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14화
214화
“멍청한 놈!!”
와장창!!
구월문의 문주, 구지산은 처참한 실패를 하고 들어온 구의겸에게 재떨이를 던졌다.
퍽!!
“맹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줬는데 그것도 못 이기고 뻔뻔하게 살아서 돌아왔느냐!!”
“죄, 죄송합니다, 아버님!”
구의겸은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대도 머리를 박고 일어서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 공녀, 구염화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아버님, 이런 중요한 일은 저에게 맡기셨어야죠. 저런 멍청이가 아니라.”
그 말에 분노한 구의겸이 구염화를 노려봤지만, 그녀는 비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심하게 당하고도 할 말이 남았나 보네?”
“너!!”
구의겸이 한마디 하려 하자 구지산이 소리쳤다.
“시끄럽다! 뭘 잘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느냐! 이번 일을 그르쳤으니 소가주 임명 건은 보류다.”
그의 말에 구의겸은 화급히 놀라 소리쳤다.
“하, 하지만 아버지!”
“네게 기회가 주어진 것은 오직 장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하지만 큰일을 망쳤으니 이제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염화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사실 대공자인 구의겸보다 이공녀인 구염화가 예전부터 재능도 출중하고 지혜도 뛰어났다.
같은 초절정이라도 구염화가 구의겸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결코 구의겸이 모자란 것이 아니었다. 구의겸도 비범함을 넘어선 수재였지만, 구염화는 그것을 넘어선 천재였다.
하지만 구염화는 둘째인데다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후계자 싸움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 있었다.
“꼴 보기 싫다! 내가 따로 명할 때까지 방안에서 근신해라!”
구의겸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나가자, 구지산은 자리에 털썩 앉아 시큰거리는 뒷골을 잡았다.
이제는 소문주 임명이 문제가 아니었다. 잘못하면 맹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중국은 중앙 대륙에서도 거의 한곳에 뭉쳐 있고, 그 지역을 모두 무림맹과 황실 차원에서 관리했다.
뭉친 힘을 바탕으로 주변 지역을 점령하면서 거대하게 팽창했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NPC가 점령한 곳이 아닌 플레이어들이 점령한 곳을 공격하면 다른 나라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중국이라도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잠자코 있었는데, 월드 스톰 이후로 각국의 유대가 약해지자 욕심이 생겼다.
한국 국적인 엘리샤 길드만 제외하면 주변 다른 도시는 다른 곳은 감히 중국에 딴지를 걸 수도 없는 약소국의 길드다.
그러니 길드전을 통해 세컨드기어 도시를 차지하고 주변에 있는 모든 도시를 공격해 새로운 중국으로 만들려 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로웠다. 희생양을 바쳐 길드전을 이끌어냈고 아이템을 원조해서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의 패배.
결국, 국가사업이었던 전투의 실패의 책임은 모두 구월문이 뒤집어쓰게 되었다.
“멍청한 놈!”
구지산이 인상을 쓰고 있자 구염화가 미소를 지으며 나섰다.
“오호호! 걱정하세요, 아버지. 무림맹은 제가 잘 구워삶을 수 있어요”
구염화는 뛰어난 지략과 미모로 무림맹의 핵심 인사들을 포섭하고 약점도 잡아 둔 상태다.
정치적인 면은 능력은 문주인 구지산보다 훨씬 뛰어났다. 구염화가 나선다면 확실히 문파가 얻게 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구염화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이미 벌써 소문주의 자리는 그녀의 것이었을 것이다.
“끙! 너를 볼 면목이 없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처리할 테니까요.”
미소를 짓는 구염화의 눈은 야망으로 빛났다. 이제 기회가 주어졌으니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한편, 방으로 들어온 구의겸은 방안 기물을 부수며 난리를 피웠다.
“으아아아!! 죽여버릴 거야!”
와장창!!
이번 일만 성공하면 구월문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손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처구니없는 패배를 당했다.
“한수정! 그리고 포식귀! 이 비겁한 새끼들!”
비겁한 수를 쓴 것은 자신들이었지만 원망의 화살은 애꿎은 한수정과 송진우에게로 날아갔다.
지금은 그렇게 남을 비난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깨고 부수니 그제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털썩!
구의겸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
“이제 모두 망했어.”
구의겸도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무림맹의 힘을 총동원해서 아이템을 만들고 태극보도까지 빌려온 것이다.
그것을 자신이 모두 망쳐버렸다.
이제는 소문주의 자리는커녕 사교계에서도 매장당할 것이다.
그렇게 망연자실한 모습을 있을 때였다.
[고민이 있으신가 보군요.]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의 섬뜩한 음성이 들렸다.
“누구냐!”
초절정에 달한 무인답게 구의겸은 단숨에 도를 휘둘러 소리가 난 곳을 벴다.
실의에 빠졌어도 초절정 무인은 초절정 무인이다.
하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음성은 계속 들렸다.
[너무 경계하지 마십시오. 당신을 해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스르륵!
구의겸이 굳어진 표정으로 보니 바닥을 통해 회색의 진흙 같은 것이 새어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그것은 곧 하나로 뭉치면서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안녕하시니까, 대공자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압호스 님을 모시고 있는 종입니다.”
“압호스?”
압호스라는 말에 잠시 기억을 더듬던 구의겸은 얼마 전에 한국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사건이 떠올랐다.
