 몰랐다.
‘일단 무시하고.’
그들을 계속 의식하다가는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놓칠 수 있었다.
쓸데없는 신경전보다는 목표에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두 시간이면 서브 퀘스트 두 개 정도는 너끈히 할 수 있지.’
빠르게 마을을 돌아다닌 송진우는 단서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
《서브 퀘스트 발생, 켈리톤의 왕관을 찾아라.》
그건 망자의 무덤이라는 필드 던전과 관련된 서브 퀘스트였다.
송진우는 서둘러 망자의 무덤으로 향했다.
* * *
《망자의 무덤》
전의 필드와는 달리 앞으로 가면 더 높은 레벨의 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숫자가 더 늘었다.
당연히 난이도는 배 이상으로 늘었는데 가장 까다로운 패턴이 검과 방패를 든 전사와 활을 든 궁사 스켈레톤이 나왔을 때였다.
휙!!!
먼저 활을 든 스켈레톤을 처리하자 검과 방패를 든 스켈레톤이 길을 가로막았다.
스켈레톤과 싸우려고 하면 사각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환장하겠네!”
일대일이 아니라 일 대 다수가 되자 싸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정신은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을 분산시켜 적과 주변 환경까지 의식해야 했다.
“헉~ 헉~”
결국 송진우는 그 모든 것을 뚫고, 돌의자에 죽은 듯이 앉아 있는 해골 앞에 설 수 있었다.
다른 스켈레톤과는 달리 화려한 갑옷과 장신구를 걸친 것으로 봐서 그 해골이 보스임을 알 수 있었다.
“왕관은 없는데?”
퀘스트의 목표가 켈리톤이라는 왕의 왕관을 찾는 것이다.
“이게 켈리톤이 아닌가?”
송진우가 앞에서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낫으로 툭툭 쳐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일단 다 부숴놓고 퀘스트를 진행할까도 생각했지만, 어차피 전투가 시작되면 스켈레톤은 모두 복구가 되니 소용없을 것 같았다.
“왕관을 찾아야 하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무수히 쌓여 있는 스켈레톤밖에 보이지 않았다.
왕관은커녕 돌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왕관이 있기는 한 건가?”
계속 일어나는 스켈레톤들을 잡아봤자 전처럼 언데드의 잔해밖에는 주는 것이 없었다.
혹시 오면서 놓친 것이 있는지 생각해 봤지만 특별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한참을 고심해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으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대로라면 이 일대를 다 뒤지든지 아니면 소득 없이 그냥 마을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었다.
뭘 선택하든 간에 큰 손해였다.
“끙!”
아쉬운 마음에 다시 보스 몬스터의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응?”
돌로 된 의자에서 무슨 글자가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먼지가 자욱하게 쌓여 있어서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손으로 쓱 닦아보니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셰익스피어가 쓴 ‘헨리 4세’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였다.
당연히 진짜 왕관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찾는 왕관이 진짜 왕관이 아닐 수 있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