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8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18화
218화
▲푸른 번개 엘프 심벌
(???)
▲번개 추적자
(에픽)
▷능력 :
공격력 650
힘 +500
민첩 +500
공격 속도 +50%
이동 속도 +50%
발사체 속도 +100%
뇌 속성 공격력 +50%
화살 무한
용도를 모를 깃발과 무려 에픽 등급 활이다.
이제까지 유니크 아이템도 없었던 노혜미는 너무 놀라 활을 놓칠 뻔했다.
“부디…… 그들을 잘 부탁하네.”
그 말을 남기고 파르잔은 서서히 풍화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육신의 굴레를 벗고 위대한 정령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수만 년을 세계의 안녕을 위한 전사의 마지막이었다.
너무 많은 걸 짊어지게 된 노혜미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송진우는 깃발을 들어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방법은 알 거 같아. 일단 영지로 돌아가자.”
“영지로? 이들은 어쩌고?”
노혜미가 아직도 무표정하게 주변을 서성이는 엘프들을 가리키자, 송진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아까 이들의 강함을 봤잖아. 누구도 이들을 해칠 수 없을 거야. 일단 영지로 부지런히 돌아가면 이들을 돌볼 방도가 생길 거야.”
“그럼 이 활은?”
노혜미가 부담스럽다는 듯이 활을 보자 송진우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 네 몫이 제일 컸으니까 당연히 그건 네 거지. 난 보스 사체와 이 깃발만 있어도 충분해.”
송진우가 자신 있게 말하자 노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걸으려고 하는데…….
꽈당!
그만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아직 전투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것이다.
그것을 보고 놀란 송진우가 물었다.
“괜찮아?”
“괜찮은데 걷지는 못할 거 같다.”
노혜미는 그렇게 말하고는 송진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업어줘.”
“뭐?”
송진우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되물었지만 노혜미는 단호했다.
“그럼 이대로 버려두고 갈 거야? 빨리 가야 한다며!”
“아, 알았어.”
송진우는 등을 보이며 앉았고 노혜미는 자연스럽게 업혔다.
“그럼 돌아간다.”
송진우는 아직 주변을 서성이는 엘프들을 두고 영지로 향했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곧 이들도 주민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사망자도 없으니 빨리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송진우가 열심히 걷는 동안 노혜미는 그의 넓은 등을 느끼며 생각했다.
‘언제 이렇게 된 거지?’
처음 동창회에서 만나고 헌터가 되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는 그냥 약간의 호기심만 생겼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송진우가 괜찮은 조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능력 있고 착하고 제법 잘생겨지기까지 했다.
헌터는 위험한 일이지만 그가 보여준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기 몸을 건사할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접근했는데 이 멍청이는 전혀 그런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지.’
무려 한영 그룹의 후계자인 한수정이 송진우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작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한수정도 그쪽으로는 송진우만큼이나 둔하다.
‘그런 조건에 감까지 좋으면 사기지.’
미모에는 자신 있었지만 한수정에 비하면 아무래도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건 대한민국 그 누가 와도 그럴 것이다. 똑똑하고, 착하고, 돈 많고, 미인에다가 몸매까지 좋다.
한수정보다 조건 좋은 여성이 세계에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 한수정이 송진우에게 호감을 갖는 건 세게 토픽에 나올 일이다.
하지만 세계 토픽감으로 멍청한 이 남자는 그런 한수정의 마음을 모르고 있다.
그건 단순히 둔해서가 아닐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심연 깊은 곳에 쌓아둔 열등감 때문일 것이다.
절름발이로 살며 갖은 고초와 무시를 받으며 살았던 삶이다.
동창이라서 잘 안다.
다른 남자는 조금만 잘해줘도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신의 남친이라도 된 듯이 행동했지만 송진우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가정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몸이 정상이 되고 돈을 많이 버는 헌터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코끼리 끈인가?’
코끼리가 어렸을 때부터 발목에 끈을 묶어 놓으면 성장해도 그 끈을 벗으려는 시도조차 안 한다고 한다.
