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9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89화
189화
평정심을 잃은 기메 장군은 더 이상 송진우의 상대가 아니었다.
차라리 갓파처럼 원거리에서 스킬을 사용했으면 송진우도 크게 애를 먹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선다는 것은 기메 장군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고집 센 기메 장군은 약세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오오!! 이길 수 있는 거냐?”
“누구 언데드에 건 사람 있어?”
“결승전과 다른 사람이잖아?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구경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송진우가 유리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렇게 되자 초조해진 것은 주체자인 용왕이었다.
‘아, 안 돼!’
용왕의 입장에서는 송진우가 수락하자마자 상품과 만 골드가 굳은 셈이었다.
그만큼 기메 장군을 믿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흘러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할 수 없이…….’
경기장 밖의 자가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히 금기시되는 행위다. 하지만 유독 돈을 밝히는 용왕은 그런 규칙마저 무시했다.
딱!
용왕이 누구도 모르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경기장 안에서 변화가 생겼다.
두두두둑!!
갑자기 기메 장군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어어? 저게 뭐야?”
구경꾼들이 다들 의아해하고 있을 때 이미 송진우는 멀찍이 뒤로 물러섰다.
파지직!!
기메 장군이 거대하게 변하자 그가 착용했던 갑옷도 산산이 조각나서 바다 쓰레기가 되었다. 등급으로 따지면 적어도 유니크는 되는 뛰어난 갑옷이었다.
마침내 변화가 끝난 기메 장군은 그전보다 훨씬 친숙한 모습이었다.
“메기?”
원래 메기 수인이었던 기메 장군은 얼굴만 메기고 다른 곳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완벽한 메기의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몸길이가 적어도 20m는 되어 보인다는 점이다.
[크어어어어!!!]메기가 돼서 이성도 사라진 듯했다. 움직임의 정교함을 떨어지겠지만 흉포함은 훨씬 늘어났다.
“미치겠네! 두 번째 페이즈냐?”
겨우 승기를 잡아가던 송진우에게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긴 셈이다.
모든 게임 보스의 두 번째 페이즈는 전보다 훨씬 더 난이도가 상승한다. 기메 장군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장 이 거대한 메기를 공격하려 해도 방도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몸체 때문에 타이밍이 잡히지 않았다.
반면, 새롭게 변한 기메 장군은 앞뒤 가리지 않고 송진우를 향해 뛰어들었다.
쿵!!!
새롭게 바뀐 기메 장군의 공격 방법은 단순한 몸통 박치기였다.
하지만 그 크기와 속도를 생각하면 단순하게 여길 수 없었다.
송진우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그가 스쳐 지나갈 때, 낫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투우하듯이!’
팟!
기메 장군의 돌진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낫으로 벴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좋은 수법이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큰 데미지는 안 입는 모양이었다.
‘크기가 커지면서 피통도 커진 거냐?’
아무리 열심히 낫을 휘둘러도 상대는 간지럽다는 듯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반면에 이쪽은 조금만 삐끗해도 끝이다.
‘해도 해도 너무하네.’
메기 피부를 갈라도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회복되어 있다. 트롤을 연상하는 회복력이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파지지지직!!!
기메 장군의 몸에서 강력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엔 전기뱀장어냐?!”
이빨은 상어처럼 날카롭고 몸에서는 전기가 흐른다. 거기에 몸통은 고래처럼 크니 무시무시한 수중 생물들을 모두 모아둔 모습이다.
아득!!
“크윽!”
속도도 엄청 빨라서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어깨를 뜯어먹고 지나갔다.
신체 재생 능력으로 어깨를 바로 재생했지만 데미지가 심각하게 들어갔다. S급 칭호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한순간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전류는 계속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타이밍에만 나왔다. 하지만 그럴 때는 공격도 방어도 못하고 도망만 다녀야만 했다.
패턴도 뒤죽박죽이라서 공격하러 다가갔다가 강한 전류 공격에 허겁지겁 뒤로 물러나야 했다.
