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99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199화
199화
역시나 보석은 송진우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를 발동한 것이다.
송진우의 몸을 타고 흐르는 힘은 단순한 전류부터 마력과 흑마력, 주술, 사이킥 에너지 등이 혼재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내공과 비슷한 힘도 있었다.
‘견딜 것은 견디고, 파훼할 수 있는 건 분쇄한다.’
이미 내공 쪽은 예전에 방어할 수 있었다.
거기에 피루와 한진영에게서 배운 방법으로 사이킥 파워를 막고, 모리유에게서 배운 방법으로 흑마력을 막았다.
포식의 힘이 없었더라면 방어하기도 전에 몸이 녹아내렸을 것이다. 이미 송진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키메라에 더 가까웠다.
송진우는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충격 속에서도 보석 분석을 멈추지 않았다.
송진우를 공격하는 그 많고 다양한 힘은 노골적으로 무언가를 보호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것이 뭔지 파악하려다가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었다.
‘이제는 다르지.’
뒤에서 끊임없이 회복 주문을 넣는 아이리스 덕분에 송진우는 겹겹이 쌓인 방어막을 뚫고 심층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거기 숨어 있는 게 뭐냐?’
송진우는 본능적으로 ‘숨어 있는 무언가’를 제어할 수 있다면 보석을 지배할 수 있다고 느꼈다.
아르콘이 보석을 조종했다면 분명 그 방법이 있을 것이다.
보석의 핵에 다가설수록 더 강한 저항이 느껴졌다.
결국에는 송진우의 회복력과 아이리스의 신성 마법을 넘어서는 데미지가 들어왔다.
하지만 송진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비켯!’
마지막에 사용한 것은 역시 공허의 힘이었다. 게걸스러운 공허의 기운이 다가오는 모든 기운을 먹어치우며 송진우를 보호했다.
그리고 마침내 송진우의 기운이 보석 중심에 있는 핵에 닿았다.
그러자…….
-경고합니다. 비정상적인 경로의 접근입니다.
기계 음성이 송진우의 머릿속으로 전달되었다.
‘뭐?!’
송진우는 당황했다. 차라리 강력한 주술이나 마법이면 공허의 힘으로 대응할 수도 있었을 텐데 송진우는 컴맹이다.
코드는커녕 최신 게임 하나 설치하는 것도 서툴렀다. 하물며 시공간을 간섭하는 기계를 다룰 지식이 송진우에게 있을 리 없었다.
-경고합니다. 비정상적인 경로의 접근입니다.
보석은 여전히 경고음을 울리며 송진우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송진우는 결정해야만 했다.
공허의 힘도 계속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럴 때는 고전적인 방법이 최고지.’
송진우가 선택한 방법은 고전적이라기보다는 무식한 것이었다.
퍽!!!
공허의 힘으로 보석의 핵을 두들긴 것이다.
‘고장 난 기계는 두들기면 돼.’
이과생이 들으면 입에 거품을 물 말이었지만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경고합니다. 비정상적인 경로…….
갑자기 눈앞에 투명 메시지 창이 나타난 것이다.
《???를 펫으로 삼겠습니까?》
디멘션 월드의 메시지 창이었다.
《???를 펫으로 삼기 위해서는 2,000 매력 스탯이 필요합니다.》
‘세레나자드의 도움인가?’
갑자기 디멘션 월드의 힘이 이런 때에 발동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송진우는 지금이 기회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펫으로 삼겠다.”
그 말과 동시에 끈질기게 송진우를 공격하던 힘이 사라졌다.
“후하!”
힘을 소진한 송진우가 비틀거리자 아이리스가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구원자님!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전에는 시한폭탄 같았던 보라색 보석이었는데 지금은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느껴졌다.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관리자님.]이제는 송진우의 펫이 된 보석이 공손하게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주 명령어가 비어 있습니다. 새롭게 등록하는 것을 권장합니다.]“명령어? 어떤 명령어를 넣을 수 있지?”
[명령어 열람을 보겠습니까?]다행히 보석을 다루기 위해서는 복잡한 명령어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그냥 말로만 해도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래. 알려줘.”
[현재 사용 가능한 명령어는…….]보라색 보석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능을 자세히 설명했다. 설명만 듣는데도 한 시간이 훌쩍 넘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기능이 있었다.
원래 이 보석은 아르콘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수문장이었다. 워낙 여러 힘이 뒤섞여 있는 까닭에 원래 용도보다 훨씬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었다.
여러 기능을 주의 깊게 듣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할 정도로 놀랄 내용을 들었다.
“순간 이동 포탈이라고?”
[그렇습니다. 현재 설치 가능한 포탈은 총 8개입니다.]보석의 기능 중에는 차원문 설치가 있었다. 간이 포탈을 설치한다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장치였다.
“이동 가능한 거리가 얼마나 되지?”
[지구의 단위로 100만km는 가능합니다.]한마디로 거리는 상관없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송진우가 달나라에 갈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그럼 간이 포탈 설치 방법을 알려줘.”
그 후로도 밤이 거의 샐 때까지 기능 설명을 들었다.
다음 날, 송하나는 뜻밖의 선물을 받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 이게 뭐야?”
송진우가 송하나에게 선물한 것은 품 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강아지였다.
일반적인 강아지와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털은 보이지 않고 보석처럼 빛나는 매끄러운 피부였다. 온통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어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건 디멘션 월드에서 각인한 특별한 강아지야. 이거라면 똥 같은 거 치울 걱정도 없으니 네 스케줄에 같이 있을 수 있을 거야.”
“이게 각인한 강아지라고?”
송하나는 신기한 듯이 강아지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녀석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 혀로 송하나의 입술을 핥았다.
