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0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03화
203화
-판이 너무 커졌습니다. 군 병력과 광신도까지 개입했으면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제까지는 송진우가 일을 처리하면 김택현과 그가 아는 기자들이 그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다.
그렇게 검은 사신에 대한 행적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너무 커서 그렇게 접근하면 시간이 너무 늦을 듯했다. 군부대의 폐쇄성을 생각하면 조사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 헬기 2기가 격추된 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최첨단 전투 헬기라면 대당 몇 천억은 할 테니까요.
광신도와의 관계는 부인할 수 있어도 헬기 두 기가 격추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탄피가 없어진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지금 이 여성도 빨리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목숨에 지장이 있을 정도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호흡은 정상이지만 무슨 약물에 중독되었는지 알 수 없어요.”
그 말에 다시 한참을 고민하던 김택현 기자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뭔가 결심한 듯이 말했다.
-우리도 이제는 조금 과감하게 움직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 *
8시 정각이 가까워지자 국영 방송사인 KBS에서 8시 뉴스를 내보낼 준비가 한창이었다.
“좋습니다. 10초 뒤에 생방송을 시작입니다.”
메인 PD의 말에 데스크에 앉아 있던 남녀 아나운서도 마지막 정리를 마치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3, 2, 1, 방송 시작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8시 뉴스 시작하겠습니다. 지난주에 시작되었던 국정 조사가 내일 마무리가 될 예정입니다. 여당과 야당에서는…….”
KBS 간판 아나운서가 매끄럽게 뉴스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시커먼 무언가가 뉴스룸에 난입했다.
“뭐, 뭐야!”
당연히 메인 피디는 기겁해서 안에 들어간 침입자를 내쫓으려 했지만, 그 모습을 보고는 얼어붙어 버렸다.
“거, 검은 사신?!”
말로만 들었던 검은 로브에 검은색 해골 가면을 쓴 검은 사신이 태연하게 방 한가운데에 나타난 것이다.
그의 팔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여성이 안겨 있었다.
침입자를 제지해야 할 보안 요원도 검은 사신의 포스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어서 주변 눈치만 봐야 했다.
다들 당황해서 눈알만 굴리고 있는 사이, 송진우는 들고 있는 여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쾅!
한쪽에는 거대한 낫도 꽂아 놓았다. 자신이 진짜라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이.
그러고는 태연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며칠 전에 납치되었던 김애경 양이다.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하는 광신도에게 잡힌 것을 내가 구출했다.”
송진우는 일부로 여성의 얼굴을 카메라에 잘 보이게 놓았다. 조금 초췌했지만 그녀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그들은 압호스라는 악신을 섬기는 사교들이다. 이미 그자들에게 죽은 사람들이 수십이 넘는다. 납치된 여성들은 모두 살해되었다. 나는 그들 수백 명과 싸워…….”
송진우는 담담하게 그곳에서 봤던 일을 모두 폭로하기 시작했다.
김택현 기자가 만든 연설문을 외워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에 기반해서 살점을 붙여 광신도들을 더 악마적으로 말하고, 송진우의 행적은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했는데, 광신도의 편에 선 군인들과 싸우는 대목에서는 듣는 사람들의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그걸 보고 있던 보조 피디가 메인 피디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쩌죠? 방송사고라고 하고 송출을 정지할까요?”
그의 말에 메인 피디가 가지고 있던 대본으로 그의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
“야이, 새끼야! 미쳤냐? 이런 대박 특종을 그냥 놓치라고? 헛소리 말고 소리 키우고 카메라로 검은 사신의 곳곳을 비추게 해!”
이미 방송국 사람들은 송진우를 막기보다는 검은 사신이라는 최고의 화젯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 사이 송진우의 연설은 점점 더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장갑차가 날 막기 위해서 기관총을 쏘면서 수십 킬로를 따라왔고, 위에서는 헬기가…….”
송진우는 이 부분에서 격추된 헬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말했다. 이렇게 말했으면 아무리 폐쇄적인 군조직도 움직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격추된 헬기가 발견된다면 송진우가 말한 모든 말도 신빙성을 얻을 것이다.
“……세상에 나로 분장한 가짜 검은 사신이 돌아다니며 나쁜 짓을 저지른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오해를 받는 한이 있어도, 악한 자들을 처단하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설령 국가가… 세상이 나를 벌한다 해도… 가짜 때문에 오해한 국민들이 나를 미워한다 해도…….”
그렇게 송진우가 마지막 말을 끝냈을 때쯤 부랴부랴 특수 병력이 도착했다.
“검은 사신이 안에 있다! 절대 놓치면 안 돼!”
그들은 검은 사신을 전담하는 병력이었다. 강력한 헌터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둘러싸이면 송진우도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어디 있어!”
“아직 이 안에 있습니다.”
콰광!!
그들은 방송국의 문을 부수면서 들어왔다.
“모두 꼼짝 마! 움직이면 쏠 거다!”
“모두 엎드려!”
병력이 총구부터 들이대며 거칠게 들어오자 그곳에 있던 방송국 직원들이 기겁을 하며 땅에 엎드렸다.
하지만 정작 목표였던 검은 사신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 자식 어디 갔어? 어디로 숨은 거야?”
그들이 찾는 송진우는 혼령 질주를 통해 벽을 뚫고 도망한 후였다.
혼령 질주는 벽 너머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몸이 벽에 낄 수도 있어 사용을 자제해 왔다.
다행히 그레이프에게 급히 다운받은 이 건물의 설계도 덕분에 탈출 경로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벽을 몇 개 넘고 화장실로 간 송진우는 복장을 포식이에게 저장하고 평상복 차림으로 태연하게 나왔다.