이대로라면 공격하다가 먼저 지쳐 떨어질 수 있다.
“제길!”
안전하게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이제는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
‘한 방을 노린다.’
송진우는 다시 요리조리 피하다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돌격하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지금!’
송진우는 다시 무섭게 돌진하는 메기 등을 낫으로 찍었다. 그리고 낫을 잡고 등에 올라탔다.
[쿠오오오오!!!]송진우가 붙은 것을 안 메기가 그를 떨쳐내려 난동을 피웠지만, 송진우는 절대 낫을 놓지 않았다.
‘일단!!’
송진우는 낫으로 상처를 낸 곳에 입을 가져가서 물어뜯었다.
섭식 특성을 발동하기 위함이다. 굳이 섭식을 욕심내서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방도를 찾아야 할 때다.
《섭식 특성이 발동 되었습니다》
▲10만 볼트!
▷능력 :
몸에서 강한 전류를 발산한다.
뇌 속성 공격 +50%
뇌 속성 저항 +75
‘나이스!’
딱 좋은 능력을 얻었다. 전류 공격은 사실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저항은 꼭 필요했다.
위급한 와중에도 다른 특성을 지우고 강력한 한 입을 저장했다.
파지지지직!!!
특성을 저장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류 공격이 시작되었다.
기메 장군의 몸과 딱 달라붙어 있기에 피할 방도는 없었지만, 저항이 올라가서 그런지 전과는 달리 버틸 만했다.
물론 그래도 생명력이 꾸준히 주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쿵!! 쿵!!!!
기메 장군은 송진우를 떼어내기 위해서 몸을 바닥에 부딪쳤다.
송진우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낫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황소가 아닌 메기로 위태로운 로데오를 하다가 한 가지 꾀를 냈다.
무기를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특성, 소울칼리버를 활용한 것이다.
“커져라!!”
송진우는 낫의 날을 거대한 메기의 뼈를 가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게 만들었다.
이 특성은 질량 보존의 법칙마저 무시했다.
순식간에 중량이 2톤 이상 늘어난 낫을 다시 번쩍 들어서 메기를 내리찍었다.
[쿠오오오오!!]이번에는 확실히 반응이 왔다. 짧은 낫으로는 피부만 간신히 갈랐지만, 지금은 뼈를 부수고 장기까지 상하게 할 수 있었다.
고통으로 잠시 메기의 움직임이 멎은 사이에 송진우는 다시 움직였다.
“쉐도우 스탭!”
무적 모드에서 낫을 그대로 끌고 메기 몸통 위를 달린 것이다.
다다다다!!
마치 밭을 가는 트랙터처럼, 혹은 생선을 손질하는 사시미처럼, 거대한 낫이 메기의 등을 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메기가 반응하기도 전에 송진우는 빠른 발을 이용해서 메기의 꼬리까지 완주했다.
뒤를 돌아보니 메기는 빨간 속살을 그대로 내보이며 거의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직업, 갓 이터의 레벨이 20으로 올랐습니다.》
《스킬 획득》
▲물어 장착
(패시브)
▷능력 :
입으로 물어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심판의 소리보다 먼저 알림음이 먼저 송진우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겨, 결착!!”
심판의 손이 올라가고 나서야 관중들의 환호가 뒤따랐다.
“지, 진짜 이겼어!”
“말도 안 돼!!”
그 누구도 송진우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다.
중간 대등하게 싸웠을 때만 해도 설마 하는 생각을 했지만, 거대한 메기가 나오고 나서는 메기 먹방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보란 듯이 이겨낸 것이다.
“와와!! 와!!!”
“짱이다!”
“진짜 상품을 얻는 거냐?!”
다들 영광하고 있을 때, 송진우는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이것도 먹을 수 있나?’
레벨 900짜리 보스 사체가 눈앞에 있다. 포식귀 특성을 생각하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송진우가 고심하는 것은 크기 때문이 아니라 이 메기가 왕궁의 귀중한 전사이기 때문이다.
