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11화
211화
드디어 엘리샤 길드의 기마부대가 나타났다.
하지만 예상했던 장소가 아니었다.
“뭐야 저놈들?”
엘리샤 길드의 기마부대가 나타난 것은 거대한 길이 아니 깎아지듯이 솟아 있는 절벽 위였다.
“푸하하하! 저것들이 미친 건가? 기마부대가 저런 곳에서 어쩐다고?”
참격 길드의 혀를 찌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저런 곳에서는 기마부대의 특성을 살릴 수 없다.
참격 길드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마음껏 비웃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눈을 속이는 데만 집중해서 저런 악수를 두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어어? 내려온다?”
엘리샤 길드의 기마부대가 그대로 절벽을 타고 뛰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두두두두!!!
뛰어내린 것이 아니었다. 검은 바이콘을 탄 기마부대들은 거침없이 절벽을 타기 시작했다.
사실 완전한 절벽처럼 보였던 곳은 실은 80°정도의 경사가 있는 곳이었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서 그곳으로 내려올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것을 이렇게 이용한 것이다.
물론 일반 기마가 아닌 강력한 마수에 속하는 바이콘이고, 또 철저하게 훈련한 공허 기사단이었기에 가능한 곡예이기도 했다.
“이런 미친!!”
그제야 참격 길드원들은 놀라 무기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계곡을 내려오면서 기마부대에 붙은 가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고 거리도 대로에서 온 것보다 훨씬 짧았다.
사실 기마부대는 천잠사를 알지 못했다. 그냥 적의 허점을 찌르는 공격을 위해 택한 공격로였다.
그런 이유로 회심의 카드였던 천잠사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악수가 되었다. 천잠사 때문에 참격 길드가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두두두두!!!
아직 상황 파악이 되기도 전에 기마부대가 그들을 덮쳤다.
쾅!!!!
공허 기사단이 든 무기는 일반적인 랜스가 아니라 거대 낫이었다. 하지만 파괴력에서는 랜스에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참격 길드는 반항을 하려 했지만 해일처럼 밀려드는 기마부대를 막아내지 못했다.
“으악!!!”
강력한 친위대가 부러진 나무판자처럼 힘없이 날아갔다.
간혹 뛰어난 무인은 습격을 간신히 피하고 반격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순식간에 3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참격 길드가 2배 정도 많고 평균 레벨도 100이나 앞서 있지만, 돌진하는 기마부대의 전력은 그런 차이를 무시하고도 남았다.
“회전!!”
참격 길드를 완전히 뚫고 나간 기마부대는 이오시프의 지휘에 맞춰서 선회했다.
기마가 활약하기에 넓은 전장은 아니었지만, 자동차 경주 게임을 연상케 하는 완벽한 코너링으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과 거의 다를 것 없는 속도로 다시 참격 길드원을 덮쳤다.
퍽!!!
“으악!”
다시 참격 길드원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물론 공허 기사단도 피해가 있었지만 속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속도가 떨어지면 전멸이다. 이를 악물고 대열을 유지해!”
이오시프의 말에 기사단도 고삐를 꽉 쥐었다.
상대는 절정의 무인들로 구성된 참격 길드다. 속도가 조금이라도 줄면 잡아먹힐 것이다.
그 증거로 완벽한 돌진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단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정지! 여기서 대열을 갖춘다!”
적과 100m 거리가 떨어지자 공허 기사단도 대열을 재정비했다. 삼각형 모양의 진형으로 서서 돌파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려는 모습이다.
그것을 본 구의겸은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놈들!”
구의겸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하자 그의 부하가 이를 말렸다.
“안 됩니다, 길드장님. 여기서 길드장님이 당하기라도 하면 전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수 있습니다.”
그 말에 구의겸은 멈칫했다. 부하의 말대로 여기서 자신이 죽으면 길드 보너스와 군주 오러가 끊긴다.
생각보다 반항이 커서 압도하지 못하는 지금, 변수까지 생긴다면 뜻밖의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것을 생각한 구의겸은 입술을 깨물더니 소리쳤다.
“안으로 들어간다! 경계를 등지고 서면 저들도 들어올 수 없을 거다!”