그렇게 건물 밖으로 나갈 때까지 누구도 송진우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 * *
사건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토픽이 되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알려졌다.
[이곳은 검은 사신이 말했던 장소입니다. 보시는 대로 이곳은 치열한 전투의 흔적과 부서진 헬기의 잔해가 있습니다.] [검은 사신이 말했던 사교 집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산에 있던 비밀 지부는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납치되어 행방불명되었던 이아람 양의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아직 신원을 알 수 없는 사체도 감식반이 조사하는 중입니다.] [황기영 중장은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내려졌으니 곧 의혹이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사람을 제물로 삼는 사교가 이미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폭로한 검은 사신은 현대판 로빈훗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검은 사신이 아니었다면 피해는 이보다 수백 배는 커졌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머리를 말리며 뉴스를 보던 송진우는 겨우 한시름 놓았다.
김택현 기자의 생각처럼 빠르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검은 사신에 대한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특히 마지막의 애드립은 방송을 보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감동을 던져주었다.
이제는 누구도 검은 사신을 빌런이라고 부르지 않고 오히려 한국은 대표하는 히어로라고 칭송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방송국 사람들을 억압하며 들이닥친 특수 병력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심지어 그들이 광신도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왔다.
결국 특수 부대를 책임지고 있는 이가 나와서 정식으로 성명까지 내야 했다.
“대중을 확실하게 내 편으로 만들었어.”
혼돈의 시대에 검은 사신이라는 존재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살인자에 불과하다는 혹평은 이제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검은 사신을 쫓는 수사팀은 한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송진우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대가 영웅을 원한다면…… 그렇게 돼 주지.”
송진우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는 영웅도, 악당도 될 작정이었다.
영웅이라는 타이틀이 도움이 된다면 맞지 않는 가면이라도 기꺼이 쓸 용의가 있었다.
지잉!
때마침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나 스케줄 끝나고 들어가. 먼저 자. 사랑해, 오빠.]남들이 보면 닭살이 온몸에 돋을 맨트지만 송진우는 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사랑한다.”
송진우는 복잡한 마음을 벗고 침실로 들어갔다. 디멘션 월드에 접속해서도 해야 할 일이 한가득 있었다.
《LOG IN》
* * *
오늘도 어김없이 중앙 대륙으로 출근하기 위해 송진우는 아이리스와 함께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월드 스톰 이전에는 현실과 중앙 대륙을 잇는 차원 포탈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었다. 헌터를 육성하기 위해 제한을 두지 않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곳에 거대한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그뿐 아니라 포털을 드나드는 헌터들을 감시, 감독하는 헌터 길드가 생겨서 출입증이 없으면 포탈 안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그러한 변화는 월드 스톰 이후로 제어가 되지 않는 헌터들을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사고를 친, 이른바 빌런들이 중앙 대륙으로 도망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제는 짐꾼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2차 승급자 미만은 헌터증이 나오지도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송진우와 아이리스는 중앙에 있는 포털 입구로 다가갔다.
“헌터증을 보여주시겠습니까?”
포털 입구를 지키던 관리자가 송진우와 아이리스의 위아래를 쓱 살피며 말했다.
송진우는 품속에서 헌터증을 꺼내 넘겼다.
별 생각 없이 헌터증을 받아든 관리자가 고개를 숙이더니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송진우의 헌터증은 일반적인 것과 달리 금테가 둘러져 있었다.
“스, 스톰 브레이커이십니까?”
‘스톰 브레이커’는 월드 스톰 당시에 아르콘과 싸웠던 5,000명의 영웅을 지칭하는 말이다.
목숨을 걸고 세계를 지킨 영웅들!
단순히 명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5,000명에 드는 강력한 헌터라는 뜻이기도 했다.
더구나 그때 죽은 자가 많았으니 숫자는 더더욱 적었다. 당연히 다른 헌터와 대우가 다를 수밖에.
다른 헌터들은 철저한 몸수색을 걸쳐야만 통과할 수 있었지만, 송진우와 아이리스는 특수한 기계 장치만 통과하는 것으로 검사가 끝났다.
가면을 쓰고 포탈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혜택이었다.
“토, 통과해도 좋습니다, 포식귀 님, 그리고 아이리스 님.”
“네, 감사합니다.”
긴 줄을 기다려야 하는 다른 헌터들은 프리패스한 송진우와 아이리스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이미 붉은 가면을 착용한 스톰 브레이커는 이곳에서 유명 인사였다.
게다가 항상 같이 다니는 아이리스는 디멘션 월드에서도 보기 힘든 굉장한 미인이었다.
“포식귀다.”
“듣자 하니 중앙 대륙에 마을도 소유하고 있다던데?”
“그거 거짓말 아니야. 나도 가봤다니까. 갑자기 등장한 신생 마을인데, 주변에 사냥터 정비도 잘돼 있어.”
그 말에 다른 헌터들도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치안은 어떤데?”
월드 스톰 이전의 헌터들의 주 관심사가 수입이었다면 지금은 치안이다.
P·K범나 강도들이 들끓는 지역이나 마을에 갔다가 목숨을 잃는 헌터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좋아. 지하 조직도 없고, 사냥터에 경비들을 배치해서 P·K놈들도 없어.”
“그래? 그럼 나도 가볼까?”
아직은 초기라서 불안한 면이 있지만 네크로폴리스는 날이 갈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당연히 수입도 그와 비례해서 늘어났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사람들이 포털 안으로 사라지는 송진우와 아이리스를 쳐다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치안도 좋고, 수입도 좋고, 거기다 아름다운 여자까지 있다면 뭘 더 바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