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21화
21화
“그걸 착용하면 저주의 매개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다.”
“그걸 좀비인 제가 착용해도 됩니까?”
“안 될 줄 알았는데 손으로 잡은 걸 보니까 되겠네.”
“네?”
“시끄러워 잔말 말고 착용해.”
“……네.”
여기서 여기사와 논쟁해봤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순순히 목걸이를 착용했다.
그러자 정말로 뭔가 끈적끈적한 느낌의 보이지 않는 끈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느낌이 들었다.
“어?”
아직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느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도 안전하다.
“됐지?”
“네. 괜찮은 거 같네요.”
“그럼 가자.”
여기사는 말을 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외진 곳에 있어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여기사와 같은 순백의 갑옷을 입은 성기사와 클라라가 있었다.
“레이!”
여기사가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성기사들이 그녀를 반겼다.
“돌아왔어.”
“뒤의 그 좀비가…… 클라라가 말한 좀비야?”
모두의 시선이 송진우에게로 꽂혔고 송진우를 본 클라라가 반갑게 소리쳤다.
“좀비 아저씨!”
“……이왕이면 좀비 오빠라고 해줘.”
아직 꽃다운 청춘에 아저씨라고 불리는 건 싫은 송진우다.
송진우가 말을 하자 반신반의하던 성기사들이 비로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말을 하네?”
“뭔 일이야 이게?”
동료들이 놀라자 레이라고 불린 여기사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데려왔지. 근데 더 놀라운 이야기를 하더라고.”
“응? 더 놀라운 이야기? 그게 뭔데?”
“이 좀비 친구 말로는 저곳에 리치가 있데.”
“뭐?!”
레이의 말을 들은 성기사들은 처음에 레이가 놀랐던 것처럼 크게 놀랐다.
“말도 안 돼! 리치가 나타났으면 교단에서 놓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역사적으로 봐도 리치를 놓친 적이 아주 없지는 않아. 그러니 단정 짓지는 마.”
그 말에 성기사들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끙 하고 신음을 냈다.
예전에도 이런 사건이 일어난 적은 있었지만, 미친 마법사가 벌인 일이었지 리치 같은 거물 마법사가 개입된 적은 없었다.
“하~ 이거 단순한 사건이 아니군.”
“이미 이 둘을 제외한…… 아니, 이 아가씨를 제외한 모든 주민들은 좀비가 되었다고 봐야 해. 당연히 단순한 사건은 아니지.”
그 말에 다른 성기사가 머리를 박박 긁으며 말했다.
“정말 리치라면 우리로는 무리야. 증원을 더 불러야 해.”
“하지만 그러면 너무 늦어. 증원이 왔을 때면 리치가 자신의 목적을 다 이룬 후일 거야.”
“목적? 목적이 뭔데?”
“나야 모르지. 하지만 좀비들과 파티를 하자고 이 짓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 말에 모든 성기사들이 말을 잃고 생각에 잠겼다.
사악하고 악독하지만 그만큼 강한 것이 리치다.
이들과 리치만 싸우면 모를까 좀비들이 리치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싸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잠시 후에 레이가 조용히 말을 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리치가 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았고 리치는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을 거라는 거지. 저 좀비 친구 덕분에.”
그 말에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레이는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리치를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학생들?”
그 말에 다른 성기사가 손을 들고 대답했다.
“리치의 생명력이 담긴 성물함을 부숴야 합니다, 선생님.”
“그럼 우리는 그걸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리치는 성물함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으니…… 저곳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바로 그겁니다. 우리 중에서 그걸 찾을 수 있는 인물은?”
그 말에 모두에 시선이 말을 하고 있는 레이를 향했다.
“바로 나죠. 에헴!”
리치의 성물함은 리치의 살아생전의 모든 마력이 담긴 봉인구다.
그러니 당연히 거대한 마력이 담겨 있고 아무리 강하게 봉인을 해도 마력이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물함에서 빠져나오는 미세한 마력을 탐지할 수만 있으면 성물함이 숨겨진 곳을 찾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여기서 레이밖에 없다.