“꺄앗! 진짜 강아지하고 똑같잖아?”
처음에는 진짜 강아지가 아니라서 조금 망설였지만, 그것이 일반 강아지와 다름없이 행동하니 금방 기뻐하며 녀석을 끌어안았다.
이사할 때 키우던 고양이, 모리유가 가출(?)해서 상심했던 터라 새로운 강아지가 더 반가웠다.
“고마워, 오빠. 근데 이름이 뭐야?”
“그건 아직 정하지 않았어. 네가 정해.”
“그래? 그럼 포도라고 부를래.”
받자마자 바로 이름을 정하는 것을 보니 진짜 마음에 들었나 보다. 깡충깡충 뛰면서 포도를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좋아해서 다행이네.”
너무 좋아해서 자신이 소외받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조금 서운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송진우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새 이름이 마음에 들어, 포도?”
그 말에 송진우의 그림자에서 역시 보라색의 늑대 형상이 튀어나왔다. 그것이 보라색 보석이 변환한 포도의 본체였다.
[그게 제 이름입니까?]“음… 생각해보니 하나의 강아지와는 구분되는 이름이 필요하겠지. 그럼 넌 그레이프(grape)로 해.”
[역시 포도군요.]이제는 그레이프가 된 보석은 전날 인터넷에 접속하더니 온갖 지식을 다 습득했다. 원격으로 인터넷에 접속도 되니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인 셈이었다.
인터넷 사용은 그레이프가 지닌 능력 중 극히 일부였다. 전투력도 뛰어나고 송진우를 보조하는 스킬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펫이 된 그레이프는 송진우의 레벨에 영향을 받았다. 펫마다 고유한 능력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그레이프의 능력은 단연 발군이었다.
송하나의 애견이 된 포도는 그레이프의 몸을 분할한 것이었다.
그레이프의 능력을 대부분 갖추고 있어 애완견이자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능은 포탈을 통한 공간 이동이었다.
“이제 포도의 위치로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거지?”
[그렇습니다. 간이 포탈 기능을 저장했으니 원하시면 언제든지 이동 가능합니다.]그레이프가 생성할 수 있는 간이 포탈 중에서 하나를 포도에 저장했다. 이제는 송하나가 어디에 있든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이러면 안심이네. 이제는 지방 공연도 가능하겠어.”
아쉬운 것은 전에 헌터들과 송진우를 곤경에 빠트렸던 시간 정지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간이 포탈도 쿨 타임도 있어 하루에 한 번씩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할 수 없지.”
다시 그레이프의 능력을 숙지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띠리리리!
김택현 기자가 줬던 전화기였다.
-사건이 터졌습니다.
월드 스톰 이후 한국에서도 강력 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치안의 공백을 틈타 악한 마음을 품은 자들이 득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는 검은 사신처럼 유명세를 얻은 자들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나도 빌런인가?’
나쁜 짓을 한 자들을 처벌하고는 있지만 사법 기관을 통한 정식적인 절차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검은 사신에게 붙은 현상금도 높아졌고 전담 부서까지 있었다.
반대로 빌런들에 대항하고 무너진 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도 나타났다.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히어로라고 불렀다. 이미 유명세를 얻어 별명까지 얻은 자들도 생겼다.
“무슨 일이죠?”
-부녀자 납치 사건입니다.
몇 달 전부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유괴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범인이 누군지 그 가닥도 잡히지 않았는데, 이번 달에만 벌써 7번째였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 빌런들과의 차별성을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김택현 기자가 걱정하는 것은 검은 사신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다른 빌런들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는 검은 사신의 존재가 사회에 뿌리박혀 있는 부정부패를 견제하는 역할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그런 검은 사신을 교묘하게 다른 빌런들과 묶어 같은 취급을 하고 있었다.
권력자들의 명령을 받고 검은 사신의 이름을 더럽히기 위함이었다.
그것을 뒤집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여성은 일산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번에도 서울 주변이네요.”
-그렇습니다. 범인은 수도권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건 기자님만이 아니라 다들 할 수 있는 추측이죠. 그런데도 대담하게 또 일산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범인이 그런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거나, 아니면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전 후자라고 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꼭 아바타가 아니더라도 각인 포인트를 사용하면 디멘션 월드의 스킬을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것을 이용한 범죄가 예전부터 심상치 않게 발생했는데 요즘은 노골적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검은 사신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경각심을 줘야 합니다. 범죄자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배트맨처럼요?”
-그 이상으로요. 요즘 세계정세는 고담의 시민들도 고개를 저을 정도니까요.
김택현 기자의 말에는 사명감까지 담겨 있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저도 요즘 좋은 것을 얻어서 이제는 전국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건 사고가 전국적으로 일어났기에 현실적으로 송진우가 그 사건에 모두 관여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송진우가 빠르다고 해도 수백 킬로미터 밖에 있는 사건을 처리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레이프 덕분에 상황이 달라졌다. 간이 포탈을 전국 주요 도시에 설치한다면 이동 시간이 대폭 짧아져서 운신의 폭이 수십 배 늘어난 것이다.
-지금 이 유괴 사건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죠.
“경찰 쪽에서도 아직 단서 같은 것을 찾지 못했나요?”
-그렇습니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자까지 고용했는데 아직 성과가 없습니다.
사이코메트리는 사물에서 기억을 읽어내는 초능력이다. 범죄에 관련된 물건이나 현장을 손으로 만진다면 거기에 관련된 사건이 보인다고 했다.
빌런만이 아니라 경찰도 다양한 디멘션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더 다양해지고 교묘해지는 범죄 수법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송진우는 김택현 기자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그레이프에게 물었다.
“찾을 수 있겠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본 말이었다. 그런데 그레이프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