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5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15화
215화
-북아메리카 대륙입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이요?”
북아메리카 대륙은 예전 가장 강성했던 국가가 있던 곳이다.
하지만 아마겟돈이라고 불리는 제3차 세계 대전 당시 떨어진 수백 발의 핵폭탄 때문에 지금도 사람이 살기 힘든 방사능 지대가 되었다.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한 죄인들이 그곳으로 도망쳐 들어간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노배 레스 역시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 곳에 기계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미 50% 이상 완성되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지구에 떨어진 외계선을 분석해서 속도가 획기적으로 진척되었다고 합니다.
“안 좋은 소식이네요.”
-최악의 상황입니다. 기계가 완성되면 세계는 노배 레스의 손아귀에 떨어질 겁니다.
그의 말에 예전 예지로 보았던 미래 세상이 떠올랐다.
효율성만 중시하여 형평성과 인간 존엄성을 상실한 사회.
그곳에서 인간은 더 높은 레벨과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한 가축에 불과했고, 소수의 사람들만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었다.
지금 노배 레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끔찍한 미래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는 겁니다. 첩자를 통해 그 존재만 알아냈고 최근에야 그것이 북아메리카 대륙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아냈습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은 현재 방사능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위성 카메라로도 관측이 어렵다.
그러니 거기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면 직접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건 너무 막연하고 또 위험했다.
-저희가 반드시 방도를 찾을 겁니다. 정보를 더 얻으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송진우는 그레이프를 꺼냈다. 저번 납치 사건처럼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다.
하지만 뜻밖에도 소득은 전혀 없었다. 위성 카메라에 찍힌 1년간의 영상을 분석했는데도 북아메리카 대륙에 간 비행기나 선박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해할 수가 없네. 시설을 지었으면 건설 자재를 공수해야 했을 거야. 또 사람이 있다면 음식도 필요했을 거고. 그걸 그 죽음의 땅에서 얻었을 리가 없는데?”
지크가 알려준 정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상식이라는 것이 완전히 뒤집힌 요즘이라면 안 될 것도 없었다.
“이럴 때 예지라도 발동된다면…….”
이것이 인류사에 중요한 사건이 된다면 미래 예지가 발동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나?”
안 그래도 요즘에는 할 일이 태산같이 많았다.
사회가 어수선해지니까 김택현 기자가 미친 듯이 일을 날라주기 시작했다.
어제도 경비원을 쏴 죽이고 현금 트럭을 탈취한 놈들을 베어버렸고, 그제는 무고한 사람을 죽여 피부를 수집하는 미친놈을 토막 냈다.
검은 사신의 유명은 나날이 높아지고 소울도 착실히 쌓였지만, 과로 때문에 쓰러질 판이었다.
예전 짐꾼 생활을 했을 때도 이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건 과거 미화인가?”
밤낮으로 일하던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그렇게 독하게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던 거나 마저 하자.”
지금 송진우는 현철중검에서 얻은 암연소혼장을 연구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구의겸이 사용하던 현철중검은 고전 무협지 ‘신조협려’의 주인공 양과가 사용하던 무기였다.
암연소혼장은 주인공이 여러 무공을 집대성하여 창안한 것으로 동 작가의 소설, ‘의천도룡기’나 ‘사조영웅전’ 등에 나오는 무공을 통틀어도 최상위권에 놓이는 무공이다.
“특이한 무공이네.”
혈마장 못지않게 강력한 장법이지만 독특한 점이 있다.
바로 시전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무공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쁠 때, 슬플 때, 분노할 때, 사랑할 때 등.
어떨 때는 소리나 형체도 없이 나가는 암경이 되고 어떨 때는 귀청을 찢는 소리로 주변 모두를 압박하기도 한다.
감정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한 무공으로 여러 가지 수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깝네.”
구극혈마공을 익힌 송진우라서 성질이 다른 무공은 익힐 수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구결을 모두 외운 순간 단전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
구결을 외운 것만으로도 암연소혼장을 익힌 것이다. 거기에 눈앞에 특별한 메시지가 보였다.
《구극혈마장과 암연소혼장이 융합합니다.》
혈마장에 암연소혼장의 성질이 더해져서 새로운 무공이 탄생한 것이다.
베이스는 여전히 혈마장이었지만 감정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공격이 가능했다.
“무슨 상황이지?”
송진우의 물음에 답을 한 것은 옆에 있던 그레이프였다.
[암연소혼장은 전진교의 무공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혈마 역시 진진교에서 갈라져 나온 무인이니 두 무공의 특성이 일치한 것 같습니다.]“그런 거였어?”
“동일 계열의 무공을 익히면 가끔 이런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얻을 줄은 몰랐네.”
천무지체의 효능 덕분에 이런 기연을 얻게 되었다.
이것으로 송진우의 공격 패턴도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감정 컨트롤인데.”
필요한 특성을 활용하려면 그에 맞는 감정 상태여야 한다.
하지만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전투에서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내가 메소드 연기자도 아니고.”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지만 그래도 혈마장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나쁠 건 없었다.
몇 번 혈마장을 연습하는 송진우는 다시 네크로폴리스로 향했다.
* * *
길드전이 끝나고 요 며칠간, 송진우가 한 일은 오직 사냥과 장비 제작이었다.
엘리샤 길드의 도움을 받아 베헤모스를 사냥하고 그 가죽으로 기사단의 방어구를 만든 것이다.
