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09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09화
209화
참격 길드원들은 무차별하게 무기를 휘둘렀지만,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공격이 들어갈 리가 없었다. 오히려 아군을 공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큭! 후퇴! 후퇴해라!”
결국 막대한 피해를 입고 나서야 참격 길드가 모래 폭풍 밖으로 도망쳤다.
태극보도를 든 남자가 모래 폭풍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스킬도 오래 지속되지 못할 거야! 그때까지 대기한다!”
그 후로도 모래바람 뒤에서 지속적으로 사이킥 에너지가 날아왔지만, 태극보도 덕분에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그렇게 2분쯤 지나자 정말로 모래바람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두 후퇴한 것이다.
“이런, 당했다!”
간헐적으로 날아오는 사이킥 파워를 막기 위해서 이미 태극보도의 힘을 거의 다 썼다.
쿨 타임 때문에 다시 이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루는 더 기다려야 했다.
한진영은 정확히 태극보도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뒤로 물러난 것이다.
“빌어먹을!”
태극보도를 절대적으로 신뢰했기에 피해가 더 커졌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엘리샤 길드원이 물러섰고, 아직도 참격 길드가 훨씬 유리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남자는 분노를 참지 않고 소리쳤다.
“진격한다! 이 수모는 꼭대기에서 몇 배로 갚아준다!”
* * *
C 지역은 마왕 황덕철이 맡았다. 보조하는 병력은 오직 가우스 저격총을 가진 스나이퍼들 뿐이었다.
평소의 황덕철은 온화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지만 전장에만 서면 기도가 180도 달라진다.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한 세계를 파멸하려던 장본인이다. 그 와중에 자신의 손으로 죽인 생명이 거의 만 단위에 이르렀다.
그는 간신히 얻은 안식을 방해하는 자들을 용서할 생각을 추호도 없었다.
쿵!!
“죽어라! 이 하찮은 돌덩이야!”
이미 전장에서는 그의 소환물인 지옥불 정령 골렘이 참격 길드원들과 싸우고 있었다.
지구에 와서 더욱더 업그레이드된 지옥불 정령 고렘은 랭커들도 쉽게 다가설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 골렘이 20기나 있으니 참격 길드원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황덕철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신기한 장난을 쳤군.”
지옥불 정령 골렘은 그 자체로도 강력하지만 주변의 강철도 녹일 정도로 강력한 열기를 뿜어냈다.
그래서 웬만한 적들은 가까이에 붙으면 불타 죽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참격 길드원은 그런 열기를 조금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싸우고 있었다.
“저 부적 때문인가?”
참격 길드원들은 노란 부적을 몸 구석구석에 빼곡하게 붙이고 있었다.
화염 저항력을 올려주는 일회용 부적이었다. 더럽게 비싸지만 이번 전투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
“제법이군.”
지옥불 정령 골렘의 무서움을 알기에 철저히 준비한 것이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골렘도 점차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으로 온 자들은 A 지점과 B 지점으로 간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자들이었다.
3차 승급자가 무려 5명이나 있었다.
이대로라면 손쉽게 뚫릴 수도 있는 위기지만 황덕철의 표정은 태연했다.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준비한 것이 있지.”
황덕철은 그런 말을 하며 지팡이로 바닥을 내려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지옥불 정령 골렘에 변화가 일어났다.
파지지직!!
언제 불길을 뿜었냐는 듯이 골렘의 몸이 급속도로 얼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불길 대신 공기가 얼 정도로 차가운 냉기를 뿜기 시작했다.
골렘의 변화에 참격 길드원도 당황해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얼음?”
“이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
역시나 냉기에 대한 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원거리 공격이 빈약한 참격 길드라서 골렘을 상대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대로라면 완벽하게 막을 수도 있어 보였지만 참격 길드의 판단은 놀라웠다.
“상대는 랭커인 마왕이다! 희생 없이는 이길 수 없어!”
“그냥 밀어붙여!”