“설마 인간을 재물로 바친다는 그 사이비 종교를 말하는 거냐?”
압호스는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아우터 갓이다. ‘오염의 근원’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거대한 회색 슬라임의 외형으로 그의 몸에서는 몬스터들이 태어나는데 그 때문에 모든 몬스터의 기원이라고 추측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크툴루 신화 속의 신처럼 압호스는 인간 세상에 파멸을 가져다주는 신이다.
불결, 오염, 질병의 아우터 갓.
그런 압호스를 신으로 모시는 종교라니 생각하기도 싫었다.
구의겸의 마음을 읽은 듯 남자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문주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미친놈이 아닙니다. 압호스의 아바타로 그 힘을 빌리는 대신 원하는 것을 제공할 뿐입니다.”
“그게 인간이라는 건가?”
“인간만큼 오염된 것은 없죠. 뒤틀리고 암울한 마음은 압호스의 힘이 됩니다. 그가 취하고 남은 일부를 제가 조금 사용할 수 있고요.”
남자와 이야기할수록 불쾌함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도 문파의 이득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저자는 차원이 달랐다.
그 어떤 인간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인간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악마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런 그를 내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지금 낭떠러지 끝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왜 나를 찾아왔지?”
구의겸의 말에 남자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시다시피 저희 교단은 한국에서 작은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덕분에 입지가 많이 좁아졌죠.”
검은 사신의 활약으로 압호스 교단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면서 그들의 활동 영역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윗선 몇몇을 포섭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남자의 의도를 알아챈 구의겸이 얼굴을 찌푸렸다.
“중국에도 교단을 건설하겠다고?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대공자님. 물론 저희도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도움? 뭘 도와주겠다는 거지?”
“그야 물론 소문주 자리를 차지하셔야죠. 그건 본래 대공자님의 것 아닙니까.”
소문주라는 말이 나오자 구의겸은 얼굴을 굳혔다.
“아니면 설마, 여동생에 밀려난 오빠가 되고 싶은 겁니까? 그런 일은 긴 중국의 역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 아무리 구염화가 천재라고 해도 자신의 여동생이다.
결국 역사는 자신을 여동생에게 밀려난 못난 오빠로 기억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다시 절망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마음의 틈새를 놓치지 않고 남자의 요사스럽지만 달콤한 말이 침입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손을 잡는다면 서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외부 사람을 후계자 싸움에 끌어들이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이것이 들키면 길드전 실패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벌을 받을 것이다.
후계자 자격 발탁은 기본. 파문당하고 가문에서 축출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가문을 위해서라면 이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손가락질을 받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죽기보다 더 싫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겠나?”
그 말에 남자는 다시 미소 지었다.
강하게 거부하지 못했으니 결국 자신들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이죠, 대공자, 아니 소문주님.”
그렇게 말한 남자는 다시 회색의 점토 모양으로 변하더니 바닥의 틈새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남자가 사라진 자리는 그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한편의 악몽을 꾼 느낌이었다.
하지만 탁자 위에 못 보던 물건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분명 자신이 난동을 피워 모든 물건이 바닥에 떨어져 있음에도.
“제길!”
구의겸은 남자가 남기고 간 핸드폰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렸다.
* * *
띠리링~
김택현 기자가 준 전화기로 전화가 와서 보니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의 전화였다.
이 전화기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딱 둘이다. 한 명은 김택현 기자, 다른 사람은 데이브레이커 길드의 부길마, 지크.
이번에 전화를 건 사람은 지크였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검은 사신님.
균열 브레이크 이후에 처음으로 통화하는 지크다.
월드 스톰 때도 전화하지 않았던 그가 갑자기 이렇게 연락을 취한 것은 분명 그만큼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뜻.
그리고 그 내용은 송진우의 상상 이상이었다.
-노배 레스가 차원 분광기를 만들고 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차원 분광기? 그게 뭐죠?”
-서로 다른 차원을 이어주는 기계 장치입니다. 그것으로 중앙 대륙과 디멘션 월드를 현실과 직접 연결하려는 계획입니다.
그 말은 일반적인 포탈 게이트를 통하지 않고도 중앙 대륙, 혹은 디멘션 월드에 드나드는 통로를 따로 뚫겠다는 것이다.
정문이 아닌 개구멍이다.
그 구멍을 통하면 각인 포인트의 사용 없이도 몬스터를 현실에 불러올 수도 있고, 높은 등급의 아이템도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노배 레스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집단이 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각인 포인트를 사용하여 디멘션 월드의 아이템을 가져오는 것은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함입니다. 그 법칙이 무너지면 인과율이 죄 없는 사람들을 위협할 것입니다.
인과율은 냉혈한 사채업자와 같다. 조금이라도 이득을 얻었으면 반드시 대가를 받아낸다.
디멘션 월드의 아이템은 그 값어치가 황금보다 높은 것이기에 대가도 컸다.
-유니크 등급 아이템 하나에 최소 만 명의 목숨이 사라질 겁니다. 에픽이나 레전드라면 백만에서 천만도 각오해야 합니다.
대재난이 일어나는 셈이다. 어쩌면 월드 스톰 이상의 재앙일지도 모른다.
-그 장치가 완성되기 전에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근데 그게 어디에 건설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