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0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01화
201화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나 덤덤하게 움직였다.
“이제 시작하는군.”
안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로브를 뒤집어쓰고는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딜 가는 거지?’
송진우도 그들의 틈에 껴서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안개의 화신 능력이라도 이 많은 사람의 이목을 속일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송진우의 눈에 저 멀리에서 허겁지겁 뛰어오는 자가 보였다.
‘그러면 되겠네.’
송진우는 망설이지 않고 뒤쳐져서 뛰어오는 자의 뒤로 돌아갔다.
“우읍!”
단숨에 그자를 제압한 송진우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밀어놓았다. 그러고는 그자의 로브를 벗겨 자신이 착용했다.
변장을 한 송진우는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의 틈에 섞여서 같이 이동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사람들이 얽히고설킨 길목에서 나왔지만 목적지는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수백 명이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광장이었다.
광장 앞에는 단상 같은 것이 있었고 그 뒤에는 화려한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의자에는 다른 사람들이 착용한 것보다 훨씬 더 화려한 로브를 착용한 이들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중앙에 이상한 마법진 같은 것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정신을 잃은 여성들이 십자가 모양의 틀에 묶여 있었다.
총 네 명의 여성이 묶여 있었는데 그중의 한 여성이 송진우가 찾으려던 납치 피해자였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여성은 찾았지만 아직 섣불리 움직일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단 잠자코 있었다. 좀 더 사태를 지켜본 다음에 움직일 생각이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모두 광장에 모이자, 강단에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늘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다시 이곳에 모였습니다.”
그렇게 말한 남자는 뒤에 앉은 화려한 로브를 입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특별히 우리 교단에 10명밖에 없는 대주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모두 환영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짝! 짝! 짝!
모두 열렬히 박수를 치고 있는 와중에도 송진우의 얼굴은 심란함을 숨기지 못했다.
‘대주교가 10명이라고?’
그 말은 이만한 규모의 시설이 최소 10개가 넘는다는 뜻이었다.
당장 이곳에 보이는 사람들만 200여명. 시설이 최소 10개면 2천 명 이상이라는 말. 단순한 사이비 종교 수준을 훌쩍 뛰어 넘었다.
‘이미 납치라는 흉악 범죄를 저지를 때부터 보통은 아니라는 소리지만.’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송진우는 다음 행동을 계산하고 있었다.
포식의 힘을 지닌 송진우가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저 대주교라는 사람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곳에 아바타라니…….’
무심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대주교는 분명 누군가의 아바타였다.
그가 무슨 신급 존재의 아바타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추종하는 자들이 넘치는 그의 홈그라운드에서 송진우 혼자 움직이는 것은 역시 부담이 컸다.
일단은 정찰만 하고 김택현 기자에 알려서 공권력의 힘을 빌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 송진우의 계획은 다음 이어진 광신도들의 행동에 전면 수정되어야 했다.
“그럼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단상에 있던 남자가 신호를 보내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이 묶여 있던 여성 중 한 명을 둘러싸며 섰다.
그들이 웅얼거리며 이상한 주문 같은 것을 외웠다.
순간 여성 밑에 있는 붉은색 마법진 같은 것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이 강해지자 신자들이 두 손을 높이 올려 환호했다.
“오오! 그분의 힘이 느껴진다!”
‘뭐 하는 거지?’
이제까지도 송진우는 저들이 특별한 힘을 이용해서 납치해 온 여성들을 세뇌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일어난 일은 그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스멀.
마법진이 그려진 바닥에서 회색의 슬라임 촉수 같은 게 생겨나더니 송진우가 반응할 새도 없이 여성의 몸을 감싸버렸다.
부글! 부글! 부글!
회색 촉수에 감긴 여성의 몸은 끓어오르는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러더니 이내 전혀 다른 형상으로 변하였다.
“케에엑!!”
놀랍게도 여성은 키가 반으로 줄고 피부도 검고 울퉁불퉁하게 변했다.
코는 매부리코가 되었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와는 대조적으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고블린?’
여성의 모습은 디멘션 월드에서 쉽게 만나던 고블린과 같았다.
그 모습을 본 단상에 선 남자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형편없군. 겨우 고블린인가?”
남자는 미련 없다는 듯이 들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다시 회색의 촉수가 나타나 이제는 고블린이 된 여성을 휘감았다.
치이익!!
“케륵!!”
이번에는 촉수에서 진액 같은 것이 나와 고블린의 몸을 녹이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지도 않았는데 완전히 녹아내린 고블린은 마법진에 흡수되었다.
스르륵.
고블린을 흡수한 마법진은 기뻐하듯이 밝은 빛을 내다가 다시 잠잠해졌다.
충격적인 모습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충격 받은 사람은 오직 송진우뿐.
“다음!”
이 자리에서 묶여 있는 모든 여성을 처치할 생각인 듯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송진우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 나서면 이 모든 이들과 싸워야 하는데…….’
수없이 많은 기연을 포식하며 강해진 송진우지만 전력을 알 수 없는 단체와 싸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그냥 빠져나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일반 신도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어. 문제는 저들인데…….’
대주교라고 불린 자는 무려 아바타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자들도 심상치 않은 기도를 뿜어내고 있었다.
광신도의 습성을 생각하면 싸움이 일어났을 때 일반 신도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틈도 만들어 낼 수 없겠지.’
모두 한곳에 모인 지금이 어쩌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송진우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며 그레이프를 불렀다.
‘탈출로를 알아야 해.’