피해 입는 것을 각오하고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곳이 중앙 대륙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자살에 가까운 공격이었다.
“으아아아!!!”
무식한 방법이지만 의외로 효과는 있었다. 죽어 쓰러진 병력도 있었지만 골렘을 하나둘씩 쓰러트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무림인들답게 골렘의 재생률을 넘어선 강력한 공격력이었다.
탕!! 탕!!
스나이퍼들의 공격도 많은 데미지를 주었지만, 그들은 마치 광전사처럼 목숨을 아끼지 않고 공격했다.
“흠! 제법이군. 역시 냉기는 화염에 비하면 약해.”
무적 같았던 골렘이 쓰러지기 시작했지만 황덕철은 동요하지 않았다. 이 정도 피해는 예상했다.
“이쯤에서 슬슬 물러날까?”
최후의 전투는 꼭대기에서 일어날 것이다.
타격은 충분히 주었으니 지금 물러선다면 반파된 골렘도 다시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철수한다.”
그렇게 황덕철은 C 지역에 온 병력을 반 이상 쓰러트리고 골렘 14기를 살려서 돌아갔다.
* * *
황덕철까지 돌아오자 엘리샤 길드의 모든 병력이 꼭대기에 모였다. 뒤로 가면 정해진 지역을 벗어나니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엘리샤 간부들은 다른 것을 논의하고 있었다.
“역시 누군가가 배신했군요.”
한수정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고 이루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딱 맞는 대비는 하지 못했겠지.”
사수 위주의 병력에는 용린 방패를, 사이킥 능력자 병력에는 태극보도를, 지옥불 골렘에는 화염 저항 부적을 준비했다.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노력했지만 결국 소용없었다.
최후까지 숨기려 했던 정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간부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자가 배반한 것이다.
“어떤 새끼가 중국 놈들과 붙어먹은 거야!”
퍽!
이정후가 애꿎은 땅을 발로 차며 분노를 표출했지만, 한수정은 덤덤히 말했다.
“지금은 그게 누구인지 찾을 때가 아닙니다. 지난 것은 잊고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수정의 말대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예상한 것 이상의 성과를 얻었어도 쉽지 않은 싸움이었지만, 적의 병력을 갉아먹기 위한 싸움은 겨우 절반의 성과만 얻었다.
이대로 부딪친다면 엘리샤 길드의 필패다. 차라리 이대로 이 지역을 벗어난다면 목숨만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엘리샤 길드원들은 침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다들 말이 없자 여전히 냉정한 눈을 지닌 황덕철이 물었다.
“이제 남은 게 뭐지?”
뾰족한 수가 없다면 정말 후퇴를 말할 생각이었다. 중앙 대륙의 도시를 뺏기는 것은 치명적인 손해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대답한 사람은 의외로 모리유였다.
“하나 남았어. 진우의 선물이야.”
그녀는 말과 동시에 뒤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을 가리켰다. 그들은 전투 전부터 무릎 꿇고 기도만 하던 이상한 자들이었다.
이정후가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쟤들이 이 상황을 타개할 정도로 도움이 될 거라는 소리야? 내 생각에는 그냥 썰릴 것 같은데?”
순교병들은 방어구도 아닌 흰색 옷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무기 대신 두꺼운 성서를 들고 있었다.
“설마 저 책으로 때리는 건 아니겠지? 참격 길드 놈들이 나쁜 놈들이긴 해도 실력은 확실해.”
송진우는 순교병들을 모리유에게 맡겨놓고는 한수정한테도 그 용도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정말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적들의 손에 정보가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오직 혼자 정보를 알고 있는 모리유만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우의 말이 정말이라면 큰 도움이 될 거야.”
* * *
한편, 세 루트에서 다시 한곳으로 모인 참격 길드원도 충분한 휴식을 끝냈다.
“생각보다 피해가 크군.”
용린 방패와 화염 저항 부적은 물론이고, 레전드 아이템인 태극보도까지 사용한 싸움이다.
