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2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21화
221화
그때 경비가 모인 곳이 보였다. 1층에 있는 로비 근처였다.
‘지하실?’
지하실로 가는 문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었다. 밖에서 열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그 앞에는 사람이 둘이 보초를 서고 있었는데, 잠시 후 다른 사람 둘이 와서 교대했다.
24시간 보초까지 세워가며 지키고 있는 것이다.
‘분명 저 안에 중요한 게 있겠군.’
다행히 보초는 몬스터들이 아닌 보통 인간이었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우당탕탕!!
멀쩡히 있던 책상 다리가 부러지며 그 위에 있던 시계 등이 바닥에 떨어졌다.
송진우가 염동력으로 벌인 일이었다.
“누구냐?!”
보초를 서던 자가 황급히 그쪽으로 움직였다.
‘지금.’
송진우는 보초들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쏠린 사이에 재빠르고도 은밀하게 문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영혼 질주 특성을 통해 잠가진 문을 그냥 통과했다.
“뭐야? 이게 왜 무너진 거지?”
“책상이 낡아서 쓰러진 건가? 다른 사람의 흔적은 없는데?”
책상을 한참이나 둘러보던 이들은 아무 이상이 없자 다시 문 앞으로 왔다. 그곳은 전과 비교하여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한편, 문을 통과한 송진우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뭐야?”
그곳은 거대한 지하 감옥과 같았다. 빼곡한 창살로 막힌 공간에 웅크리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이 보였다.
그들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인데 움직일 힘도 없는지 대부분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사람들도 납치된 건가?”
한국의 압호스 교단은 젊은 여성만 납치했는데 이곳은 남녀노소가 다 있었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더 황당한 것도 보였다.
“이건 오우거, 저기에는 코볼트, 저건…… 처음 보는 몬스터인데?”
이번엔 몬스터들이 갇혀 있는 감옥이 나타났다.
그들은 위에서 봤던 몬스터들과는 달리 길들여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람들을 이곳으로 납치해서 몬스터로 만든 후에 세뇌하는 거군.”
만약 몬스터를 각인하려면 호감도는 둘째 치더라도 많은 각인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은 압호스의 권능을 사용해 너무나도 쉽게 몬스터를 만들고 있었다.
지크는 차원 분광기를 설명할 때 인과율과 대가에 대해서도 말했다. 몬스터를 만드는 대가가 바로 인간들의 생명인 것이다.
“이건 뭐 가축 취급이군.”
힘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건 노배 레스의 사상과도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압호스 교단이 정말로 노배 레스와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때 쓰러진 사람들 중에서 눈에 띄는 자가 있었다. 그는 목덜미에 특이한 문신을 새긴 자였다.
‘저건, 노배 레스의…….’
노배 레스의 조직원들이 새긴다는 문신이다. 즉 저자는 노배 레스의 일원이라는 소리다.
‘근데 왜 여기에?’
납치한 사람 중에서 우연히 노배 레스의 일원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분명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송진우는 그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으으으…… 날 내버려 둬.”
무슨 일을 당했는지 그는 몹시 불안해하고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하긴 사람들이 몬스터로 변하는 것을 봤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가 흐릿한 눈으로 앞을 보자 송진우는 노배 레스의 문장을 꺼냈다. 이번 일을 노배 레스와 연관시키기 위해 준비했던 물건이다.
그것을 본 남자는 깜짝 놀라더니 고개 숙이면서 소리쳤다.
“기, 기사님이 어떻게 여길?!”
다행히 송진우가 소유한 물건은 노배 레스 중에서도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송진우는 가만히 검지를 입술에 붙여 조용히 시킨 후에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찌 된 일이냐? 왜 이런 곳에 잡혀 있는 거지?”
이미 오랜 시간 갇혀 정신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남자는 송진우를 의심할 겨를도 없이 술술 정보를 내뱉기 시작했다.
“기사단의 명령으로 압호스 교단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잡아서 이런 곳에 가둬놨습니다.”
다행히 압호스 교단은 노배 레스와는 관련이 없었다.
다만 압호스 교단의 성장세를 높게 평가한 노배 레스가 그들과 접촉하려 한 듯했다.
“그들이 우리를 거부한 건가?”
“아직 거절한 것은 아닙니다. 저희 제안에 그들도 흥미를 가지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주에 대주교인가 뭔가 하는 자가 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김택현 기자는 노배 레스를 압호스 교단과 연루시켜 이미지를 실추시킬 생각이었는데 이미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둘 중 누가 더 나쁜지 모를 정도로 최악을 달리는 두 집단이다. 그들이 손을 잡는다면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다.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두 집단이 접촉하는 것을 방해해야 해. 그리고 본래 작전에 성공하려면…….’
고심에 빠진 송진우는 문득 감옥 속에 갇힌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들어온 송진우를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화를 들었어. 이들을 이용하면…….’
주변을 살펴보던 송진우는 두 집단의 접선을 막는 동시에 빅엿을 먹이는 방법을 고심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런데 왜 기사님은 여기 오신 겁니까? 설마 저를 구하려고 3 랭크이신 기사님이 투입된 겁니까?”
아직 남자가 송진우를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자신을 구하려 높은 랭크의 기사가 출동했다는 것에 감명한 것 같았다.
“단원들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그때 남자가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했다.
“고 랭크의 기사단 분들은 지금 프랭클린에서 작업하신 줄만 알았습니다.”