[가장 가까운 출구는 여기서 25m 안에 있습니다.]‘그보다 들어온 곳으로 안내해 줘. 여기서 나가면 저들이 추격해올 테니까 조금이라도 지리를 아는 곳으로 가는 것이 낫겠지.’
[알겠습니다. 지금 화면으로 띄울까요?]‘그렇게 해.’
그레이프는 송진우 눈에만 보이는 미니맵을 만들어냈다. 길은 알았으니 남은 건 움직이는 것이다.
‘조금 더 가까이.’
송진우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사이에도 희생자가 늘었다. 이번에도 회색의 촉수 같은 것이 묶인 여성을 덮쳤다.
“케에엑!!”
모습이 바뀐 여성은 새를 닮은 날개와 발을 지니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단상 위의 남자는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하피로군. 성능은 별로지만 날개가 있으면 쓸모가 있겠지.”
이번에는 촉수가 나오지 않고, 대신 대기하고 있던 자들이 하피로 변한 여성을 데리고 어딘가로 가 버렸다.
그사이 송진우는 조금 더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다행히 사람들의 모든 이목은 묶인 여성들을 향해 있었다. 그 덕분에 들키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희생자도 늘었다.
“그르륵!”
이번에 여성은 거대한 몸집의 괴수로 변했다. 그것은 다른 것들과는 달리 거대한 손톱을 휘둘러 옆에 대기하고 있던 광신도를 공격했다.
푹!!
“커억!”
괴물의 손톱에 관통당한 신도는 피를 토하고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신도가 죽었음에도 그 모습을 본 단상 위의 남자는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
“데스 크립트라니! 반드시 생포해라!”
강력한 괴물이 나오니 기뻐하는 듯했다. 남자의 명령을 받은 자들은 쇠사슬 같은 것을 휘둘러서 데스 크립트를 휘감았다.
“으르르르!!”
데스 크립트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서 반항했다.
붕! 붕!
거대한 손톱에 스치기만 해도 사망일 것 같았다. 송진우가 저 앞에 있다고 해도 두려울 듯했지만, 광신도들은 겁이 없는 것처럼 침착하게 움직여 괴물을 압박했다.
“크아아아!!”
결국, 그들은 데스 크립트를 포박하는 데 성공했다.
“데려가라!”
묶여 있던 여성 넷 중에서 벌써 셋이 괴물이 되었다. 그중에 하나는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녹아내린 상태였다.
남은 하나의 운명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다음 의식을 거행하라!”
단상 위의 남자가 다음 희생자를 지목했을 때…….
휘릭!
검은 형체가 먹이를 노리는 새처럼 빠르게 단상 위로 쇄도했다.
송진우가 거대한 낫을 들고 단숨에 달려든 것이다.
“뭐……!!”
거대 낫의 번뜩이는 날을 본 남자는 눈을 질끈 감고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서 막으려 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런 그를 그대로 놔두고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러고는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남자의 배를 낫으로 꿰뚫었다.
푹!!
“커억!”
송진우가 공격한 것은 대주교라고 불린 자였다.
다른 이보다 아바타가 가장 껄끄러울 것으로 생각한 송진우가 그를 먼저 공격한 것이다.
낫으로 대주교의 배를 깊숙이 찌른 송진우는 그대로 크게 휘둘러서 몸을 두 동강으로 나누었다.
《소울을 흡수했습니다.》
《압호스 화신의 아바타를 쓰러트렸습니다.》
《압호스 화신의 능력을 흡수합니다.》
《디멘션 특성 획득》
▲오염의 근원
▷300초 동안 공격한 적의 올 스탯 -5%
눈앞에 떠오르는 반투명한 창을 확인할 새도 없이 송진우는 낫을 돌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자의 목을 벴다.
팟!
거대한 낫이 지나가자 그자의 머리가 둥실하고 허공에 떴다.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그 눈과 마주쳤는데 뜻밖에도 그건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오크?’
초록색 피부와 아래턱에서 코까지 치솟은 송곳니까지, 그것은 영락없는 오크의 얼굴이었다.
“거, 검은 사신?!”
“침입자다!!”
“이단이다! 죽여라!”
송진우의 의문이 사라지기도 전에 옆에서 날카로운 검이 날아들었다. 기습의 효과가 끝나고 적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쾅!!
낫을 통해서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포식의 능력을 지닌 송진우도 그냥 간과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세로로 쪼개진 눈동자가 보였다.
‘리자드맨?’
로브가 벗겨진 그자의 모습은 놀랍게도 리자드맨이었다. 도마뱀을 연상케 하는 몸에 터질 듯한 근육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자들이 빠르게 로브를 던지고 송진우에게로 향했다.
그들 모두 디멘션 월드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형상이었다.
챙! 챙!
송진우는 다가오는 자들을 향해서 빠르게 낫을 휘둘렀다.
이상하게도 그 몬스터들은 현실에서도 디멘션 월드와 다름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레드존이 아니라서 스킬 사용이 제한되고 여의주도 없는 상황이지만, 송진우는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챙! 챙!
“크륵!”
송진우의 낫에 팔이 날아간 늑대인간이 고통스러워하며 뒤로 물러섰다. 뒤에서 기습하려던 오니도 혈마장을 정통으로 맞고 쓰러졌다.
그런데 일반 교도들까지 무기를 들고 합세하려는 것이 보였다.
‘여기까지.’
이미 아바타를 처지하고 디멘션 특성을 획득했으니 소정의 목표는 이룬 셈이었다. 게다가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도 남아 있었다.
휘리릭!
송진우는 반대로 몸을 날렸다. 방향은 아직 정신을 잃고 있는 여성이었다.
“앗! 저놈이 제물을 탈취했다!”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