영지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이 송진우였기 때문에 손수 기사단의 가죽 갑옷을 만들었다.
▲베헤모스 코트 (각인)
(스페셜)
▷능력 :
방어력 450
힘 +550
행운 +100
공격력 +8%
속성 저항 +30
원거리 공격 회피 확률 35%
가죽 갑옷이 방어력 400을 넘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베헤모스의 가죽과 오로치의 가죽, 그리고 구미의 털 같은 최상급 재료만 사용했고 또 히든 마을에서 산 도안으로 이런 걸작을 만들 수 있었다.
“좋네.”
검은 사신 활동이 점점 더 위험해져서 각인한 방어구가 필요한 참이었다. 이것을 입으면 죽을 위기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이오시프와 모리유에게도 좋은 것을 넘기고 각인까지 해주었다.
새로운 갑옷이 생기자 갈 수 있는 사냥터가 늘어났다. 오늘은 병력을 이끌고 도중에 포기했던 던전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 * *
《엘리멘탈 포레스트》
여기는 영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울창한 숲이자 필드 던전이다. 괴수들과 벌레 타입 몬스터가 주로 출몰한다.
몬스터의 레벨은 500대 후반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너무 광범위한 필드 때문에 헤매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대한 도우미가 있다. 바로 엘프인 노혜미다.
“생각보다는 깔끔한 숲이네.”
노혜미는 나무 꼭대기에서 주변을 살피면서 말했다. 역시 엘프라 그런지 나무 위에서도 빠르고 가볍게 움직인다.
나무 위에서 내려온 노혜미는 주변 나무를 더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대로 결계가 있어. 미로진 같은 거겠지.”
“역시 그렇구나.”
저번에 이곳에 왔을 때 같은 곳을 빙빙 도는 느낌을 받았다. 세 시간 넘게 전진했는데 돌아올 때는 30분도 걸리지 않은 것도 수상했다.
특별한 결계나 마법진을 조사했는데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노혜미의 감각에 결계가 느껴진 것이다.
“역시. 이곳에 엘프가 있겠네.”
엘프만 감지할 수 있는 결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엘프가 산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았지만 송진우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하필 엘프냐?”
아름답고 기품마저 느껴지는 유명한 종족이지만 용맹한 오크도 꽁지 빠지게 도망가게 만드는 뛰어난 전사이기도 하다.
엘프는 타 종족에 대한 경계심과 적대심이 커서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일단 보이면 화살부터 날리는 것도 다반사고 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우거보다도 포악하게 공격한다.
오죽하면 숲에서는 악마보다 엘프를 더 무서워하겠는가?
“그래도 안 갈 수는 없는데.”
미우나 고우나 이곳은 영지와 밀접한 곳이다.
점령하지는 못하더라도 지리 정도는 숙지해야 나중에 써먹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일이 잘 풀리면 동맹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곳과의 무역도 독점할 수 있다.
참고로 지도 제작은 그레이프의 몫이었다.
“그럼 들어간다. 혜미야, 네가 방향을 잡아줘.”
“맡겨둬.”
길드에서 경험치를 밀어준 덕분에 노혜미도 2차 승급을 이루었다.
아직 헌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눈먼 공격에 끔살당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
“실프! 우리에게 방향을 알려줘.”
노혜미를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서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다들 이 실프가 가는 곳으로만 이동한다. 조금이라도 옆으로 새면 완전히 동떨어진 곳으로 가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길도 길이지만 기본적으로 이곳은 필드 던전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벌레 타입의 몬스터가 쏟아지는 곳이다.
◆군단 개미 병사
(LV 520)
기본적으로 벌레 타입 몬스터는 기본 스탯은 낮지만 떼로 몰려다니고 작기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롭다.
게다가 물리면 마비나 질병, 독 같은 상태 이상도 걱정해야 해서 치료제를 잔뜩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언데드인 송진우에게는 소용없지만 그의 수하들은 언데드가 아니다.
샤샤샤샤!
한 마리가 보이는가 싶더니 어디 숨어 있었는지 순식간에 수십 마리나 되는 개미들이 튀어나왔다.
“공격!”
벌레 타입이 작다고는 하지만 성인 남성 허벅지까지 오는 거대한 개미다.
담이 약한 자라면 징그럽게 움직이는 턱만 봐도 오금이 저려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퍽!
다행히 낫은 벌레 타입에 상성이 좋았다. 단숨에 겉껍질을 깨고 내장을 후비니 거미들이 움직이지 못했다.
비교적 쉽게 전투가 끝났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제부터는 원형 진형으로 간다.”
밖에는 성전사들, 안에는 사제들과 노혜미가 위치했다. 전사들이 상태 이상에 걸리면 사제들이 바로 치료하기 위한 타원형 진영이다.
위에서 공격하는 것들에 신경을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붉은 뿔 살모사
(LV 555)
◆광대 개구리
(LV 535)
나중에는 뱀과 개구리가 페어를 이루어서 나왔다. 그런 것들도 차근차근히 상대하며 전진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아?”
묵묵히 길을 가다 참다못한 송진우가 말했다.
실프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했는데 일직선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게 돌아서 이동했으며, 어떨 때는 같은 자리를 빙빙 돌기도 했다.
다들 저 실프가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구심이 머리끝까지 올랐지만 노혜미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이곳에서 느끼는 방향 감각은 모두 조작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