길목에 있는 모든 병력을 쓸어버릴 생각도 했는데 생각 외로 피해가 컸다.
“저들도 중앙 대륙에서 당당히 활동하고 있는 헌터들입니다. 숨겨 놨던 한 수가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죠.”
부장의 말에 껄끄러운 듯이 입맛을 다시던 대장은 목적지를 보며 말했다.
“어쨌든 간에 우리가 승리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아. 파워 아머를 추락시킬 낙뢰 비전서도 준비했으니 게임 끝이지.”
이들은 배신자를 통해서 엘리샤 길드의 모든 병력 특성과 약점까지 파악한 상태였다.
그들이 준비한 동영의 낙격부를 사용하면 파워 아머의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정지하고 땅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제는 승리만이 남았다.
“이왕이면 놈들이 도망치게 만들지 말고 모조리 쳐 죽이자. 아이템이라도 잔뜩 얻어야지!”
“오!!”
병력들의 사기는 최고조였다. 죽은 병력도 전투가 끝나고 바로 살리면 되었다.
“이 정도 손해로 도시를 얻으면 공짜나 다름없지.”
“단숨에 몰아쳐서 숨통을 끊을 거다. 이번 일이 끝나면 질펀하게 놀게 해줄 테니까 마지막까지 정신 바짝 차려!”
“네!”
“좋아! 그럼 가자!”
참격 길드원들은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이동했다. 마왕 같은 변수들을 고려해도 자신들이 질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단지 조금 찜찜한 것은 있었다.
‘그 포식귀라는 놈을 봤다는 놈이 없는데.’
마왕을 제외하고 엘리샤 길드가 보유한 또 다른 스톰 브레이커, 포식귀.
듣기로는 월드 스톰 당시에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고도 했다.
정보를 팔아넘겼던 배신자도 포식귀의 능력을 정확히 알지 못해서 마왕 이상의 변수라고 생각한 자였다.
그런 포식귀의 행방이 묘연했다. 조금 찜찜했지만 여전히 걸음은 당당했다.
‘설령 마왕이 한 명 더 있다고 해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거다.’
그렇게 계곡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엘리샤 길드원들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는데 웬 이상한 자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형제, 자매님들. 고요의 품으로 들어오세요.”
괴이할 정도로 선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가 헐렁한 사제복에 두꺼운 책을 들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겠지만 여기는 전장 한복판이다.
중무장한 병사보다 오히려 저런 자들이 더 신경 쓰였다.
“베어버려!”
“넷!”
대장의 말에 그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자가 달려가 남자를 사선으로 벴다.
“커억!”
변변한 방어구조차 착용하지 않은 그자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뭐야, 이놈은?”
“글쎄요. 우리의 앞길을 막으려고 마을 주민을 데려온 것 아닐까요?”
“별 같잖은 수법을 사용하는 군. 그래 봤자 안 된다는 것을 알 텐데.”
콧방귀를 뀌며 지나가려는데 더 괴상한 일이 생겼다.
“……이단이다. 고요를 부정하는 자, 영원한 침묵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심장이 박살 난 남자가 다시 살아서 움직인 것이다.
아직 반쯤 잘린 몸을 덜렁거리면서 마치 공포영화 속 좀비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귀신은 물론이고 악마와도 숱하게 싸웠던 참격 길드라서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강시? 이건 웬 잡술이냐!”
다시 살아났다면 또 죽이면 그만이다. 강시나 좀비라고 해도 자신들의 도법을 막아낼 수 없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자존심을 박살 내는 일이 생겼다.
깡!
놀랍게도 날카로운 도가 남자의 피부에 막혀버리고 만 것이다.
“이게 무슨!”
놀란 남자가 다시 도를 휘둘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반면 남자는 섬뜩할 정도로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왔다.
“안식의 공허를 맞이하라.”
남자의 입에서 검은빛이, 아니 어둠이 새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눈과 귀에서도 칠흑의 어둠이 안개처럼 새어 나왔다.
불길함을 느낀 대장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