죽어도 부활이 가능한데 사체마저 사라지면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쩝! 아깝네.’
포식이 아깝지만 용궁과 적이 될 수는 없었다. 아직 상품도 안 받았다.
의외의 사태에 다들 놀라고 있었는데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용왕이었다.
‘망했다.’
반칙에 가까운 수까지 써 가며 기메 장군을 도왔는데 이렇게 되면 꼼짝없이 상품을 줘야 한다.
‘뭐로 때우지?’
처음부터 기메 장군의 패배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용궁의 보물이라는 상품도 예정되지 않았다.
“사, 상품은 용궁 안에서 따로 수여하겠다. 경기가 끝났으니 모두 해산하라.”
결국 시간을 벌기 위해 용왕은 송진우를 따로 용궁으로 불렀다.
* * *
잠시 후, 용궁 안.
송진우는 일행을 두고 혼자 상품을 받기 위해서 용궁 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관광 사업이 발달한 이곳에서도 용궁 안에 들어올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송진우가 멀뚱히 용왕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용왕은 왕좌에 앉아서 한숨만 쉬고 있었다.
“하아~ 이걸 어쩌지?”
아무리 용왕이라고 하지만 그 역시 디멘션 월드의 시스템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어려운 퀘스트를 깨면 그만큼 좋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디멘션 월드의 법칙이다. 그것도 용왕 자신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라면 그 가치는 훨씬 커진다.
원래 에픽 정도로도(?) 때울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개입하면서 일이 훨씬 더 커졌다.
시스템의 법칙은 용왕도 거스를 수 없었다.
“금화로 주면 얼마나 줘야 하지?”
“용왕님의 개입으로 선금의 천 배는 줘야 합니다.”
20억의 천 배면 2조 원이다.
그 말에 용왕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벌이만큼 사치도 심한 용왕인지라 그런 돈이 없었다.
“저번에 온 원숭이처럼 왕궁 기둥을 뽑아서 줄까?”
“전하! 지금 상태에서 기둥이 하나 더 사라진다면 궁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끙! 기메 장군은 지금 뭐 하고 있어?!”
“급히 치료받고 요양 중입니다.”
“멍청한 놈! 일을 이렇게 만들다니…….”
한참을 구시렁거리던 용왕은 체념한 표정으로 송진우를 보며 말했다.
“흠! 흠! 뛰어난 전사구나.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해낼 줄을 몰랐다. 원하는 것이 있는가?”
여기서 말만 잘하면 시스템을 피해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송진우가 보상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가 그럴 리 없었다.
“주시는 것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예의를 잃지 않았지만 용왕이 바라던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제로 그 말을 하게 할 수도 없었다.
“그, 그럼. 상품을 줘야 하는데……. 정녕 원하는 것이 없는가?”
다시 한번 송진우를 떠봤다. 그러자 송진우도 골똘히 생각하더니 손바닥을 짝하고 마주치며 말했다.
“드래곤 하트를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포식의 힘을 지닌 송진우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드래곤의 신체일 것이다.
전설에는 드래곤 하트는 무한한 힘이 있다고 하니 진짜 드래곤 하트라도 포식하면 레전드 아이템 못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용왕은 그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
“무, 무슨 소리냐?! 드래곤 하트라니. 그럼 나보고 죽으라는 것이냐?”
용왕의 반응에 오히려 송진우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전에 만났던 드래곤은 자신의 드래곤 하트를 나눠서 줄 수도 있었는데요?”
송진우는 판타지 대륙의 드래곤 로드를 말하고 있었다. 그는 단순한 동작으로 자신의 드래곤 하트의 부분을 넘겨주었다.
“그건 서양의 하급 용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나는 그놈들과 종족이 달라!”
아무래도 서양의 드래곤과 동양의 용은 기능이 다른가 보다.
무안해진 송진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럼 여의주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