그 말에 이제까지 조용히 있던 성기사가 말했다. 느낌으로 봐서는 그가 이 성기사단의 리더다.
“미끼를 쓰자는 건가?”
“그냥 얼굴만 보이는 정도로 충분해. 너희들이 나서면 리치가 분명히 앞으로 나서거나 그렇지 않아도 교활하게 함정을 파겠지. 그러면 당연히 주위가 분산될 거고 그사이에 내가 성물함을 찾는 거야.”
레이의 말에 리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기도 하지.”
“너희들이? 아니면 내가?”
그 말에 남자는 인상을 잔뜩 쓰며 말했다.
“너 말이다, 레이.”
그 말에 레이는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다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럼 문제없는 거네. 내가 리치 따위에게 죽을 리가 없으니까.”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나 태연한 레이다. 하지만 모두 이 작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리치를 막으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다.
“……좋아. 우리만으로 리치를 막으려면 희생을 감수하는 수밖에는 없겠지.”
이들은 일반적인 기사가 아닌 성기사다. 악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도 불사하는 강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
상대가 리치라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신이 주신 굴레를 벗어난 리치이기 때문에 더 물리쳐야 한다.
뜻이 정해졌으니 이제 계획과 실행만이 남았다.
“언제 시작하지?”
“바로 해야지. 더 늦으면 밤이 될 거고 그러면 좀비는 더 강해질 거야.”
“이미 늦었는데 내일로 미루는 건?”
“그러다가 리치가 목적을 완수하면?”
“……알겠다. 그럼 바로 하지.”
그 후에 정확한 작전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없어 다들 서둘렀지만 그럴듯한 작전이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일반적인 성동격서였지만 세부적인 계획까지 포함되니 모두의 눈에 희망이 생겼다. 정말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모두 망친다고 생각하면 된다. 명심해라! 적은 리치고 최소 7클래스의 마도사다.”
모두 작전을 숙지하고 있을 때, 아까 그 리더인 듯한 남자가 레이에게 말했다.
“저 좀비 친구를 데려가.”
여기서 좀비는 송진우밖에 없다. 그는 송진우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 이 좀비 아저씨를?”
의아하다는 레이의 반응에 남자는 진중하게 말했다.
“같은 좀비라면 눈에 띄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을 거다. 그러니 그를 데려가면 행동반경이 훨씬 넓어지겠지.”
그 말에 다른 사람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한 남자는 송진우에게 물었다.
“할 수 있겠나?”
급작스러운 말이지만 이 환생 퀘스트의 두 번째 페이즈에 돌입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가 또 분기점이다.
그리고 송진우는 어떤 선택이 더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인지 알고 있다.
물론 그만큼 더 위험하겠지만 말이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시죠.”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여기서 물러섰다가는 미래의 사형수가 얻은 특성보다 오히려 더 낮은 것을 받을 거다.
그 말에 레이가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 친구가 과연 도움이 될까?”
“클라라 영애를 이곳까지 무사히 데려온 친구다. 그 배짱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테지,”
“흠~ 알겠어요. 그럼 같이 가도록 할게요.”
“위험한 일이니까, 제발 덤벙거리지 마라.”
“누가 들으면 내가 매번 덤벙거리는 줄 알겠어요.”
그 말에 남자는 한소리 하려다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짚었다. 아마 진짜로 매번 덤벙거렸던 모양이다.
“그럼 시작하지.”
남자의 말에 이제까지 가벼웠던 분위기가 싹 사라졌고 장엄한 기운이 흘렀다. 이 모습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모습일 거다.
“따라와, 좀비 청년.”
“알겠습니다.”
그리고 송진우에게도 살면서 겪었던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가장 어린 성기사 하나를 남기고 모두 계획한 곳으로 움직였다. 하나를 남긴 것은 클라라를 보호하는 동시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다.
만약 남은 이들이 모두 죽는다면 이 사건의 전말을 알릴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송진우는 레이를 따라서 마을을 빙 돌아 옆으로 갔다.
“잠깐만요!”
“응? 왜?”
“저 잠시만 씻고 올게요.”
“뭐?”
레이는 뭔 헛소리를 하냐는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송진우는 진지했다.