송진우의 반응보다 빠르게 그레이프가 전음을 넣었다.
[프랭클린은 옛 아메리카의 도시입니다.]그 순간 송진우의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 지크가 말했던 차원 분광기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찾았어.’
송진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남자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게 다 잘될 것이야.”
* * *
“음? 안이 뭔가 소란스러운데?”
지하로 통화는 문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또 질질 짜는 거겠지. 놔둬. 그런다고 달라질 것이 없으니까. 압호스 님의 은총을 받으면 저들도 달라질 거야.”
“그렇겠지? 미련한 불신자들. 이 세상을 정화하고 구원하실 분은 압호스 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다니…….”
그들은 진정으로 압호스가 이 혼탁한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압호스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으로 여겼다.
아래 갇혀 있는 자들은 그런 압호스를 부정한 자들이다. 그런 불경스러운 자들에게는 따로 내리는 은총이 있다.
바로 나약한 육신을 벗어버리고 압호스를 진심으로 따를 수 있는 새로운 육신을 얻는 것.
몬스터로 변한 자들을 교육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 저대로 놔둔 것일 뿐,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압호스의 추종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아래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응? 무슨 소리가 계속 울리는데? 이봐! 이 소리 안 들려?”
“어? 그러네. 아래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둘이 의문스러운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볼 때였다.
쾅!!!!
갑자기 문이 부서지면서 거대하고 단단한 육체의 오우거가 튀어나왔다.
“비, 비상…….”
그가 채 소리치기도 전에 오우거가 그의 목을 꺾어버렸다.
오우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 나온 미노타우로스와 오크, 트롤 등, 강력한 몬스터들이 잇따라 통로에서 튀어나왔다.
“우와아아아! 몬스터들이 탈출했다!”
땡땡땡땡!!
비상종이 울리고 마을은 비상 상태가 되었다. 지하에서 튀어나온 마물 수백 마리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갇혀 있던 노배 레스 소속 남자의 얼굴을 한 송진우가 튀어나와 소리쳤다.
“노배 레스 기사단의 명령이다! 이제 압호스 교단은 우리 것이 될 것이다.”
몬스터를 풀어놓은 송진우는 가장 활발히 뛰어다니면서 위협이 될 만한 자들을 공격했다.
붕!
마을에는 이미 세뇌된 몬스터와 압호스의 힘을 빌린 자들이 많았다. 가만히 놔두면 그들이 몬스터들을 막아낼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들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낫을 휘둘렀다.
“크악!”
가장 위험이 될 만한 자들을 쓰러트리니 밀려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낼 자들이 없었다.
“크악! 살려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송진우는 낫을 열심히 휘두르면서도 계속 소리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더러운 사이비 종자들아! 우리 노배 레스야말로 이 세계의 신이다!”
원래 계획과는 다르지만 두 세력을 이간질하려면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송진우는 마을 이곳저곳에 불까지 냈다.
화르르르!
몬스터가 튀어나오고 불까지 나자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와아악! 살려줘!”
“오오! 압호스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압호스의 힘을 받은 자들이 거미 다리 같은 촉수로 싸우기 시작하니 다시 싸움의 균형은 그들에게로 기울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송진우가 나서서 압호스 교단 사람들을 암살했다.
팟!
“커억!”
열심히 등에 난 촉수를 휘두르던 하나가 반으로 갈라져 죽으니 동료가 놀라 소리쳤다.
“누, 누구냐!”
“나는 노배 레스 기사단이다!”
송진우는 다 들으라는 듯이 소리치며 압호스 교단과 싸웠다.
“빌어먹을! 불신자가!”
“술 먹고 난 후에 싼 똥 같은 압호스를 섬기는 것이 잘못된 거지!”
“신성 모독이다!”
“우리 노배 레스가 신이야!”
노배 레스의 이름으로 마음껏 조롱하며 싸웠다. 물론 몇 명은 도망가게 놔두는 것은 잊지 않았다.
송진우의 활약 덕분에 풀려난 몬스터가 조금 더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그제야 송진우는 다시 얼굴을 바꾼 후에 사람들이 갇혀 있는 지하로 향했다.
이번에는 감옥에 갇혀 기절한 사람의 얼굴을 빌렸다.
“여기 열쇠를 찾았어!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
송진우가 소리치자 불안한 듯이 밖만 쳐다보던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나도 꺼내줘!”
“이제 집에 가고 싶어. 여기서 더 있고 싶지 않아.”
송진우가 열쇠로 문을 열자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 살았다!”
물론 밖은 아직도 전투로 혼잡했지만 대부분의 병력이 죽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끝이다. 검은 사신으로 활약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본래 계획보다도 더 성공적이었다.
그때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급스러운 의상을 입은 자들이 달려온 것이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추기경님!”
추기경이면 예전 송진우가 죽였던 대주교보다도 한 단계 위의 계급이다.
날카로운 인상의 50대 남성인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도망치는 제물을 모두 잡아!”
도망가는 사람들은 부하들에게 맡기고 그는 아직도 활개 치고 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회색의 안개 같은 것이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있는 오우거를 감쌌다.
“캑!”
그러자 오우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컥컥거리며 쓰러지더니 그대로 핏물을 흘리며 녹아내렸다.
부글부글부글!
뭔지 몰라도 강력한 수법이다. 그는 안개를 조종하여 같은 방식으로 몬스터를 녹였다.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벌써 반 이상의 몬스터가 쓰러졌다.
‘이대로는 안 돼.’