끈이 아니라 나무 기둥도 뽑아 버릴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말이다.
지금 송진우에게 둘러져 있는 끈은 그것보다 훨씬 질기고 단단하다. 그 굴레를 없애려면 노혜미조차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수정 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노혜미는 송진우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생각했다.
‘그 열등감을 이용해야겠어요. 비겁하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나도 이제 그 정도로 간절하니까요.’
이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끌렸다. 지금도 미친 듯이 심장이 뛰고 있다.
자신은 애써 발견한 보물을 남에게 넘길 정도로 호구나 바보가 아니다.
그렇게 노혜미의 인생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파르잔이 준 깃발을 중추석에 넣었더니 예상대로 놀라운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건 푸른 번개 엘프를 양성할 수 있는 훈련소 획득과 새로운 마을이었다.
푸른 번개 엘프는 폭풍의 정령과 활을 사용하는 뛰어난 원거리 유닛이다. 별다른 원거리 유닛이 없던 공허 교단 입장에서는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었다.
“이제 탱커만 있으면 되나?”
원래 바퀴벌레로 불리는 성기사지만 공허 교단의 성기사는 방어력이 취약하고 대신 공격력이 강했다.
무엇보다 방패를 들 수 없으니 집단 전투에서 앞서서 전투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푸른 번개 엘프의 영입도 놀라운 일이지만 새로운 마을 점령도 대박이었다. 원래 푸른 번개 엘프들이 살던 마을 터를 얻어 그곳에 새로운 마을을 건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송진우가 개인적으로 얻은 것도 있었다.
▲아리오크의 이빨 (각인)
(에픽)
▷능력 :
힘 +500
체력 +300
물기 공격력 +1,000%
생명력 재생률 +200%
주변 적들 사기 -20%
흡혈 오러 +5%
“이제 이 썩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자신의 이뿐만이 아니라 포식이의 이빨도 더 길고 날카로워졌다.
에픽 등급이라서 다른 옵션도 뛰어나지만, 특히 흡혈 오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적을 공격할 때마다 자신의 생명력이 회복되는 흡혈 패시브는 보통 뱀파이어 종족이 얻는 스킬이다.
아리오크의 사체에서 얻은 부산물을 또 다른 장비 제작을 위해 유용하게 쓸 예정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다음날 노혜미가 깜짝 선언을 했다.
[나도 헌터가 될 거야.]물론 레벨이 500이 넘고 에픽 활까지 얻어서 스펙만 따지면 헌터가 돼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노혜미가 디자이너 꿈을 잠시 접고 생명이 오가는 위험한 헌터가 되겠다고 한 것은 뜻밖이었다.
어찌 되었든 추진력이 빠른 노혜미는 즉시 공허 교단으로 자리를 옮겨 직업까지 번개 추격자로 변경했다.
이제까지 노혜미는 엘리샤 길드의 깍두기에 불과했다. 사수 부대가 중심인 곳에서 노혜미의 화살은 없어도 크게 상관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푸른 번개 엘프를 육성하고 제대로 된 궁수 부대가 탄생하면 노혜미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오시프와 모리유가 그랬던 것처럼 궁수 부대를 지휘하면 공허 교단에도 큰 힘이 될 듯했다.
요즘은 그것을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짬이 나는 대로 전술 공부를 하고 있다.
진짜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하다.
“뭐, 안 되겠다 싶으면 포기하겠지.”
송진우는 그녀를 믿고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 * *
러시아와 가까운 훈춘 지방.
그곳에 러시아 마피아들이 거대한 마약 밭을 만들었다는 정보를 듣고 송진우가 움직였다.
“검은 사신이다!”
“벌집으로 만들어!”
두두두두!!!
사방에서 총알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송진우는 너무나도 가볍게 피하고는 기파를 날려 다섯 명의 허리를 동강 냈다.
“괴물 새끼! 제발 죽어라!”
이미 검은 사신의 명성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특히 한국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획!