길드전에서 필드를 벗어나면 그대로 아웃이다.
그러니 필드 경계선에 서 있으면 기마부대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떨어져 나갈 것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나온 냉철한 판단이다.
구의겸은 욕심은 많지만 뛰어난 지휘관임은 틀림없었다.
구의겸의 말을 들은 부하들은 존경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보고는 자리를 이동했다.
“어디 와봐라!”
공허 기사단 입장에는 그들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가는 수밖에는 없다.
시간을 지체하면 회복을 마친 참격 길드의 본대가 한수정이 있는 부대를 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빨리 달리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필드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속도를 조절한다면 차징 공격은 막히게 될 것이다.
모두 성공 확률보다 실패 확률이 높아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공허 기사단은 전자를 선택했다.
두두두두!!!
아까보다도 더 빨리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것들! 누가 호락호락하게 당할 줄 알고?!”
구의겸은 도를 들고 길드원에게 소리쳤다.
“간격을 넓혀! 저런 놈들에게 당하는 놈들이 있다면 파문시킬 것이다!”
“충!”
무인들이 보법을 사용하면 초단거리에서 가장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니 맞붙지 않고 피하려고만 하면 흘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자 공허 기사단도 대형을 바꿨다.
“산개!”
삼각형 진형에서 학익진을 펼친 것처럼 넓게 늘린 것이다. 이것은 돌파력을 생명으로 삼는 기마부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것을 본 구의겸은 비웃기 시작했다.
“그물이라도 펼치려는 거냐? 욕심이 많군. 진짜 우리를 이길 생각은 아니겠지?”
어떻게든 자신을 잡으려고 무리수를 펼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저런 조잡한 수법에 당할 정도로 자신과 자신의 길드원은 약하지 않다.
“그렇다면 더 쉽지. 피할 것도 없이 그냥 베어주마!”
뭉치지 않고 따로 떨어진 기마부대라면 충분히 각개 격파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도를 눈앞까지 들었는데 갑자기 기마부대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 탈출!!”
기사들이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철푸덕!
용케 다른 기마에 밟히지 않은 것을 보니 이것을 위해서 간격을 벌린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렇게 되니 당연히 달리는 말만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뜻밖에도 기사들이 내린 말 위에는 아직 누군가가 남아 있었다.
“고요가 우리를 부른다.”
그들은 기사가 아닌 천옷을 입은 성직자들처럼 보였다. 두꺼운 성경을 품에 안고 금방이라도 말에서 떨어질 듯이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그 순간 구의겸의 뇌리에 위 전투에서 고전한 이유가 떠올랐다.
“자폭병이다! 모두 피해!”
말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자들은 순교병이었다. 이것을 위해 처음부터 둘이 한 말에 탑승했다.
다만 망토로 교묘하게 가려서 순교병들이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순교병은 시한폭탄과 같았고 그들을 태운 바이콘은 폭탄 배달부였다.
“공허를 찬양하라!”
이미 온몸에서 어둠을 발산하던 그들은 참격 길드원들을 지나가는 정확한 때에 폭발했다.
쾅!!! 쾅쾅!!!!
연달아서 순교병이 폭발하자 참격 길드원도 무사하지 못했다.
“으악!”
기마부대의 핵심인 바이콘마저 희생하며 던진 공격이다.
허를 찌른 공격이라 큰 피해를 주는 것에 성공했지만, 그 와중에 직격을 피한 자들도 있었다.
과연 현실에서도 뛰어난 무인답게 보법을 사용해서 전투 불능의 상황만은 모면한 것이다.
그중에는 대공자인 구의겸도 있었다.
“이 버러지 새끼들이! 우욱!”
폭발은 피했지만 방사능 오염은 피할 수 없었다. 덕분에 스탯이 떨어지고 회복 효과가 반감되었다.
하지만 분노는 배가 되었다.
“죽여! 저것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
그 말에 분노에 찬 참격 길드원들이 도를 잡고 움직였다.
아무리 피해를 받은 상황이라고 해도 말이 없는 기마부대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휘릭!!
마지막까지 절벽 위에서 기회를 엿보던 송진우가 드디어 움직인 것이다.