“아까 클라라를 업어서 그런지 좀비들이 저를 사람으로 착각하더라고요.”
“그래서 씻어서 냄새를 지우겠다고?”
“아무래도 그게 작전에 도움이 더 되지 않을까요?”
“……뭐, 그렇긴 하네. 그럼 빨리 씻어.”
“네.”
송진우는 바로 옆에 흐르던 강물에 뛰어들어서 몸을 닦았다. 닦는다고 해도 그냥 몸에 물을 적시는 정도다.
그리고 물을 뚝뚝 흘리는 송진우가 레이에게로 왔다.
“됐습니다.”
“그걸로 냄새가 지워져?”
“안 지워지면 할 수 없죠.”
“그래, 뭐.”
레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송진우가 없어도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어차피 이들의 시작은 다른 쪽이 먼저 시작해야만 가능하다. 그들이 시선을 끄는 사이에 몰래 잠입해야 한다.
잠시 대기하고 있으니 반대편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렸다.
펑!!!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다.
“시작하지.”
레이는 검을 빼 들고 이미 점찍어 둔 곳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분명 저쪽이야.”
“하지만 저긴…… 신전이잖아요.”
“그래, 맞아. 신전이지.”
악의 사자로 대변되는 리치가 신성한 신전에 성물함을 숨겼다고 하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리치의 고약한 취향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이 신전이야. 리치는 가장 크고 복잡한 곳에 성물함을 숨기고 싶었겠지.”
“그건 말이 되네요.”
신전은 이 마을에 정중앙에 위치한다.
그러니 신전에 성물함이 있고 또 그곳에 이 마을 사람을 좀비로 변하게 한 매개체가 있다면 좀비가 된 사람들이 마을 경계에 정확히 막힌 것도 말이 된다.
“내가 뚫겠다. 뒤처지지 말고 따라와.”
“네.”
사실 송진우는 클라라의 냄새를 지워서 좀비에게 공격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이는 송진우가 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그것도 달려드는 좀비 떼들을 모조리 지우면서 말이다.
휙! 휙! 휙!
레이가 검을 휘두르자 좀비의 몸이 저항 없이 그대로 조각나 버렸다. 레이의 검술 실력과 성력이 합쳐진 결과다.
‘저런 것이 내 목 앞까지 왔었단 말이지.’
허무하게 죽을 뻔했다는 것을 느끼자 소름이 돋았다. 물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한 아군이다.
‘저런 강력한 성기사들도 두려워하는 리치는 어느 정도로 센 거지?’
사냥을 하지 않은 송진우는 리치가 아니라 오크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니 저 천하무적으로 보이는 성기사가 두려워하는 리치의 존재가 궁금하기까지 했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신전에 도달했다.
“서둘러! 싸움이 격해지고 있어. 리치와 마주친 모양이야.”
마력이 없는 송진우는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저쪽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성물함을 깨지 않는 한, 리치는 거의 무적에 가까우니 이쪽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레이는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팟! 팟!
신전 안에도 바깥처럼 많은 좀비들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밖에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좀비도 있었는데 이것이 둘이 장소를 잘 찾았다는 말과 같다.
“분명, 이 안에 있어! 하지만 리치가 마법으로 교란한 것 같아. 내 능력으로도 정확한 위치를 못 찾겠어. 그러니 너도 따로 찾아봐. 만약 찾으면 소리 지르고.”
“네? 하지만 어떤 게 리치 성물함인데요?”
“딱 봐도 수상한 게 있을 거야. 마력이 가득 담긴 물건이라면 후광이라도 보일 거라고.”
“마법으로 숨겨놓았으면요?”
“그때는 어쩔 수 없지. 쫑알쫑알하지 말고 어서 가!”
“아, 알겠어요.”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은 나뉘어 찾기로 했다.
“네가 아래층에서 찾아 난 위층을 살펴볼게.”
“알겠습니다.”
레이는 역시 좀비들을 도륙하며 위로 올라갔고, 송진우는 태연하게 움직였다.
“으으으~”
냄새가 확실히 지워졌는지 송진우가 어깨를 부딪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좋아,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