송진우의 낫에는 자비가 없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어김없이 피분수가 터졌다.
“이 잔혹한 새끼!”
송진우의 잔혹성은 러시아 마피아들도 치를 떨 정도였다.
그들도 수없이 약자들을 착취하고 괴롭혔지만 이처럼 벌레 잡듯이 죽인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송진우의 목적은 정의 사회 건설이 아니라 소울 흡수다.
악인을 죽여 힘을 더 얻기 위함이니 살려둘 이유는 없었다.
“히익! 사, 살려줘!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다! 자수하라면 자수할게!”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고 도망도 갈 수 없자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송진우는 망설이지 않았다.
퍽!
《소울을 얻었습니다. (현재 292개)》
“역시 마피아들이 잘 주네.”
범죄자라고 모두 소울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일정 이상 악업을 쌓아야 준다.
“여기는 끝났나?”
그레이프의 차원 이동 포탈 덕분에 한국에 있는 모든 지역에 최대 한 시간 내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범죄 조직은 많이 잠잠해진 상태다. 검은 사신이 나타나면 절대 살려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일을 완수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기자님, 이번 건도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김택현 기자의 것이 아니었다.
-검은 사신인가?
김택현 기자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누구지?”
-크흐흐! 방송과는 다른 목소리군. 어쨌든 기자 양반은 내 손에 있으니 원한다면 와서 데려가게.
그렇게 짧게 한마디를 하고 바로 전화가 끊어졌다.
뚜뚜~
“뭐?!”
김택현 기자가 알 수 없는 자에게 잡혔다. 검은 사신인 자신과의 관계가 들킨 것 같다.
“목표는 나인가?”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지만 김택현 기자도 자신의 신상정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김택현 기자를 미끼로 자신을 불러내려는 것이겠지.
“평범한 자는 아닌 것 같은데?”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전화를 받은 자는 수많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자다.
그런 자가 자신을 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껏 자신이 처리한 자들은 단순한 범죄자들만이 아니라 고위직에 머물러 있는 판검사, 경찰, 국회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묘한 것은, 목소리로 느껴지는 감정이 경멸이나 증오가 아닌 호기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로 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것은 함정이 아니라 시험에 가까웠다.
“할 수 없네.”
그쪽에서 원하는 게 뭔지 들어봐야겠다.
“그레이프!”
송진우의 말에 그림자에서 그레이프가 튀어나왔다.
[네, 주인님.]“전화를 추적할 수 있겠어?”
그레이프의 기술력을 이용해 전화를 추적하면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레이프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그 전화기에는 추적을 방지하는 방해칩이 들어 있습니다.]“그래?”
김택현 기자가 처음 전화기를 건네줬을 때 했던 말과 같다.
하지만 그레이프도 추적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겠지. 좋아, 그럼 김택현 기자를 찾을 다른 방도는?”
[기자의 집에 있는 감시 카메라와 전국에 있는 교통 카메라를 분석하면 높은 확률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알았어, 그럼 어서 해.”
[알겠습니다.]그레이프가 작동 모드에 들어서자 송진우의 내공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10초도 안 돼서 그레이프의 검색이 멈췄다.
[위치 확인했습니다. 김택현 기자는 자기 집에서 납치되어 서울 청담동에 있는 자택으로 끌려갔습니다.]“청담동? 그게 누구의 집이지?”
[소유주는 현재 49세인 심기태라는 남자입니다. 현직 국회의원입니다.]“국회의원? 설마 그자인가?”
국회의원 심기태라면 송진우도 들어본 적이 있다.
국회의원치고는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파격적인 언사와 행보로 젊은 층에 인기가 많았다.
처음 두각을 드러낸 것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다룬 청문회에서였다.
거기서 다른 당의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같은 당에 소속된 의원의 비리까지 전부 폭로함으로써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최근 3선에도 성공했다.
방식은 과격하지만 목적은 정의롭다. 최소한 대중들에게 알려진 이미지는 그렇다.
김택현 기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가 납치한 것이다.
“초대를 받았으면 응당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