팟!
전장에 갑자기 등장한 송진우는 한 번 낫을 휘둘러 동시에 셋을 벴다.
“컥!”
자폭 공격으로 체력이 현격히 줄었던 그들은 너무나도 어이없이 죽고 말았다.
“포식귀다!”
“스톰 브레이커!”
수십 기의 기마부대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던 참격 길드원이 송진우의 등장에 얼굴이 굳고 말았다.
송진우는 그들을 무시하고 앞으로 달렸다.
목표는 오직 한 명, 구의겸이었다.
“대공자님에게 간다! 막아!”
송진우의 의도를 파악한 그들은 다시 급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송진우와 구의겸이 부딪친 뒤였다.
쾅!!!
송진우의 거대 낫과 구의겸의 태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충격으로 일어난 충격파 때문에 계곡 전체가 울릴 정도였다.
“크윽!”
3차 승급자인 구인겸과 2차 승급자지만 포식의 힘을 지닌 송진우.
둘의 힘은 엇비슷했지만 달리던 가속도를 이용한 송진우가 더 이득인 공방이었다.
구의겸이 주춤주춤 물러난 틈에 송진우가 발로 그의 배를 강하게 찼다.
뻥!
“컥!”
구의겸의 몸이 붕 떠서 뒤로 날아가더니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이곳이 현실이었다면 척추가 부러졌을 정도로 강력한 발차기였다.
이제 구의겸과 경계의 끝이 채 20m도 남지 않은 상황.
하지만 구의겸도 산전수전 다 겪은 절정의 무인이다. 스톰 브레이커라는 위명에도 겁먹지 않고 차분히 도를 휘둘렀다.
“육혼도(戮魂刀)!”
거대한 도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도세가 휘황찬란하게 늘어지는 도법이다.
중압진이 펼쳐진 것처럼 몸이 짓눌렸고 사방으로 펼쳐진 도기가 금방이라도 송진우의 몸 전체의 요혈을 벨 것 같았다.
하지만 송진우는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허초!’
몸 전체를 노리는 공격은 하나를 제외하면 눈속임에 지나지 않았다.
송진우가 무시하고 지나치자, 아니나 다를까 도기가 아지랑이처럼 사라졌다.
오직 하나, 단전을 노린 도기만은 낫으로 쳐냈다.
다음은 송진우의 턴이었다.
퍽!!!
혈마장으로 구의겸의 어깨를 강타했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혈마장의 음습한 기운에 억지로 막아놨던 방사능까지 도지기 시작했다.
“쿨럭!”
참지 못하고 입에서 피를 토한 구의겸은 다시 이를 악물고 공격을 이어 갔다.
“유마구절도(劉魔九絶刀) 일 초식 유마환세(幽魔還世)!”
독수리의 활강을 본뜬 빠르고 강력한 내려찍기다.
단순한 일격처럼 보이지만 상대가 뒤로 피하려고 하면 팔다리 중 하나를 단숨에 벨 것이다.
그것을 느낀 송진우는 피하지 않고 거대 낫으로 빗겨 쳤다.
깡!
궤도가 바뀐 구의겸의 태도는 바닥에 박일 것처럼 바닥으로 빠르게 쇄도하더니 단숨에 반전해서 위로 올라갔다.
“유마중겁(幽魔重劫)!”
일 초식에 이은 이 초식이 펼쳐진 것이다.
이것이 무공 초식의 무서움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또 다른 초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위로 솟구친 도는 송진우의 배와 턱을 가를 기세였다.
이번에는 낫으로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혈마장으로 쳐내도 피해를 입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송진우는 구극혈마보를 사용해서 발과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사샤샥!
도기가 송진우를 벴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단지 잔상에 불과했다.
공격을 피한 송진우는 빠르게 달려들어서 구의겸을 끌어안았다.
‘격기술?’
구의겸은 송진우가 자신을 잡아서 바닥으로 던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송진우가 펼친 다음 행동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다다다!!
송진우는 구의겸의 몸을 잡고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지역의 끝이었다.
“어디서 개수작을!”
그제야 송진우의 속셈을 안 구의겸은 도를 역수로 잡아 송진우의 목덜미를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